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본 한국사회 워라밸 전망
2018년의 트렌드 ‘워라밸’
작년 어느 날 라디오를 들으며 출근하고 있는데 낯선 용어가 나를 사로잡았다. ‘워라밸!’ 워라밸을 두고 ‘Work(일)=Life(삶)’ 또는 ‘Work(일)이 Life(삶)의 Balance(균형)을 잡는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하는 것을 듣게 된다. 필자뿐 아니라 많은 동료가 일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지내는 시기도 있었지만, 일정 기간 이러한 생활의 연속이 얼마나 삶을 피폐하게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최근에는 부득이하게 야근하게 되더라도 1~2명이 혹은 혼자 남아있을 때가 많다. 대부분 6시를 전후로 모두 퇴근을 하고 월요일이나 금요일에는 시간선택제를 사용해 사무실이 조용하고 쓸쓸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어느 학자가 2018년의 트렌드 중의 하나이며 가장 강력한 인플루언서(Influencer)로서 워라밸 세대의 영향을 지적하였듯 직장이 나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새로운 세대 즉 워라밸 세대의 라이프스 타일의 영향은 매우 강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기성세대들은 연봉과 회사 규모 및 인지도에 의존한 직장선택을 중요시한 반면 워라밸 세대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서 자기 삶의 질을 높이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이러한 현상은 최근 실시한 노동과 여가에 대한 사회 조사의 결과([그림 1][그림 2] 참조)에도 반영되어 있다. 2015년에서 2017년 사이 일과 가정, 일과 가정양립 제도에 대한 인식변화가 큰 폭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편 여가에 있어서도 향후 계획으로서 문화예술관람, 관광 및 취미와 자기 계발을 원하고 있음을 볼 수있다. 실제로 영국과 미국에서는 50년 전부터 이러한 움직임이 있어 왔는데, 이제 우리도 삶의 질에 목소리를 높이는 시기가 온 것이다.
가족친화기업의 증가
워라밸 세대의 영향력과 함께 이번 정부는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일생활 균형 실현을 위해 세 가지 목표를 제시하였다. 첫째, 노동시간 1,800시간대 달성을 위해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노동시간을 줄이고 이와 관련된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장시간 근로사업장 지도와 감독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둘째, 휴식 있는 삶 보장을 위해 근로시간 외 업무 지시 금지, 1년 미만 근무 연차 휴가 보장 등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종합 개선방안 마련에 힘쓴다. 셋째, 육아와 돌봄 지원 확대를 통해서 육아휴직 급여를 2배 인상하고 육아휴직 보너스 제도 도입 등 인센티브 강화 추진 및 가족 돌봄 휴직제도 등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목표는 그만큼 워라밸의 실천이 쉽지 않으며 의지와 노력이 더욱 필요함을 보여준다.
여성가족부는 2010년부터 가족친화기업을 선발하여 인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2014년에는 2013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2015년 현재 427개 기업, 2016년 523개 기업으로 나타났다([그래프 1] 참조).
주목할 것은 중소기업 가족친화기업의 증가세이다. 공공기관도 약진하고 있지만, 대기업과 비교할 때 2014년부터 중소기업의 가족친화 기업으로의 노력은 눈부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중소기업의 약진은 직원의 이직을 줄이고 직장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등 연봉이나 급료 등의 물질적 지원에서 나아가 워라밸 수준을 중요시하는 시대적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가족친화기업들은 근로자가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가족친화제도를 운영하는 기업들이다. 또한 이러한 기업들은 자녀출산 및 양육지원, 유연근무제도 등의 사용을 격려하고 가족친화적인 직장문화 조성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가족친화기업의 성장은 직업에서의 성공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하는 사회적 인식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가족친화기업의 증가 속에서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어떻게 변화 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노동자의 월간 노동시간은 171.1시간으로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2,053시간이다. 주당으로는 약 43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법정 노동시간이 주당 40시간임을 감안할 때 여전히 법정 시간을 넘어 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2008년, 2009년에 비하면 노동시간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므로 점차 적정 노동시간이 자리 잡고 저녁이 있는 삶이 많은 노동자에게 주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OECD 국가에서의 워라밸
OECD 국가의 주당 노동시간과 세계 각국 노동자의 삶의 만족도를 알아보면 아래와 같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교해 40시간 이상 노동시간 비율이 높게 나타나며 OECD 평균과 EU 평균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유럽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약 20% 이상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단시간 노동 비율도 높다.
이것은 노동시장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유연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성의 노동시간 비율에서는 더 확연한 차이를 엿볼 수 있다.
한편 OECD 국가 노동자의 삶의 만족도를 보면, OECD 평균은 10점 만점에 6.61점이며 OECD 평균 이상의 국가들은 주로 북유럽 국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5.8점과 5.9점으로 OECD 평균 이하로 나타나 보통 수준의 만족도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의 노동시간도 꽤 많은 편이나 삶의 만족도는 OECD 평균보다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워라밸을 위한 기업의 노력
이제 워라밸은 기업의 선택사항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국가와 기업의 미래를 워라밸을 지향하는 세대들이 이끌어 갈 것이라고 볼 때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통해 그들의 열정을 사업과 사회에 의미있는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할 것이다.
워라밸 세대를 위한 정부와 사회의 정책과 제도도 변화하고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기업의 대처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를 위해 기업은 사원들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업무몰입도와 직장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핵가족화와 맞벌이의 확산으로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일이 중요한 사회적 화두인 시점에서 이제는 직장이 단순히 급여와 성취만이 아닌 직원들의 육아 및 복리후생까지 지원하는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높은 연봉뿐만 아니라 직장에서의 업무 숙달과 성취 및 보람과 만족감, 개인적인 취향과 삶을 존중하는 직장 분위기 조성 등이 앞으로 기업의 발전 방향으로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