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영상 건강하게 즐기는 법 삽니다!

30대 여기자의 일상다반사

2020-05-28     김소정 선임기자

Episode 17.

나는 온라인 게임에 흥미가 없다. 단계를 높여가다 보면 어렵기도 하고, 하나에 오래도록 집중하는 끈기도 없는 덕분(?)이다. 보통 남자들은 다 게임을 좋아한다는데 내 주변 지인 중에는 신기하게도 게임에 빠져 사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그래서인지 끼니를 거르고,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게임에 푹 빠진 사람들을 보면 신기방기하다. 처음부터 게임을 사랑한 걸까, 아니면 그렇게 빠지도록 무언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까.

하루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4인 가족이 내 옆자리로 들어왔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와 이제 막 걸음을 뗀 여자아이가 엄마의 도움을 받아 나란히 앉았다. 익숙하다는 듯 남자 아이는 엄마에게 휴대폰을 받아서는 주변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무언가에 집중했다. 조금 기다리니 아빠 휴대폰은 여자아이 차지가 되었다. 엄마가 떠먹여주는 밥을 입에 넣고 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작은 화면에 집중하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뭔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와 친구가 식당을 먼저 나서는 시간까지도 남자아이는 열심히 뭔가를 눌러가며 웃고 찡그리기를 반복했다.

“야, 아까 그 꼬맹이들 계속 그렇게 휴대폰만 봐도 괜찮나 몰라. 어른들이야 편하고 좋겠지만 애들한테 너무 해로울 것 같은데.”
“뭐냐 꼰대냐 너? 우리 때도 팩게임, TV 예능에 미쳐있었잖아. 요즘 서너 살 애들도 지들이 찾아서 유튜브 보는 시대야. 그리고 부모가 다 알아서 적당히 보게 하겠지. 참 걱정도 팔자다.”

커피를 마시는 중에도 자꾸 생각이 나서 친구에게 말을 꺼냈더니 오지랖 떤다는 핀잔만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부모의 제어 없이 공공장소를 휘젓고 다니는 아이들에 비하면 휴대폰이라도 쥐어주는 부모는 양반이지 싶지만,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이 넘도록 앉은 자리에서 휴대폰만 바라보게 하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내가 게임 등에 빠져있는 걸 걱정하는 이유는, 그에 따른 안 좋은 사례를 평소 과하게 자주 보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하루에 수차례 목격하기도 한다. 출근시간 지하철, 서있기도 좁은 공간에서 무슨 게임에 그리 빠져있는지 이어폰으로 누군가와 욕설을 주고 받으며 타인의 불편은 아랑곳 않는 사람, 걸어가면서 게임을 하는 탓에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는 상황도 연달아 발생한다. 게임 그만하라고 휴대폰을 빼앗자 울고불고 괴성을 지르는 아이도 보았다. 언론에서는 게임에 빠진 어린 부모가 자녀를 방치, 학대하고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게임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태도, 인성 탓이라고도 말하겠지만 글쎄… 그리 간단하지 않다.

물론 게임이나 콘텐츠가 나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재미있고 유쾌하고 유익한 부분도 분명 있다. 두뇌를 사용 하는 게임의 경우 지능을 발달시킨다는 말도 종종 들으니까. 하지만 대상이 뭐가 되었든 정도가 지나치면 해가 되는 법. 온라인 게임이나 특정 영상이 인성이나 사회성을 해친다고 단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에 빠져 사는 이들의 현실 감각이 무뎌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마약, 도박처럼 ‘중독’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낯설지 않을 정도이니 말이다. 프로게이머처럼 능력을 개발하고 장시간 투자해야 하는 직업적 특수상황을 제외하고, 사회적 안전장치가 필요함은 분명해 보이는데 생각보다 그에 대한 관심과 속도가 더딘 것 같아 답답할 뿐이다.

유튜브 동영상을 못 보게 한다고 분에 차서 우는 아이, 부수고 때리고 죽이는 게임에 아무렇지 않게 물들어가는 어린 친구들을 그냥 방치하거나 강압적으로 단속할 것이 아니라 건전하고 안전한 게임, 건강한 콘텐츠 문화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돈으로라도 사올 수 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