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과 협력이 완성하는 ‘모두를 위한 아름다움’

김형규 로레알코리아 인사 부문장

2018-11-29     김소정 선임기자

1903년 창립 이래 전세계인들의 뷰티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가장 혁신적인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는 프랑스 코스메틱 그룹 로레알(L'Oréal)은 100년이 넘는 전통을 이어오며 빠르게 변화하는 뷰티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해왔다. 유니버셜 라이제이션(Universalization) 즉, 현지의 문화와 차이를 존중한 세계화 전략으로 150여 국가에 진출해 명실공히 ‘매출 세계 1위 화장품 전문회사(2017 WWD)’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83,000여 명의 로레알 임직원은 ‘모두를 위한 아름다움 (Beauty for All)’이라는 미션 아래 다양성을 존중하며 창의와 혁신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김형규 로레알코리아 인사 부문장은 로레알에서 인사업무를 시작해 채용, 교육, HR BP 및 아시아 태평양 면세사업부(홍콩)를 거치며 글로벌 조직관리와 인재 육성에 있어 로레알의 DNA를 가장 잘이해하는 인물이다. 2018년 한국 토종 패션뷰티기업 ‘주식회사 난다’ 인수를 통해 새로운 출발을 알린 로레알의 비전과 그들이 바라는 인재는 어떤 모습인지, 김형규 부문장을 만나 이야기 나누었다.

 

창사 25주년 로레알코리아, ‘주식회사 난다’ 인수로 더욱 뜻깊은 2018년일 듯하다.

로레알코리아는 1993년 랑콤(Lancôme) 단일 브랜드로 출발해 현재 총 16개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를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로레알의 한국법인이다. 현지의 문화와 특성을 반영한 제품을 통해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로레알에서 올해 5월 ‘주식회사 난다’를 그룹의 일원으로 맞이한 것은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가 지닌 가치와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3CE’ 와 ‘스타일난다’로 잘 알려진 한국 토종 패션뷰티기업 ‘주식회사 난다’를 기존 4개 사업부와 별도로 두어 독창성을 이어가도록 한 것도 로레알이 추구하는 세계화 전략과 일치한다. 국내 1만 개가 넘는 화장품 회사 간의 경쟁과 유통 채널의 다변화, 소비자의 빠른 기호 변화 등 불확실한 외적 변수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연구혁신과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새로운 브랜드 발굴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로레알의 지속가능경영 프로젝트는 산업 전반의 모범사례다.

로레알의 비전은 ‘아름다움을 지속가능하게 하고, 지속가능성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다. ‘Sharing Beauty with All’ 프로젝트는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줄이고 생산의 효율성을 증대하기 위한 전방위적 도전을 담고 있다. 제품 연구, 물류, 마케팅,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 방식을 개선하고 임직원, 협력사, 지역사 회와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을 공유한다. 2017년 기준 환경적·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신제품이 76% 증가했고 그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이 73% 감소했다. 물 소비량과 폐기물 발생 감소를 비롯해 공급업체들의 지속가능 프로젝트 동참도 87%에 이른다. 53,000여 건이 넘는 지역사회 소외계층 일자리 제공과 거주국가 모범사례를 반영한 임직원 건강보험 혜택 등 함께 발전하는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의 경영 이슈와 그에 따른 HR 전략이 궁금하다.

앞서 언급했듯 수없이 많은 브랜드와 제품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급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무엇보다 조직의 민첩성(Agility)이 중요시되고 있다.

그에 따라 로레알그룹은 작년부터 ‘심플리시티 프로젝트(Simplicity Project)’라는 조직효과성향상(Organization Effectiveness Development)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협력을 기반으로 한 민첩한(Agile)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조직이 민첩해지기 위해서는 상호간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역량모델에 협력을 포함하고 ▲임원들의 주요 성과지표(KPI) 중 한가지 이상은 다른 부서와 공동으로 달성하도록 협력 KPI를 추가했다. 그룹차원의 변화에 덧붙여 로레알코리아에서는 협력 문화 형성을 위해 국문직급을 일괄 폐지하였다.

밀레니얼 세대 인재들의 유입도 조직의 큰 이슈다. 회사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이나 희생이 아닌, 개인적 가치 추구와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그들의 높은 열망을 우선 이해하고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 하는 ‘상호존중의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로레알의 34개 인터내셔널 브랜드 중 16개 브랜드(랑콤, 키엘, 비오템, 슈에무라, 조르지오 아르마니 뷰티, 입생로랑 뷰티, 어반디 케이, 클라리소닉, 로레알파리, 메이블린 뉴욕, 로레알 프로페셔널 파리, 케라스타즈, 비쉬, 라로슈포제, 스킨수티컬즈, 아틀리에 코롱)가 국내에서 판매되며 4개 사업부 1,500여 명의 직원들이 시장의 흐름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몸집이 큰 조직이니만큼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프로세스와 제도를 갖추되, 다양성과 개인의 색깔을 존중하는 기업문화를 다듬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다.

여성비율이 월등히 높은 기업이다. 복리후생과 업무방식에 있어 특장점이 있다면.

부서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여성비율이 70%에 가깝다. 로레알코리아는 90일 법정 출산휴가에 추가로 10일의 유급휴가를 제공하며 유연근무제, 다양한 복지제도를 바탕으로 여성이 일가정 양립을 통해 사회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이지만 프랑스에 본사를 둔 탓에 자발적 토론과 회의 문화가 강하며, 그룹차원에서 형식적인 직무기술 서(Job Description) 대신 유연한 형태의 핵심업무책임(Key Job Accountability)을 직속 상사와 함께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매년 본인의 달성 목표 또한 상사와 함께 정하는 등 업무에 있어 자기주도성 향상과 주인 의식 함양을 강화하고 있다.
로레알은 성별, 인종, 종교, 연령, 사회적 배경 등에 상관없이 다양한 인재가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에 가치를 두며 궁극적으로 ‘다양성’을 추구한다. 조직내 다양성이 전제되어야 우리의 미션인 ‘모두를 위한 아름다움(Beauty for All)’도 실현될 수 있다.

