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發 경제 리스크가 커지는 세계 경제

2018-08-30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요동치는 세계 경제

최근 신흥국 경제 위기가 고조되면서 세계 경제의 흐름이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초 IMF는 지난 4월 수정전망을 통해 2018년과 2019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9% 유지로 제한하면 서도 유로존, 일본 등 선진국 경기는 물론 인도, 브라질 등 일부 신흥국의 경기 하강을 우려한 바 있다. 실제로 선진국의 경기선행지수는 2017년 12월 100.17p까지 상승한 이후 2018년 5월 99.95p를 기록하면서 경기 둔화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신흥국 경기 선행지수는 동기간 99.91p에서 100.20p로 상승 하고 있어 비교적 양호한 상태가 예상됐었다. 그러나 지난 6월 아르 헨티나가 IMF 구제 금융을 받은 이후 최근 터키 리라화 가치 폭락등 지난 3개월 동안 일부 신흥국에서 경제 불안 상황이 급격히 늘면서 신흥국發 경제 위기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출현하고 있다.

미국만 호황인 선진국 경제

선진국 경제는 최근 호황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미국을 제외하고 유 럽 및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다소 둔화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미국 경제는 경제성장률은 다소 둔화되었으나 양호한 고용시장및 경제심리 개선 지속으로 안정적 성장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민간소비 회복이 다소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민간투자가 확대되고순 수출이 개선되는 등 향후 미국 경기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OECD의 미국 경기선행지수에 따르면, 2016년 2월 99.0p를 저점으로 지속 상승하면서 2018년 5월 현재 100.2p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컨퍼런스 보드(Conference Board)의 소비자신뢰지수도 2018년 1월 124.3p에서 2018년 6월 126.4p로 상승하면서 향후 소비 지출 호조세를 예상하고 있다. 다만, 재정적 우려, 무역 분쟁 확산 가능성, 금리인상 가속 등의 이슈가 확대되면서 나타날 돌발 변수는 여전하다. 재정측면에서는 세제 개편, 확장적 재정 지출 등 트럼프 정부의 정책 시행으로 단기적 으로 경기 부양 효과가 예상되는 가운데 재정 적자 및 부채 확대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가 2018년 3.9%에서 2019년 4.6%로 확대되고 올해 GDP대비 부채도 78%로 1968년 이래로 최고치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통상마찰이 확대될 경우 미국의 경제적 이익보다 손실이 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美 관세 인상으로 중간재 등을 활용하는 산업과 상대국의 보복 대상 품목을 수출하는 산업에 피해가 이어져 미국 GDP의 최대 0.26%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이어서 유럽 경제는 2%대의 비교적 안정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경기선행지수 및 소비자신뢰지수가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 면서 향후 경기 둔화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다.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2018년 1분기 2.2%로 2017년 하반기 2.6%에 비하여 소폭 둔화 했으나 여전히 양호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다만, 민간소비 및 총 고정자본 형성이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순 수출이 감소하고 있으며, 유로존 경기선행지수와 향후경기전망 소비자신뢰지수도 최근 고점을 지나 둔화 추세로 반전하는 양상이다. 경기선행지수는 2016년 5월 이후 상승 추세를 지속하여 2017년 8월 100.6p까지 상승하며 2012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으나, 2017년 12월 이후 하락 추세로 반전하여 2018년 5월 99.9p로 장기평균인 100p를 하회하고 있다. 소비자신뢰지수 또한 2016년 3월 -10.8p에서 2018년 1월 5.8p까지 상승한 뒤 최근 하락 추세로 반전하여 2018년 5월 -0.5p 까지 하락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남유럽 국가들이 안고 있는 높은 수준의 정부부채 및정치 불확실성 등이 경기 하방 리스크 확대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의 GDP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재정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 아울러 최근 이탈리아, 스페인의 신정부 출범으로 유로존 정치 불안이 완화되었으나 연대 불안 및 난민 문제 등으로 여전히 정치 리스크가 남아있는 점도 향후 경기전망을 어둡게 한다. 이탈리아는 여·야 갈등 및 反EU 정책 재개 가능성, 집권 연정의 포퓰리즘적 재정지출 확대로 향후 재정부담 증가 및 추가적인 EU 탈퇴 가능성도 존재한다. 스페인도 라호이 총리 퇴진 후산체스가 신임 총리에 취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야권 연대 불안 및 조기총선 가능성 등 정치 리스크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일본도 아베노믹스(Abenomics)가 한계에 봉착하는 양상이다. 2018년 들어 일본 경제는 민간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 개선세가 약화되는 형국이다. 일본의 전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2016년 1분기 0.4%에서 2017년 3분기까지 2.0%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2017년 4분기부터 증가세가 둔화되어 2018년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1% 성장했고, 전기 대비로는 마이너스 성장(-0.6%) 을 기록하고 있다. 부문별로는 설비투자와 수출이 증가세를 보인 반면,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등이 부진한 모습이다. 경기선행지수와 소비자태도지수도 2018년 들어 둔화 및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며 내수 중심의 경기 개선세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더욱이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로 엔화 가치 상승 시,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 가능성도 상존하면서 향후 경제 회복 속도를 지연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구조적으로 일본 경제는 노동시장과 기업 실적의 뚜렷한 개선세에도 불구하고 실질임금과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점이 장기적 전망을 어둡게 한다. 일본의 실업률은 2018년 5월 2.2% 를 기록하여 1992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였고, 유효 구인배율도 1.6배로 1974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다만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임금은 2017년 이후 감소하거나 정체되고 있다. 향후 실질적인 임금 수준 개선이 불투명하고, 고령화 등으로 인한 소비성향 둔화가 지속된다면 수요 확대에 따른 물가 상승 가능성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일본의 근원 물가상승률은 2018년 6월 0.2%를 기록하여 2018년 들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위험 수위가 높아지는 신흥국 경제

