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로 리셋하라!
김건희 국제강사협회 회장/디자인씽킹코리아 센터장
코로나19 속에서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강사가 있다. 유튜브 검색창에 “디자인씽킹”이라 입력하면 자동완성되는 이름 “김건희” 강사 이야기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강사들조차도 코로나19가 불러온 파장에 손발이 묶였다 하소연하는데, 어떻게 그녀가 이전과 변함없이 종횡무진 청중들과 마주하는지 궁금해 인터뷰를 청했다. 그리고 돌아온 답은 의의로 간결했다.
“언택트 세상으로 빠르게 넘어왔죠!”
디자인씽킹 과정을 완벽히 온라인으로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증명하는 김건희 강사를 만났다.
코로나19로 교육 시장이 얼어붙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많이 바빠 보인다.
너무 바쁘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계속 강의가 있다. 기업, 기관, 대학 강의 외에도 책임을 맡고 있는 국제강사협회, 디자인씽킹코리아의 분과모임까지 하고 있다 보니 그야말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를 정도다. 물론 코로나19가 한창 창궐했던 5월, 강사생활 처음으로 바닥(?)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간 어떤 천재지변에도 일주일 이상 쉬어본 적이 없었는데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 세상은 이전의 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 바뀐 세상 속으로 빠르게 들어가 보자는 생각으로 결론을 내리고 5월 한 달을 디자인씽킹 과정을 온라인 버전으로 구현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디자인씽킹은 확산적사고와 수렴적사고의 반복을 통해 최적의 문제해결책을 도출하는 팀별 학습 과정으로 필히 실습을 필요로 한다. 이를 어떻게 온라인에서도 완벽히 구현할지가 과정 개발의 핵심으로 프로그 래머인 남편을 무던히도 괴롭혔다. 새벽잠을 쫓아가며 한 달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과정 개발에만 몰두한 끝에 국내 최초의 디자인씽킹 온라인 과정을 개발해냈다. 어렵게 개발한 과정이라 해서 바로 시장에서 알아봐준 것은 아니다. 6월 한 달은 디자인씽킹 과정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에 온라인 버전을 홍보하는 시간으로, 그야말로 제안서 작업에만 열중했다. 다행히 많은 기업에서 온라인 과정을 흥미롭게 바라봐주고, 실제로 몇몇 기업에서는 샘플 교육을 직접 시연해보고는 바로 진행하자고 힘을 주셨다. 오히려 오프라인 과정보다 더 쉽게, 편하게 실습이 이루어진다는 평이 이어지면서 지금은 다시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바쁜 생활로 돌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아예 온라인 과정만 진행하는 것은 아니고 간간이 마스크를 쓰고 연단에 서기도 한다. 학습자, 교수자 모두 마스크를 쓴 채로 진행 하다 보니 아쉬움이 적지 않지만 그대로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치의 결과를 끌어내려 전력하고 있다.
자세히 디자인씽킹 온라인 버전 개발 과정을 소개해 달라.
“어떻게 하면 오프라인 교육에서와 같이 온라인에서도 학습자와 교감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온라인에서도 학습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을까?”
온라인 버전의 과정을 개발하면서 역점을 두었던 부분으로, 실제 학습자의 참여를 이끌 수 있는 적합한 툴(tool)을 찾는 것이 첫 번째 일이었다. 여기저기 다양한 온라인 실습 프로그램을 시연해 본 결과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온라인 협업 프로그램 ‘미로’라는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사실 프로그램 월 이용료가 50만원일 정도로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온라인 버전의 디자인씽킹 과정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기능을 확보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 욕심을 부렸다. 디자인씽킹 교육의 특성상 포스트잇을 무한대로 붙였다 떼면서 확산과 수렴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교수자가 올려놓은 교재를 페이지를 넘겨가며 같이 학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재는 미로뿐 아니라 강의 콘텐츠에 맞춰 루시드차트(Lucidchart) 등 다양한 온라인 실습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더해 학습자의 시각적 사고를 높이기 위해 일러스트레이터 작가와 함께 16가지 템플릿도 완성했다. 요즘은 지난 몇 달간 치열하게 살아온 것에 대한 선물이라도 받듯 여기저기 섭외 요청이 줄을 잇는다. 실제 화상미팅을 통해 교육담당자들에게 온라인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데 모두들 완벽하다는 찬사와 함께 바로 강의 일정을 잡아 주신다. 뿐만 아니라 예정돼 있던 오프라인 교육을 코로나19로 취소, 연기하려고 하는 곳들도 온라인 과정을 시연해보고선 바로 온라인과정으로 전환하고 있다. 참고로 현재 기업 기관, 대학 등 8월 말까지 예약된 모든 강의가 온라인 과정이다.
