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팅(Ghosting)

GLOBAL REPORT - 미국

2019-01-23     조성준 가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고스팅(Ghosting)’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독자 여러분들은 유령이나 귀신을 의미하는 ‘Ghost’에는 익숙할 것이다. 고스팅이라는 단어는 명사인 Ghost를 변형시켜 마치 유령처럼 ‘사라지는’이라는 의미의 형용사 혹은 ‘사라짐’을 의미하는 동명사 형태로 쓰이는 신종 단어이다. 2017년에는 『Merriam Webster』 사전에 등재되어 공식적인 영어 단어로 공인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 단어의 사용이 증가한 것은 사람들 간의 관계나 소통이 SNS 혹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시대적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스마트폰이나 SNS는 얼굴을 마주 대하거나 직접적인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서도 빠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편리함을 주었다. 이러한 도구가 가져다 준 인간관계는 쉽게 맺어지기도 하고 또한 쉽게 깨어지기도 하는 인스턴트(Instant)적 관계이다. 어떤 사람과 더 이상 관계를 지속시키고 싶지 않을 때는 상대방의 연락에 답을 하지 않고 바로 차단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고스팅이란 이렇게 갑자기 상대방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단절하고 사라지는 행동을 의미 하는 단어이다.

고스팅은 심리적으로 상대방에게 큰 충격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자신과 소통하던 상대방이 갑자기 별다른 설명 없이 자신을 차단하거나 연락을 받지 않는 등 고스팅 행위를할 경우, 자신이 상대방으로부터 버림받은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큰 충격과 함께 공황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고스팅을 당한 초기에는 상대방에 대한 원망의 감정이 크게 나타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상대방의 고스팅 원인 제공자가 자신이라는 자책감이 더욱 커짐으로 인해 자존감이 크게 손상되는 경향도 보인다고 한다.

고스팅은 이처럼 주로 연인관계나 친구관계 등 사적인 관계 혹은 개인적인 의사소통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었으나, 최근에는 직장이나 조직 내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페이스북(Facebook)이나 링크드인(LinkedIn) 등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조직의 인사담당 자들이 직원들의 고스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수 있다. 이들이 말하는 고스팅 상황은 매우 다양하다. 어제까지 멀쩡하게 출근했던 직원이 갑자기 연락을 끊고 출근을 하지 않는다든 지, 채용면접 대상자가 아무 말도 없이 면접장에 나타나지 않든지, 출근하기로 했던 후보자가 갑자기 출근 첫날 연락을 끊고 소위 ‘잠 수를 타고’ 사라지는 등의 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빈번하다고 한다. 구체적인 고스팅 경험담 사례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우리는 새 영업사원을 고용하여 일주일 동안 훈련을 시켰지요. 우리는 그가 실전에 투입될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고, 그가 한 주 동안 잠재 고객들과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빡빡한 일정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들과의 상담 장소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고, 우리는 고객의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해 큰 손해를 입었습니다. 한 사람의 고스팅으로 인해 큰 돈을 잃게 되었지요.”(Shawn Breyer, Breyer Home Buyers의 소유주)

“우리는 오랜 면접 과정을 거친 후 올 여름에 신입직원 한 명을 채용했습니다. 그녀는 회사 근처에 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일을 시작할 날짜를 2주 정도 늦추어 달라고 요청했지요. 그런데 그녀가 일을 시작하기로 한 약 일주일 전부터 이메일, 전화, 문자도 받지 않았어요. 일을 시작할 날짜는 다가오는데, 우리는 그녀가 정상적으로 출근할 것이라고 전혀 확신하지 못했죠. 예상했던 대로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고, 첫 날은 아무 말도 없이 지나갔어 요. 우리는 나중에 그녀가 다른 직업을 가졌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녀가 그렇게 고스팅한 것은 매우 뜻밖이었어요. 면접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우리팀을 곤경에 빠뜨렸죠. 다행히 우리는 다른 신입사원을 찾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그 때문에 무척이나 마음을 졸여야 했어요.”(Riley Panko, Clutch社 선임 콘텐츠 개발자 겸 마케팅 담당자)

