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린이 전성기

30대 여기자의 일상다반사

2020-08-05     김소정 선임기자

Episode 19.

평소 집돌이, 집순이와 ‘이불 안전주의’를 외치던 사람들마저도 요 몇 달을 지내면서 몸이 근질근질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외출도 부담스럽고 더군다나 사람이 붐비는 실내에서의 활동을 꺼리는 상황에서 나름의 해결책은 ‘사람이 덜 붐비는 야외’가 되는 모양새다. 특히나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현 시점에서 안전하고 경제적인 휴가를 보내는 방법으로 ‘캠핑’이 대세가 된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싶다.

공중파 방송은 뉴스나 가끔 틀까 말까, 이제 TV도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풀가동 중이다. 내가 요즘 멍하니 틀어놓는 유튜브 채널은 주로 ‘솔로캠핑, 가족캠핑, 감성캠핑’ 등 야외로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어찌나 잘 먹고 잘 놀고 잘 쉬는지, 야외로 떠난 사람들 저마다의 컨셉으로 내게 대리 만족을 주고 있다. 여자 혼자 텐트 치고 거창하게 안주 한 상 차려놓고는 거침없이 소주 원샷을 이어가는가 하면, 단출한 캠핑용 조리도구로 일류 레스토랑 요리를 선보이는 남자, 아기자기한 소품과 예쁜 조명으로 꾸민 텐트를 자랑하는 사람, 다양한 캠핑장비를 요리조리 소개하는 사람 등 모습도 재미도 각양각색이다. 일찍이 캠핑 바람이 불긴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캠린이(캠핑+어린이, 캠핑을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 말) 폭증 수준으로 치닫는 느낌이랄까. 유튜브 채널수만 봐도 캠핑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계속 방송을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캠핑용품을 찾아보게 되었다. 어설프게 사면 나중에 이중으로 돈 나간다고들 해서 제대로 갖추자 생각하니까 최소 2~300만원이다. 텐트, 접이식 테이블 등 인기 있는 제품은 서너 달 예약대기를 각오해야 한단다.

사실 더 큰 문제는 국내 캠핑장들이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캠린이가 많아져서 시설이 좋기로 소문난 캠핑장은 이미 올해 예약이 다 찼다고 한다. 초보 캠린이가 이름 모를 노지나 산간에 텐트 치고 놀았다가는 자칫 사고(본인도 모르게 사유지에 불법으로 텐트를 치거나 취사를 할 수도 있고, 화장실이나 쓰레기 처리 등도 문제다)가 날 수 있기 때문에 필히 허가 받은 캠핑장을 이용해야 하는데, 시즌도 시즌이고 여러모로 캠핑 즐기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디로든 떠나보자”하는 마음은 더 커져만 간다. ‘캠핑용품은 비상 시 요긴할 테니까 사두면 이득이야’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남친과 짝짝꿍 떠나기 위한 채비에 한창이다. 다만, 처음 입문하는 분야이니만큼 캠린이로서 지켜야 할 수칙, 매너를 미리 공부하고 떠난다면 욕 먹고 멱살 잡히는 일은 안 생기겠지? 어딜 가나 휴가철에는 사람 모이는 곳이 쓰레기장이 된다는데 캠핑은 특히나 레토르트 식품, 일회용 사용이 잦기 때문에 그건 좀 걱정이다.

먹고 놀고 쉬더라도, 자연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니까 환경에 대한 개념도 장착하는 캠린이로 성장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