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관리 제도의 추이

2011-11-08     인재경영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 회사의 인사부도 바빠진다. 회사가 연간 성취한 업적을 인적자원 관리의 관점에서 마무리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임직원들에 대한 평가, 보상, 승진심사 등 한 해 인사 업무의 사이클 상 주요한 과제들이 이때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바로 성과평가에 관한 부분이다. 성과평가는 흔히 인사고과, 업적평가, 근무평정 혹은 영어로는 Performance appraisal, Performance rating 등 여러 가지로 표현되며, 성과관리(Performance Management)제도의 흐름 상 마지막 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평가의 결과는 보상, 승진, 교육, 후계자 계획 등을 결정하는 기본 자료로 사용된다. 그래서 성과관리 제도는 인사제도의 척추(backbone)로까지 불린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부 회사에서는 성과평과를 연말에 한번하고 마는 단순한 요식행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상위 고과를 돌아가면서 주거나 혹은 역으로 승진순서가 된 사람에게 고과를 맞춰주는 경우도 생긴다. 이렇게 하는 성과평가제도는 시간과 노력의 낭비일 뿐이다.

사실 제대로 된 성과관리제도는 이러한 인사결정의 기본 자료로서의 역할을 훨씬 넘어서는 종합적이고도 전략적인 역할을 하는 경영수단의 하나이다. 하지만 성과관리제도는 다른 인사제도와 체계적으로 연계되지 않고 그 자체만으로 존재해서는 별 의미가 없다. 인적자원관리의 전 과정을 회사의 사업목표에 연계한 하나의 흐름으로 인식하고, 이를 지원하는 보상이나 교육 등 각 세부 인사제도를 성과관리제도에 유기적으로 결합시켜야 한다. 성과관리제도는 연말에 한차례 하는 성과평가 자체가 목표가 아닌, 연중 일어나는 성과관리의 전 과정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체계적인 성과관리제도는 대부분 ‘목표에 의한 관리(MBO: Management By Objective)’를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1950년대 피터 드러커에 의해 제창된 후 IBM, GE, Motorola 등의 다국적 기업에 의해 확산된 MBO도, 실상 애초에는 개인의 업무목표를 바탕으로 한 업적평가에 평면적으로만 초점을 맞춰서 개인의 업무능률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MBO식 제도는 MBO의 애초 목표를 확장하여 업적평가 뿐만 아니라 직원간의 대화 및 의사소통, 개인개발 및 교육, 일상적인 코칭 등이 포함된 종합적인 개념으로 발전했다. 사실 이러한 부분도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능률향상에 기여를 하겠지만, 목표를 주고 결과만 평가하는 애초의 방식과 달리 후자는 개인의 발전을 회사가 지원하여 회사도 같이 발전한다는 개념에 전제한 것이다.
회사는 체계적인 성과관리제도를 운영함으로서 직원들에게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고 자극과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또 직원은 상사의 코칭과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하여 개인을 개발하고, 일선 관리자에게는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고양한다. 이를 통해 회사는 생산성 향상과 함께 조직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성과관리제도의 흐름은 보통 목표수립 단계를 거쳐 일상적인 코치, 직원개발계획의 수립, 그리고 중간 평가에 이어 최종 업적 평가로 이루어져 있다. 코칭은 일정한 시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하는 일상적인 것이다. 예전에는 ‘카운셀링’이란 용어를 사용했으나 관리자의 보다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에서 요즘에는 카운셀링이란 용어 대신 거의 ‘코칭’을 사용한다. MBO식 성과관리제도의 도입 시,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 중 하나가 목표수립 시 계량화하기 힘든 목표를 가진 관리부서 직원들이 어떻게 객관적으로 목표를 수립할 것인가 인데, 많은 연구결과 및 실제 운영상황에서는 거의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관리자와 직원은 몇 자의 서술만으로도 무엇을 할 것인지 서로 알고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SMART’방식도 비계량화 목표수립에 도움이 된다.
평가 시에 부딪치는 다른 기술적인 문제는 평가척도 및 평가 오류에 관한 것이다. 평가척도는 5점이나 6점 척도와 같은 다점척도에서 3점 척도처럼 아주 단순한 형태로 발전하다 최근의 글로벌 추세는 4점이나 5점 척도와 같이 그 중간적인 형태가 가장 널리 쓰인다. 또 평가오류는 관대화 오류, 중간화 오류 등 기술적인 문제도 있지만, 기업문화 및 관리자가 가지고 있는 공정성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보다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관리자가 성과평가에 대한 분명한 이해와 공정성을 가지고 있다면 기술적인 오류는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아니다. 한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직장인 중 24퍼센트는 회사의 업적평가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들 중 58퍼센트는 이직의향을 갖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러한 공정성 문제는 성과관리제도의 효용성 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참고로 가장 빈번한 기술적인 오류는 ‘최근 업적중시 오류’로 알려져 있다.

최종 성과평가 결과는 연계된 보상제도에 따라 연간 정기 임금인상 형태의 개별적 성과급과 인센티브나 보너스 형태의 집단 성과급을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근거로 사용된다. 여기에서 비로소 체계적인 보상제도의 유무는 의미를 가진다. 체계적인 성과관리제도가 없는 보상제도는 합리적인 관리가 어렵다. 하지만 성과관리제도가 체계적이라 해도 보상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효율적인 보상관리는 힘들다. 이를테면 연공주의적인 임금제도를 그냥 두고서는 성과주의 방식의 성과관리 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최근 들어 글로벌적인 시각에서 보아, 성과관리제도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발전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첫째, 최고 경영자로 부터 전 직원에 이르기까지 회사의 사업목표 및 전략을 개인목표와 강력히 연계(alignment)하는 것이다. 최근의 정보기술 발전에 힘입어 성과관리 시스템이 IT화됨에 따라 이러한 접근방식이 보다 용이해진 배경도 있지만, 조직목표와 개인목표가 연계됨으로서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서 전 임직원이 목표에 대한 분명한 공감대를 가지고 보다 능동적이고 유연히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에 따라 최근 일반화 되고 있는 사업실적에 따른 변동급여제도 점차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둘째, 직원들의 업무수행과정에서의 윤리성을 업적평가의 주요한 요소로 더욱 강조하고 있다.
셋째, 성과관리제도의 근본적인 접근방식의 전환 추세이다. 아직 보편화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직원의 개발 및 업적평가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에서 벗어나, 업적평가에 추가하여 직원의 전략적인 잠재력, 해당 직무의 중요성, 자발적인 몰입정도 등의 다면적인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보상이나 승진, 교육, 후계자육성계획에 반영하는 것으로, 앞으로 IT산업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과 함께 성과관리제도는 인사에 있어 만사이다.



변 연 배
모토로라코리아 인사총괄전무
a20114@motoro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