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발 빠른 위기대응 실천

이정인 미국 SK hynix 커뮤니케이션/조직개발 담당

2020-04-27     이정인 미국 SK hynix 커뮤니케이션/조직개발 담당

코로나19 미국 상황은 너무나 위중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통계에 따르면, 4월 18일 기준 미국의 누적 확진자 수는 69만명 이상이며 3만5천명 이상이 사망했다. 중국 확진자 수의 8 배, 이탈리아와 스페인 확진자 수의 3배에 달하는 규모이며 현재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 수의 3분의 1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1월 22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소수를 유지하다가, 3월 초부터 급격한 상향 곡선을 그리며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캘리포니아주와 실리콘밸리 기업의 발 빠른 대응

미국에서 가장 처음으로 3월 17일 산타클라라 카운티를 포함한 Bay area 지역 6곳에서 자택 대피령(Shelter-in-place)이 내려졌다. 이후 3월 19일 미국 50개 주 가운데 캘리포니아주가 가장 먼저 자택 대피령과 동일한 ‘Stay-at-home’ 명령을 내렸다. 자택 대피령이란 식료품 가게, 약국, 은행 등 필수 사업장이 아닌 경우에는 강제로 폐쇄되고 외출이 금해지는 것을 뜻한다. 기업의 경우도 회사 운영을 위해 필요한 최소 필수 인력(Minimum Basic Operations; 재무팀, IT팀, HR팀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 이후 자택 대피령이 내려지는 곳이 확산되었고 4월 17일 기준으로 최소 42개 주와 워싱턴 D.C. 등 미국 인구의 대략 96%인 3억2천명이 자택 대피령 아래 외출이 제한되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캘리포니아 지역에 자택 대피(Stay-at-home)명령이 내려지기 2주 전부터 이미 아마존, 페이스북, 링크드인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일찍이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재택근무를 독려하고 있었다. 3월 6일부터 트위터, 링크드인, 마이크로소프트는 가능하면 모든 직원이 재택근무할 것을 요청했다. 이 세 기업의 직원 수만 합쳐도 7만5천명이 넘었다. 당시, 아마존과 애플 등의 기업은 중국을 오가는 비필수적 여행은 자제할 것을 요청했었다. 비교적 재택근무 독려에 소극적이었던 구글은 3월 10일부터 전원 재택근무할 것을 발표했다.

미주 SK hynix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미주 SK hynix 또한 1월 31일 코로나19에 관한 정보 공유를 시작으로 구성원들에게 꾸준히 사태에 대한 지침 및 정보를 안내했다([표 1] 참조). 1월 31일 당시 미국 확진자는 총 7명이었다. 2월 3일부터 코로나 위험지역에 대한 여행/출장 금지 지침을 안내했으며, 위험 지역을 이미 방문했거나, 가족이 방문했을 경우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14일간의 자가격리 및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이후 3월 9일부터 미주법인에서도 구성원들이 일주일에 2-3일은 재택근무를 시행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를 지킬 수 있도록 부분적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미주 SK hynix HR팀은 전례 없는 위기 및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의 신속하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4월 갤럽에서 나온 기사 “Crisis Communication: How Great Leaders Stop Rumors Before They Start”를 보아도, 오직 13%의 직원만이 경영진이 직원에게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응답했다. 동시에 위기와 관련된 잘못된 소문이나 부정확한 정보가 돌게 되면 직원의 사기와 회사의 문화에도 큰 해가 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신뢰의 문화를 심어주어야 한다고 결정했고, “회사가 구성원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하게 되었다.

코로나19 사태도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은 구성원들에게 혼란과 공포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었다. 따라서, 미주 SK hynix는 코로나 사태 초반부터 정확한 팩트 전달로 회사에서 공유되는 정보에 대한 신뢰를 쌓고, 신속한 대응으로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다. 한국에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표된 1월 20일 이후 2주도 채 되지 않았던 1월 31일 전 구성원에게 처음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경각심을 주었다. 당시 미국에 확진자는 총 7명이었다. 미국 CDC 정보와 존스 홉킨스 대학의 코로나19 데이터 통계 정보를 구성원과 공유하여 구성원이 직접 코로나19의 추이를 추적할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2월부터 예정되었던 회사의 봉사활동, 이벤트, 10명 이상의 회의 또한 전부 취소하였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한국 본사에서도 본사 구성원을 대상으로 휴가/출장/행사에 관한 안내와 중화권 방문자의 특별 휴가 등에 관하여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었다. 본사의 지침과 더불어, 미국의 상황에 맞게 현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를 위해 기획팀과 HR팀이 함께 회의를 하고, 미주 법인에 맞춤화된 정책 및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리더급 TF를 결성하였고, 이를 통해 매주 상황을 점검하고, 회사의 대책을 위해 논의해 오고 있다.

