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성공의 3요인 - 실리콘밸리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사례

2020-04-22     박은연 UnaMesa Association 위원

2020년 1사분기 세계 경제와 사회의 초유의 관심사는 COVID-19, 코로나바이러스이다. 이에 대해 미국 IT 기업 대표주자인 FAANG – Facebook(페이스북), Amazon(아마존), Apple(애플), Netflix(넷플릭스), Google(구글) – 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와 더불어, 기업과 인사의 대응방법 중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 인사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재택근무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요인을 살펴본다.

CORVID-19에 대한 실리콘밸리 5대 IT 기업의 대응 - 3월 하순의 스냅샷

2019년의 마지막날인 12월 31일에 보고가 들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이름에 2019년을 뜻하는 “-19”이 붙게된 것은 꽤나 공교롭다. 그날 이후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변하고 있으니 전체적인 인사의 대응방향이나 무엇이 best practice인지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한국의 대응에 대한 미국의 전반적인 인식만 봐도 ‘문제지역’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몇 주 만에 급전환했으니 말이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높은 때일수록 작은 팁이라도 상호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가정하에, 실리콘밸리 지역의 대표격이자 미국 IT 기업의 대표주자인 FAANG들에 초점을 맞추어 대기업들의 대응현황을 모아보았다. 어디까지나 3월 하순까지의 스냅샷이라는 점을 유의하면서, 일단 다섯 기업들의 현황을 살펴보자.

우선 구성원 중 확진자 발생부터 보면, 3월 19일 기준 4개사는 확진자가 보고되었고 Netflix는 공식인정을 하지 않았으나 LA 지사를 닫은 것으로 보아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외적으로는 3월 초순에 이미 다섯 기업 모두가 SXSW라는 약칭으로 알려진 초대형 연례 음악과 미디어 축제인 South by Southwest의 참석을 취소하였고, 자체 대규모 회의들도 취소하거나 연기하였다. 2020년 1월부터 3월 초순까지의 주가 추이를 비교해 보면, 이중 현저히 다른 양상을 보이는 기업이 하나 있으니 바로 Netflix이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Netflix를 필두로 온라인 화상미팅 서비스인 Zoom 등의 회사들이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면치못하고 있는 주식시장에서 소폭이나마 도리어 주가가 올라가고 있다. “재택근무 주(WFH: Work-From-Home stock)”라는 이들에게 붙은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수요가 증가하리라는 시장의 추측에 기인한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수그러들면 제자리로 돌아올 일시적 현상이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들이 없다가 갑자기 생긴 회사나 서비스도 아니고 별명대로 재택근무나 유연근무를 지원하는 인프라이니 향후에도 인사의 큰 트렌드 중 하나인 디지털HR의 유연근무, 워라밸의 후속주자인 “워프홈(Work-From-Home)”이 가속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본다. 3월 중순에는 미국 정부의 각종 대응책 및 기자회견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생필품 사재기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겹치면서 아마존도 회복세를 보여 매일 오르락 내리락하기는 하나 연초대비 하락을 면하는 날도 보인다.

