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은 일터 조성, 지속가능한 노·사 성장 핵심 키워드

안상목 (주)풀무원 인사기획실 ER파트장

2018-08-30     이승환 부편집장

풀무원은 가족친화, 여성친화 경영의 대표적 사례로 매년 ‘일하기 좋은 기업’ 첫 손에 꼽힌다. ‘인간과 자연을 함께 사랑하는 로하스(LOHAS, 건강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생각하며 사는 의식 있는 생활양식) 기업’이라는 미션 아래 바른 먹거리를 소비자에게 전하는 기업 본연의 목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일과 삶의 조화(Work&Life Harmony)’를 통해 임직원 모두가 자신의 업무와 구성원을 사랑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 나갈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꾸준히 노력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안상목 (주)풀무원 인사기획실 ER파트장을 만나 일하기 좋은 일터 구현을 위한 다양한 조직개선 활동과 제도 구축 현황, 가족친화·여성친화 기업으로 더욱 굳건히 자리하기 위한 향후 계획을 들었다.

‘일하고 싶은 일터’ 조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기업 성장과 생존의 필수 전략이다. 이에 관한 풀무원의 의지 그리고 조직 문화 개선을 포함한 다양한 노력을 소개한다면.

풀무원은 창사 이래 생명존중과 이웃사랑의 브랜드 가치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노력해왔다. 이는 조직 운영을 위한 가치로도 전개되고 있다. 비근한 예로 우리 사회 뿌리 깊은 남성 중심적 문화와 인사제도를 타파하기 위하여 2020년까지 여성 임원직 30% 발탁 제도를 추진해오고 있다. 풀무원식품의 경우 목표 8명 중 7 명이 현재 위촉되어 있는 상태다.
더불어 현재 우리 기업은 ‘실시간 경영(Real Time Enterprise)’을 추구하고 있다. 조직원들이 회사 경영성과에 연동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그 기초는 전사적 경영정보의 공유에서 시작 된다. 회사 업무포탈에 접속하면 모든 조직원이 매출일보 현황을볼 수 있어 성과 증진을 위한 활동을 추진한다. 지속적 혁신을 위해 관련 프로세스도 시스템화하여 조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며 얻은 지식을 암묵지적 상태에서 접근 가능한 자산으로 발전시켰다. 법정 노사협의회인 ‘열린위원회’를 통하여 주요 경영실적과 경영계획을 공유하고 조직원들이 업무 수행 중 느끼는 고충해결을 위해 경영진이 솔선하는 모범도 보이고 있다. 기타 사내 문화개선조(Change Agent)인 ‘씨큐빅’은 10년의 세월동안 각종 조직문화 활동을 실시하여 사내 조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있다.

조직문화는 가정의 가풍과 같다. 가풍을 만드는 이가 가장이듯 조직문화를 혁신하는 힘도 결국 수장의 의지에서 시작된 다고 할 수 있다. 최고경영자의 이에 대한 철학이 궁금하다.

총괄CEO께서는 진정성에 기반한 풀무인의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줄곧 강조해 오고 있다. 이를 위하여, 조직의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가 소통은 더하고(+), 혁신과 열정은 곱하고(×), 낭비는 제거(-)되어, 행복을 나누는(÷) 문화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자고 당부하고 있다. 변화는 더디지만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라는 것이 총괄CEO의 생각이고 강조점이다. 이는 ‘풀무 원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우리의 약속’에도 담겨 있다. 경영진과 조직원은 △상하간/부서간/동료간 ‘소통’을 강화하고 △일하는 방식의 패러다임을 ‘혁신’하며 △불필요한 회의와 보고문화 개선을 통해 ‘낭비를 제거’하고 △일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건강하고 행복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고자 힘을 모으고 있다.

7월 1일부터 시행된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연착륙을 위한 여러 방안들도 전사 차원에서 시행중일 것이다.

많은 기업이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도입에 따른 실질적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풀무원은 이미 올해 1월부터 정시출퇴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BACK TO BASIC’, 즉 기본부터 지키는 것이 사내 조직원들의 준법성을 확립하는 기초체력을 키우는 길로 여겼다. 이를 위한 제도로 PC-OFF는 필수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또한 기존에 시행되던 ‘가족사랑데이(매주 금요일)’ 외에 자기계 발데이(매주 수요일)를 추가 편성해 임직원들의 6시 정시 퇴근을 장려하고 있다. 매일 오후 6시 이후 사무실 소등을 통해 저녁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문화를 구현하고자 노력 중이다. 하반기에는 ‘9 to 6’의 고정적 근무패턴에서 벗어나 개인의 업무 스케줄을 중심으로 근무 스케줄을 수립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기존 근무체제가 회사 중심이었다면 변화하는 근무체제는 개인의 육아, 가족 돌봄 등 사회적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궁극적으로 업무효율화로 귀결되는 이슈다. 이를 위한 노력도 동반되어야 할 텐데.

최우선적으로 ‘회의/보고’ 문화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가 매우 강하여 Top-Down을 통한 강력한 실행 중심의 액션 플랜을 준비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주요 회의·보고체의 통폐합, 목적 / Agenda / 보고 방식 / 주기 / 참석자 등에 대한 개선을 추진 중이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상반기부터 업무 시간 전후 회의 시 일반 조직원들의 회의 참석을 금지하고 임원만 참석하는 ‘실사구시형’ 회의를 실시하고 있다.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본사 3층과 7층에 마련한 스마트 오피스 또한 임직원들의 효율적인 업무를 돕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임직원들의 역량계발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리프레쉬를 위한 이색 제도를 소개해 달라.

