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성과관리

성과관리를 다시 논하다

2019-10-30     남진욱 SK hynix America HR Busine

얼마 전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사무실을 방문했었다. 그곳에서 구글러(Googler, 구글 직원을 의미)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평소 궁금했던 점을 대화의 화두로 꺼냈다.

“구글에서 일하기에 어떤 점이 가장 좋은가요?”
주저 없이 대답이 이어졌다.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자유도 보장된다는 것이죠! 일례로, 마운틴뷰 본사에서 일하는 직원 중 거주지가 샌프란시스 코인 경우 2~3시간 출퇴근 시간 절약을 위해 팀 미팅이 없을 때는 본인이 결정해서 샌프란시스코 지사 또는 근처 사무실에서 근무할 수 있어요.”

핵심은 출퇴근 시간을 비롯한 일상 업무의 많은 부분을 직원 스스로 결정하고 조정할 수 있고, 통제와 제약에 따른 스트레스를 없앰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구글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많은 기업은 자율과 그에 따른 책임을 강조한다.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제도(Work From Home)가 보편화되고, 무한휴가제도(Unlimited PTO)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럼 이들 기업의 성과관리는 어떻게 자율과 책임이 강조되는 조직문화에 기여하고 있을 까? 동시에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어떻게 성과관리를 하고 있기에 직원의 자율을 극대화하는 다양한 제도가 무리 없이 정착되고, 회사와 구성원이 상호 윈윈하는 전략으로 많은 곳에서 벤치마킹을 하게 되었을까? 세 가지 특징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1. 도전적이고 가슴 뛰는 목표 설정, 개인 성장·성취감에 초점

구글을 포함한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OKR(Objective, Key Results)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OKR 방식은 1970년대 인텔의 전 CEO 앤디그로브(Andy Grove)가 도입한 이후 2000년대 들어서 구글에서 도입하였고, 이후 현재까지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일반화되고 있다.
OKR은 하나의 객관적인 목표와 그에 따른 핵심적인 결과를 뜻하는데, 그 결과들은 S.M.A.R.T.(Specific: 구체적이며, Measurable: 측정 가능하며, Attainable: 달성 가능하며, Relevant: 유의미하며 그리고 Time-bound: 시간제한이 있는)으로 표현이 된다. 예를 들어, 구글의 음성 인식 비서 기능인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로 설정되었다면, 핵심적 결과는 1) 딥러닝 기술과 신경망 네트워크 발전을 통해 클라우드의 용량을 20배 이상으로 줄이고, 2)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이해하고 응답 하는 속도를 10배 빠르게 올리는 것이 될 수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그 목표가 너무 설레서 아침에 회사로 뛰어나올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하고, 해내면 모두가 신이 날 것 같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운 목표 설정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OKR에서는 금전적인 보상과 직접적인 연결은 하지 않고 있다. 금전적인 보상과 연결한다면 적당히 쉬운 목표를 설정한 후 많은 보너스를 기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목표에 미달하여도 불이익은 없으니 직원들이 도전적인 목표에 동의하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운 목표 설정을 통해 직원들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구하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는 있다. 즉, OKR의 핵심은 결과에 따른 보상보다는 회사가 성장함에 따른 개인의 성장과 성취감에 그 바탕을 둔다고 볼 수 있다.

2. 평가 기간의 축소

앞에서 언급한 OKR 평가는 주로 3개월 단위로 이루어진다. 대부분 반기 또는 연간 평가를 진행하기에 3개월은 단기라 느껴지지만, 이 역시도 길다고 느껴 특별히 평가 기간을 두지 않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실리콘밸리 기업이 넷플릭스이다. 넷플릭스에서는 공식적인 성과평가나 상대평가를 진행하지 않아도 조직 내 경쟁과 긴장감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 핵심은 상시 피드백 문화이 다. 직급에 상관없이 실명으로 진행하는 실시간 대면 피드백을 활성화하고 팀원의 업무 수행 불만족 시 본인과 관리자에게 솔직하게 피드백을 한다.