얼굴도 보여주지 않은 채 PPT 화면만 넘기며 교과서 읽는듯한 목소리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강사들이 많다. 디자인씽킹 온라인 버전은 어떻게 다른가.
디자인씽킹의 모든 의사결정은 확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로 진행 된다. 가령, 팀원이 5명이라고 하면 한 명제에 관한 확산적 사고를 각각 2장씩, 총 10장의 포스트잇을 영감의 벽에 붙인다. “대략적으로, 빠르게, 바로 행동”하는 규칙에 맞춰 확산적 사고를 수렴적 사고를 전환, 최종적으로 50장의 포스트잇 속에 문장들을 하나의 문장으로 도출해내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이 온라인에서도 한 치의 부족함 없이 그대로 구현된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발견이었던 것이 한국인들은 온라인에서 더 강하다는 사실이다. 괜히 인터넷 강국이 아니더라. 오프라인 교육에서는 이런저런 시선을 의식하느라 주저하는 사람들이 반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상에서는 훨씬 과감한 성향을 보인다. 실제 오프라인 교육에서는 뭘 써야 할지 주위를 살피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 온라인상에서는 본인의 솔직한 의견이 빠르게 나온다. 사실 그간 8시간 오프라인 교육을 해도 비디오 프로토타입(Prototype) 제작까지는 시간이 다소 부족했었는데, 그런데 온라인 과정에서는 오히려 시간이 남는다.
온라인상에서 팀별 학습을 어떻게 지원하는지 궁금하다.
줌 프로그램 기능 가운데 소회의실 기능이 있다. 팀끼리 방을 만들 수 있는 기능으로, 이 안에서 팀끼리 화상으로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한다. 강사에게 질문하고 싶을 때는 강사 소환 기능을 활용하면 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실 오프라인에서는 이런저런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인 참여자가 꼭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온라인 에서는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다 보니 학습자 대부분 훨씬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오프라인과 비교해 온라인 강의의 특징을 이야기한다면.
온라인 과정을 진행하면서 유튜버나 BJ들의 행동에 새삼 공감을 하고 있다. 온라인 강의는 무엇보다 시작이 중요하다. 오프라인 교육에 서처럼 정중히 인사하고 단계를 밟아 과정을 안내해서는 시쳇말로 채널이 돌아간다. 임팩트 있는 시작은 물론 중간중간 교육생들과 교감할 수 있는 소통 능력, 그리고 계속해서 흥미를 유도할 수 있는 일종의 장치를 곳곳에 마련해야 한다. 내 경우 온라인 강의 중 퀴즈를 내 정답을 맞힌 학습자에게 실시간으로 선물을 보내준다. 최근에 준비하고 있는 선물은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위생키트나 섬유탈취재 등으로 실제 화면에 선물을 띄어놓고 퀴즈를 내는데 반응이 꽤나 폭발적이다. 교수 혼자서 떠드는 일방향 교육이 아닌 유튜 버나 BJ와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정도로 학습자들이 인식하면서 강의 몰입도는 더욱 배가된다. 오프라인 교육에서도 많이 듣는 피드백이지만 최근 온라인 과정을 접한 교육생들로부터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너무 짧다.”라는 평을 많이 듣는다.
오프라인에서의 강의 모습도 잠시 보여준다면.
