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있는’ 4차 산업혁명 인사 5대 성공공식 III

2019-07-29     박은연 UnaMesa Association 위원

< 연재 순서 >
1. 글을 시작하며
2. 사람 × 디지털 (Human × Digital)
3. 다양성 × 연결망 (Diversity × Network)
4. 일 × 미래 (Future × Work)
5. 지속성 × 개발 (Continuous × Development)
6. 구성원 × 경험 (Employee × Experience)

 

4차 산업혁명에서 인사가 성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는 ‘산업혁명의 시발점인 기술상의 혁신이 무엇인가, 이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생산방식이 등장하는가, 이런 혁신적인 생산방식(산업)에 필요한 인적자원은 무엇인가’의 수순으로 정해진다. 지난 200년 남짓 사이 기업의 기본인 생산의 베이스가 되는 기술이 기계에서 전기에 의한 대량생산으로, 컴퓨터에 의한 자동화로 그리고 융합으로 혁신되면서 인사가 찾고 키우고 관리하는 인재도 근본적으로 변화하였 다. 이에 더해 기술 변화 속도가 가속되면서, 산업혁명 간의 기간이 100여 년에서 70년, 30~40년으로 단축되니 지속적으로 기업이 성공하려면 인사의 변화 속도도 빨라져야 함은 자명하다.

3차와 4차 산업혁명기 필요한 인재(Talent)의 차이가 흥미롭다. 3차에는 전문성과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으로 대변되는 과학, 공학, 수학 등의 기술을 갖춘 인재가 필수적인 반면, 4차 산업혁명기에 기업과 국가경제가 성공하기 위해 필수적인 인재는 빨라진 변화에 대한 적응력은 필수이고, 특히 공감능력(Empathy)은 이전 시기에는 볼 수 없었던 감성 부분 능력이 처음으로 인재의 최대 성공요소로 등장하였다.

표로 보면 언뜻 추상적인 이야기나 몇 십 년 후의 이야기로 생각될 수 있으나, 현 추세로 4차 산업혁명 기간이 불과 10~20년 남짓할 것임을 감안하면 당장 인사가 움직여야 한다. 필자도 최근 혁신이 뜨거운 실리콘밸리의 기업에서 공감능력이 얼마나 당장, 실전적으로 중요시되고 있는가를 체험했다. LinkedIn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Jeff Winer는 필자의 아이가 다니는 동네 공립초등학교에 자녀들을 보낸다. 올 봄 학부모들 대상 초대담론회에 참석했는데, 이 대기업 창업회장이 주중 저녁 조그만 강당에서 본인이 후원하는 ‘Compassion Project’라는 사회운동 이야기를 교장선생님과 한 시간 동안 열렬히 토론하는 것을 들었다. ‘Compassion’은 번역하자면 연민, 측은지심 정도가 될까? 위에서 4차 산업혁명기의 필수로 언급된 공감능력과 밀접히 연관된다. 그는 “STEM보다 훨씬 중요한 공감능력은 길러질 수 있기에 초등학교에서부터 가르쳐야 하며, 회사 임원을 뽑을 때도 전문성을 포함한 어느 능력보다 공감능력을 주요 기준으로 삼고 채용·보상한다”고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후에 찾아보니 과연 ‘연민/공감경영’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연민/공감경영이라니 달라이라마나 부처도 아니고 그래서 사업이 되겠나 의문을 던지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나, 그가 2018년 세계에서 가장 연봉이 높은 최고경영자 1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LinkedIn을 창업한 지 13년만에 Microsoft가 인수하여 자산 1조가 넘는 부자임을 보면 이렇게 해서는 사업이 안 된다는 말은 통하지 않을 반박이다. 이런 리더십으로 세계 최대 직장평가 사이트인 Glassdoor에서 구성원이 선정한 10대 최고경영자 반열에 오른 것은 물론이다.

왜 공감능력이나 Compassion이 4차 산업혁명기 인재와 리더가 갖춰야 할 요소일까? 이는 가속화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이 “혁신”이기 때문이다. 그럼 혁신 역량 키우기는 인사가 성공하기 위한 5대 공식 중 어디에 해당될까? 그 답은 다양성과 연결망! 지금부터 성공공식의 두 번째 편, ‘다양성과 연결망’을 살펴보자.