임직원 대상 자기계발, 역량계발 프로그램 중 특별히 주목받는 것은 바로 ‘학습형 동호회’다. 타사의 동호회 운영이 스포츠, 문화 활동에 치우친 것을 감안하여, 풀무원은 2017년부터 학습형 동호회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본 제도로 운영 중인 동호회로 우선 퍼실리테이터 양성을 통한 ‘퍼플’이 있다. 퍼실리테이터는 디자인 싱킹을 단순히 제품 디자인을 넘어서 업무 프로세스로 확산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다. 또 풀무원의 주 업종인 식품에 관한 이해의 폭을 높이고 생산자의 한계를 넘어 소비자로서 시장에 조응하기 위한 ‘요리조리쿡’도 대표적인 동호회다. 회사는 학습형 동호회 활성화를 위해 강사 초빙 시 강사료 지급, 동호회 당일 조기 퇴근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풀무원의 미션인 ‘인간과 자연을 함께 사랑하는 로하스(LOHAS :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기업’을 체험하기 위한 기관으로 ‘로하스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매년 2박 3일의 입소교육이 이뤄지는 아카데미는 식습관, 마음습관, 환경습관을 개소하기 위한 다양한 액티비티, 유기농을 재배한 식재료로 식사하며 마음과 신체를 단련하는 프로그램 등으로 진행된다.

일하고 싶은 일터는 결국 이 시대 주요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창의’, ‘혁신’이 발현되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말하는 것일 것이다. 수직적이고 관료적인 한국기업의 뿌리 깊은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기 위한 기업 차원의 노력이 있다면.

풀무원은 2000년대 초반부터 부서 조직원 간 호칭을 ‘님’으로 통일했다. 여러 기업들이 관료적 문화타파를 위하여 직급 명칭 간소화나 영어 호칭 등을 사용하기 훨씬 전부터 시행된 것으로 선도적으로 미래를 준비한 사례로 평가를 받는다. 이런 노력은 총괄 CEO를 위시한 탑 팀의 스킨십 강화에서도 나타난다. 총괄CEO는 매월 주요 현장을 방문하여 경영현황뿐만 아니라 본인의 경영철학을 조직원들이 이해하기 쉬운 구조와 단어로 마련한 ‘토크콘서트’를 갖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풀무원의 경영철학과 워크 앤 라이프 하모니, 기타 수평적 조직문화 구현을 위한 액션 플랜을 직접 설명하고 임직원들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한다.
가족친화, 일과 삶의 조화에 있어서 각종 제도를 구축하는 데는 조직원의 목소리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자기계발데이나 출산 시별도 허가가 없어도 육아휴직이 바로 보장되는 자동육아휴가제도는 조직원 대표인 열린위원회의 제안사항을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수용해 진행된 사항이다. 육아하기 좋은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근로시간 추가 단축제도도 임직원들의 자발적 의견을 수렴하여 제도화된 사례다.

기업 내 지위를 이용한 미투는 올 상반기 큰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었다. 기업 내 이와 관련된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적인 방안이 있는지.

현재 총괄CEO 산하에 양성평등센터를 운영 중이다. 양성평등센터는 기본적으로 성회롱 등의 부적절한 행위 예방을 위한 교육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별도 상담 공간, 24시간 이메일, 전화 등의 상담체계를 구축하여 조직원들이 관련 고충을 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성희롱 신고 시 관련 법률에 따라 공정한 절차와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센터는 성희롱 상담 고충 기능을 넘어, 양성이 모두 성과에 따라 인정받을 수 있는 공정한 기업문화 구축의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성 경력단절은 우리 사회 고질적인 이슈이자 풀어야 할 과제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제도를 눈치 보지 않고 이용할 수있는 조직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보는데,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앞서 잠시 언급했듯 풀무원은 여성친화 기업을 넘어 남성과 여성이 모두 육아하기 좋은 회사로 발전하기 위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법정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기간 대비 4주를 추가 했다. 또, 남성 조직원들도 배우자의 임신 건강검진을 위해 필요하면 언제든지 동행할 수 있도록 근태제도를 개선한 바 있다. 여성 임원 30%를 추구하는 이유도 적극적 개선조치를 위한 활동이다. 개별 여성근로자들의 육아 휴직 후 회사 복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집단으로써 조직 내 발언권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인원이 상수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여성임원 할당제를 운영하고 있다.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타 기업에 조언한다면.

조직원들과의 소통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등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로 인한 정보 홍수는 통제보다는 자율 속 창의성을 중심으로 사회 발전을 이끌어가고 있다. 인사 혹은 회계가 경영의 모든 것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엘리트 의식에서 벗어나 조직원들을 어른으로 대접하고 책임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문화를 구현해야 할 것이다.

풀무원이 앞으로도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할 부분을 첨언한다면.

진정한 혁신은 빠른 의사결정과 작은 성공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적절한 방향전환도 더불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난 80~90년대 고도 성장기를 추억하는 선배들은 항상 물건이 부족해 현금을 줘야 거래를 했다는 이야기를 업종과 관계없이 이야기한다. 이제는 그런 좋았던 기억들과 이별할 시기다. 풀무원은 직위와 성별 관계없이 모든 조직원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스피디한 기업으로 발전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문화가 최우선적으로 구현되어야 할 것이 다. 넷플릭스가 DVD 대여 체인에서 영상 스트리밍 글로벌 기업으로 혁신 발전한 것과 같이, 풀무원 또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하는 식품 업계 대표 기업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새로운 도전에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언제든 열린 기업, 행복하고 보람차게 일할 수 있는 일터로 거듭나도록 끊임없이 쇄신하고 발전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