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자원관리와 개미 이야기

2021-10-27     장상수 아시아대학교 교수

이솝우화에 나오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외에도 많은 곳에서 등장하는 개미는 그야말로 근면과 성실의 표상처럼 소개되고 있다. 일개미는 온종일 잠시도 쉬지 않고 일하는 것처럼 알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개미는 간간이 1분 정도의 휴식을 반복해 하루 5시간 정도를 쉰다고 한다. 사람들 눈에는 1분의 짧은 휴면이 쉬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궁금한 것은, 정말로 개미는 부지런한 곤충일까 하는 점이다.

2:8의 법칙

진화생물학자인 홋카이도 대학의 하세가와 에이스케(長谷川英祐) 교수는 오랜 연구를 통해 개미집단의 한가지 법칙성을 발견하였다. 부지런함을 잣대로 구분해 볼 때, 개미집단은 크게 3개 그룹으로 나뉘어졌다. 그 결과, 아주 열심히 일하는 개미는 2할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회적 통념과는 큰 괴리가 있었다. 전혀 일하지 않는 개미도 2할이나 있었고, 나머지 6할은 적당히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나 현상을 두고 관찰자들은 어떤 의문을 품었고 또 어떤 해석을 내렸는지는 모르겠으나, 필자로서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보았다. 

예컨대, 인간들 역사보다 긴 것으로 알려진 개미사회에서는 2할의 노동으로 전체 구성원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조직문화와 노동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암묵의 분업과 교대시스템이 확립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전체 개미들의 역량은 균등한 것은 아닐까 등등의 의문과 가설이다. 이러한 것들이 성립되지 않는다면, 개미 조직에서도 갈등과 대립이 상존하고, 평가와 보상을 둘러싼 구성원 사이의 불만이 분출할 것이므로 조직의 지속적 성장이나 존속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2할의 개미가 열심히 일해서 전체를 먹여 살린다는 것은 관찰 결과 확인된 진실에 가깝다. 인간사회가 개미사회를 제대로 벤치마킹한다면, 기업 등 조직의 영속성을 위한 답을 얻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던 현상만을 놓고 보면, 개미사회도 인간사회처럼 2:8의 법칙이 여러 면에서 작동되는 것 같다. 그 일례가 전체 구성원의 2할이 조직 전체 성과의 8할을 창출한다는 점이다. 흔히 경제적인 부(富)의 배분을 논할 때도 같은 법칙성이 지적되곤 한다. 물론 인적자원관리, 특히 업적평가에서는 이러한 배분율이 적용되기도 한다. 국가 및 글로벌 기업에서는 이들 상위 2할의 인적자원을 둘러싸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2:6:2의 법칙

하세가와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하위그룹 2할을 모두 제거한다면, 개미 조직은 훨씬 활성화되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갖고서 실제 놀고먹는 듯한 2할의 개미를 제거해 보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남은 8할이 또다시 2:6:2의 비율로 나뉜다는 점이다. 거듭 반복해서 하위그룹 2할을 제거하여도 잔여 집단의 2:6:2배분비율은 바뀌지 않았다. 이러한 일종의 법칙성을 발견한 하세가와 교수는 이를 262법칙으로 명명하였다. 

인간사회에서도 262법칙은 엿보인다. 예컨대 인사고과에서 상중하 3단계로 구분한다면 대체로 2:6:2의 정규분포 비율로 배분될 것이다. 여기서 중간배분율(60%)이 너무 많다는 인식 아래 중간부분을 다시 3단계로 나누어, 전체를 5단계 평점체계로 만들었다. 즉 수(秀)우(優)미(未)양(良)가(可) 혹은 ABCDE와 같은 방식이다. 

인간조직에서도 언제나 하위 2할은 고심거리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내심(內心) 잘라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각종 법령이나 저항세력 때문에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렇지만,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장에서는 언제든지 조직이 도태되거나 퇴출 당할 수가 있다. 조직이 지속적으로 확대성장해 가기 위해서는 개미사회의 지혜도 배워야 한다. 예컨대 노사가 합심하여 구성원 전원이 조직의 기대역량을 고르게 체득하고, 2할의 활동인력으로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성과를 창출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들의 체력과 지력 등이 번아웃(소진)된다면, 한동안 재충전하며 체력과 역량을 키워온 휴게인력으로 교체하는 방식을 반복하면 될 것이다. 귀족노조처럼 놀고먹는 베짱이들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탤런트 매니지먼트(핵심인재론)

2020년 10월에 돌아가신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은, 1993년 6월부터 그룹차원에서 전면적이고 지속적인 경영혁신운동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삼성은 국내 일류기업에서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신경영(新經營) 추진과정에서는 수많은 삼성식 용어가 생겨났다. 그 가운데 하나가 프랑크푸르트회의(93.6.14)에서의 말씀이다. 그대로 옮겨 적으면, “뛸 사람은 뛰고, 걸을 사람은 걷고, 앉아있을 사람은 앉아있어야 한다. 단, 뒷다리만 잡지 말고, 손가락질만 하지 말자. 한 방향으로만 가면 된다. 웬만한 조직은 5∼10%가 끌고 간다.”는 내용이다. 

