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육 VS 회사교육

2012-04-02     권영설 한국경제 한경아카데미 원장

학교폭력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온 나라가 술렁이고 있다. 혀를 차는 사람은 많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는 이들은 적다. 왜 우리 사회가 이렇게 남을 괴롭히면서 만족을 얻는 폭력적 청소년들을 양산하게 된 걸까.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인구구조 및 가족구성의 변화에 따른 가정교육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가정교육의 주체(主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대가족 문화에서는 가정교육의 주체가 너무 많았다. 부모와 조부모가 함께 살던 시절을 생각해보라. 부모들도 어른 눈치를 보는가 하면, 밥 먹는 데 있어서도 귀찮은 법도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거기에다 집안에 온통 간섭쟁이들 뿐이었다. 꿀밤 부터 주는 삼촌, 잔소리가 늘어지는 이모도 함께 살았다.

조부모 道理 교육 실종
상황은 1960~70년대 고도성장기 산업사회로 오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부모가 먹고사는 일에 바빠 주로 조부모가 가정교육의 주축이 된 것이다. 권위를 많이 잃긴 했어도 조부모들은 일방적인 애정으로 손주들을 돌봤다. 이 시기 사람들의 청소년기는 그래서 보수적 가치관이 뿌리 내린 특징이 있다. 근면, 성실, 배려 등이 이 시기를 보낸 청소년들이 버리기 어려웠던 가치다.
문제는 1980~90년대 핵가족화가 본격화되면서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떨어져 살게 되면서, 또 어머니들까지 생활전선에 뛰어들면서 집에서 아이들에게 뭔가를 얘기해 줄 가정교육의 주체가 완전히 사라졌다. 특히 형제 없이 자란 외동들은 행동의 준칙을 배울 곳이 마땅히 없었다. 어디서도 야단맞을 일이 없기 때문에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 채 왕따를 만들어내고 별 두려움 없이 폭력에 가담하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이와 같은 현상은 예견된 흐름인 셈이다.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건 바로 이런 세대들이 회사로 들어오면서다. 젊은 친구들의 튀는 행동에 ‘역시 신세대라 다르구나’하며 이해하려는 반응을 보이던 기존 회사원들이 조금씩 당황하기 시작했다.

대학 탓 말고 직원 인성교육을
일주일도 안 돼 회사를 그만 둔 신입사원이 사직서는 ‘문자’로 대신했다. ‘폼 안 나는’ 중소기업이나 지방기업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주어지면 그저 고통으로만 여긴다.
이쯤 되면 기업들은 모든 것을 대학의 문제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대학이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기업의 재교육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한다. 그러면서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이 문제는 기술이나 실력이 아니라 사실은 인성교육의 문제인 것이다. 가정교육이건 회사교육이건 중요한 것은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다. 가정교육 기회를 놓치고 대학에서도 인성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다면 그 사람을 더 오래 쓸 회사에서라도 인성교육부터 시켜야 한다.
가정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보이스카우트나 교외활동을 시키는 것처럼 회사도 그런 장치를 마련해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겉으로 보여 지는 스펙은 뛰어나지만 누구와도 함께 일하지 못하는 괴물을 양산할지도 모른다. 너무 바빠 잊고 있던 가족 문제가 사회전체의 갈등으로 자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