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중심의 조직문화, ‘MTP’로 시작하라

2018-10-01     유준희 조직문화공작소 대표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세계와 물리 세계의 융합이 가져올 혜택 중에 하나는 폭발적인 생산성의 증대와 이를 통한 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해지는 것이라 할 수있다. 이 혜택을 미래가 아닌 현재 이미 경험하고 있는 운 좋은 기업들이 있다. 그 중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바로 ‘에어비앤비’다. 에어비엔비는 지난 2016년 8월 기준으로 기업가치가 30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힐튼을 제치고 명실 공히 세계 최대 규모의 숙박기업이 되었다. 에어비앤비의 2018년 현재 기업가치는 400억 달러(4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힐튼이 1919년에 설립된 100년 기업이라면 에어비앤비는 설립 8년차, 그것도 설립 초기 2~3년은 창업자들이 직접 시리얼 포장판매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유지비를 벌어야 할 정도로 존재가 미비한 기업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단기간 어마어마한 폭발적 성장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힐튼이 전 세계 4,600여 개가 넘는 지점에서 16만 9,0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반면 에어비앤비는 글로벌 전체를 통틀어도 2,300 여 명인 직원들이 물리적인 호텔방은 하나도 갖지 않고 운영된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 폭발적인 생산성과 폭발적인 성장이라는 4차 산업혁명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리고 있는 기업이라 할 수 있다.
비지니스 모델 관점에서 에어비앤비의 성공비결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성공적인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 뿐 아니라 성공의 원동력이 되는 조직문화적인 특성 들에 관하여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MTP(Massive Transformative Purpose)

미국 실리콘밸리 선진 IT기업들의 씽크탱크로 불리는 싱귤래러티 대학의 살림 이스마엘은 우리 시대에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 하고 있는 100개 스타트업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공통적인 조직 특성을 정리했다. 이에 따르면 에어비앤비와 같이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토대로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하고 있는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MTP’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MTP(Massive Transformative Purpose)’는 ‘거대한 열망과 변화를 불러오는 목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하는 기업들에 있어서 ‘크게’ 생각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작게 생각하면 빠른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가 어렵다. 또한 디지털과 물리 세계의 융합이라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생태계 관점에서 작게 생각하면 운 좋게 놀라운 수준의 성장을 달성하더라도 금세 사업규모가 그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금방 뛰어 넘기 때문에 방향성을 잃고 헤매게 된다.
MTP의 첫 번째 이니셜인 Massive는 대담하고 거대한, 사람들 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만한, 그리고 구성원들의 열정을 불러일 으킬 만한 거대한 변화 또는 목적을 의미한다. 가운데 이니셜인 Transformative는 글자 그대로 ‘변화시키는’ ‘변형시키는’이라는 의미로 해당 산업분야, 시장, 공동체, 인류 또는 세상에 엄청난 변형을 만들어낼 수 있는 변화 또는 목적을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 이니셜인 Purpose는 반드시 이루어내고자 하는 분명한 이유 또는 목적을 제시하는 것으로, 구성원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응집될수 있게 하는 지고한 목적인 동시에 구성원들의 열정과 헌신, 창조적 행동을 이끌어내는 동기가 될 목적을 말한다.
MTP는 근본적으로 기존의 조직문화 가치체계에 중심이라고 할 수있는 미션과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션이 조직이 사회적으로 갖는 지고한 수준의 책임과 역할을 규명하는 형태로 미래에 실현되기를 기대하는 미래 시점 목적이라면, MTP는 오히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이며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 갈지를 구체적이고 시각적인 언어로 정의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MTP는 미래에 그것이 실현될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것이 구성원들 또는 목적에 동참하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현재 행동 변화와 열정, 창조 성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한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서 소개한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소속감을 느낄 수있는 세상(Belong Anywhere)’이라는 MTP를 가지고 있다. 세계 어디나 그곳에 살아보는 경험, 그리고 세상에 어떤 사회에도 즉시 속해보고 경험해볼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테슬라 자동차는 ‘매혹 적인 전기차를 대중화하여 지속가능한 교통의 시대를 만든다’라는 MTP를, 클라우드 발명 플랫폼을 통해 급성장하고 있는 기업 퀄키는 ‘누구나 쉽게 발명하는 세상’이라는 MTP를 갖고 있다. 코가콜라는 최근 ‘행복을 연다(Open Happiness)’는 MTP를 정립했다.

가볍게 생각하면 MTP는 기존의 미션이나 비전 선언문을 요즘 트렌드에 맞게 짧고 간단하고 조금은 재미있게 만들어 놓은 스테이트 먼트에 불과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구성원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조직이 무엇을 하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려 하는지에 대한 거대한 열망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살림 이스마엘은 MTP는 대외적으로는 사람들의 의욕을 고취시켜 그 기업을 중심으로 고객과 파트너들 때로는 경쟁자들까지도 끌어들이는 거대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조직 내부 적으로는 가장 우선적으로 구성원들의 관심의 초점을 내부 정치에서 외부 영향력으로 효과적으로 이동시킨다고 한다.

클라우즈 슈밥을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이 시대의 조직과 리더에게 요구되는 덕목으로 ‘협력’을 꼽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마틴 노왁 (Martin Nowak) 교수는 협력은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며, 인간은 협력을 통해 나날이 더해가는 복잡성 속에서 적응할수 있고,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결합을 강화시키고 발전을 이루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협력은 구체적이고 공감되는 목적과 가치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공동체가 만들어지면 저절로 발현되는 2차적인 현상이지 협력 자체를 강조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MTP는 고객이나 직원뿐만 아니라 기업을 둘러싼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공동체를 위한 효과적인 유인책이자 응집력의 원천이 된다.