“우리 회사에는 매우 빈번하게 FMLA(Family Medical Leave Act) 휴가를 쓰는 직원이 있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그 직원은 거의 일을 하지 않았지요. 심지어 휴가에서 복귀한 이후에도 그녀는 수시로 조퇴와 휴가를 사용했어요. FMLA 휴가를 다 쓰고 돌아온 후, 그녀는 우리가 FMLA 휴가 이전에 그녀가 담당했던 업무를 배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우리가 제시하는 업무 일정을 따르지 않았던 것은 그녀였어요. 그녀는 무척 골칫거리였습니다. FMLA에 할당된 시간을 다 쓰고 나면, 그녀는 개인적인 휴가를 요청하곤 했지요. 그러다가 한번은 그녀가 또 휴가를 떠나 몇 달 후에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지만, 그녀는 우리의 연락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몇번씩 연락해도 마찬가지였어요. 마침내 사내 법률 고문과 상의하여 우리는 이 직원을 해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는 그녀에게 전화 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편지를 보내려고 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어요. 결국 그녀의 이름을 우리 시스템에서 완전히 삭제시켰습니 다. 아직까지도 우리는 이 유령직원(Ghost)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있습니다.”(Jillian Seijo, DevelopIntelligence社 인사담당자)

많은 조직에서 이렇게 갑작스레 나타나지 않는 사태를 막기 위해 종업원들이 퇴직을 원할 경우 퇴직하고자 하는 날로부터 14일 전에는 퇴직사실을 미리 통보하도록 하는 규칙(Two-week Notice Rule)을 시행하고 있다. 미리 퇴직사실을 알림으로써 조직에서는 해당 종업원의 퇴직 이후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채용 등 조치를 취할 수 있고, 또 퇴직에 따른 여러 가지 절차(퇴직 인터뷰 등) 를 취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규칙은 사실 법적 강제성을 부여받지 못한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임의 고용(Employment-at-will)이라는 대원칙이 최우선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고용주도 종업원들을 언제라도 해고할 수 있고, 종업원 들도 원할 때 직장을 떠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종업원이 14일 통보규칙을 따르지 않고 고스팅했다고 해서 이를 이유로 손해 배상 등 법적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14일 규칙을 따라 미리 퇴직사실을 밝히고 양자가 모두 여유를 가지고 준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예의이자 프로페셔널한 매너라고 여겨져 왔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따랐을 뿐이다. 그런데 왜 최근 들어 고스팅 사례가 더욱 빈번해지고 있는가.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원인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현재 미국 경제와 고용사정은 약 10년 전 금융위기를 겪은 이래 가장 좋은 상황이다. 전체 실업률은 4%를 하회하고 있으며, 15~29세의 청년 고용률도 61%대를 기록, OECD 전체 10위권에 들어갈 정도로 고용 사정이 좋다. 고용 사정이 이렇게 좋다 보니 구직 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여러 가지 기회가 많이 열려있는 것이 사실 이다. 이들은 동시에 여러 곳에 지원하여, 이들이 주는 복수의 오퍼를 비교하여 최종적으로 입사할 곳을 결정할 수도 있고, 한군데서 받은 오퍼를 다른 곳에서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데에 활용할 수도 있다. 또 입사가 결정됐다고 하더라도 금방 더 좋은 조건에 오퍼를 받게 될 경우 쉽게 직장을 옮기기도 한다.

고스팅이 최근 관심을 받게 된 데는 미국 연방준비은행(The Federal Reserve Board. Fed)에서 발간한 『경제동향정보(The Beige Book)』에서 고스팅이 언급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준은 지난 12 월 발간된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고용 사정이 매우 좋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 증거로 민간부문에서 고스팅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제시한 바 있다. 그만큼 고스팅은 고용시장이 판매자 주도 시장(Seller’s Market)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증거로 인정받고 있다.

