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상 해고와 인사노무관리

1999-11-30     인재경영 기자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라는 용어는 기업과 근로자에게 낯설지 않게 되었고,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대다수 기업들은 상시적인 구조조정 체제의 구축을 기업경영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하지만 경영상 해고는 근로자의 귀책사유 여부와는 상관없이 사용자의 경영상 문제로 근로자를 해고시키는 것이고, 해고 근로자수도 다수라는 점에서 근로자들에게 미치는 정신적, 경제적 영향은 막대하다.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판례를 통해서만 가능했던 경영상 해고를 1998년 2월 부터는 근로기준법에 명문화해, 기업에서는 근로기준법상 경영상 해고의 요건과 절차를 반드시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경영상 해고 규정을 먼저 살펴보고 판례와 노동위원회 등의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경영상 해고시 검토해야 할 인사노무관리 포인트를 짚어보고자 한다.


근로기준법상 경영상 해고의 실질적 요건

근로기준법 제24조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 규정에서는 경영상 해고가 정당하기 위한 4가지 실질적 요건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우선,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해 근로자를 해고하려면1)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는데, 경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사업의 양도·인수·합병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본다. 한편, 그러한 사유에 따라 해고가 이뤄지더라도 2)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며, 3)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이 때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
또한 4)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해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에 해고를 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 즉 경영상 해고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라 판단하며, 경영상 해고를 시행할 경우 어떤 절차를 거쳐 시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나머지 3가지 요건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위와 같이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요건을 갖추지 않을 경우 노사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고의 정당성을 상실해 해고 자체가 무효가 될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사법책임의 문제까지 발생하므로 유념해야 한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과 관련해 종전 판례는 기업경영이 도산에 이를 정도의 급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존재해야 한다고 엄격하게 봤으나(대판 1989.5.23. 87다카2132), 판례는 기존 입장을 변경해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까지를 포함(대판 1991.12.10. 91다8647)함으로써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종전보다 넓게 인정하고 있다.
기업의 경영사정은 일반적으로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 영업실적, 채무상황 등을 참고하나, 경영합리화를 위한 기구개편, 계속적인 경영적자, 적자부문 계속경영 여부 등도 감안해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일부 사업부문 또는 지사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사업장 전체를 대상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된 사례
* 업무를 도급으로 전환함에 따라 발생한 잉여인력을 해고한 경우(중노위 2010.4.28. 2010부해178)
* 업무의 중단·축소로 인한 수익감소 등의 경우(서울행법 2009.3.24. 2008구합36425)
* 분사무소 폐지와 사무자동화 기기 도입으로 인원감축이 불가피 한 경우(서울행법 2005.7.1. 2004구합17938)
* 고용안정협약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급격한 상황변화에 대응해 노사가 인력 등 전 분야에 걸쳐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로 합의한 경우(서울고법 2003.7.10. 2002나58138)
* 계속적인 노사분규로 경영이 크게 악화되고 호전될 기미가 없는 경우(대판 1992.5.12. 90누9421)


▶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부정된 사례
* 일시적인 생산량 감소인 경우(서울행법 2010.4.15. 2009구합42687)
* 일시적으로 잉여인력이 있다는 이유로 정리해고 한 경우(중노위 2008.12.19. 2008부해713)
* 외주용역으로 전환하더라도 그 직원들의 근로조건을 직영시 정규직원과 동일하게 유지하도록 해 경영여건의 개선에 별다른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경우(서울행법 2007.2.15. 2006구합14179)
* 영업양도만의 사유를 들어 해고한 경우(서울고법 1999.1.22. 97구53801)
* 새로운 경영진의 경영개선 노력없이 해고한 경우(중노위 1997.2.26. 96부해281)
* 파업으로 일시적으로 경영이 어려운 경우(대판 1993.1.26. 92누3076)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해고는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신분을 박탈하는 행위로서 근로자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므로 경영합리화를 위한 마지막 수단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은 해고의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판례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신규채용의 금지, 휴직·희망퇴직의 활용, 배치전환, 자산매각, 조업단축 등을 들고 있는데, 그 방법과 정도는 확정적·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경영상 위기의 정도 및 기업사정 등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이때에도 해고회피노력은 우선적으로 근로자의 이익을 적게 침해하는 조치부터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해고회피 노력을 인정한 사례
* 신규채용 중단, 임금삭감, 일시휴직, 전근 및 희망퇴직 등의 조치를 취한 경우(서울행법 2010.9.3. 2009구합57290)
* 타 사업장 전직, 취업알선 등 전직기회를 제공한 경우(중노위 2008.6.5. 2008부해128)
* 정리해고 이후 업무부담 증가로 잔류직원의 급여를 인상한 경우(서울행법 2006.11.14. 2006구합5809)
* 정리해고 이후에 신규채용이 불가피한 경우(대판 2002.7.12. 2002두9465)
* 업무가 상이해 배치전환이 사실상 곤란한 경우(대판 2002.7.9. 2000두9373)


