한국쓰리엠, 혁신은 이미 회사 ‘DNA’

장효생 한국쓰리엠 인사지원본부장/상무

2017-08-31     전성열 편집장

페이스북, 구글,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하나같이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실제 이들 기업들은 창의력을 높이는 근무환경, 유연한 근무시간, 열린 소통과 보상 체계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나가고 있다.
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일하는 방식의 혁신에 열을 올리는 데에는 다 이 같은 이유가 있다. 사람들의 집합체가 조직인 것이고, 그 조직의 원천인 사람이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성과가 제고된다는 그야말로 단순하고 위대한 진리를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창의’와 ‘혁신’하면 빠질 수 없는 기업, 쓰리엠은 그 역사만큼 100년 넘게 혁신의 혁신을 거듭하며 인간의 삶을 진화시켜 나가고 있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은 없다

매년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근무강도와 가장 낮은 업무효율을 가진 나라로 꼽힌다. 주지하다시피, 물리적 시간의 양으로 승부하는 것은 추격자의 생존전략이다. 선진국과 선진기업을 모방하고 따라잡아야 했던 개발도상국 시절에 이런 방법은 꽤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선진기업과 경쟁하며 새로운 시장과 가치를 발굴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이 같은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이것이 최근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국내에서 회자되기 시작한 이유이고, 장수기업 쓰리엠이 일찍부터 이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이다. 쓰리엠에게 일하는 방식의 혁신은 어떤 의미일까.

장효생 한국쓰리엠 인사지원본부장은 “우리는 어제와 똑같이 일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변화는 일회적인 것이 아닌 변화 그 자체가 일상이다. 실제 한국쓰리엠에서 일한 지난 20여 년 동안 보직 변경은 물론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늘 있어 왔다. 쓰리엠에서 변화는 새로운 기회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원천”이라고 소개했다.

변화가 곧 일상인 혁신기업답게 한국쓰리엠은 현재도 중간관리자 계층을 축소 또는 최적화시켜 매니저 비저빌러티(Manager Visibility)를 개선하고 조직 슬림화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스팬 오브 컨트롤(Span of Control)작업이 한창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경영환경 속, 위에서 내린 업무지시가 아래로 재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전달이 되어야 하는 것은 더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종전의 보고 체계는 부장이 차장에게 또, 차장은 과장에게 또, 과장은 대리에게 지시하는 층층시하 수직적 구조로, 소모적일 뿐 아니라 그 과정 중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폐단이 있었다. 보다 정확 하고 신속한 보고체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 중간관리자 계층을 없애는 조직 슬림화 작업에 착수했다. 구체적으로 팀장 휘하에 있는 모든 스태프들은 앞으로 중간에 누굴 거치지 않고 바로 팀장에게 직보 하는 시스템으로, 종전 한두 명의 부하직원을 가진 중간관리자 계층을 줄여나가고 있는 중이다.”

장 본부장은 매니저의 역량에 따라 관리할 수 있는 직원의 수가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매니저라고 한다면 최소 7명 정도는 관리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이번 슬림화 전략은 한두 명의 부하직원을 데리고 있는 중간관리자를 없애 보다 날렵한, 경쾌한 조직이 되기 위함이라고 소개했다. 더욱이 이는 매니저로 하여금 조직 구성원과의 대면 접촉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팀 전체를 관리하고 리더십 역량을 더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연한 업무방식은 선택 아닌 필수

“출근은 꼭 정해진 시간에만 해야 하나? 일은 꼭 정해진 자리에 서만 해야 하나? 눈에 보이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의문들에 계속해서 도전 받고 있는 것이 우리 기업들의 현실이다.

한국쓰리엠은 이러한 도전적 물음에 ‘Flexible’과 ‘Ability’의 합성어인 ‘플렉스어빌러티(FlexAbility)’로 회답하고 있다. 근무시간과 근무장소, 근무방식을 상사와 합의하여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

“요즘 유연근무제가 국내 기업들 사이에 화두가 되고 있는데 한국쓰리엠은 유연근무제 중 하나인 시차출근제를 1997년부터 시행했다. 즉, 그 정도로 근무시간은 물론 근무장소, 근무방식 등에 있어 일찍부터 효율을 우선시했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에 가장 중요한 것이 상사다. 상사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하나의 조직문화로 뿌리 내릴 수 있다. 한국인 특히, 현재 리더를 맡고 있는 장년층은 무의식 속 편견이 있다. 부하직원이 보이지 않으면 쉬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답답한 사무실보다는 노트북 들고 카페에 가서 일하는 것이 더 능률적일 수 있다. 우리는 상사들이 이러한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상사의 마인드 세트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비단 교육뿐 아니라 실제 유연근무제의 활용률이 50%를 넘지 못하는 리더에게는 그 이유를 묻고 있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관리자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는 이 밖에도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계속해서 관리, 감독, 독려하는 작업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본부장은 “플렉스어빌러티를 통해 우리 직원들은 자신의 출근시간, 근무장소, 근무방식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현재는 그 대상이 사무직군에 한정되지만, 점차 다른 직군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러한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통해서 직원들의 삶의 질을 더욱 높이면서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소통, 문화가 되다.

소통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이를 활성화시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쓰리엠은 이를 일찍부터 인식하고 형식적 이고 상투적인 소통이 아닌 실질적인 소통이 될 수 있도록 전사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10명 내외의 직원들이 그때그때 필요한 주제를 가지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스몰그룹 미팅’이 대표적이다.

