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중국의 경제정책 방향은?

GLOBAL REPORT - 중국

2019-03-26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19 양회(兩會) 개최

지난 3월 3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중국 베이징에서 올해 중국경제의 향방을 결정할 양회(兩會)가 개최됐다. 매년 3월초에 개최되는 양회는 중국의 최대 정치 이벤트로 전국인민대표대회(全國人民代 表大會, 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全國人民政治協商會議, 정협)라는 두 개의 회의를 통칭하는 용어이다. 일반적으로 그해 정부 운영방침이나 경제정책 기조가 결정되는 중요한 회의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올해는 중국경제의 하방압력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유독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번 양회에서 가장 큰 이슈는 무엇보다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어떻게 설정할지였다. 전인대 첫날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성장 목표치를 6.0~6.5%로 설정했음을 발표했다. 그동안 구간이 설정되었던 시기는 2016년으로 당시 6.5~7.0%로 발표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올해 1월 IMF가 전망한 2019년 중국경제 성장률 6.2%를 사실상 반영했다는 의견이 있을 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걸 시인한 것이다. 업무보고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항목은 침체국면에 있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을 2018년 2.6%에서 2.8%로 확대한다는 대목이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디레버리징 (Deleveraging)을 강조했던 중국정부가 확대재정을 선택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2019년 경제정책 방향

이번 전인대에서 제시된 올해 중국경제의 정책 방향을 짚어보면 전반적으로 경제의 구조조정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둔 정책들을 제시 하고 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소비 부문의 경기부양책이 올 한해 내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시장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소비 부문 관련 중국정부가 무슨 이유인지 지난해 말부터 소비부양 정책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인소득세 특별 공제 시행세칙은 지난해 12월 제시한 바 있다. 주택 부문과 자녀 교육비에 대해 세액공제뿐 아니라, 중국 거주 외국인에 대해서도 개인소득세 납부를 면제하는 조치이다. 이어서 지난 1 월 29일에는 중국 정부 10개 부처가 합동으로 전방위적인 소비부 양책을 발표했다. 자동차 소비 촉진, 신제품 소비 유도 등 총 6개 분야로 구성된 24개 조치를 제시했는데, 주목할 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시행됐던 가전하향(家電下鄕)과 이구환신(以舊換 新) 정책 1) 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부양책들은 사실상 지난해 말부터 하강국면으로 접어 들고 있는 소비 경기를 살리기 위한 중국정부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판단된다. 소매판매 증가율이 2019년 2월 8.2%를 기록하며 지난해 11월부터 소비에서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부양효과가 미진할 경우 소비부양책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투자 부문도 경기가 얼어붙긴 마찬가지다. 2019년 2월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은 6.1%로 소폭 회복되고 있지만 2018년 중반부터 냉각되었던 투자의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인대에서도 이를 의식했는지 철도 8,000억 위안, 도로 및 수로 운송 1조 8,000억 위안 등 교통 인프라 부문의 대규모 투자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투자의 부진 요인을 인프라 투자라고 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민간 부문의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이 8.7%로 상대적으로 양호한데 비해 국유 부문은 1.9%에 머물면서 최악의 투자부진에 직면한 게 사실이다. 다만, 최근 국유기업에서 한계 기업들이 속출하면서 투자도 동반 위축되었던 터라 올해 인프라 투자 확대가 얼마나 효과를 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오히려 기업부채 확산을 더욱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BIS에 따르면, 2018년 2분기 중국 GDP 대비 기업부채 비중은 155.1%를 기록하고 있다. BIS에서 조사한 42개 국가 중 중국보다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중이 높은 국가는 스웨덴, 이스라엘, 룩셈부 르크, 홍콩, 네덜란드, 벨기에 등 6개 국가에 불과하다. 1인당 GDP 수준으로 볼 때, 중국보다 모두 높은 수준의 국가들이다.

「The Economist」(2019. 2)에 따르면, 기업부채와 1인당 GDP는 매우 밀접한 선형관계를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처럼 1인당 GDP가 1만 달러 수준인 국가가 이처럼 기업부채 수준이 160%에 육박하는 사례는 그동안 전례가 없었다는 것이다. 기형적으로 기업 부채 비중이 급증한 원인은 과도한 투자 등 과거 양적성장을 부추 겼던 왜곡된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정부 입장에서는 이러한 부채의 리스크에만 전념하기에는 더는 투자 부문의 경기 급락을 좌시할 수 없는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전인대에서는 또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새로운 정책도 제시하고 있다. 상해자유무역시험구 신구간 증설 등 장강(長江)삼각주 2) 지역 통합뿐 아니라, ‘외자3법’을 통합한 외상투자법 시행안 통과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올 양회의 이슈 중 하나는 외상투자법 시행일 것이다. 외상투자법은 기존의 외자기업법, 중외합자경영기업법, 중외 합작경영기업법 등 외자 3법을 하나로 통합해 만든 법이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미중 통상마찰 압박이 이어지면서 중국정부가 미국 측의 요구사항을 형식적으로 반영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인투자법에는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이전 강요 금지, 외국인 기업의 내국민 대우, 외국인 독자 기업 허용 분야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구체적인 개방화 조치가 나온 셈이다. 이로 인해 향후 대외개방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외국인투자와 관련해 중국정부는 지난해 8월 ‘외자진입특별관리조치(네거티브리스트)’도 단행하면서 외국인 직접투자(FDI) 진입장벽을 낮추는 조치를 내놓기도 있다. 중국은 1995년부터 ‘외국인직접투자산업지도목록’(外商投資産業指導目 錄)을 발표하여 외국자본 도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2017년까지 총 7차례 개정해 왔고, 2018년에는 네거티브리스트를 통해 63개의 제한·금지업종을 48개로 축소시키고 있다.

