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참사

2017-12-29     인재경영 편집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사망 29명·부상자 37명 대형 참사

12월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사망 29명, 부상 37명 등 66명의 사상자를 냈다. 국내에서 발생한 12월 화재사고 중 세번째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고, 제천 지역에서는 역대 최대의 인명 피해로 기록됐다.

사망자들은 2층과 3층 목욕탕에 갇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가운데 15명은 2층 여자 목욕탕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사고 현장의 주민 상당수는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에 분산돼 치료를 받았다. 일부 주민들은 비상구로 탈출하고 일부는 건물 옥상으로 대피했지만 목욕탕에 있던 주민들은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사망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고는 오후 3시 53분께 제천시 하소동에 위치한 스포츠센터 건물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나면서 발생했다. 1층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불은 순식간에 8층 건물 전체로 확산 됐다. 이로 인해 1층 주차장과 2·3층 목욕탕, 4~6층 헬스클럽, 8층 레스토랑이 모두 불에 탔고 6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 출처: 청와대

경찰과 소방당국은 건물 주차장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는 목격자의 말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 중이다. 불이 나자 소방대원 등 494명이 투입돼 진화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날 이 어두운 데다 불이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지면서 연기와 유독가 스가 발생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우나, 스포츠센터, 레스토랑등 복합 시설물이 들어선 곳이라 내부 구조가 복잡해 피해자들의 대피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사우나 내부에는 구조상 통유리로 되어있는 등 대피에 취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건물 주변의 불법 주차로 인해 사고 신고 접수 후 소방차가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키운 ‘필로티’ 구조와 ‘드라이비트’ 공법

무엇보다 불길이 급속히 번진 큰 원인으로 ‘필로티’ 구조와 단열재인 ‘드라이비트’가 지목되고 있다. 대형화재가 발생한 제천 스포츠타운 건물 주차장은 필로티 구조였는데, 불이 건물 외벽으로 빠르게 번지는 원인이 됐다는 게 소방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필로티는 건물 1층에 외벽을 세우지 않고 기둥만 설치한 개방형 구조다. 지하에 따로 주차장을 설치하지 않아도 돼 공사비를 아낄 수 있는 데다 필로티 구조가 적용된 층은 건물 전체 높이에 포함되지 않아 다른 구조보다 건물을 높게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차량과 사람의 이동이 자유롭고 주차공간 확보가 용이해 전국적으로 필로티 구조 건축물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필로티 건축물은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1층이 모두 뚫려 있어 연소에 필요한 산소 공급이 활발하고, 불길과 유독가스는 사방이 막혀 있는 2~3층에 집중된다. 지난해 발표된 화재소방학회 보고서(필 로티 구조 건물의 화재 위험성 연구)에 따르면 10층짜리 필로티 구조 건물을 대상으로 화재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1층 화재에 따른 화염·유독가스가 필로티 부분 전체로 확산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불과 100초다. 이후 강화자동유리로 제작된 출입문이 깨진 뒤 2층까지 유독가스가 번진 시간은 단 3초다.

여기에 단열재로 ‘드라이비트’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번 사고가 대형 사고로 커졌다는 분석이다. 드라이비트는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덧댄 외장재다. 불에 타지 않는 외장재보다 공사비용이 저렴하고 공사 기간도 짧아 다중이용시설에 많이 사용된다. 문제는 스티로폼이 불에 매우 약하고 유독가스 배출량도 많다는 점이다. 2015년 경기도 의정부시 도시형생활주택 때도 ‘드라이비트 공법’이 화재를 크게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필로티 구조를 띄고 있고, 드라이비트 외장재를 쓴 제천 스포츠타운은 대형화재 위험성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실제 화재 발생 당시 1층 내부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으며, 전기 합선으로 추정되는 불이 스티로폼에 옮겨붙어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이번 화재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노블휘트니스스파 화재 수사본부’ 설치, 운영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충북경찰청 강력계와 과학수사계, 제천경찰서 소속 경찰관 등 총 78명으로 구성됐다. 이들 수사본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노블휘트니스스파 건물주와 관리인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건물 관리인이 1층 천장에서의 작업과 불이난 시간 차이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단 건물 관리인이 1층 천장의 얼음을 파쇄하고 얼마 후 불이 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얼음 파쇄 과정에서 어떻게 불이 발생한 것인지 등은 12월 말 현재 아직 명확하지 않다. 연구 원은 1층 천장에서 발화 원인과 관련해 잔해물을 감식하고 있으며 앞으로 최종 결과는 10여 일 후에 나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수사 본부는 건물주가 해당 건물 9층을 불법 개조해 직원숙소용 주거공간으로 사용해 온 것으로 확인, 이에 관한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

안전불감증이 키운 인재(人災)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화재 참사는 안전불감증이 만든 인재(人災)였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초기 진화를 위한 스프링클러 밸브는 화재 당시 폐쇄돼 있어 작동하지 않았고 층마다 설치돼 있어야 할 피난기구인 완강기도 총 8개층 가운데 두 군데만 설치돼 있었다. 화재를 키운 드라이비트 자재에 대한 방염처리 요구가 건축 당시에 있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피난기구인 완강기도 법에서 정한 기준인 6대 중 2대만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완강기는 건물에서 불이 났을 때 높은 층에서 땅 으로 천천히 내려올 수있게 만든 ‘비상용 피난 기구’를 말한다. 현행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완강 기는 지상 1층과 2층을 제외한 3층부터 모든 층에 설치해야 한다. 해당 건물의 완강기 설치개 수는 ‘피난기구의 화재 안전기구(소방청 고시, 행정규칙)’에 따라 층마다 1개씩 설치해야 한다. 불이 난 건물은 지상 8층까지 있어 3층부터 8층까지 총 6대의 완강기가 설치돼 있어야 했지만 2대만 설치돼 있었다.

홍 의원은 화재 참사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드라이비트 자재에 대한 방염처리 요구가 있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홍 의원 측이 공개한 2010년 10월 20일 작성된 소방 감리 보고서에는 ‘주 용도가 문화집회 및 운동시설로써 방염대상물에 해당되므로 내부 마감 시 방염물품으로 설치하고 불연재료가 아닌 자재 사용 시 방염업자를 선정해 방염처리하도록 관계인(건축주)과 협의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후 감리업체는 2011년 6월 8일 감리를 마무리하면서 작성한 소방 감리 보고서에 ‘건축내장재를 방염처리한 후 관할소방서에 방염처리 여부를 확인받을 것을 건축주와 협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즉 감리업 체는 감리를 시작하면서 방염처리된 내장재를 쓰라고 권고했지만, 실제로는 스티로폼 단열재에 석고보드로 마감처리한 것을 보고 해당 드라이비트 자재에 대한 추가적인 방염처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홍 의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현장에서 수거한 드라이비트가 이미 많이 탄 상황이어서 불에 잘 타는 소재로 생각된다고 밝힌 바 있다.”며 “국과수와 소방당국은 제천 화재건물의 드라이비트 자재가 제대로 방염처리된 것인지 방염처리가 됐더라도 방염성능은 어느 정도 였는지, 방염시료가 불량했던 것은 아닌지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조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