신흥국 경제는 대내외 악재(Double Whammy)에 직면하고 있는 중국 경제뿐 아니라, 아르헨티나, 터키 등 대외 리스크 확산에 따른 경제 위기에 직면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선 중국 경제는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6.7%로 소폭 둔화되었 으나, 경기 흐름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이다. 경기선행지수는 2018년 5월 99.6p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100p를 하회하고 있지만 소비 자심리지수는 지속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수 회복 지연과 함께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무역 분쟁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부문의 신용리스크 확산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지난해 평균 10%를 웃돌던 중국의 소매판매증가율은 올해 상반기 누적기준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에 그치고 있고, 동기간 건설부문의 투자증가율이 3%대로 급락하면서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사상 최저치인 6.0%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發 통상 분쟁이 격화 되면서 기업의 대외거래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점도 부담스러운 측면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중국의 대외경제 환경에 대한 투자자심리 지수(기준치 50p)는 2017년 4분기 51.8p로 양호한 상태였으나 올해 4월 38.8p로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기업들이 은행 대출 보다 자금조달 비용이 저렴한 회사채 발행을 통해 대출을 상환하면서 회사채 잔액규모가 2018년 4월말 기준 19.3조 위안에 달하고 있다. 급격한 기업부문의 신용 팽창은 자칫 대규모 디폴트 사태로 번질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경제는 고위험군, 중위험군, 저위험군, 안전군 등 4가지로 분류해 살펴볼 수 있다. 거시지표만으로 판단하면 대다수 신흥국 경제가 비교적 양호한 상태라고 판단할 수 있겠지만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뿐 아니라 각국이 안고 있는 정치적 불안 요소를 감안하면 향후 경제 전망은 어둡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공 등 신흥국은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제구조가 노출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 불안, 경제 제재 등이 겹치면서 하방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 이다.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 가속화 등에 따라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 및 CDS 프리미엄 급상승, 여유 외환보유액 부족 등으로 신흥국 가운데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국가는 IMF가 지정하는 위기판단지표 기준치를 3개 이상 초과하는 국가를 말하는데, 아르헨티나와 터키는 IMF 위기판단지표 기준치를 4개 초과하여 위험성이 매우 높은 국가로 지정되고 있다.

신흥국발 경제 위기에 대처 필요

우리 경제는 아직까지는 비교적 안전한 수준을 보이나, 향후 미·중간 무역전쟁 격화, 일부 신흥국 자금 유출 확대 등 세계 경제의 하방리스크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우선 최근 국내 경제 상황의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대외 하방리스크도 상존하고 있어 경기안정화를 위한 거시경제정책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투자 활성화를 통해 성장력과 고용 창출력 고갈을 방지하는 등 대외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 내수 체력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어서 미국發 무역 전쟁이 세계경제에 리스크 요인 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통상 분쟁에 대해 주변 국가와의 국제 공조 등을 통해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무역전쟁 확산 시신속한 대처를 통해 경제주체의 불안심리 확산을 미연에 방지하고, 일부 수출시장 및 수출품목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수출구조를 개선 하여 대외 충격에 대한 적응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 취약 신흥국의 위기가 신흥국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모니터링 및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신흥국의 위기 발생, 해외자본 급격한 유출 등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처할 수있도록 대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 및 지역마다 경기 회복 속도가 상이하게 나타남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 경기 개선을 위해 국가 및 지역별 맞춤형 수출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향후 미국 경제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대미 수출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여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중국과의 경합도가 높은 수출 품목 중 對중국 관세 부과로 인해 반사이익이 가능한 수출 품목을 대상으로 한 수출 확대 방안도 준비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