장 본부장은 “스몰그룹 미팅은 직군 및 직급별로 그룹핑된 사무직군 사원들과 대표이사 및 경영진들이 각 2인1조가 된 리더층이 회사의 전략과 변화를 공유하는 장이다. 단순히 소통으로만 끝나지 않고 논의된 미팅 내용 중 개선되어야 할 사항은 프로젝트화 하고 또, 바로 답을 줄 수 있는 의문점에 대해서는 바로 피드백하고 있다. 이는 직원들과의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기존의 고정된 시각을 버리고 조금이라도 더 직원들과 소통하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쓰리엠에서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가 소통이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한국쓰리엠은 변화가 곧 일상인 조직이다. 실제 쓰리엠에서는 한국쓰리엠, 미국쓰리엠, 일본쓰리엠 간의 기능별 그룹 이동은 물론 개인 차원의 커리어 패스 변화도 잦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누구나 안주하려는 성향이 있다. 즉, 변화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왜 변화해야 하는지를 이해시켜야 하는데, 이들을 납득시키려면 결국 소통하고 소통하고 또 소통할 수밖에 없다. 우스갯소리 이긴 하지만 실제 미팅 미팅 미팅 즉, 미팅이 세 번이어서 3M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라고 장본부장은 설명을 덧붙였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보직이 변경된다면 이는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일, 한국쓰리엠에서는 직원들에게 본인의 커리어 플랜을 매년 업데이트 하도록 주문, 이를 기초 자료로 조직의 변화가 생길 때마다 내부 자원을 십분 활용한다. 그 어느 기업보다 IDP 제도가 잘 구축되어 있는 것.

“변화에 능동적인 기업 환경에서는 신규 산업이 하루아침에 등장하고 중점 사업이 바뀌기 마련이다. HR은 비즈니스의 흐름을 선제적으로 파악하여 인력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한국쓰리엠은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를 위해 내부의 인력 상황을 수시로 파악하여 유기적으로 배치를 하는데 이때에는 경력개발을 원하는 직원을 우선으로 신규 사업에 투입 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장 본부장은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개인의 역량을 기준으로 보직 발령이 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무엇보다 직원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회사의 목표와 연계하여 소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쓰리엠은 4차 산업혁명 속 그 중요성이 대두 되고 있는 집단지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일환으로 2014년부터 Development Month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Development Month는 말 그대로 1년 중 특정 월을 자기계발의 달로 정한 것으로, 지난해에는 한 달이 Development Month이었으나, 올해는 두 달로 대폭 확장하였다. 이 기간에는 다른 지역의 리더나 한국의 리더들이 Business Development, Market Insight, 고객관리 등 업무와 관련된 주제를 가지고 강의를 진행한다. 강의의 형태는 온라인, 오프라인, 버츄얼(Virtual) 등 다양하다. 직원들은 최소 한 가지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이는 비단 직원들의 역량뿐 아니라 강의를 맡게 되는 리더들에게도 자신의 역량을 확인, 한 단계 제고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역량이 높아지는 것이다.

소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한국쓰리엠, 또 하나의 중요한 소통의 주제는 무엇일까.

장 본부장은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다양성’과 ‘포용’이다. 한국쓰리엠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DNA를 주입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D&I(Diversity & Inclusion)이다. 쓰리엠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D&I 정신을 중요하게 여긴다. 기업 경영에서 다양성이 화두가 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이 부분에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는 회의모습을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저 사람은 연배가 낮아’, ‘직위가 낮아’, ‘저 사람은 한국 사람이 아니야’, ‘내 줄이 아니야’ 라는 생각으로 상대의 좋은 아이디어를 짓밟는다. 다양성은 다양한 솔루션을 찾게 해 주는 주체다. 회의의 궁극적 목적이 무엇인가. 여러 생각들 가운데 최적의 생각을 도출하기 위한 것 아닌가. 이러한 다양한 솔루션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포용하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주관적인 잣대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기 시작하면 회의는 의미가 없다. 회의라는 것은 다양한 아이디어 중 최적의 아이디어를 찾기 위한 것이다.”

더하여 한국쓰리엠은 조직내의 실제적인 다양성을 구체화하기 위해 남녀비율, 세대간 비율, 장애인 고용률 등을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혁신, 리더가 중심에 서야

혁신은 고무줄과 같아서 의도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당겨야만 한다고 한다. 어느 순간 손을 놓아버리면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 버리거나 오히려 악화되기도 한다. 혁신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혁신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이 혁신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 성공 포인트인 것이다.

장 본부장은 “혁신을 창출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많은 기업이 혁신 자체에 몰두하지만, 일방적인 추진은 직원들의 피로감과 불만을 가중시켜 오히려 성과를 저해할 수 있다. 리더가 혁신의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고 코치가 돼 함께 달릴 때 직원들의 피로감도 한결 줄고 업무에 몰입하게 된다. 이것이 혁신을 향한 첫걸음이다.”라고 설명했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준비하는 기업들을 위한 단계별 조언도 잊지 않았다.

장 본부장은 “혁신 활동에 앞서 먼저 내부 임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세심히 관찰하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유행에 편승하듯 선진기업의 제도를 무작정 쫓아가게 되면 ‘액자 속에 갇힌 구호’로 끝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직원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팀장들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직원에게 수용성 있는 제도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팀장들의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지 않고서 직원들에게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강조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

“다양성은 혁신으로 가는 필수 요소이다. 다른 기술, 다른 경험, 그리고 다른 능력은 우리 회사를 더 진보케 하고 더 경쟁력 있게 만든다.”라는 쓰리엠의 다양성에 대한 철학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은 하고 안하고 할 수 있는 선택의 문제는 아니어 보인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전략에 뒷받침되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혁신은 소통과 다양성, 포용적 가치의 토대 위에 세워진다”고 이야기하는 쓰리엠의 사례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고민하는 기업의 길라잡이 되어 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