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할 거면 제대로 하자

2018-08-30     송병무 HR SUPPORT 대표

어느 기업의 교육현장 풍경.
김 팀장은 팀장 리더십교육에 참석하고 있다. 핵심교육이라는 인사 팀의 압박에 못 이겨 바쁜 업무에도 불구하고 참석하였다. 첫 날은 경제전문가를 초청하여 최신 경제동향이나 환율, 중국의 영향 등에 대하여 들었다.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제품관련 시장이 아니라 아쉬웠지만 그래도 들어두면 도움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곧이어 세상을 흔들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듣는데 당장 와 닿지는 않는 내용이라 약간 졸리기도 했다. 짧은 휴식 이후에, 연속으로 코칭과 커뮤니케이션, 성과관리, 동기부여, 갈등관리 방법을 들었는데 작년 에도 유사한 과목과 내용으로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좋은 내용으로 듣기는 했는데 솔직히 무엇이 Key Point인지 헷갈린다는 생각도 잠시 스쳐간다.

부서에서 계속 보내는 문자 진동에 강사의 눈치가 보였지만, 그래도 팀장에게 시시콜콜 질문을 해대며 우왕좌왕하는 직원들을 보며 ‘역시 팀장이 빠지니 일이 안 돌아가는구나’ 하는 근거 없는 자부심도 느껴진다. 강사 눈치 보며 답장 열 개 정도 보내니 벌써 수업은 끝나가고 있었다. 오후 늦은 시간에는 CEO 특강과 식사가 있다. 전사 팀장급이 모였는데 빠질 수 없는 꼭지다. CEO의 자부심 가득한 인생 역정의 스토리도, 같이 열심히 해 보자는 소리도 다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고 믿고 리액션도 열심히 하며 편안하게 들었다. 저녁 식사 이후에 두 시간 정도 소그룹 토론도 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동기에게 자료작성과 발표를 맡기고, 로비에서 모처럼 동기들과 맥주한 잔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오랜만에 시골의 풀벌레 소리 들으며 단잠에 빠진다.

다음 날 아침, 식사는 하는 둥 마는 둥 마치고 토의자료를 소그룹별로 돌아가며 발표한다. 그룹별로 거의 똑같은 내용이 반복되니 살짝 졸음이 몰려온다. 간단한 총평을 들은 후 드디어 교육 종료. 금요일 오후 2시. 장거리 복귀자가 있는 관계로 어중간한 시간에 교육이 끝났다. 운전석에 앉은 김팀장은 잠시 고민에 빠진다. 어디로 가야 하나. 회사 아니면 집? 애매한 일정을 만든 인사팀이 야속하다. 그동안 이 핑계 저 핑계로 연기해 왔던 교육을 드디어 수료하여 해묵은 숙제를 끝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 김 팀장은 친구들과 낮술 번개를 약속하며 시내로 핸들을 돌렸다.

대다수 기업이 운영하는 교육 방식과 패턴이다. 여러분의 회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방식과 패턴이 획기적인 개선이나 수정 없이 거의 수십 년 유사하게 반복되어 왔다는 점이다. 한번 모이기 어려우니 백화점의 Food Court마냥 온갖 교육을 다 구겨 넣는다. 교육은 풍성한데 포인트가 없다. 듣고 배운 것은 많은데 기억에 남는 것도, 임팩트도 없다. 이 정도면 그냥 인터넷 동영상으로 교육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른 바 ‘한 방’이 없는 것이다.

참가자도 교육에 따른 긴장감이나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다. 시험을 치는 것도 아니고, 사장님이나 임원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니 스트레스 받을 일 없다. 강의는 들어 봐야 업무와 동떨어진 소리, 현업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인 것 같아 졸음만 쏟아지는 것이 다. 시간만 때우면 필수교육 하나 수료하니 그것 하나로 버티는 것이 현실이다. 돌아서면 무엇을 배웠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피교육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이거나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질문하고, 정보교환을 위해 강사와 명함도 교환하는 등 대단히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것이 제대로 된 교육을 하기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단초가 되는 대목이다.