둘째,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이 보다 즉흥적이고 일회적인 것으로 변화하면서 고스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변화하였다는 점도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스팅은 채용하는 회사의 전유물이었고, 지원자들의 고스팅은 그리 흔한 현상은 아니었다. 즉, 채용의 단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합격한 지원자들만 결과를 통보받았을 뿐, 불합격한 사람들에게는 따로 아무런 연락을 주지 않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반대로 지원자들은 예정된 인터뷰에 참석을 못하거나, 특별한 사정으로 오퍼에 응하지 못하게 된 경우엔 전화 혹은 이메일로 사정을 설명하고 더 이상의 프로세스 진행을 포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굳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혹시나 미래에 다시 지원하게 될 경우를 대비한다는 측면도 있긴 하지만, 이것이 프로페셔널의 태도라고 받아들여져 왔고,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교육받아 왔기 때문이었다. 아무 말 없이 프로세스에서 이탈하거나 나가기로 한 시간과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No Show)는 교양 없고 무례한 행동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이메일이나 전화와 같은 전통 미디어와는 달리, SNS와 문자 메시지에 더욱 익숙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관계의 성립과 파기가 매우 즉흥적으로 일어난다. 이는 소통의 어느 한 편이 더 이상 관계 맺기를 원하지 않을 때에는 언제라도 깨어질 수 있는 일회적이고 취약한 관계이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매우 익숙해져 있는 오늘날의 신세대들은 굳이 헤어지는 순간에까지 상대방에게 듣기 거북한 설명과 유쾌하지 못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또 이러한 커뮤니케이션과 대인관계의 방식은 신세대 사이에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잘못된 행동 이거나 무례한 행동이라는 인식이 이전 세대들에 비해서는 약하다. 따라서 고스팅의 행위가 개인적인 것이든, 공적인 것이든 그것에 대한 거부감이 약해짐으로서 더욱 빈번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셋째, 고용주와 종업원 간의 심리적인 유대와 연대감이 크게 약화된 것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들 수 있다. 과거 고용주와 종업원의 관계는 심리적 계약(Psychological Contract)관계로 설명되곤 했었다. 즉, 고용주와 종업원 쌍방 간에는 무언가 해 주어야 하고 이렇게 해주면 나중에 보답을 받을 수 있다는 상호 기대가 존재했었다. 이것은 고용계약서에 공식화되거나 문서화되는 것이 아니고,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용주와 학원들 간의 상호 신뢰가 그밑바탕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종업원을 일단 고용하면, 조직은 이들을 마치 한 가족처럼 보살펴 주었고, 종업원들은 그 대가로 조직에 충성을 바쳤던 것이다. 이러한 관계에서는 고용주와 종업원들 간에 매우 단단한 연대 의식이 생겨날 수 있었다. 심리적 계약 관계는 결코 즉흥적이고 간단하게 형성되고 파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날 고용 관계는 크게 변화하였다. 고용 관계는 결코 영구적이거나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아니고,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는 일회적, 임시적 성격이 지배하게 되어, 만남(고용)과 헤어짐(해고)이 쉬운 인스턴트한 관계로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종업원들 역시 과거에는 한번 직장을 정한 뒤에는 웬만 하면 바꾸지 않고 한 조직에 오랫동안 근무하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더 이상 이러한 생각이 유효하지 않다. 조직이 종업 원들을 책임져 주지 못하고 필요에 의해 언제라도 해고할 수 있는 관계에서는 종업원들도 더 좋은 기회가 생기면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더군다나 오늘날에는 재택근무나 원격근무와 같이 고용주의 사업장에 직접 출근하지 않고, 자기 집이나 기타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근무하는 경우(Remote Work Settings)가 많이 보편 화되었다. 심지어 관리자와 그 관리자 밑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서로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알지 못한 채 함께 업무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관리자 혹은 고용주와 연대의식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고스팅은 더욱 더 증가하고 보편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간의 고스팅이,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취약해진 사람들 간의 관계와 인간의 소외 및 파편화를 보여 주는 것이라면, 이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조직과 직장에서 점차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고스팅 역시 고용주와 종업원 간의 전통적인 관계와 연대가 깨지고 파괴된 현실을 반영하는 지표라 하겠다. 개인 간의 고스팅이 연인 간 혹은 친구 간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것과 유사하게, 조직에서 나타나는 고스팅은 고용주에게 유무 형의 피해를 끼치는 것 외에도 그동안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고, 이러한 사례가 빈번해진다면 조직의 분위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조직에서는 가급적 고스팅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 구성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그들을 항상 존중하는 자세로 대하는 예방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고스팅이 앞으로 더욱 보편화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그 동안 시행해 왔던 퇴직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보다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나가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