▶ 해고회피 노력을 부정한 사례
* 정년자의 자연감소를 통한 잉여인력을 정리해가는 방안이 가능했음에도 정리해고를 한 경우(서울고법 2009.8.11. 2008누32548)
* 희망퇴직 거부자에게 직무전환, 재취업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경우(대판 2005.9.29. 2005두4403)
*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고 신규채용 한 경우(서울행법 2004.11.11. 2004구합10142)
* 정규직과 달리 계약직에게만 잔류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경우(서울행법 2004.11.2. 2004구합231176)
* 명예퇴직인원이 구조조정 목표인원을 초과한 경우(대판 2004.1.15. 2003두11339)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기준에 따른 대상자 선정

경영상 이유에 의해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하는 경우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해고대상자를 선정해야 근로자들이 쉽게 해고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때에도 모든 사업장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공통의 기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판례도 해당 사업장의 실정에 따라 해고기준의 합리성과 공정성을 구체적으로 판단한다.
판례는 근로자 보호와 사용자의 이익을 동시에 고려하게 되는데, 근로자의 보호 측면에서는 근로자의 근속연수, 연령, 부양의무의 부담, 배우자의 소득, 기타 재산 정도를 고려하고, 사용자의 이익 측면에서는 평소의 근무성적, 상벌관계, 경력, 기능의 숙련도 등을 고려해 대상자 선정이 정당했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특히, 근로기준법에서는 해고대상자 선정에서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해고대상자 선정과정에서 남녀간 성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 해고기준이 합리적이고 공정하다고 본 사례
* 평소 근무성적, 상벌관계, 경력, 기능의 숙련도 등을 고려한 경우(서울행법 2010.10.1. 2010구합7130)
* 근무경력이 길어 부실운영에 관련된 책임도가 높은 장기근속자 순서로 정리해고 대상을 고려한 경우(서울고법 2010.4.13. 2009누25776)
* 해고의 기준에 관해 근로자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해 해고의 기준에 관한 합의에 도달한 경우(대판 2003.9.26. 2001두10776)
* 국가유공자들이 재취업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해 정리해고 대상자 평점에서 1점 가산한 경우(서울행법 2002.12.20. 2002구합18784)
* 단기근속자를 우선 해고한 경우 (서울고법 1996.5.9. 95구19784)


▶ 해고기준이 합리적이고 공정하지 못하다고 본 사례
* 근로자의 연령, 부양의무의 유무, 재산, 건강상태 등을 전혀 반영하지 아니한 경우(서울행법 2010.4.29. 2009구합37395)
* 장기근속자라는 이유로 불성실한 직원에 비해 우선 해고한 경우(서울고법 2001.5.30. 200누7300)
* 정리해고의 평가대상기간을 일반관리직과 승무원을 달리한 경우(서울행법 2000.12.8. 99구31779)
* 정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한 경우(중노위 1995.1.11. 94부해317)

 

