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선봉에 서자

백진기 한독 부사장

2018-12-27     백진기 한독 부사장

‘2019 HR, 치열함으로 무장하라.’ 주제문구에 힘이 넘친다. 치열함으로 무장한다는 것이 뭘까?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Active, Reactive)하라는 말일까? 아니면 환경변화를 리드(Proactive)한다는 말일까? 정부가 노동시장에 적극 개입해 근로시간, 임금까지 간섭하는 마당에 적극 대응을 하지 않는 회사가 있을까? 회사마다 적극 대응할 것이다. 그렇다면 ‘치열함으로 무장’한다는 말은 환경변화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환경변화를 지속성장의 기회로 만드는 것이다. HR은 회사 내 다른 부서보다 선봉(Initiative)에 서야 한다.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9년 경제전망과 KDI가 발표한 내년도 경제전망 모두 거의 모든 경제지표에서 네거티브하다. 34년 월급 쟁이생활을 했지만 그 어느 해도 경영하기 좋은 시장여건이 만들 어진 적이 없다. 매스컴을 통해 전달된 각 그룹사 CEO들의 신년메 시지에서도 “시장여건이 좋아져서 기업하기 좋다”란 표현을 단 한건도 본적이 없다. 예전에 삼성전자연수원에 가보니 이런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요동치는 현장.’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마켓 현장은 요동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간 노동시장 흐름을 지켜 보던 정부가 적극 개입하고 나선 것이 HR의 큰 짐이 됐다. 더군다나 제약업은 국민건강 운운하는 정부의 규제에 몸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1) 숙제를 슬기롭게 풀다

이런 상황 하에서 HR의 주도성은 1차적(Short Term Approach)으로 발등의 불을 끄는 데 발휘돼야 한다. 즉, 정부가 내준 숙제를 슬기롭게 푸는 데 있다. 그간 우리가 경쟁력을 획득한 것은 무엇일 까? 아마 전임 직원이 휴일과 저녁까지 오래 근무한 덕일 것이다. 꼬박꼬박 연장근로수당을 받는 직군보다도 네 일 내 일 구분 없이 주어진 막대한 양의 업무를 묵묵히 처리해 오던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않고 일 해왔던 직군들 덕분일 것이다. 이것마저 하고 싶어도 못한다. 40시간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무엇으로 경쟁력을 유지시켜야 할까? 몇몇 회사는 컴퓨터를 강제로 ‘Off’시키는 방법이나, 오후 6시가 넘으면 사무실 조명을 끄는 방법을 택했다. 과연 그렇게 하면 정부가 내준 숙제도 풀고 지속성장도 가능할까?

한독은 스마트 워크(Smart Work)를 통해 일하는 방식(Way of Working)을 바꾸는 방법을 택했다. 우선 개개인 하루일과 중 업무 몰입을 저해하는 위생요인(Hygiene Factors)을 체계적으로 제거했 다. 또 유연근로제를 전사적으로 적용했다. 유연근로제(선택근로제, 탄력근로제, 간주근로제, 재량근로제, 보상휴가제 등)의 실시는 근무시간 편성권이 회사에서 개인에게 넘어갔다는 얘기다. 2개월 전부터 현재까지 파일럿 테스트에 참가한 부서의 결과를 보면 이두 가지 조치의 향후 전망은 매우 희망적이다.

2) 업무 몰입도, 어떻게 높일 것인가

중장기적 접근(Long Term Approach)으로는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이다.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원들은 자신의 직장과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아주 중요 하다. 12가지 항목으로 업무 몰입도를 측정한 갤럽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는 직원이 64%, 이보다 더 크게 몰입 하지 못하는 직원이 24%에 달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이는 역으로 업무몰입도를 향상시키면 주 40시간을 지키면서 성과를 낼 수 있고 회사는 지속성장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앞으로 회사들 간의 성과 차이는 ‘직원들이 몇 시간 근무했나?’가 아니라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의 차이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HR이 중장기 적으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숙제는 ‘직무몰입도 향상’이라는 답이 나온다.

3) 성과관리, HR의 주도성이 발휘될 곳

또 HR의 주도성이 발휘될 곳은 성과관리이다. 유연근로제 확산과 고용형태의 다양성(정규직, 비정규직, 단시간근로제, 고령자근무, 재택근무 등)이 증가될수록 대부분 관리비용(Management Cost)이 증가한다. 문제는 높은 업무완성도를 통한 성과창출이다. 한 팀내에 다양한 근로형태가 존재하기에 팀장의 손이 더 간다. 관리에 집중하다 보면 성과창출을 놓친다. 유연근로제가 확산되면 출퇴근 관리를 증가시킬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과관리를 통해 성과를 더창출시키는데 매진해야 하고 성과를 더 창출하는 이들에 대한 인정(Recognition)을 해야 할 것이다.

