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심리의 직원이 필요하다②

2020-08-05     신경수 지속성장연구소 소장

회복탄력성이 영향력 1순위

긍정심리자본에 대해 좀더 구체적인 논문이 있다. 박태운 박사의 연구논문인데, 그는 국내 금융업 및 공기업, IT 관련 서비스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종업원 500명을 대상으로 2019년 5월 ‘긍정심리자본이 직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하였다. 그의 자료에 의하면 긍정심리자본은 직무성과, 혁신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4개의 구성요소가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긍정심리자본의 하위요인 중 ‘회복력’이 다른 하위요인들보다 혁신행동과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혁신행동과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는 ‘자기효능감>희망>낙관주의’ 순으로 나타났다.

표에 따르면, 긍정심리자본이 직무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긍정심리자본의 요소별 영향도는 ‘회복력(0.827)>자기효능감(0.824)>희망(0.819)>낙관주의(0.815)’ 순서임을 확인할 수가 있다. 여기서 ‘회복탄력성’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4개의 긍정심리자본의 구성요소 중 가장 크게 영향을 것이 회복탄력성이기 때문이다. 우선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자.

회복탄력성: 난관이나 실패 또는 증가한 책임감으로부터 일어나고 회복할 수 있는 수용력을 말한다. 정상적 상태뿐만 아니라 평형점(equilibrium point) 이상으로 나가려는 의지에 도전하면서 난관을 극복하고 다시 회복하는 능력을 말한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변화상황에 잘 대처하고 자신이 직면한 난관이나 새로운 경험에 독특하면서도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정서적 안정감을 유지한다.(출처: 심리적자본[Psychological Capital, 心理的 資本](두산백과))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하고 싶은 대목이 있다. 회복탄력성이 그냥 ‘참는다’는 수동적 의미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이상하게 해석하는 분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특히 인사이동 시즌이 되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분하고 억울해도 참아야 합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처럼 이 또한 지나갈 겁니다. 항상 상황은 변하게 되어 있습니다. 참고 버티면 다시 평온한 세상이 올 겁니다.” 그러면서 이들이 가장 많이 내세우는 이론적 근거가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최후의 승자라고 말하며 홧김에 경거망동(輕擧妄動)하지 말고 ‘끝까지 붙어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회복탄력성은 그런 뜻이 아니다. 위에 소개한 사전적 의미에서도 나타나 있듯이 ‘변화상황에 잘 대처하고 자신이 직면한 난관이나 새로운 경험에 독특하면서도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은 수동적인 입장이 아닌 능동적인 자세를 갖출 것을 주문하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이 또한 지나가리라, 악착 같이 붙어 있는 자가 이기는 것이다.”는 말은 굉장히 수동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언어로 들릴 수 있다. 비록 인사고과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서 지금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조직을 그만 두는 행위는 당신만 손해이니 대충 눈치 보면서 조직생활을 하라는 말로 들린다. 그냥 ‘따라가는 인생’을 권유하고 있는 듯한 뉘앙스다. 그러나 그런 인생은 무의미한 생활의 연속이다. 삶의 활력을 갖기 위해서는 조직생활에서도 자기 주도적인 통제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나에게 불어 닥친 불이익에 굴하지 않는 자세는 물론, 그 이상의 셀프혁명이 필요하다. 왜 이런 평가를 받게 되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반성, 그리고 다음 단계의 설계를 통해 주도권을 스스로가 잡고 나아가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주도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긍정심리를 ‘회복탄력성’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7월호에 소개한 A군과 B양의 사례를 떠올려 보자. B양은 실수를 하거나 본인의 실수를 지적당했을 때, 항상 무엇이 부족 해서 이런 평가를 받는지를 고민했고 스스로를 반성하며 개선책을 찾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는 특징을 보였다. 반면, A군은 스스로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두 친구를 비교하면서 같이 일했던 직장 동료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었다. “A군은 오래 갈 것이다. 뜨거운 태양이 비쳐도 폭풍우가 몰아쳐도 심리적 변동이 없기 때문에 가늘게 오래 갈 것이다. 하지만 B양은 불안하다. 원채 욕심이 많은 친구라서 본인의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으면 좌절감과 상실감을 이기지 못해 그만 둘지도 모른다.”고 모두가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A군은 입사하고 5년 정도 지났을 때 회사를 그만두었다.

표면적인 퇴사의 이유는 대학원 진학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이유가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에 대한 욕심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그와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동료들과의 인간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가 미치는 영향력은 그무엇보다도 상위개념에 속하는데, 그런 면에서 본다면 그를 퇴사시킨 건 직장동료들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반면, B양은 팀장과 동료들의 기대 속에 승승장구하여 현재 사업부 본부장까지 올랐다. 그녀라고 인사상의 불이익이나 고난, 좌절의 시기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A군과 달랐던 것은 그 시련을 계기로 더 노력하고 개선해 가는 모습을 동료들에게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회복탄력성이며 A군과 B양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박인규 대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같은 HRD 영역에 있다 보니, 자세히는 몰라도 업계 돌아가는 사정은 자연스럽게 귀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온라인 직무교육시장이 괴멸하면서 이 분야에 종사했던 많은 지인들이 사업을 접거나 다른 분야로 업을 전환해야만 했다. 그들이 떠나면서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 있다. “이 시장은 이미 끝났어, 악착같이 붙어있어도 소용 없어, 안 되는 시장을 붙잡고 있다 가는 얼마 남지 않은 재산도 다 날릴 거야”라고 하소연했다. 그만큼 시장상황이 절망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흔들림은 박인규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흔들림 속에서도 그를 포기하지 않게 만들어준 게 두 가지 있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신념’이었고, 두 번째는 ‘희망’이었다. 그는 직무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큰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시간이나 돈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들의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는 과목을 개설하는 업무 자체에 큰 보람을 느꼈다는 것이다. “시간, 돈이 없어서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제공해 주신 콘텐츠 덕분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라고 올라오는 피드백을 볼때마다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희망 이라는 싹도 피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온라인 업체 대부분이 망해가는 상황에서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종의 개체수가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면 생존을 위한 생태계적 정화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종의 번식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위한 과도기적 통제의 시기이다. 이런 혼돈의 시기가 지나면 반드시 새로운 질서가 생겨날 것이고, 결국 죽지 않고 적자생 존의 진화에 성공한 개체가 그 분야의 승자가 될 것이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코로나로 인해 시장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고객의 기대에 대응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회사가 많지 않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관련 콘텐츠를 보강하고 시대에 어울리는 디지털포메이션으로의 진화에 성공한 박 대표의 회사는 지금 비즈 니스 영역을 수십 배 확장시켜 나가는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만일, 여기까지 오기 전에 박 대표가 혹시나 앞서 소개한 A군처럼 “지금은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냥 악착같이 붙어있는 것이 최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진화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더 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기회라는 건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 혹시나 그가 A군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설령 아무리 온라인 교육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더라도 회사의 비즈 니스규모에는 변화가 없었을 것이다.