제대로 된 교육은 기본적으로 강한 의지와 열정, 관심과 흥미가 있어야 하고, 배움으로써 성장하고 있다는 스스로의 동기부여가 작동해야 가능해진다. 관심과 열정을 이끌어 내려면 프로그램 설계를잘 해야 하고, 교육이 적정 수준의 긴장감과 압박감 속에서 진지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운영의 Mechanism이 있어야 한다. 잠시 와서 멍 때리고 있다가 가는 교육, 뭘 배웠는지 기억도 못하는 교육, 배워서 아무 소용도 없는 교육은 시간의 낭비이고 비효율이다. 늘하던 방식이 아니라, 최신의 트렌드와 달라진 세상의 Needs, 쏟아 지는 교육방법과 도구들을 잘 활용하여 창의적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업데이트 시켜 나가야 한다.

교육 참여도와 열정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최근의 몇 가지 트렌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철저하게 실무에 연계된 교육과정과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피교육자는 직장인들이다. 당장 업무에서 성과를 내야 하고 당면과제를 기한 내에 해결해야 하는 압박을 받는 입장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이론이나 교과서 같은 내용은 의미나 중요성을 떠나 관심을 얻지 못한다. 필요한 것은 당장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노하우나 기법, 기술과 요령이다. 기업교육은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직원들은 MBA 학위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당장 실전 에서 활용할 수 있는 MBA급의 문제해결 능력과 요령이 필요하다. 실전적 교육이 되려면 직종․계층․직무별로 교육 프로그램이 세분화 되어야 한다. 지원부서와 영업, 생산, 연구개발 직종의 종사자를 한곳에 모아 놓게 되면 실전 내용을 가르칠 수 없고, 도움이 되지 않는 교육은 관심을 받지 못한다. 기획팀과 생산팀의 이슈와 고민거 리는 제각각 다르기에 교육내용도 달라야 한다.

실무에 필요한 콘텐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 직종별 Focus Group Interview나 부서장 면담을 통해서 당장 실전에 필요하지만 취약한 영역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취약요소를 파악하여 이를 교육설계에 반영하면 된다. 자연스럽게 역량 획득 예상기간에 따라 단기와 중장기 프로그램이 나오고, 이것이 모이면 직종별 Master Plan이 생긴다. 회사는 이때 외부 전문기관과의 협업체제를잘 구축해야 한다. 이른 바 ‘Open Innovation’이다. 회사는 사업조 직이지 지식조직은 아니기 때문에 현업에 필요한 지식과 기법을 내부에서 모두 생산하거나 공급할 수 없다. 교육팀은 다양한 채널과 Database를 검색하여 최적의 Supplier를 찾아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지식공급 파이프라인을 잘 구축해 두는 것이 핵심 트렌드다. 둘째, 흥미를 유발하고 트렌드에 맞는 수법을 개발해야 한다. 기업 교육은 기본적으로 딱딱하고 재미없는 콘텐츠이지만 흥미를 유발 하며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과 같이 전체가 한 곳에 모여 하루 종일 앉아서 듣기만 하는 교육은 이미 용도폐기다. 아무리 좋은 강사가 재미있는 내용을 강의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집중력과 관심은 급속히 줄어든다. 교실과 현장, 온라인과 오프 라인의 하이브리드, 프로젝트형 수업 등의 다양한 교수법을 연구해 흥미를 잃지 않고 몰입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20대 후반~30대 중반 밀레니얼 세대에게 맞는 신선한 교수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들은 초등학교부터 PPT와 동영상, 인터넷으로 수업을 받았고, 하루 종일 앉아서 듣고 필기만 하던 차․부장급 이상의 세대와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Mechanism이 다르다. 이런 점을 충분히 반영하여 외부의 IT 서비스 Vendor들과 협업하여 AI, IoT 등을 활용한 4차 산업형 교수법에 도전해야 한다.

세대를 막론하고 정보가 넘쳐 나고 너무나 빠르게 돌아가는 요즘에는 교육이 절대 길거나 어렵거나 일방적인 One-Way 메시지 전달 방식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One Shot One Killer Content’가 대세다. 하나의 주제로 길면 30분 정도의 Essence만 정리해서 포인트를 알려 주고, 이것을 현업에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중심으로 콘텐 츠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방식이 활성화되면 오프라인 교육보다는 온라인의 동영상 등 SNS 채널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될 것이다.

