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뜬 채 죽어가고 있는 나라?
김광희의 창의노트
“또 그 얘기?”
“원래 그렇잖아!”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합계출산율 0.8명대의 초(超)저출산 국가 사람들의 반응이다. 나라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인데, 구성원이 느끼는 위기감은 실상과 괴리가 커도 너무 크다. 삶이 팍팍해 나 하나도 건사하기 힘들다는 아우성뿐이다.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더 많은 나라
▪전쟁도 아닌 시기에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
▪OECD 회원국 유일의 합계출산율 0명대인 나라
▪20년째 초저출산(1.3명 이하)이 계속되는 나라
▪0~14세 인구 비율이 12.5%(세계평균 25.4%)인 나라
▪전국 228개 시군구의 46%가 소멸위험 지역인 나라
▪2018년 이래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있는 나라
▪2019년 이래 국민연금 가입자가 줄어드는 나라
▪2020년 5월 기준 초중고 3,834곳이 폐교한 나라
▪2020년 중위연령(인구 정중앙값)이 43.7세인 나라
▪2025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나라
▪2057년 국민연금이 바닥나는 나라
▪납세자는 줄어드는데 공무원은 급증하는 나라
▪시급한 저출산 대책을 정치 일정에 맞추는 나라
▪집단 자살 사회, 즉 ‘자폭’하고 있는 나라
국가 전략의 총체적 실패를 보는 듯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저출산이 진행되면서 지난해엔 처음으로 출생아가 3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추세라면 300년쯤 뒤 이 땅엔 부족국가가 출현하게 된다. 작금의 저출산은 비혼・만혼과 관련이 깊은데, 그간 정부 대책은 헛다리를 짚었다. 유의미한 저출산 대책은 이민을 받아들이는 것뿐 인데, 이를 사회가 수용할 역량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거울을 닦아도 비친 모습까지 바뀌진 않듯, 지금 우리 사회는 철저히 진영 논리로 양분돼 통합과는 가장 멀리 서 있다.
저출산 문제를 인류사적으로 접근해보자. 현생 인류의 직접적 조상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4만 년 전쯤 처음 지구상에 등장했다. 이래 조상 가운데 단 한 세대라도 후손을 남기지 못했다면, 그대는 이 글을 대할 수 없다. 1,000번에 가까운 외세 침략에도 후손을 남겼다. 때문에 출산 거부는 4만 년 동안 면면히 이어온 불멸의 줄기를 본인 세대에서 절단하는 행위다. 저출산의 후과(後果)는 실로 참혹하다.
노동력 부족, 소비(내수) 위축, 병역 자원 감소, 기업 생산 위축, 세수 감소, 경제 성장률 하락, 국가 재정 악화, 학교(유치원, 초중고, 대학 등) 붕괴, 연금과 보험 등의 재정 붕괴, 병원과 의료체계 붕괴, 사회 보장제도 소멸, 중소기업 도산, 지방 소멸.
마침내 인구수축을 넘어 ‘인구고갈’의 기로에 있다. 사람이 국부(國 富)인 나라에서 저출산은 두뇌 경쟁력 하락을 불러 미래 경쟁력마저 무너뜨린다. 직간접적인 파급효과까지 따지면 가정과 사회, 국가 전반에 걸쳐 미치지 않는 영역이 없다. 종국엔 대한민국 소멸이다. 단언컨대, 현재 우리에게 ‘저출산’보다 앞서는 이슈가 있으랴! 당장 여성가족부를 ‘출산 미래부’(가칭)로 바꾸고 국가 대개조에 나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