A-Player와 C-Player의 긍정심리의 차이

긍정심리자본의 다른 영역도 그 중요도가 만만치 않다. 이야기를 잠시 다른 요소로 돌려보도록 하자. 회복력 이외의 다른 3가지 요소도 조직성과에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고 앞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자기효능감, 낙관주의, 희망이 그것이다. 이런 요소들이 실제로 조직생활에 도움이 되는지가 궁금했다. 물론 위에 소개한 박태운 박사의 연구논문에서 충분히 검증된 부분이기는 하지만 현장의 살아있는 의견을 수집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항상 그렇듯이 내가 알고 있는 모집단을 활용하여 설문조사를 시행해 보았다. 지금까지 우리회사에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관리자 210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배포해 도움을 요청했다.

나는 우선 설문에 응한 관리자들에게 긍정심리자본이 무엇인지와 4가지 하위요소에 대한 정의를 설명했다. 그리고 “팀의 성과에 공헌도가 높은 사람을 A-Player, 공헌도가 낮은 사람을 C-Player라고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직내 A-Player와 C-Player에 해당하는 인물을 구체적으로 떠올려 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해당항목에 대한 체크를 요청했다.
Q1: 1~7범위 내에서 A-Player, C-Player가 가지고 있는 긍정심리 자본의 발휘 정도에 해당하는 숫자에 체크해 주십시오.
Q2: 1~7범위 내에서 A-Player, C-Player가 가지고 있는 긍정심리 자본의 4가지 요소에 대한 발휘 정도를 체크해 주십시오.

나는 우선 210명의 팀장급 관리자들에 대해 같이 일하는 부하직원들 중에서 조직공헌도가 높은 사람과 조직공헌도가 낮은 사람들을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 선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그들이 발휘하고 있는 긍정심리의 보유정도에 대해 7척도를 기준으로 체크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를 A-Player, C-Player별로 나누어서 평균 데이터를 산출해 보았다. 그랬더니 결과가 아래와 같이 나왔다.

210명의 팀장들은 A-Player가 C-Player보다 1/3정도 더 높은 긍정 심리를 가지고 있다고 답변했다. 결과만 가지고 분석해 보면, 긍정 심리가 강한 사람이 조직공헌도도 높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역시 예측한 결과가 그대로 나타났다. A군과 B양의 사례에서 보듯이 긍정심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조직의 성과창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 수치의 차이가 30%이상 벌어진 것에는 약간은 놀랐다. 여기서 당장 응용할 수있는 상황이 여러 가지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채용에서부터 시작해서 평가, 승진, 부서배치 등 인사의 모든 영역에서 활용가능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

다음은 긍정심리자본의 4가지 요소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A-Player, C-Player별로 나누어서 체크 하게 한 후, 평균 데이터를 산출해 보았다.

여기서 두 가지 특이점이 발견되었다. 첫 번째는 A-Player와 C-Player 사이에 발생하는 회복탄력성의 상대적 비교이다. 회복 탄력성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게 나타났다. ‘A-Player 78%’ VS. ‘C-Player 22%’로서 거의 3.5배 차이가 발생했다. 회복탄력성이 조직성과에 미치는 영향력이 예상보다도 훨씬 크게 나왔다. 다음으로는 순위변화이다. 인용자료로 소개한 가천대학교 박태운 박사의 연구논문에 의하면 요소별 순위는 ‘회복력>자기효능감>회망>낙관주의’이다. 그런데 내가 조사한 자료는 ‘회복력>희망>자기 효능감>낙관주의’ 순이었다. 자기효능감과 희망 사이에 순위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것도 설문작성자의 의도가 반영이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 경험으로는 목표달성에 대한 의지가 높은 친구들이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 과신하는 친구들보다 훨씬 조직공헌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회복탄력성 다음으로 희망이라는 요소가 더 중요한 항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도 그런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자기효능감은 자칫 지나친 자기 과신으로 이어져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만 주는 사례도 종종 보아왔다. 낙관주의도 마찬가지다. 근자감보다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근거 없는 낙관주의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부정적인 사고보다는 긍정적인 사고가 수십 배 바람직하긴 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사고방식이다. 이상의 결과를 통해서 얻은 결론은 확실한 것 같다. 긍정심리가 부정심리보다 3배 더 많이 조직의 성과창출에 도움을 준다는 교훈이다. 이상의 연구 결과가 조직 구조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