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의 등장과 코로나19가 가져온 리더십의 대전환

2020-08-03     신수정 KT 부사장

최근 리더십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두 가지 동인을 찾는다면 한 가지는 ‘90년대생의 등장’이고 또 한 가지는 ‘코로나19의 등장’이라 할 수 있다. “90년대생이 온다”라는 키워드로 유행된 신세대의 등장은 최근 1~2년 동안 리더십에 있어서 가장 큰 화두였다. 새로운 가치로 무장한 신세대가 등장함에 따라 기업들은 새로운 리더십의 필요성에 대해 크게 자각하게 되었다. 필자가 보기에 90년생의 등장에 따른 리더십의 위기는 ‘가치의 충돌’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즉, 기존 리더에게 익숙한 폐쇄, 상명하달, 명령, 권위 등 구가치와 신세대에게 익숙한 개방, 투명, 피드백, 수평 등 신가치의 충돌이 그 핵심이다.

신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태어나면서부터 개방, 투명, 자유로운 의견개진 등에 익숙하다. 여기에 더하여 청탁금지법, 미투 방지법, 괴롭힘 방지법, 52시간 근로제 등 법규의 변화는 이들의 가치를 더욱 강화시켰다. 사실 이러한 새로운 가치는 70년대생, 80년대생도 간직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그러나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환경의 변화는 과거 구성원들 안에 숨겨진 가치까지 자극했다. 이에 90년대생뿐 아니라 많은 직원이 조직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요구가 점점 커지자 기업에서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가치를 수용하고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 와중에 고통스러운 대상이 나타나는데 그것은 다름이 아닌 ‘리더들’이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매우 당황스러운 충돌이다. 기존 리더들이 경험해왔던 문화는 대개 수직, 열정, 성실, 근면 등의 구가치에 기반한 문화였다. 이들의 관점에서 “왜 이 일을 해야 돼요?”, “꼭 이때까지 이 일을 해야 해요?”, “왜 우리의 의견을 묻지 않아요?”라는 질문들은 매우 듣기 불편한 질문일 수밖에 없다. 이 에 많은 리더는 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전통적인 가치의 리더들은 이 꼰대 리더십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쳐왔다. 새로운 가치를 이해하려 하고 자신의 행동도 바꾸어 보려 노력해왔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과정 중 코로나 이슈가 터졌다. 사실 코로나 이슈는 겉으로 보기에는 90년대생과의 갈등이슈를 덮어버린 듯했다. 그러나 막상 내부로 들어가면 그것이 아니었다. 코로나는 그렇지 않아도 힘든 리더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주었다. 필자의 진단에 의하면 90년대생의 등장은 전통리더들에게 있어 ‘가치의 충돌’을 가져왔다면, 코로나의 등장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방식의 한계’를 가져왔다. 그래도 코로나 이전에는 리더들이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았다. 가치의 충돌은 명확했지만 많은 기업에서의 업무방식은 과거와 유사하게 오프라인 중심이었다. 여전히 리더들의 눈 안에 구성원들이 들어왔다. 각종 오프라인 회의와 보고의 형태를 통해 직원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다. 또한 회식이나 체육 행사 등의 방식을 통해 팀빌딩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근무시간의 변화가 이러한 방식에 큰 펀치를 날렸다면 코로나는 또 한 번의큰 펀치를 날리게 된 것이다.

이제 직원들이 리더들의 눈앞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 증가하고 있다. 아무 때나 불러서 일을 시키기도 어렵고 아무 때나 회의를 하기도 어려우며 직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회식, 단체모임, 단체교육 등 과거에 익숙했던 신뢰획득과 팀빌딩의 방식 또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결국, 리더들은 ‘가치의 변화’와 ‘방식의 변화’ 두 가지 모두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러면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첫째, 이제 리더들은 미션과 가치, 전략, 목표를 구성원들에게 투명 하게 공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구성원들을 리딩해야 한다. 사실 많은 기업은 과거 미션, 가치 등을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실제 대부분의 기업에서, 조직과 구성원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상사의 순간순간의 세부적인 지시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일을 미션과 가치의 관점에 정렬시켜 일하고 판단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가치로 무장된 인력들의 등장과, 대면이 어려운 환경에서는 미션과 가치가 필수적이다. 구성원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대면이 어려운 환경에서 하나하나 지시하고 체크하기도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수 있게 하는 분명한 기준을 제공해야 한다. 그 기준이 바로 미션, 가치, 전략 등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기업은 먼저 지향하는 미션, 가치, 전략,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우리 회사는 왜 존재하는지?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지? 우리 회사의 존재이유와 가치와 정렬된 목표는 무엇인지? 우선순위는 무엇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투명하게 공유해서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을 여기에 정렬시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이루어져야지만 구성원들의 새로운 가치에 따른 욕구를 만족 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비대면 환경에서도 구성원들이 제대로 일하게 할 수 있다. 명확한 목표와 기준점에 의해 스스로 판단하며 일하게 함으로써 기업은 구성원들을 기업이 달성하려는 목표와 정렬(alignment)시키면서도 자율(autonomy)을 허용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둘째, 리더들은 이제 개인, 소그룹 코칭형 리더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대개 리더들이 업무에서는 지시형으로 리딩하다가 회식 등의 사적인 환경에서 인간적 신뢰를 얻는 리더십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제 업무현장 자체에서 신뢰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대면이 아닌 비대면 상황에서도 신뢰를 얻으 면서 업무성과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들이 ‘코칭 형태’의 리더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코칭리더십은 상대의 신뢰를 얻으면서 상대의 동기를 자극시켜, 스스로가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책을 발견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세세한 간섭이 아니라 그가 스스로 성장하게 도우며 업무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코칭하는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부각되고 있다. 리더들은 이러한 방식의 리더십에 더 훈련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디지털 협업도구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리더들은 디지털 툴(tool)에 더 익숙해져야 한다.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업무 방식을 유도하는 다양한 툴들이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방식 자체가 그 툴 안에 녹아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툴을 통해 자연스럽게 새로운 가치와 방식에 익숙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직원들은 그 툴로 서로 협력하고 수평적으로 일하는데 리더는 거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구성원들이 이중으로 고생하게 될 뿐 아니라 리더들과 구성원들의 간극은 더욱 넓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리더들은 이러한 디지털 도구에 그 어느 때보다도 익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90년대생의 등장과 코로나 이슈의 지속화는 리더십에 큰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전환은 위협일수도 있지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많은 리더가 이러한 전환에 성공하여 더 탄탄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만들고, 모든 구성원이 즐겁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더멋진 일터를 조성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