FAANG의 재택근무 (또는 워프홈) 현황 비교

사내의 대응을 살펴보면 이 역시 재택 근무가 가장 주요한 방책인데, 그 재택 근무의 실행단에서 속도와 효과성이 기업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위의 다섯 기업은 세계적인 IT 대기업일 뿐 아니라 애자일하기로 유명한 실리콘밸리에서도 손꼽히는 기업들이다. 또한, 다섯 회사 모두 Santa Clara County에 사무실이나 본사가 있어 이 지방정부로부터 동일한 권장사항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인 대응 – 특히 재택근무에 관한 전사 커뮤니케이션의 시점을 비교해보면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현상에 대처하는 데에 적게는 며칠에서 많이는 몇 주까지 속도차가 날 뿐더러 일부 이 기업 들의 구성원들의 경험을 들어보면 재택근무를 권장한다는 회사측의 발표가 있은 후에도 얼마나 이것이 널리 적극적으로 실행이 되는가와 실행이 되었을 때 일이 얼마나 제대로 진행되는가도 편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 시간 3월17일 자정기준으로 실리콘밸리 6개 카운티에서 “Shelter In Place(재택대피령)”이 발동되면서 이들은 물론이고 실리콘밸리 대부분의 기업들이 4월7일까지 최소 3주간 재택근무를할 수 밖에 없게 되었으나, 이런 정부 차원의 개입이 있기 전까지 각사에서 보이는 대응의 편차를 살펴보자. 이전까지 재택근무 면에서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대응을 보인 회사들은 Netflix와 Apple이다. 이 두 회사가 구성원중 확진자가 가장 늦게 나온 것도 일조했을 것이다. 3월초순까지 Netflix는 지방정부의 권장사항하에 큰모임을 자제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사내 대응조치를 취한다는 정보가 없었다. 재택근무 주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도 이런 인사와 기업의 대응 선택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한다. Apple의 경우는 3월 첫주까지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진행을 모니터링 중이라는 이메일을 내보냈을 뿐 별다른 사내조치는 없다가, 지방정부의 권장사항이 발표된 직후에 이의 영향인 듯 그주 금요일에 “당일에 한해 집에서 일할 수 있으면 귀가하라”는 이메일과 그 주말 중 CEO가 “이번 주는 업무상 가능하면 재택근무를 허가한다”는 이메일을 내보냈다. 세 가지 면에서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대응이다. (1) 회사 커뮤니케이션의 시점이 Amazon보다는 며칠, Facebook과 비교하면 몇주가 늦었다. (2) 또한 두 차례의 커뮤니케이션이 기간을 좁게 정의 하고 있고 “강력히 권고한다” 보다는 “허가한다”는 표현을 썼다. (3) 이때까지만도 후속으로 재택근무를 지원하거나 사무실 출근의 혜택을 조정하는 움직임이 없었다. Apple 구성원에게 문의하니 본래 조직문화가 제조업의 성향이 있으며 대면 미팅을 중요시하는지라 현업 리더들도 그리 적극적으로 실행을 촉진하지는 않는 듯했다.

반면, 이들 중 재택근무 면에서 3월초순까지 가장 적극적인 대응을 보인 것은 Facebook과 Google이다. Facebook은 2월부터 “출장후 또는 아프면 출근을 자제하라”고 가장 일찍 전사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하여 3월 첫주에는 추후 통보까지 전원 재택근무를 권장한다는 이메일을 내보냈다. 다섯 기업 중 유일하게 전사 온라인 라이브 미팅을 통해 COVID-19 정보를 공유한 점이 눈에 띈다. 이 패널에서 인사총괄이 본인이나 주변의 건강상 이유로 재택근무를 해야하는 경우(임신 등) 자세한 사정을 공유할 필요없이 재택근무를 요청하고 매니저 권한으로 허가할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고 하는데, 이 “묻지마 재택근무”도 적극적 대응의 일환이다. 그 다음날 “추후 통보까지 본사 전원 재택근무 권장” 이메일이 나왔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재택근무 Tool Kit을 배포하고 출근버스 운영을 중단하며 사내 식당의 운영시간을 대폭 단축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Google 역시 3월 첫주에 재택근무 허가 이메일을 발송하고, 재택근무를 하는 구성원들은 한시적으로 모니터, 키보드, 도킹스테이션 등을 대여해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되 사내 식당 운영시 간을 단축하였다고 한다. Amazon은 다섯 회사 중 가장 먼저 확진자가 발생했으나, 재택 근무 방면의 대응은 중간 정도로 3월초에 “가능하면 재택 근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하고 다음날 전원 원격접속(VPN) 기능을 각자 테스트하도록 안내했다.

성공적인 재택근무를 위한 3가지 요소

위의 FAANG 현황 비교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업차원에서 똑같이 기업 수준에서 “재택 근무”를 공표하더라도 그것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실행이 되는가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에 기업차원의 재택근무제가 실행단에서 성공하기 위한 3가지 요소를 추려 보았다.

1) “할 수 있게” 인프라로 지원
재택근무를 해도 좋다는 방침이 정해졌다면, 우선 살펴야 할 것은 과연 구성원들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인프라가 갖추어 있는가이다. 위의 다섯 기업 사례는 모두 IT 기업인만큼 원격접속 기능 이나 온라인 화상 미팅 앱과 같은 재택근무 중 협업을 위한 인프라가 이미 갖추어 있는 경우이다. 적극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경우는 그 위에 더해 작게는 원격접속 기능 테스트부터 크게는 구글의 모니터를 무료 대여하고 페이스북은 화상회의용 자체 기기 Portal을 무료 배포하는 등 인프라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인프라를 사내에서 자체 개발하거나 제공할 수는 없는 기업이더라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Zoom, Bluejeans, WebEx 등등 무료나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로 온라인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앱들이 많이 있으니 이를 활용하여 재택근무를 위한 인프라를 지원할 수 있다. 특히, Zoom에는 가입만하면 무료로 화상미팅을 주최할 수 있는 Basic 레벨이 있으니 처음 시도하는 기업이라면 고려해 볼 만 하다. 이 지역의 학교들 역시 “Distance Learning(원거리 교육)”으로 전환하였기 때문에 재택근무의 또 한 가지 중요한 인프라의 하나로 떠오른 것이 일할 공간이다. 이 부분도 많은 한국의 일하는 부모들이 이미 체감하였으리라 본다. 이 부분 페이스북이 3월17일 재택대피령이 발동되는 즉시 발빠르게 재택근무 환경을 만드는 비용으로 쓰라며 정규직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1,000씩을 보너스 형태로 지급한 바 있다.