구글의 MTP : 세상의 모든 정보를 조직화하여 누구나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조직화하여 누구나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구글의 유명한 미션이자 MTP를 예시로 하여 우리 조직의 효과적인 MTP를 정립하는 방법에 관하여 생각해 보자. MTP는 구조적으로 2개의 큰 질문에 대한 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우리는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가?’라는 질문이고, 두 번째는 ‘우리는 어떤 세상을 이루고 싶은가?’라는 질문이다.
첫 질문은 우리가 이 조직을 통해 산업분야, 시장, 공동체, 인류 또는 세상에 어떠한 엄청난 변화나 변화를 만들어 내기를 꿈꾸고 희망하는지 묻는다. 그리고 우리가 꿈꾸는 변화와 변형이 현재의 일의 즐거움, 다시 말하면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 속에서 호기심과 실험정신, 그리고 창조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구글 MTP의 ‘세상의 모든 정보를 조직화한다’는 부분이 여기 해당 된다. 구글이 시작할 때를 상상해보면 세상의 모든 정보를 조직화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거대한 일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 속에 호기심과 창조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 행위만으로도 구성원들의 자부심이 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좀 더 극단적인 예로, 만일 당신이 로보트 태권브이를 만들고 있는 회사에 다닌다면 아마도 동네 사람들에게 자랑할 만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두 번째 질문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어떤 세상을 이루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와 변형이 인간에게 어떤 긍정적 영향력이 있는지(Human Impact), 인류에게 어떤 좋은 삶을 제공하는지(Moral Goodness), 또는 이 사회를 어떻게 더 좋게 만드는지(Social Betterment)를 묻는다. 그리고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현재의 일의 의미, 다시 말하면 구성원들의 열정과 헌신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인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것이 현재 내가 하는 일과 소속된 조직에 대하여 자부심을 느낄 만큼 충분히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느껴지는가에 대한 확신도 필요하다. 구글의 MTP에서 ‘세상의 정보를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부분이 여기에 해당된다. 내가 하는 일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세상 모든 정보를 자유롭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는 상상은 구글의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구글의 고객과 파트너들까지도 응집할 수 있는 충분히 지고한 목적이면서 동시에 그들의 열정과 헌신, 창조적 행동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한 의미와 가치가 될 것이고, 여기에 동참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가’라는 첫 질문이 참으로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구성원들의 표면적인 자부심(Hubristic Pride) 을 이끄는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떤 세상을 이루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구성원들의 진정한 자부심(Authentic Pride)를 이끈다고 할 수 있다. 좋은 MTP는이 두 가지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

산업화시대 부족한 자원(Scarcity)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효과적인 비즈니스였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풍요한 자원 (Abundance)을 어떻게 조직화할 것 인가가 효과적인 비즈니스가 된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만의 MTP를 정립해보는 것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되는 좋은 시작점이 될 것이다. 필자가 참여하는 조직문화정립 프로젝트에서도 MTP를 중심으로 가치체계를 구축해가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어떤 MTP를 정립해야 하는가

얼마 전 한 고객사의 새로운 비전 정립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 조직 경영자들은 업계 1위라는 비전을 염두에 두고 그것이 탑 다운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토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논의 과정에서 만일 현재 업계 2위인 우리가 ‘5년 안에 업계 1위가 되자’라는 비전을 수립하면 우리 조직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앞으로 5년 동안 많은 어려움과 힘든 과정을 겪을 수 있지만 5년 후라는 미래의 시점에 우리가 업계 1 위가 된다면 조직은 더 큰 부가가치와 성과를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구성원들은 더 큰 자부심을 갖고 더 좋은 보상과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상상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5년간의 부단한 노력으로 업계 1위가 되자는 비전이 공유 되는 현재에 우리 조직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조직에서 역량이 극단적으로 탁월한 일부 소수의 사람들은 5년 동안 이 조직에서 고생을 감수하여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어쩌면 불확실할 수도 있는 미래의 혜택을 얻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이미 업계 1위가 되어 있는 경쟁자로 이직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반면 역량이 부족하고 수동적인 구성원들은 앞으로 5년간 예상되는 수많은 조직적인 변화들 속에서 자신의 생존과 지위를 지키기 위하여 스스로 방어벽으로 치고 그 속에 숨으려고 할 것이 다. 또한 평범한 대부분 구성원들은 불확실한 조직의 미래 목표를 위해서 그리고 설사 그 목표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자신 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드라마틱하게 좋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으 면서도 최소한 앞으로 5년 동안은 개인적인 성장이나 발전보다는 조직적인 목표를 위해 소모적인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느낌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이 조직의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이러한 상상이 지나치게 편향된 부정적인 생각이고, 그저 웃어넘기면 그만일 수 있는 농담거리에 불과한 것 또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상은 불확실한 미래를 기대하는 비전보다 현재의 우리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현재 시점의 동기가 될 수 있는 무엇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조직적인 합의에 이르기에 충분했다. 이 조직은 처음에 의도했던 업계 1위라는 비전을 만드는 것을 포기하고 현재 우리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을 더 즐길 수 있고, 매일의 일 속에서 자신의 일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MTP를 정립하고 이를 중심으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하기로 하였다.

한 조직의 구성원들이 자신의 조직에 대한 긍정적인 미래 이미지인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불필요하거나 나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이것은 조직문화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조직의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해진 우리 시대에는 구성원들의 일의 의미와 즐거움을 가이드하고, 하나의 공동체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