인사부서의 역할과 비전을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HR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조직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 융합, 성장시켜 선도적인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적인 비즈 니스 파트너라 할 수 있다. 또한 시대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역할(Change Agent) 역시 로레알코리아 인사부서의 몫이다. 다양한 인재들이 모여 함께 논의하고 협력하도록 돕는 우리의 노력이 결국은 기업의 관료주의를 제거하고 조직에 시너지를 가져오며 민첩한 결정과 행동을 가능하게 만든다. 로레알코리아 1,500여 명의 직원들이 일과 삶에 있어 진정한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

로레알의 채용방식에 있어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나.

통계에 의하면 1년 이내 퇴사하는 신입사원이 25%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취업만을 목표로 본인의 적성이나 성향, 직무 등을 고려하지 않는 개인의 문제와 서열화가 손쉬운 평가항목에 의존한 채용 프로세스로 인한 미스매치 때문이다. 결국 출신 학교나 전공, 자격증등 소위 스펙이 업무와 기업문화에 대한 적합도를 검증하는 데 변별 력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력서 대신 영상으로 자신을 소개하거나 다면평가, 어세스먼트 센터 등으로 채용방식이 변하고 있다. 뷰티 산업을 선도하는 로레알은 인재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책임감과 소명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인턴십을 중요시한다. 우리는 정규직 채용 목적이 아닌, 대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전 본인의 적성과 성향, 목표와 가치관이 얼마나 뷰티 산업, 특히 로레알의 기업문화 및 희망직무와 일치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회 제공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2~3학년 때 인턴십을 경험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로레알 인턴십은 이력서나 기타 서류 제출 없이 영상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되어 최종 단계에서는 상당수의 로레알 임직원들이 지원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실제 업무환경과 비슷한 상황 속에서 개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한다. 이를 통해 지원자들도 회사와 그 구성원들에 대한 이해를 해나가며 상호간 적합성(Fit)을 통해 선발을 하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로레알코리아 입사를 희망하는 취준생들에게 조언한다면.

로레알코리아는 구직자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외국계 기업에 손꼽 히지만 남들이 좋다고 해서, 겉으로 좋아 보여서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때문에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준비라고 강조하고 싶다. 진솔한 자신의 모습으로 회사에서 적합성을 인정받아 입사하는 것이 회사와 개인 모두에게 득이 되는 일이다. 자신을 억지로 회사에 맞추려 하거나 그런 사람인 것처럼 위장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독이 될 것이다. 사회 경력은 학교처럼 몇 년 만에 졸업을 하거나 군대처럼 제대하여 끝나는 활동이 아니라 삶과 함께 성장하고 성취하는 긴 마라톤과 같다. 따라서 본인의 평소 생각과 행동양식, 가치관과 스타일을 바탕으로 로레알을 바라본다면 적어도 괴로운 월요병에 시달리며 일하는 직장인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국내 인사담당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있다면.

실무자라면 산업환경과 법, 노동정책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HR이 전문분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일정한 지식체계와 역량모델, 윤리규정 등이 체계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인사관리협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CP(Certified Professional) 인증 자격은 채용, 평가, 보상, 교육과 노무, OD 등 폭넓은 영역에 대한 체계적 지식과 정교한 역량모델, 최신 흐름을 담고 있어 HRer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 굳이 시험에 응시하지 않더라도 관련 서적이나 강의를 듣는 것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덧붙여 타 기업 인사부서 담당자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HR은 특정 기술이나 재화를 다루는 이상으로 사람과 조직을 성장 시키는 역할이니만큼, 사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그리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훈련을 지속해야 한다. 또한 사업과 부서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동반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갖춘다면 전략적이고 효율적인 인사관리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자 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왜 하고 있는지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길 바란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로레알의 활동을 꼽는다면.

앞서 설명한 지속가능경영 프로젝트를 큰 틀로 하여 다양한 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연구와 혁신(R&I)을 위한 끊임없는 투자는 로레알이 지속 발전하는 원천이다. 매년 전체 매출의 3% 가 넘는 비용을 투자하며 환경적, 사회적 이점을 갖는 제품 개발에 매진한다. 지속가능한 소비 및 지구를 보존할 수 있는 선택을 지원하며 직원, 협력사,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로레알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모색한다. 대표적으로 여성 과학 인재 발굴과 공로자 포상을 위한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 학자상(Korea L’Oréal-UNESCO For Women in Science Awards)’ 을 2002년부터 17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사이언스오픈랩(Science Open Lab)’을 통해 지난 5년간 1,500여 명의 여고생들에게 과학자로서의 진로 탐색 기회를 제공해왔다. 로레알그룹이 실시하는 임직원 봉사와 소외이웃 지원과 더불어 한국의 사정에 맞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또한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끝으로 로레알의 비전, 로레알코리아의 역할을 전한다면.

10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정체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연구와 혁신, 모두의 보편적 권리인 ‘아름다움’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기 때문이다. 전세계 매출 1위 화장품 전문회사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도록, 직원과 고객과 우리 이웃이 모두 아름다워질 수있도록 최고의 역량과 최선의 노력을 해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