셋째, 제조업 부문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한 감세 정책을 강조하는 한편 산업 업그레이드 방안은 전략적으로 우회하는 입장을 보였다. 우선 감세 정책은 올해 들어 급격히 냉각되고 있는 수출경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수출증가율은 9.1%를 기록해 잠시 춘절(春節) 효과 등 계절적 요인이 나타났으나, 2월 20.7% 급감하면서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아세안(ASEAN), 유럽연합(EU), 미국 등 중국의 주요 지역 및 국가별 수출증가율도 2월 현재 각각 -13.2%, -13.2%, -28.6%로 일제히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제조업 등 업종에서 부가가치세율을 현행 16%에서 13%로 인하하고, 기업의 사회보험료 납부 부담도 줄여나갈 방침이라고 전인대에서 밝혔다. 예를 들어, 각 지방 도시에서 일하는 종업원의 기본 양로보험 부담이 큰 기업들에게 보험료 비율을 16%로 낮춰 기업의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다.

이어서 ‘중국제조 2025’와 같은 중장기 산업화 전략에 대해서는 미중 통상마찰을 감안한 것인지 직접적 언급은 없었다. 다만 빅데이터, 인공지능 연구개발, 신흥산업 클러스터 육성 3) 등 기존 ‘중국제조 2025’ 전략 내용과 크게 벗어나지 않은 범위 내로 언급했다. 이때문에 고부가가치 혁신형 산업화 전략은 사실상 기본을 유지하되 변형된 형태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종합적으로 이번 중국의 2019년 전인대를 평가하면, 올해 중국정부는 감세, 보조금 등 적극적 재정정책뿐 아니라, 대외개방을 통한 경기활성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부채 축소, 그림자금융 통제 등 기존의 구조적 개혁 강도를 조절해 내·외수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췄다는 의도가 강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미중 통상마찰 지속, 기업부채 급증, 경기 급랭 등 경기하방 리스크가 한꺼번에 밀려온다면 경기부양 효과도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지난 1989년 이듬해인 1990년 3.9% 성장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응

최근 미중 통상마찰 여파가 중국 경기둔화로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도 동반 둔화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사실상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미중 통상마찰로 인해 중국 경제가 받는 피로감은 이만저만 이 아니다. 이에 따라, 對중국 경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중국의 경기둔화로 올해는 수출부문에서 하방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9년 1월 우리의 전체 수출 증가율은 -5.9%이며, 반도체, 석유제품,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 등 주요 수출 품목에서도 동월 각각 -23.3%, -4.8%, -7.5%로 감소 양상을 보였다. 특히, 對중국 수출 증가율이 1월 -19.2%로 급감하는 등 중국의 경기둔화 여파가 가시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산업경쟁력 측면에서도 최근 중국 제품의 질적 업그레이드가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경쟁력 약화 우려도 상존 하고 있어 이에 대한 준비도 병행해야 하는 처지이다. 즉, 반도체 등 對중국 수출 주력 품목에 대한 경쟁력 강화만이 중국의 경기 하락 영향을 적게 받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더욱 고민되는 것은 미중 통상마찰이 합의에 이르면서 파급될 영향이다. 미중 통상합의로 중국이 반도체, 자동차 등 첨단 제조업 제품에 대해 對美 수입을 늘려간다면 결과적으로 중국시장에서 우리의 품목 경쟁은 점차 약화될 게 자명하다. 또한, 경기 둔화가 가속화되면 중국 내 기업부채 및 그림자금융 문제가 재차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중국의 외환 및 금융發 리스크 확대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러려면 외환시장의 안전판을 더욱 강화하고 일시적 신용경색 사태에 대비해 시장의 유동성 공급 상황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국내로 투자된 중국 자금의 대규모 유출 등 외환 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한 대책을 사전에 구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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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전하향(2009.2~2013.1)과 이구환신(2010.6~2011.12) 정책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시행했던 조치로 가전하향은 농촌거주자 및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가전제품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식이고, 이구환신은 28개 도시지역 거주자가 기존 보유 가전제품을 신제품으로 교환 시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취지로 추진된 바 있음

2) 중국의 상하이(上海), 장쑤(江蘇), 저장(浙江) 등 세 지역을 중심으로 한 삼각주 지역을 말하며, 중국 GDP의 약 20%를 차지함

3) 차세대 정보기술, 첨단 장비, 바이오 의약, 신에너지 자동차, 신소재 등 기존 ‘중국제조 2025’의 10대 중점사업에 해당하는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