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진실되게 동료를 대하라②

신경수 지속성장연구소 대표이사

2020-02-05     신경수 지속성장연구소 대표이사

*2020년 1월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모두가 속고 있다

여기까지는 새로 입사한 신규직원의 관점에서 서술해 보았다. 다음은 기존직원 관점에서 필요한 내용을 몇 가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OJT를 거치고 현장에 배치된 신규직원들은 기존 직원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한다. 그리고 스스로 판단한다. 허용이 되고 용서가 되는 행동들은 무엇이고 규제와 제재에 속한 행동들은 어떤 것인지, ‘허용’과 ‘금지’로 나누어 자신의 행동규범카드에 입력하기 시작한다.

가령 앞서 소개한 P과장의 사례를 들어 이야기해 보자. 만일, 우리 조직이 P과장의 행동을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면 이는 신입직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갔을까? P과장은 본인이 개척하지도 않은 고객을 마치 자신의 노력으로 관계가 맺어진 것처럼 영업DB에 입력했다. 담당자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관리자는 그의 말을 믿었고, 실적이 늘어남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칭찬과 보상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P과장의 비양심적인 행동은 상사는 속일 수 있었으나 동료까지 속일 수는 없었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후배가 P과장의 인바운드성 통화내용을 몇 차례 듣게 되면서 그의 행적이 전부 노출된 것이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하나둘씩 사실을 알게 되면서 P과장을 멀리 하게 되었다. 하지만 P과장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각자에게 부여된 실적만 채우면 문제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만 좋으면 수단과 방법은 어떤 것을 사용하든 문제될 게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조직이 아무 손을 쓰지 않는다면 다른 구성원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던질 수가 있다. “뭐지? P과장의 행 동을 그대로 두는 거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인실적만 채우면 된다는 말인가? 거짓말을 해서라도 계약만 따내면 된다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기업 분위기가 흘러가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썩은 사과모양의 조직문화가 형성되는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가 관리자들의 인지부조화 심리이고, 두 번째가 그들이 구성원들에게 갖고 있는 개인별 편향의식 때문이다.

첫 번째로 언급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이란, 개인이 믿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 간의 차이가 발생할 때 일어나는 심리상태다. 인지간의 불일치가 불편하기 때문에 이 불일치를 제거 하려는 인간의 심리를 말한다. 자신의 태도와 일치하지 않는 과제에 참여하면 태도가 행동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변하는데, 이는 불일치에서 생긴 ‘부조화의 압력’ 때문이다.

글의 소재가 되었던 더마테크(가명)의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문제의 발단은 제품판매 실적이 압도적이었던 K과장과 그를 감싸고 도는 영업본부장에서 비롯되었다. 내가 인사책임자에게 들은 바로는 더마테크의 인재상은 ‘정직’이라고 한다. 당연히 핵심가치 중의 하나로 정직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을 것이다. 기업이 구성원에게 요구하는 인재상이 바로 핵심가치이기 때문이다. 본부장의 입장에서 정직이라는 핵심가치를 모를 리 없고, 알면서도 K과장의 행동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은 언행불일치에 대한 자기합리화 때문 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높은 매출실적으로 영업라인에 큰 공헌을 하고 있는 K과장의 행동은 본부장으로 하여금 “인바운드 고객을 가져가는 행위 자체는 정직이라는 범주에 어긋나는 행위는 아니다”라는 인지부조화 제거심리를 발생케 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최초 K과장의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를 상담하러 찾아간 인사임원에게 “지금처럼 불경기에 K 과장처럼 높은 실적을 올리는 직원 찾기가 쉽지 않다. 회사에 큰 피해만 끼치지 않는 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는 대목에서 유추해 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관리자들의 편향된 호감도와 관련된 대목이다. 이를 전문용어로 후광효과(Halo Effect)라고 하는데, 어떤 대상이나 사람에 대한 일반적인 편애가 그 대상이나 사람의 구체적인 특성을 평가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담당팀장으로부터 P과장의 정직하지 못한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나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지금까지 나에게 보인 P과장의 태도나 행동을 보았을 때, 전혀 그럴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력 직으로 우리 회사에 들어온 P과장은 정말 부지런했고 사교성이 좋았다. 항상 웃는 얼굴이었으며 특히 인사성이 밝았다. 언제나 환한 미소를 보이며 밝은 모습으로 아침인사를 하는 P과장을 나는 입사 첫날부터 맘에 들어 했다. 이렇게 형성된 개인적 선호도는 다른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의 모든 것이 다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내가 알고 지내던 많은 우량고객을 특별히 담당자가 지명되지 않은 상황에서는그에게 소개해 주었다. 영업의 공정성을 위하여 마치 그가 개척한 것처럼 위장하여 소개해 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후광 효과 때문에 불공정한 처신을 한 것 같아 많이 후회가 된다.

그러나 조직의 관리자들은 속고 있다. 위에서는 절대 현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하여 객관 적인 눈으로 평가할 수 없다. 왜곡된 정보와 잘못된 바이어스가 반영되어 사실과는 다른 내용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조직의 상층부에 위치한 경영자들만 모르고 있는 것이다. 오래 전에 조사한 자료를 근거로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를 설명해 보고자 한다.

지금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느끼는 인사고과의 현주소

본 세션에서 인용된 통계는 아래와 같은 조건으로 집계가 되었다.