4IR HR 성공공식 #2=다양성×연결망(Diversity×Network)

지난달 ‘사람 × 디지털’과 마찬가지로 2019년 데이터를 가장 잘 갖춘 13개 트렌드 글에서 이 분야에 속하는 키워드 빈도를 분석한 워드클라우드로 살펴보자. D&I로 표기되는 다양성과 포용성 (Diversity & Inclusion)과 팀들의 연결망(Network-of-teams)이라는 두 개념이 가장 빈번히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요소이며, 이것이 적용되는 인사분야는 문화, 리더십, 구성원 몰입(Engagement)과 성과(Performance), 그리고 인재확보 및 채용(Employer-brand, Pipeline) 등 분야를 망라한다.

모든 인사 요소 중 Predictive Power #1은? 다양성!

필자가 진행했던 많은 실증 연구들 중 전세계 1,000개 이상 대기업 들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여 머신러닝을 사용해 모든 인사분야 수백 개의 소위 Best Practice 중 어느 것이 인사의 성숙도와 혁신, 효율성 등 주요한 비즈니스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가 즉, Predictive Power를 본 연구가 있었다.

연구에 포함된 인사분야 수백 개 요소들 중, 9가지 요소가 기업성과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그 중 Predictive Power가 가장 높은 요소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다양성과 포용성 내포(Embedded Diversity & Inclusion)” 즉, 다양성과 포용성이 교육, 성과관리, 인재관리 등 인사의 모든 활동에 얼마나 콕콕 박혀있는가였다. 뜻밖의 결과에 세계 최대 인사전문 연구기관인 딜로이트 연구자들과 컨설턴트들도 깜짝 놀랐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인사전략, 기업문화, 채용 그 무엇보다 더 기업성과에 임팩트가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양성과 포용성을 제대로 갖춘 기업은 전반적인 성과가 좋을 확률이 8배, 혁신 성공률이 6배,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애자일 성공률이 6배, 기업KPI를 달성할 확률이 3배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만하면 ‘다양성 x 연결망(Diversity x Inclusion)’이 4차 산업혁명기 인사가 집중할 만한 분야라는 증거는 확실하다. 혁신과 애자일이 기업의 주요전략에 포함된 기업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곱하기” 디지털인 이유: 혁신 = f (다양성×연결망)

그런데, ‘다양성’이 무엇일까? 보통은 성별, 국가, 인종, 세대차이 등을 이야기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실 이들은 피상적인 구분에 불과하고, 정말 인사가 활용하여 혁신으로 이끌 수 있는 진정한 다양성은 그 바닥에 깔린 ‘서로 다른 생각의 방식들(Perspectives)’이다. 아주 다른 Perspective끼리 주는 긍정적 영향은 뇌과학으로 입증하는 연구들이 많다. 여러 언어를 배운 아이들은 창조적 문제해 결능력이 뛰어나다는 연구는 ‘질문에 정답이 한 가지가 아니고, 어떤 문제에도 정답은 여러 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언어 차원 에서 골수에 박혔을 때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 다른 연구는 어릴 때 굳이 클래식이 아니더라도 음악을 많이 들려주면, 아이의 두뇌 중 의사결정 및 성공에 연관되는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이 발달되며 이 효과는 어른이 되고서도 지속 된다는 결과도 있다. 어느 부모가 “우리 아이 임원(Executive) 만들려면 가요 프로그램을 많이 틀어줘야지”라고 할까마는, 다양한 생각의 방식을 접하는 것이 아예 뇌의 구조까지 바꾼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런데 무늬만 다양성 즉, 이들을 모아만 놓아서는 소용없고 서로 다른 관점들을 나누고 포용하고 의사결정에 섞어 넣어야 비로소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다. ‘형평성과 포용성(Equity & Inclusion)’이 워드클라우드에서도 보이듯이 2019년 인사트렌드의 중점인 이유이다. 이들이 실제 기업에서 어떤 행동으로 나타날까?

