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중요성 반영한 ‘한독’의 평가

SPECIAL REPORT_혁신의 시기, 이젠 평가도 달라져야

2018-10-01     백진기 한독 부사장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산출물은 복제 어렵고 부가가치 높아

Global Search Firm에서 주최한 ‘Talent Management’ 포럼에서 국내 가장 큰 화학연구회사 CEO가 주제발표를 했다. 그 회사가 지속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쉽게 Copy할 수 없는) ‘Long Cycle Products’가 있었기 때문이고 앞으로 이 부분에 더 집중한다는 얘기였다. 중국이나 인도의 발전 속도가 엄청나 이제는 화학분야도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는 것이다. (쉽게 copy가 가능한) ‘Short Cycle Products’는 특히 중국 때문에 설 땅이 없다고 한다. ‘어떻게 Long Cycle Products을 확보하셨나?’라는 질문에 그 CEO는 ‘분야가 다른 여러 연구자들이 협업을 하면서 만든 결과물은 쉽게 복제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부연하면, 부가가치가 높아 회사의 효자 전략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회사의 평가지표 중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협업이고 협업에 얼마나 공헌 (Contribution)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 평가의 핵심이라는 설명도 CEO는 강변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다른 회사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Long Cycle Products가 있어야 차별화되고 그렇지 않으면 결국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그렇다면 평가지표에 ‘협업’을 어떻게 넣어야 할까?

개인의 ‘KPIs평가’에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어떤 업무든 일을 시작하는 단계 또는 진행하는 중간, 혹은 일이 완성되었을 경우 관계된 사람들(Stakeholders)은 적어도 2명 이상 이다. 다시 말하면 어떤 회사 업무라도 팀 동료 등 이해관계자 없이 업무수행자 혼자 완성하는 일은 없다는 얘기다. 그럼 일의 완성도를 평가할 때는 일에 관여된 직원들이나 고객들에게 그 일의 완성도에 대해 묻지 않고 본인 평가와 관리자 평가만으로 평가하면 객관적이고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특히 평가를 하면서 획득하고자 하는 아래 여러 목표들을 충족할 수 있을까? 대답은 “부족하다”이다.

▪ 평가의 타당도(Validity)와 신뢰도(Reliability) 획득
▪ 피평가자와 관리자, 그리고 이해관계자 모두가 평가결과에 대해 서로 놀라지 말아야 하는 ‘No Surprise’ 획득
▪ 피평가자 간의 평가결과에 대한 변별력 획득
▪ 상위 조직목표에 한 방향 정렬(Alignment) 획득
▪ 결과적으로 개인 성과와 역량의 향상 획득
▪ 투명인사와 공평평가와 이에 따른 공정인사의 실현 획득
▪ 피평가자와 관리자, 그리고 이해관계자 간의 신뢰형성(Trust Building) 획득 등

여러 가지 평가목적들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데 일조하려면 본인과 관리자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리뷰도 참고해서 평가하도록 시스템에 반영해야 한다.

실례를 들면 한독의 IPaD(Individual Performance and Development)에는 위와 같이 이해관계자의 의견들을 평가에 반영하도록 시스템화되어 있다. 이미 회사 내의 어떤 업무도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없다. 만약 그런 업무가 있다면 시스템으로 해결하거나 도급(Outsourcing)으로 해결했을 것이다. 업무의 복잡성과 연관성이 증가하여 한 업무만 따로 떼어 완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결론이고 완성도 높은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협업’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CFT, TFT 운영에도 ‘협업’은 평가대상이 되어야

거의 모든 회사가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 하기 위해, 또 앞서 말한 △Long Cycle Products을 생산해 내기 위해, 작게는 △적은 인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조직적인 차원에서는 △기능적 조직(Functional Organization)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들만의 △특별한(Unique) 경영모델을 만들기 위해 등등의 이유로 많은 CFT(Cross Functional Team)과 TFT(Task Force Team)을 사내에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한독도 마찬가지다. 이를 단계별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 10여 년 전부터 CFT, TFT가 간헐적으로 만들어졌다. 팀에 합류한 직원은 본인의 업무 외에 부가업무가 생겼다. 거의 해보지 않은 일인데다 타인과 협업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많은 직원이 어려워하고 때론 귀찮아했다. 특히 본인의 시간 등 많은 자원 (Resources)을 투입해야 하는 것도 어려움이었다. 반면 직원들에게 돌아오는 보상(Compensation)은 ‘수북히 쌓여 답을 기다리는 메일과 책상 위에 남겨진 일들’이었다. CFT, TFT에 합류한 보상은 단지 회사 최고경영자의 인정(Recognitions) 정도에 그치고 말았 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한 셈이었다.
2단계, 5, 6년 전부터는 CFT, TFT가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산업이 고도화·전문화되면서 혼자서 해결이 안 되는 경영문제가 속출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더하여 제약 산업의 경우 정부가 ‘출제위원’ 이 되어 ‘어려운 문제’를 융단폭격식으로 기업들에게 부가했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악화가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새로운 경영 문제들과 약가 인하 등 정부가 출제한 ‘문제’들은 어느 한 부서에서 답을 낼 수가 없는 ‘통합형 문제들’이었다. 여러 부서가 모여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러한 어려운 시기를 거치다보니, 회사에 닥친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를 풀 좋은 해결책을 마련한 회사야말로 타 기업에 비해 차별화되고 지속성장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자연스레 회사와 구성원 개개인 모두 개인의 KPIs보다도 이러한 문제해결이 회사 성장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당연히 연초에 개인의 KPIs에 설정되지 않은 업무가 CFT, TFT를 통해 부여되면 이를 개인의 KPIs에 우선 삽입시켜 시스템으로 해결했다.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반영하여 평가한 것이다.
3단계, 3년 전부터는 아예 LRP(Long Range Plan), 신제품 TFT CP, MES 등의 운영으로 CFT, TFT 운영을 정례화했다. 2단계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CFT, TFT 참가자가 관리자였지만 이제는 전 직원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회사의 경영모델과 전략도 다른 회사가 감히 복제할 수 없는 Long Cycle Products가 되어야 한다. 이제는 CFT, TFT가 결성되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회사의 KPIs이고, ‘이것이 개인의 KPIs에 우선한다’는 인식이 전사원의 의식에 자리 잡았고 이를 IPaD에 반영시키고 있다.

기능적 조직의 병폐인 ‘팀 내의 일이 아닌 다른 팀 일을 할 수 없어서 경험의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과 업무가 부족해서 ‘땡돌이’ ‘땡순이’를 양산하는 팀과, 일이 많아 매일 야근을 해도 일이 끝나지 않는 팀이 공존하는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고자 ‘Flexible Team’을 운영하는 등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기존 매트릭스 조직과는 조금 다른, 그러면서도 A팀 소속이지만 B팀의 업무를 KPI에 넣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Flexible Team’의 성과 관리, 성과 평가 등은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경비 사용 등의 일반 업무 프로세스는 어떻게 하는 것이 합리적일지 고민하면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모색 중이다. 이렇게 오는 데 10여 년이 소요됐다. 이런 제도들은 ‘Long Cycle Products’다. 다른 회사가 쉽게 모방할 수 없을 것이라는 미욱한 생각으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