근로자 대표와 성실한 협의

경영상 해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노사간 협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해 근로자 대표에게 해고를 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성실한 협의의 정도에 대해서는 경영상 해고의 필요성 및 기준, 절차 등을 근로자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해 수용 가능한 것은 최대한 수용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그 이유를 제시하는 선이면 되고, 근로자 대표의 동의 또는 합의까지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히 사용자가 ‘기업경영상 부득이하다’, ‘경영이 어렵다’ 등 추상적인 설명만으로 일관하거나 일방적인 설명·통보를 하는 경우는 성실히 협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근로자 대표란,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의미한다. 이 때 근로자 대표와의 협의로 충분하고 해고대상자와의 별도의 협의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판례는 다른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 해고의 실행이 시급하게 요청되고 한편 근로자를 대표할만한 집단도 없고, 해고조치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 그 근로자와의 협의절차를 거친다고 해도 별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경영상 해고가 반드시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한다.

▶ 성실한 협의로 인정한 사례
* 노사협의회에서 10차례 협의한 경우(서울행법 2008.11.14. 2008구합15947)
*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정리해고의 실질적 요건이 충족되어 해고의 실행이 시급히 요청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서울고법 2000.6.15. 99누112979)
* 노동조합이 합리적 이유를 제시함이 없이 무작정 해고에 반대함으로써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서울행법 2000.3.17. 99구20694)
* 해고대상자가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노동조합과 협의한 경우(대판 1992.8.14. 92다16973)


▶ 성실한 협의를 부정한 사례
* 근로자위원 선출 절차를 거치지 않은 하자 있는 근로자대표와 협의한 경우(2009.8.6. 2009부해487)
* 노사협의회에서 한차례 협의한 경우(중노위 2009.3.19. 2009부해97)
* 팀장 및 간부급 전체회의에서 간부직원들의 의견을 구한 경우(서울행법 2007.9.7. 2006구합25285)

 

경영상 해고의 절차적 요건

위에서 언급한 경영상 해고의 4가지 실질적 요건을 갖췄다면 해고의 절차적 요건들에 따라 해고를 진행해야 한다. 통상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에 해고의 절차 규정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며, 근로기준법은 해고와 관련된 절차적 요건들을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해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했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하며(근로기준법 제26조), 해고예고를 할 때에는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27조)


사용자의 신고의무와 경영상 해고 후의 근로자 보호

사용자는 일정한 규모 이상의 인원을 해고하려면 최초 해고하려는 날의 30일 전까지 고용노동부장관에게 해고사유, 해고예정인원, 근로자대표와의 협의한 내용, 해고일정을 신고해야 한다.(근로기준법시행령 제10조) 다만, 이는 행정적 감독과 지도를 위한 규정으로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해 경영상 해고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상 해고를 당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와 정부에 일정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 당시 담당했던 업무와 같은 업무를 할 근로자를 채용하려고 할 경우 해고된 근로자가 원하면 그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25조제1항) 비록 사용자가 우선 재고용의무를 위반할 경우 처벌 규정은 없으나, 근로자에게 사법상 재고용청구권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근로자 보호의 실효성이 있다. 또한, 정부는 해고된 근로자에 대해 생계안정, 재취업, 직업훈련 등 필요한 조치를 우선적으로 취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25조제2항) 이 규정으로 근로자는 고용보험법상 실업급여 등의 지급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다.


해고 방지를 위한 기업의 진실한 노력과 노사간 열린 의사소통 필요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적 경기불안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도 상시적으로 경영상 해고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경영상 해고는 근로자 귀책사유와는 무관하게 이뤄진다는 점에서 노사간 갈등과 불신을 초래해 기업 경영에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경영상 해고가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음을 주지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이 어려울수록 사용자는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규정만을 엄밀히 따지면서 경영상 해고를 우선하기 보다는 그 이전에 행해질 수 있는 경영악화 방지를 위한 노력이 얼마나 기업경영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찾아봐야 할 것이며, 해고를 방지하기 위한 기업의 진실한 노력과 노사간 열린 의사소통을 통해 경영상 해고과정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민경
노무법인 유앤 공인노무사
lmk@unh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