2) “해도 되게” 조직문화로 현장실천 유도
실리콘밸리의 어지간한 기업이라면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인프라는 갖추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프라는 말하자면 재택근무 실행을 위한 필요조건 정도에 해당할 뿐, 그 다음 요소인 재택근무를 “해도 되게” 해주는 조직문화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현장에서 실천되기 어렵다. 재택근무뿐 아니라 정시퇴근이니 이 밖의 유연근무 방책들도 기업차원에서 공표해보았자 막상 상사가 우호적이지 않으면 그 눈치를 보느라 구성원들이 전혀 활용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같은 실리콘밸리의 IT 기업중에도 Y모사의 경우는 2월 중순까지도 구성원이 감기로 기침을 하며 재택근무를 요청하니 상사가 몹시 싫어하는 기색을 보여 출근을 강행하고 심지어 상사 자신도 감기에 걸려 출근하여 팀원들이 다수 감기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기업에서 아직 확진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만약의 경우라도 구성원 중 확진자가 발생하는 경우 리더 한 사람의 행동으로 기업이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니 기업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충격적으로 위험한 행동이다. Y모 기업이 조직문화 평판도 나쁘지 않은데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나온 것을 보면, 기업이 재택근무를 비롯한 새로운 시도를할 때마다 현장 리더들은 물론이고 구성원 전원에게 납득이 가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갖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이것이 재택근무 성공의 충분조건, “해도 되게” 조직문화로 현장실천을 유도하는 것이다.

3) “하면 되게” 재택근무용 스킬 개발
코로나바이러스가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으나 당장 재택근무를 하게 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듯이 다만 몇 주라도 재택근무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 역시 경력중에 6년가량을 재택근무를 한 적이 있었다. 이중 3년은 딜로이트의 실리콘밸리 지역 사무실에서 일했고 3년은 미국동부에 본사를 둔 다른 컨설팅회사의 서부 지부장으로 일했는데, 이 두 경험을 비교해보면 재택근무의 성공을 위한 세 번째 요소인 “하면 되게” 즉, 기업과 개인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재택근무용 스킬을 개발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재택근무용 인프라로 WebEx와 Skype를 갖추었고, 양쪽 다 필자의 재택근무를 기꺼이 지원하려는 상사와 팀이 있어 유사한 조건이었다. 다만 한 가지 차이는 딜로이트의 경우 실리콘밸리 지역의 스타트업을 인수한 조직이라 백여 명되는 조직의 거의 전원이 재택근무를 하고 이에 따라 모두가 화상미팅의 예절 이나 스킬 등에 숙달되어 있는 반면, 동부에 본사를 둔 컨설팅회사의 경우는 필자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구성원이 본사에서 면대면으로 일하는지라 원격접속이나 화상미팅의 스킬을 개발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전자의 경우는 구성원들이 한해는 자발적으로 재택 무에 유용한 커뮤니케이션 예절과 tip들을 모아 인포그래픽을 만들어 나누어 보았을 정도여서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컨설팅사의 연구조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가 성과와 협업에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장애가 되는 경우는 없었다. 후자의 컨설팅회사의 경우도 인프라와 조직문화가 갖추어져 있으니 3년 동안 재택근무를 할 수 있었지만, 보고가 아닌 일하는 회의 때는 시간도 더 걸리고 대화도 조심스러워지는 등 이런 팀의 재택근무 스킬 차이가 첨예하게 느껴졌다.

코로나바이러스로 갑작스럽게 대규모로 재택근무를 하게되어 고충과 시행착오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과정을 통해 많은 사람이 재택근무용 스킬을 개발하게 되는 기회도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가져본다. 불안하고 어려운 시기이나 이를 잘 극복하고 좋은 기회로 전환할 수 있기를 바라며, 각지에서 COVID-19과 싸우고 있는 모든 분들께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