페이스북도 평가주기를 점점 줄이는 추세인데, 페이스북 인사총괄 임원인 로리 골러(Lori Goler)는 “사업환경이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어 반기평가를 분기평가로 바꿔도 부족하며, 구성원들이 평가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빈번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관리자들은 격주마다 1회 이상 부서원과 피드백 면담 진행하여 업무 진척도와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매니저와 부서원 간의 정기적인 1:1 미팅이 이루어지는데, 이때에 업무관련 코칭뿐 아니라 경력개 발, 업무 고충 등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으며 이때에 저성 과자에 대한 기대치에 대한 설명, 경고 등이 이루어져 반기 또는 연간 이루어지는 평가 결과가 놀랍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3. 다양한 경로를 통한 성과 피드백 제공

실리콘밸리 기업 구성원들은 평가 피드백을 매니저 또는 그 상위 매니저에게만 받는 것이 아니라 동료, 유관부서 등 다방면으로 받는다. 구글에서는 평가 시에 본인이 평가를 받고 싶은 동료 2~3명을 지정할 수도 있고, 지정하지 않았더라도 동료가 본인에 대해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한다. 공정하게 평가하지 않으면 공정하게 평가 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있기에 서로가 정량적으로,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노력한다. 또 평가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구글에서는 내가 왜 이 사람을 이렇게 평가했는지에 대해 교정위원회(Calibration Committee)에서 설명도 해야 한다. 그 팀의 리더 또는 유관부서의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Needs improvement(개선이 필요함), Consistently meets expectations(지속적으로 기대치에 미침), Exceeds expectations(기대치를 초과함), Strongly exceeds expectations(강력하게 기대치에 초과함), Superb(매우 훌륭함)의 5개의 등급으로 다 함께 논의를 거쳐 평가 등급을 결정하게 된다.

위원회는 여러 부서의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매니저 레벨의 A에 대해 평가한다고 가정해 보면, 교정위원회에는 매니저보다 한단계 높은 사람들이 모인다. A라는 사람이 받은 평가가 ‘Exceeds Expectations'라면, 왜 그 등급을 받았는지 서로 토론한다. 내가 A 에 대해 좋게 평가했어도 다른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 그 사람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이러한 Calibration 미팅을 통해 보다 공정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직원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참고로, 성과평가 시의 Calibration 세션은 Intel, AB InBev, GE, Kraft Heinz, Goldman Sachs 등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승진도 마찬가지다. 구글에서는 매니저가 자기 아래 사람을 승진 시키지 못한다. 승진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가 따로 있다. 매니저는 이 위원회에 참가하지 않는다. 위원회에서 여러 번 심사해서 승진을 결정한다. 그래서 사내에서 소위 ‘라인'을 만드는 일도 불가능하다. 채용도 유사하게 채용 위원회에서 협의를 거쳐 이 직급에 이사람이 적당하다는 평가를 해야 채용할 수 있다. 결국 직원들은 바로 위의 상사에게만 인정받아서는 좋은 평가나 승진을 보장받지 못한다. 본인 업무실적이 객관적으로 증명이 되어야 하고, 반면에 성과가 정량적으로 증명만 되기만 하면 회사에서 얼마의 시간을 보내든, 업무 스타일이 어떻든 간에 조직에서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시사점

“똑똑한 사람들을 고용해서 그들에게 무엇을 할지 알려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우리는 똑똑한 사람들을 고용해서 그들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줄 수 있도록 한다.”

스티브 잡스가 했던 말로, 이 두 문장에는 실리콘밸리의 독특한 문화가 그대로 담겨있다. 실리콘밸리의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기본적으로 성장과 성취의 의지가 강한 사람들로, 이들에게 공정한 평가만 부여하면 동기부여를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모두가 만족하는 성과관리는 어쩌면 영원한 숙제일지 모르겠다. 다만, 세계 최고의 기업 구글의 성과관리를 의미 있게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는 여러 연구와 실험, 그리고 직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지금의 성과관리시스템을 구축했고, 현재도 더 나은 성과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쪼록 이 글을 읽는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현재 운영하는 성과 관리 및 평가제도에 대해 곱씹을 수 있기를, 더해 기업의 문화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맞게 개선점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