그야말로 262법칙을 경험으로 찰지(察知)하고, 이를 모든 임직원에게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당시 삼성에도 게으른 임직원들이 있었으며, 그 중에는 바꾸고 또 바뀌고자 노력하는 임직원들을 뒤에서 험담하거나 경영혁신 그 자체에 저항하는 자들도 있었다. 이러한 임직원들에게 쉬고 싶으면 쉬어라, 쉬면서 자기개발과 자기성장을 도모하라. 뭔가 열심히 해보려는 임직원을 가로막지는 말라는 이야기다. 만약, 당시 이건희 회장의 호령과 더불어 조직 내 모든 임직원이 전력으로 질주하였다면, 단기간 내에 매출이나 이익의 가시적 성과는 올렸겠지만, 오늘날 같은 초일류의 글로벌 삼성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른바 조직력의 번아웃(燒盡)으로 지속적인 확대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최고경영자의 경영철학이 조직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일례라 할 수 있겠다. 

조직성장의 공헌도나 성과창출의 관점에서 볼 때, 수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인재가 있는 반면에 일하는 시늉만 하면서 보수를 챙기는 이른바 무임승차의 암적 존재도 있다. 삼성에서는 전자(前者)를 핵심인재라 부르며, 핵심인재군도 3개 그룹으로 나누어 처우를 달리하였다. 중장기 경영전략을 추진함에 있어서 미래의 먹거리를 창조해낼 ‘없어서는 안 될 초일류 S급(super)’인재와 현재의 경영난제를 해결할 A급(ace)인재,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장기 관점에서 필요역량을 잠재 보유하고 있는 H급(high potential) 인재이다. 

조직성장의 공헌도가 높고 열심히 일한 임직원에게는 금전적, 비금전적 보상과 더불어 일정기간 쉬면서 재충전할 수 있는 기간이 부여된다. 삼성의 경우, 현업을 떠나서 개인의 시장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역량개발기회가 다양하게 부여되고 있다. 일례를 든다면 1년간의 지역전문가제도, 2년 이상의 삼성MBA제도, 10주 등 다양한 외국어연수제도(영어,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등이다. 일반직의 경우도 하위 2할의 업무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교육연수체제가 면밀히 구축되어 있다. 하드 측면에서는 전국 십여 곳에 연수원을 건립하여 연중 무휴로 운용 중이며, 이도 부족하여 각 사업장마다 자체 연수시설을 갖추고 있다. 현장 인력에 대해서도 사내대학이나 산학연계를 통한 특정대학과 협동으로 학사에서 박사까지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이수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다. 

이처럼 상위 인재들에게는 미래의 영속적 확대성장에 필요한 역량강화를 위하여 다양한 기회를 부여하고, 하위 인력들에게는 현재의 생산성 향상이나 코스트 다운 등에 요구되는 역량레벨 향상을 위해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두고 있다. 

컴피턴시 모델의 적용

회사가 도산 직전의 위기상황이라면, 임직원의 총동원령과 전력투구는 불가피하겠지만, 평상시까지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력으로 질주하는 구성원을 응원하는 체제나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지쳐 탈진했을 때, 이들을 대신하여 투입할 수 있는 예비인력들이 있어야 한다. 오늘날처럼 급격한 환경변화 속에서는 지식과 능력의 진부화 속도도 그만큼 빨라질 것이므로 역량 고갈이나 체력 부족으로 인하여 저성과자로 분류되는 인력이 속출할 수 있다. 이들에게는 휴식과 동시에 재충전 기간이 주어져야 한다. 전력 질주한 임직원한테는 휴식과 재충전의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기업의 궁극적 경영목적인 ‘지속적 확대성장’이 가능해질 것이다.

조직이나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책의 하나로서 벤치마킹이나 컴피턴시 모델이 도움이 될 것이다. 경쟁사를 비롯한 벤치마킹 대상기업군을 설정하여 두고서 그 가운데 가장 성과가 뛰어난 조직을 심층적으로 비교연구함으로써 강점을 배우고, 약점은 보강하도록 한다. 재벌과 같은 대기업 집단에서는 집단 내 벤치마킹, 즉 계열사 간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발굴하고, 이를 그룹 내 각 사로 전파, 공유하는 방법도 있다. 이러한 사고(思考)는 조직 내 개인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영업직의 경우, 262의 하위실적자 2할을 대상으로 상위실적자 2할의 성과창출 행동특성 등을 도출하고, 이러한 행동특성을 저업적자들에게 체득(體得)시킨다면, 조직 전체의 성과는 크게 향상될 수 있다. 이러한 인재육성을 컴피턴시 모델이라 한다. 여기서 컴피턴시라 함은 고업적자 (high performer)들의 다년간에 걸친 공통된 행동특성을 의미한다. 

궁극적 목적은 영속적 확대성장

기업들 간의 경영역량, 경쟁력에는 격차가 엄존(儼存)한다. 그리고 조직 내 구성원 간에도 능력 차는 분명히 상존한다. 구성원의 역량과 업적이 262법칙에 따라 배분될 경우, 하위 2할의 저업적 인력을 해고하거나 따돌릴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포용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물론, 언제까지고 무임승차를 용인해서도 안 된다. ‘영속적 확대성장’이라는 조직의 궁극적 경영목적 실현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노사정은 사회적 약자나 조직 내 성과부진자 등 하위 2할의 인력에게 역량 강화와 재도전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 한국의 경우, 저출산 고령화의 심화, 총인구의 감소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노사정 3자는 조속히 합심하여 상생의 길을 모색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라는 사회적 공유가치(shared value)를 한층 더 확고부동한 것으로 재정립하여야 하며, 합의적 제도나 시스템의 선행적 구축도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