내 강의는 한 장의 사진을 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디자인씽킹 창시자 데이비드 캘리(David Kelly)가 대표인 IDEO의 1998년 회의 모습을 찍은 사진으로, 구성원 모두가 서서 웃고 떠들며 회의하는 모습이다. 테이블도 없으며 심지어 데이비드 캘리는 누워있다. 이 회사는 ‘혁신 기업을 혁신하는 기업’이라는 별칭답게 애플사의 최초의 마우스부터 스마트폰까지 수많은 기업의 다양한 제품을 컨설팅했다. 강의의 첫 시작을 이 사진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은 이 사진 한 장이 디자인씽킹의 철학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디자인씽킹은 무엇보다 말랑말랑한 분위기 연출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이 선결되지 않고 방법론 정도로 생각, 프로세스만 안내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내 강의의 시작과 끝은 여기에 있다. 실제 말랑말랑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겨드랑이 땀나도록 학습자들과 교감한다. 단언컨대, 국내에서 나만큼 학습자들과 하이파이브를 많이 하는 강사는 없을 것이다.
또 하나, 교육을 진행하기 전 교육담당자에게 교육장 내부 벽 상태를 꼭 물어본다. 교육과정에서 포스트잇을 붙였다 뗐다 하기 위함으로 혹여 포스트잇이 잘 붙지 않은 벽이라면 별도로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스트잇은 확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의 과정을 표현하는 주요 도구로, 팀별로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것은 팀의 하나의 뇌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확산하고 수렴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포스트잇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에 관해 제대로 이해하는 전문가가 많지 않다.
다른 디자인씽킹 강사와 구별되는 김건희만의 경쟁력은 무엇인지.
유튜브 검색창에 “디자인씽킹”이라고 입력하면 “김건희”라는 이름이 검색창 하단에 보여진다. 온라인 과정을 국내 최초로, 현재까지 유일하게 진행하는 강사인만큼 오프라인 강의도 많이 색다르다. 거듭 강조하지만 디자인씽킹은 말랑말랑한 분위기 연출이 전제되어야 한다. 디자인씽킹의 창시자인 데이비드 캘리가 디자인씽킹을 “목표가 있는 혼돈”이라 이야기한 것처럼, 디자인씽킹 교육의 성패는 말랑말랑한 분위기가 좌우한다. 그런데 디자인씽킹을 교육하는 강사들조차도 디자인씽킹을 마치 마인드맵이나 브레인스토밍 툴정도로 생각하고 하는 방법에 집중한다. 디자인씽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철학과 문화를 먼저 알아야 하고 다음에 프로세스와 방법론을 알아야 하는데, 많은 강사가 이러한 철학과 문화를 무시한 채 프로세스를 강조한 다음 방법론으로 넘어간다.
데이비드 캘리가 그의 동생 톰과 함께 쓴 『크리에이티브 컨피던스(Creative Confidence)』에도 프로세스는 전진도 후진도, 또 스킵(skip)도 할 수 있다고 명시해두었는데, 많은 강사가 왜?(why) 디자인씽킹인지에 대한 큰 틀에서의 이해 없이 방법론만을 주문한다. 내 디자인씽킹 강의는 시종일관 말랑말랑한 분위기 속에서 단계를 밟아나간다.
혁신을 주도하는 강사로서 다른 강사들에게 조언한다면.
주지하는 대로 집체교육 자리를 온라인 강의와 라이브 강의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많은 교육 전문가가 예상하듯 온라인 학습은 단순한 트렌드 수준을 넘어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각자 저마다의 영역에서 빠르게 언택트 세상으로 넘어와 그안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위기가 기회라 하지 않나. 뻔한 말 같지만 뻔하지 않은 결과가 기다릴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바로 리셋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 디자인씽킹 과정을 온라인 버전으로 개발한 내 경우처럼 이제는 저마다 디지털 기술을 자신의 일과 비즈니스에 접목해야 한다. 그것이 남들과 자신을 구별짓게 하는 차이를 만들 것이다. 덧붙인다면, 오프라인 교육을 온라인으로 그대로 진행한다고 생각 해서는 안 된다. 아예 태도를, 방식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
코로나19 속에서도 맛집은 여전히 잘 되지 않나. 마찬가지로 아무리 어려운 교육시장이라 하더라도 바쁜 강사는 늘 존재한다. 그들을 세심히 관찰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