형평성은 입법조사 중인 임금분포공시제나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선언하고 이를 위해 2016년 이래 매년 30억 원씩 약 100억 원을 투자해온 Salesforce의 사례에서 볼 수 있다. Salesforce의 경우 최고 경영자인 Marc Benioff의 역할은 각종 미디어에도 칭송하여 많이 알려져 있지만, 2016년 데이터를 갖추어 그를 설득한 것이 당시 인사담당자인 Cindy Robbinson이었다는 것은 아시는지? 인사가 할 수 있는 기여를 첨예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포용성은 내 생각이 인기 없는 의견이거나, 상사 또는 심지어 CEO와 반대되는 생각이라도 기탄없이 이야기할 수 있고 ‘포용’되는 분위기로 나타난다. 요즘 기업문화와 구성원 몰입에서 이야기되는 “온전한 자신이기(Being your whole self)”, 또는 다문화사회 측면에서 언급되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라는 말이나, 논어에 나오는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군자는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지만 동류로 휩쓸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소인은 동류인 사람들과 휩쓸릴 뿐 오히려 조화를 이루지는 못한다)” 등과 같은 맥락이다. 반대로 포용성에서 철저히 실패한 사례들은 #MeToo 운동에서 언급되는 기업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포용성이 기업에서 보다 구조적인 면모로 나타나는 것이 ‘x 연결망(Networks)’ 부분이다. 사회 학이나 역사학에서는 초혁신의 시대, 르네상스를 일으킨 근원이 메디치가가 이 다양성을 끌어다 ‘연결’한 것이 결정적 성공원인이었다는 연구들이 이미 몇 십 년 전부터 있어왔다. 몇 년전 유행한 ‘르네상스경영’이나 ‘메디치경영’, 그리고 최근 각광받게 된 ‘연결망 분석(Network Analysis)’의 원천연구 중 하나가 바로 메디치가의 연결망과 이를 통한 다양성의 포용을 보여준 1993년 두 사회학 자의 공동 박사논문이었다.

기업에서 조직도로 표시되는 공식적인 관계와는 별개로 진짜 일이 진행되는 비공식적 관계 및 커뮤니케이션망이 존재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기에는 기존의 조직도로는 따라갈수 없을 정도로 변화의 속도가 가속되므로 이러한 비공식적 연결망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사회적 연결망 분석(Social Network Analysis) 또는 조직적 연결망 분석(Organizational Network Analysis)은 바로 이러한 비공식적 연결망을 눈으로 보고 파악하여 조정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주는 도구이다.

올해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다양성 × 연결망’ 은?

그렇다면, 인사측면에서 오늘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한걸음은 무엇일까?

다양성 키우기 : 의외의 전공분야 사람을 내외부에서 찾아 쓰기.[1-point 기업사례: 2000년대초 Intel에서 인류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들을 모아 만든 People & Practices Team이 User Experience Research의 원조가 되었다. 필자가 2002년 월드컵 당시 이 팀과 한국 연구를 함께 할 때만 해도 인류학의 Ethnography는 기업에서 쓰는 예가 전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포용성 키우기 : Myers-Briggs나 DiSC, Strength Finder 등으로 다른 사고 및 커뮤니케이션 방식들을 파악하고 팀빌딩에 쓰는 것도 조직차원에서 포용성 키우기의 방법. 교육은 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난이도 초급. 지속적 실행은 난이도 중급.

연결망 키우기 : 연결망 분석과 이를 통한 Silo깨기는 최근 이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으므로 난이도 중급. 조직을 공식적 (그리고 종종 위계기반인) 조직 중심에서 혁신과 변화적응에 탁월한 ”Network of Teams”로 대변되는 비공식적 연결망 중심으로 바꾸는 것은 현 조직의 상황과 미래 전략 및 문화적 적정성을 파악하고 철저히 고려한 후 시도해야 함. 난이도 고급.

알아두면 좋은 DATA & ANLYTICS - Social (또는 Organizational) Network Analysis

사회적 연결망 개념은 20세기초 시작되었고, 1934년 사회학자 Moreno가 5학년 학생들의 연결망을 그린 것이 최초의 Graph이다. 널리 쓰이지 않다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발달하기 시작한 1980~90년대에 비로소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 자체만으로도 책을쓸 수 있겠으나, 인사에서도 최근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으니 여기 서는 알아두면 좋은 몇 가지 기초 용어들만 소개한다.

•Node : 연결망 내의 행위자로 주로 개인을 표시하나 경우에 따라 서는 팀이나 조직을 표시할 수도 있다.
•Tie : Node들 사이의 주고 받는 행위를 표시하며 커뮤니케이션, 신뢰관계, 친구관계, 상업관계, 메디치가 경우의 혼인관계 등 여러 가지 다양한 관계를 표시한다.
•Graph : Node와 Tie를 사용해 그룹의 연결망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 1934년 사회학자 Moreno가 그린 아주 단순한 연결망부터 2010년 Facebook의 전세계 연결망까지 예들을 비교해보면 최근 컴퓨터와 분석법의 발달로 이 분야에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열렸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