<설문목적> 인사평가 승진과 보상제도에 대한 실태조사

<설문방법> SGI 등록회원

<설문기간> 2019. 01. 05 ~ 01. 15

<응답자수> 회답 1090, 유효응답 921

 

상사의 고과능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위와 같았다. ‘불신(53%)vs.신뢰(23%)’. 이 수치가 바로 지금 인사고과의 공정성에 대해 느끼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현주소라고 생각한다. 원인으로는 앞에서 주장했던 인지부조화와 후광효과 때문에 잘못된 정보가 위로 올라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리더의 잘못된 판단으로 현장의 불신은 높아만 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서는 인사의 모든 영역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없다. 이는 고과결과에 대한 납득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의 접근이 납득이나 수용성을 올릴 수 있을까? 아래의 질문에서 그힌트를 찾아보자. Q1은 어디까지나 승진과 관련된 객관적인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하여 고안해 본 질문이다. 인사담당자라면 다 아는 사실이지만 고과에는 크게 실적고과와 행동고과(역량고과)가 있다. 단기실적을 평가하는 실적고과는 성과급이나 인센티브와 같은 단기적 보상으로 연동시키는 것이 좋다. 반면, 업무에 임하는 자세나 조직에 대한 기본적인 스탠스를 평가하는 행동고과나 역량고과는 승진 승격에 연동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질문도 승진과 관련하여 물어본 것이다. 결과는 아래와 같았는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인사고과’보다 ‘경영진과의 친밀도’가 더 높게 랭크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냥 웃고 넘어 가기에는 개운치가 않은 대목이다.

전체적인 경향으로는 동료평가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 동료평가에 대한 높은 기대감은 관리자급이나 비관리자급이나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비중에 있어서는 약간의 차이가 감지가 되었다. 양쪽의 입장을 비교해 보았을 때, 관리자는 일반직 원보다 인사고과, 근속년수, 잠재능력을 더비중 있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일반 직원은 관리자에 비해 동료 평가에 대한 신뢰도를 훨씬 더 높게 생각하고 있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현장의 사정을 상사들은 잘 모른다고 판단하는 듯했다.

다음의 질문은 단도직입적으로 리더선 발을 위한 평가 방식을 물어보았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상사, 동료, 부하가 포함된 360도 평가가 정확하다고 답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한 가지 특이점이 있었는데, 각각의 평가방안에 대해 포지션에 따른 입장차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리자는 부하보다는 동료나 상사위주의 다면평가로도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반면에 일반직원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 53.1%가 부하까지 포함된 다면평가를 좀 더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어느 포지션이 되었든 리더의 행동이나 역량에 대한 평가는 상사와 부하를 포함한 전체적 이고도 포괄적인 평가방식을 더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섣불리 밖으로 꺼내 놓을 수 없는 것이 동료에 대한 평가다. 이런 본심을 위의 자료들이 잘 대변해 주는 듯해 보인다. “관객을 속일 수는 있어도 동료는 속일 수가 없다. 동료를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술가로 추앙 받고 있는 미켈란젤로의 말이다.

배경은 이렇다. 1508년 미켈란젤로는 교황의 명을 받아 로마의 시스타나 성당의 천장에 그유명한 ‘천지창조’를 그리게 된다. 구석구석 사람의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도 온갖 정성을 쏟아가며 페인팅에 집중한 나머지 목과 눈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불쌍히 여긴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친구, 보이지 않는 곳은 대충해도 아무도 모른다네, 그런 곳은 적당히 색만 칠해도 되지 않겠나?” 이런 친구의 유혹에 미켈란젤로는 관객보다는 동료, 동료보다도 자기자신의 정직을 어필한 것이다. 물론 하나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신의 신앙심을 부각시 키고자 나온 일화이다.

능력이 부족하여 팀원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 거의 대부 분은 다른 영역에서 피나는 노력을 한다. 스스로가 부족한 능력을 커버하기 위하여 다른 영역에서 팀에 공헌할 무언가를 찾는 경향이 강하다. 조직에 도움에 되는 사람들이다. 반면, 팀공헌은 안중에도 없고 오히려 팀내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일명 ‘카더라’ 통신을 퍼트리며 조직 내의 신뢰관계를 허물어뜨리는데 앞장서는 사람들이다. 사물을 바라 보는 시각이 항상 부정적이고 삐딱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긍정적 뉴스보다는 부정적 뉴스를 먼저 접하게 되고, 또 주변에 퍼트리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조직을 서서히 망가뜨리는 원인이 되는 인물들이다.

이보다 더 최악의 인물이 있다. 동료의 성과는 가로채면서 자신의 실수는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다. 부정적 뉴스를 전파하는 인물이 조직을 서서히 망가뜨리는 암세포와 같다면 방금 소개한 인물은 독 사과(Toxic Apple)와 같은 사람들이다. 단기간에 조직을 회복 불능의 상태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조직은 구성원의 인물 됨됨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물론 이런 제도 이전에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항상 진실되게 대하는 문화가 선행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주의: 부하로부터의 평가결과에 마음의 큰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고과 결과에 대한 승복에도 큰 반발을 불러오기 쉽다. 따라서 360도 평가를 실시할 때는 그 결과를 바로 보상이나 승진 승격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 충분히 본인이 수긍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전문가에 의한 멘토링 시간을 갖어야 한다. 결과의 적용은 그 이후에 이루어져야 한다. 360도 평가는 훌륭한 리더를 만들고자 하는 ‘육성’ 쪽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