최근 트렌드는 ‘Visual Effect’이다. 요즘 세대는 시각적으로 민감하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데 익숙한 세대들 이다. 이들은 늘어지고 따분한 것에 인내하지 않는다. 최근 트렌드와 시류에 맞게 Creative가 콘텐츠를 만들고, 유투브나 인스타그램을 활용하여 재미있게 전달하는 방식은 적어도 Junior 교육에는 상당히 효과가 있을 것이다. 세대별 특성을 파악하여 교육 컨텐츠, 교수법, Delivery Channel을 교육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게다가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중심부로 진입하고 있는 시대이다. AI와 IoT 등을 이용하여 교육의 효율적 전달과 접근의 용이성을 제고하는 데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AI와 IoT 는 곧 우리 삶의 방식, 경영시스템과 프로세스, 그리고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다. 이것을 알고 있어야 도태되지 않는다. 철저한 준비와 대응능력을 교육의 주요 콘텐츠로 다뤄야 한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더 발전하면 ‘Know-How의 시대’는 끝을 맺고 ‘Know-Where, How-to-Find의 시대’가 온다. 내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정보와 지식이 축적되어 있는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많은 정보를 정확하게 찾아 Solution을 만들어 내도록 하는 시스템과 Network의 운용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새로운 핵심역량의 선제 적인 확보를 교육의 화두로 설정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새로운 핵심역량과 그 이후의 변화들에 대하여 교육을 통해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하듯 우리 능력이 무의미해지고 쓸모없어지는 세상을 준비해야 한다. 각 산업, 직종, 직무별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어떤 새로운 역량을 확보해야 할지를 파악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넋놓고 기다리면 흔적도 없이 소멸될 것이다. 이것을 예방하는 것이 교육이 해야 할 일이다.

넷째, 교육훈련의 ‘PDS(Plan-Do-See)’를 준수해야 한다. 아무리 4 차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해도 교육운영의 ABC는 지켜야 한다.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는 법이다. 교육을 했으면 평가를 해야 하고, 평가 결과는 인사에 반영을 하든 보상에 연결하든 활용해야 한다. 평가도 안하고, 저조한 평가를 받아도 불이익이 없으니 긴장도 집중도 하지 않는다. 당연히 교육이 느슨해지고 헛돌게 되는 것이다. 적절한 수준의 긴장감과 압박감이 유지되도록 교육운영의 결과에 따라 보상과 처벌을 철저히 해야 한다. 빡빡하 기로 소문난 삼성이나 GE의 교육에 참가했을 때 지금과 같이 느슨 하고 안이하게 행동할 수 있겠는가? PDS가 돌아가지 않으니 교육을 우습게 알고 허투루 시간을 보내도 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교육은 엄중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지각 입소자, 규정 위반자, 태도 불량자는 당연히 퇴소시키거나 징계해야 한다. 교육은 장난도 MT도 시간 때우는 놀이터도 아니다. 기업의 경쟁력을 위하여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직원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는 중대한 경영활동이다. 강력한 PDS의 적용을 통하여 교육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교육이 개인과 회사의 중장기 생존과 성장의 기본임을 정확히 인식시켜야 한다.

다섯째, 교육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강사를 확보하는 것이다. 교육 성공의 90%는 강사에 달려 있다. 좋은 강사는 피교육 자의 생각을 바꾸고 각성하도록 만든다.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여 높은 교육 참여를 이끈다. 강의가 끝나도 여운이 남고 변화의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좋은 강사를 얼마나 많이 발굴하고 확보하느냐에 따라 교육의 성패가 결정된다.

Agency에서 제공하는 강사는 반드시 검증을 해야 한다. 명성만으 로, 많은 책의 저자라고 해서 교육의 효과가 반드시 높은 것도 아니 고, 만족도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 잘못 만난 강사 한 명으로 실패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결국 교육은 교육자와 피교육자와의 상호작용에서 일어나는 행위이므로 이 점을 명심 하여 향후 강사 선정에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공지능이 나오더라도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인간적 교류의 기본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므로 더더욱 탁월한 강사의 발굴과 섭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결국 제대로 된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달라진 시대와 세상의 트렌 드를 최대한 활용하여 보다 창의적이고 신선한 콘텐츠와 교수법, 채널을 만들되, 교육의 기본원칙은 지켜 나가는 균형 감각이 필요 하다. 교육은, 어떤 세상이 오더라도 기업 경쟁력을 창출하고 확대 시키는 주요한 경영활동이 될 것이다. 다만 그 형식과 내용과 방법이 변하는 것뿐이다. 교육 담당자들이 세상의 변화와 생각의 변화, 인식의 변화를 잘 파악하여 ‘Something New, Something Different’ 한 새로운 교육의 플랫폼을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