미국은 한국보다 의료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검사를 받는 방법, 진료에 따른 회사 보험 등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회사와 파트너십이 체결된 의료보험사들과 긴밀히 접촉하고, 온라인 닥터 서비스 등 코로나 증상이 의심될 시 해야 할 지침과 코로나 검사를 받는 법, 코로나 검사 시 보험 정보 등에 대해서도 구성원들에게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선택적 재택근무에서 의무적 재택근무로의 변화

초기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국가를 다녀간 여행자의 자가격리 정책만을 시행했으나, 산타클라라 카운티에 첫 확진자가 나온 2월 말 이후로 미국의 상황이 점차 심각해졌고, 이때부터 전원 재택근무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미주 SK hynix는 사무실 근무 우선 정책을 취해왔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우려되는 부분들도 있었다. 이에 재택근무를 위한 IT 인프라 점검이 진행되었고 및 구성원 교육이 병행되었다. 재택근무를 위한 VPN 사용자 수용 폭을 늘려 외부 동시 접속 문제를 해결했으며, 데스크톱이 지급된 구성원들에게는 노트북 지급을 통해 재택근무 환경을 만들었다.

또한 재택근무에 익숙하지 않은 구성원을 위해서 HR팀은 재택근 무에 성공하는 방법을 조사했고, 중요한 핵심을 정리해서 “How to Successfully Work From Home” 메시지를 작성했다. 이를 통해 쉽게 놓칠 수 있는 재택근무의 규칙 및 팁에 대해 공유했다. 자택 대피 명령이 내려진 당일, 회사는 정부방침에 맞춰서 부분적 재택 근무에서 일괄 재택근무로 급히 가이드라인을 변경했다. 사전에 시행된 부분적 재택근무 덕분인지, 일괄 재택근무로 변경하는 데 큰어려움은 없었다.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 및 정보 공유가 있어 가능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

코로나19로 미국 전역이 재택근무에 들어가게 되었다. 미국 전체가 거대한 사회적 실험을 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라 하겠다. 실은 재택근무는 여러 가지로 논쟁이 많은 HR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재택근 무가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밀레니얼과 Z세대와 같은 새로운 젊은 세대가 요구하는 업무 유연성(Flexibility at work)에 부합되는 제도라는 많은 연구 결과가 있다. 동시에 재택근무는 협업을 통한 창의성과 혁신에 저해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애플이나 구글 같은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은 재택근무보다는 사무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근무하는 방식을 선호해왔다. IT 구인·구직 사이트 Dice.com에서 올 초 발표했던 2020 Salary Report에 따르면, 93%에 달하는 엔지니어들은 부분적으로라도 재택근무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기업도, 직원도 재택근 무에 대한 경험 및 시각이 생겼을 것이므로, HR은 기업에 맞는 근무 형태에 대한 방법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또한 재택근무 확대는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8년 하버드비지니스리뷰에 소개된 “How to Collaborate Effectively If Your Team Is Remote”에 따르면, 원격근무를 하는 팀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측면에서 나은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 물리적(Physical) 거리(장소, 시간), 운영적(Operational) 거리(팀 규모, 기술 수준, 역량), 그리고 정서적(Affinity) 거리(가치, 믿음, 상호 의존도)이다. 특히 매니저로서 원격으로 근무하는 팀원의 업무 성과와 능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정서적 거리를 줄이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재택근무를 하게 된 상황에서 이메일이나 전화 대신 정기적으로 영상통화를 하고 온라인 미팅 등을 통해 팀원들 유대감과 친밀감을 높여주는 리더가 더욱 부각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