HR이 해야 할 두 가지 일이 있다. 하나는 성과기여도에 따른 차별 화보상(Performance Based Compensation)이고 나머지 하나는 올바른 성과관리를 위한 즉각 피드백(Real Time Feedbacks) 시스템의 구축이다. 차별화보상은 이미 많은 회사에서 실시 중이라 이해 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다만 Real Time Feedbacks이란 용어는 생소할 것이다. 원래 성과 관리의 목표는 성과를 달성시키는 것이지 성과평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성과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모든 부서에서 일년 내내 하는 일이다. 제대로 된 성과관리 목표를 합의하여 세우고 그것을 달성 하는 방법을 같이 고민하고 코칭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 과정과 결과를 기록하고 그때그때 피드백을 준 것을 적고 연말에 평가를 받고 서로 놀라지 않는 상태(Not Surprise)를 말하는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게임이나 스포츠를 좋아한다. 왜 그럴까? 성과 관리는 싫고 게임이나 스포츠는 왜 좋아할까? 왜 어떤 직원은 일을 즐기고 어떤 직원은 마지못해 하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 다. 이 두 가지 행태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즉시 즉시 피드백이나 결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고스톱은 약 3분이면 그 결과가 나오고 농구는 짧은 시간에 골을 넣고 전광판의 숫자가 바뀌는 것이다. 전광판이나 화투판에 결과가 즉시즉시 나타나는 것이다. 일에 몰입한 직원을 보면 바로 바로 회사로부터 잘했다는 피드백을 받아 신이 나서 일에 더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일을 했는데 아무도 피드백을 주지 않으면 어떨 것 같은가? 내가 일을 하다가 장애가 발생했는데 논의할 상사나 동료가 없다면 어떨 것 같은가? 논의할 상사가 있어도 아무런 피드백을 받지 못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성과관리는 과정관리이고 그 과정에서 매일매일 피드백을 주고받고 게임에서 전광판에 성적이 나타나듯이 노트에 적는 행위를 말한다. 이것이 회사가 마련해준 과학적 커뮤니케 이션 방법이고 앞서 언급한대로 다양한 고용형태에서 개개인에게 맞춘(Tailored) 업무추진 방식이다. 그래서 회사는 2019년에는 Real Time Feedbacks System을 구축할 계획이다. 조사한 바로는 오라클, SAP, Workday 등의 소프트웨어가 Real Time Feedbacks을 구현할 훌륭한 도구이다.

4) HRer 역량개발

내게 ‘문제’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문제는 현재와 이상의 차이(Gap)’라고. 우선 직무몰입이 되어야 현재(As is)를 깨닫고 어떤 상태가 바람직한 것인지, 즉 이상(Target, To be) 을 찾게 마련이다. 현재와 이상과의 차이가 문제이고 그 차이에서 역량부족을 스스로 깨달아 역량개발까지도 가져오게 된다고 판단한다. HR 스태프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Business Partner로서 또는 Internal Performance Consultant로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 이다. HR에도 태권도처럼 품계가 있고 승급과 승단 체류연한이 있고 겨룸을 통해 검증된 성적이 있었으면 내가 HR 몇 단인지 파악하기 쉬울 것 같다. HR에도 바둑처럼 아마추어와 프로가 있다. 급이 있고 단이 있고 승단 연한이 있고 그것을 공정하게 판정해줄 KPI가 있고 대내외의 대국에서 지고 이겨서 검증까지 되는 시스템이 있다면 ‘내가 몇 단’인지 판단하기 쉬울 것 같다.

바둑이 10의 27자승 정도 되는 무한한 상황변수가 있다고 하는데 그런 면은 HR과 유사하다. HR도 정말 무궁무진한 경우의 수를 다루고 있는 기능(Function)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모든 HR 스태프들의 역량을 4단까지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3단과 4단의 차이는 엄청나다. 4단이면 사범을 할 수 있는 자격이 된다. 이것은 도장을 차려도 된다는 것이고 제자들을 키우고 제자들에게 급수나 단을 부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이라면 나는 몇 단일까? 일단 나는 다음을 HR단을 판정하는 지표(Index)로 사용하고 싶다. 도로시 레너드(Dorothy Leonard)와 그녀의 남편 월터스왑(Walter Swap)이 주장한 Deep Smart의 지표 6가지다. 이 지표들을 보고 내 자신이 HR업무를 어떻게 하고 있나 대입시켜보면 내가 몇 단인지 나타날 것이다.

■ 전문지식 구축차원에서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의 원천인 경험을 쌓았는가?
■ 전문지식 구축차원에서 지식을 탁월하게 활용하는 역량은?
■ 전문지식을 공유하는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는가?
■ 전문지식. 지혜의 틀을 만드는 중심 신념은 갖고 있는가?
■ 전문지식의 필터링차원에서 집단에서의 역할모델링을 통한 영향력 확대와 확산시키고 있는가?
■ 전문지식의 전달 차원에서 조직과 개인의 도약과 혁신을 위하여 다른 이가 무림의 고수가 되게 돕는 코치가 되어야 하고 본인도 다른 이를 코치로 모시고 성장해야 하고 있는가?

일단 각자 위의 Index로 체크해보자. 개인적으로 나는 4단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 6개중 몇 개를 만족할 수 있을까? 나는 HR 몇 단의 유단자인가? Head of HR의 흉내만 내고 있지 않은가? 내가 자기평가(Self–Assessment)를 하여 난 HR의 몇 단이야 하면 그것은 극히 주관적이다. 또한 태권도에서 돌려차기를 잘하는데 회전차기는 못하면 몇 단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HR 분야별로 다른 판정이 나올 수도 있다. HR 몇 단인지 알고 싶으면 노동시장(Labor Market)과 이해당사자들(Stakeholders) 에게 판결을 받으면 된다. 그것이 평가(Appraisal)이다. 오늘 나는 나에게 되묻는다. “너는 HR 몇단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