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보다 안착이 중요하다

2022-01-28     신경수 지속성장연구소 소장

채용, 배치, 교육, 평가, 보상 등 어느 것 하나 어렵지 않은 일이 없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스트레스가 많은 인사 업무를 꼽으라고 한다면 필자는 채용 업무를 뽑을 것이다. 특히 심혈을 기울여 뽑은 인재가 조기 이탈해 다시 채용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업무 스트레스는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절차를 밟아야 한다. 크게는 ‘구인공고’ → ‘서류전형’ → ‘면접전형’ →‘OJT’의 프로세스로 구성되어 있지만,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행정절차로 많은 시간,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예를 들면, 구인공고를 내기 이전에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를 파악하기 위해 부서별로 ‘필요인재 요구서’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이 끝나야 회사의 예산이나 인력구조 등을 감안해서 필요인력의 숫자와 스펙을 정리해서 구인공고를 낼 수 있다. 또 이력서가 들어오면 서류심사를 위해 또 엄청난 양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보통은 인사팀 자체 인력만으로는 소화가 불가능해 다른 부서에 협조를 구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서류심사가 끝나면 다음은 면접인데, 여기서 또 면접관과 응시생의 일정 조율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면접은 통상 2, 3번 하는 경우가 보통인데, 이 모든 것들을 채용담당자가 조율한다. 이렇게 해서 최종 통과된 인력들에 대해 합격 통지하고 기본적인 교육을 이수시킨 후에 현장 배치를 하면 채용의 프로세스가 거의 마무리된다. 

이 모든 과정을 돈으로 한번 환산해 보자. 얼마나 많은 투자가 들어가는지 바로 계산이 되는가? 그런데 이런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대대적인 투자를 해서 채용된 인재가 입사하고 얼마 안 있어 퇴사한다고 하면 담당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허탈할까? 현업도 마찬가지다. 이제 겨우 업무분산이 이루어지는구나, 하는 희망이 생겼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그 좌절감, 상실감은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사람을 채용할 때에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은 ‘채용’ 그 자체보다도 채용 후의 ‘유지’에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채용된 인재가 바로 퇴사하지 않고 남아 있는 상황 말이다. 아무리 많은 숫자의 우수인력을 채용하면 뭐하겠는가? 퇴사자가 생기고 다시 구인공고를 내야 한다면 자원의 낭비만 되풀이될 뿐이다.

이런 채용의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에 대해 원인분석을 해야 한다. 채용을 해 본 사람이라면 다 알겠지만 입사한 직원이 얼마되지 않아 퇴사하는 악순환의 가장 큰 이유는 ‘미스매칭’이다. 구인자와 구직자가 채용 후에 막상 같이 생활해 보니 서로가 매칭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상황이다. 특히 구직자의 입장에서 이런 미스매칭을 느낄 때가 바로 퇴사로 이어진다. 반대로 매칭도가 높을 때 입사한 이들의 업무만족도는 최고조에 이른다. 생각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었을 때 조직 충성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렇듯 미스매치를 줄이는 일이 곧 퇴사를 줄이고 만족도를 올리는 길이라고 한다면 채용의 우선순위는 이런 미스매칭을 줄이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가들은 일명 ‘솔직한 직무소개’를 강조하고 있다. 미스매칭이 일어나는 현상의 거의 대부분은 채용전의 직무소개에 대한 솔직하고도 정확한 소개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학의 진 필립스(Jean Phillips) 교수는 자신의 논문(Effects of realistic job previews on multiple organizational outcome: A meta-analysis)에서 “채용 전의 직무소개가 현실적이면 현실적일수록 이직률 방지에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구방법>
진 교수는 연구에 협조의사를 밝힌 기업들에 채용 과정에 한 가지 프로세스를 추가하도록 했다. 다음의 3단계 시점에서 현실적 직무소개를 하게끔 요청한 것인데, 진 교수가 설정한 3단계는 채용프로세스의 초기 단계, 채용 직전, 채용 직후의 단계를 말한다. 
단계별로 이루어지는 솔직하고도 현실적인 직무소개가 지원자의 이탈율이나 입사자의 직무만족도, 업무몰입도, 자발적 이직률, 업무성과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시간이 흐른 후에 협조를 요청한 곳 중에서 40곳이 결과를 진 교수에게 보내주었다. 그들이 보내 준 채용자료를 대상으로 메타분석을 해 보니 확실히 채용 전의 솔직한 직무소개는 이직률을 떨어뜨리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연구결과>
변수로 직무소개 시점은 저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시점보다는 채용 직전이나 채용 직후에 현실적 직무소개가 이뤄지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현실적 직무소개를 통해 앞으로 닥칠 직무에 대한 실망과 충격을 예상하고 대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백신효과라고 말할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 직무소개를 하지 않은 집단의 이직율이 직무소개를 한 집단의 이직율에 비해 1.5배에서 4배 정도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 안착을 위한 6단계 지원

자신이 해야 일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을 듣고 듣지 못하고의 차이는 실로 크다. 즉 이렇게 직무에 대해 설명을 듣는 백신작업이 1단계라고 한다면, 2단계는 조직 안착이다. 2단계 조직 안착율을 높이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 가장 중요한 작업이 조직문화를 이해시키는 일이다. 조직문화는 눈에 보이는 영역과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을 합하여 3단계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제일 상단에 있는 ‘언어와 의식’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언어와 의식이란 그 조직이 문화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 그 조직에 가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현상과 물건이다. 예를 들면, 로고나 사가 그리고 근무복장과 의례 등을 말한다. 또한 조직이 만든 제품 서비스와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조직구조나 제도, 정책 등을 포함하여 우리가 직접 지각하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 

중간의 ‘신념과 가치관’은 각 조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말한다. 우리나라가 건국하고 초창기 아무런 산업시설이 없던 시절, 당시 우리나라 기업들이 내건 창업 초기의 가치는 ‘기술입국’이었다. 아무런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먹고 살길은 기술력뿐이라는 생각에 기술개발을 통해 국가를 발전시키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생각은 내부의 조직구성원을 하나로 묶는 기둥이 되어 밤낮으로 기술개발에 매달리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이렇듯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모두를 구속하는 정신적인 의지를 신념과 가치관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아래 단계에 있는 ‘가치관 이면의 가정’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 간에 암묵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합의사항을 말한다. 해외제품을 유통하고 있는 회사를 예로 들겠다. 이 회사를 유지케 하는 실질적인 수입원은 해외에서 들여온 제품을 얼마나 많이 판매하는가에 달려있다. 모두가 판매망 확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기술연구소의 존재도 있고 대체품 개발에 대한 슬로건도 있지만, ‘수입제품의 유통망 확대가 우선이다’는 암묵적 동의가 조직을 감싸고 있다. 이러한 신념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암묵적인 기본 가정이다. 

아무리 업무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처음 입사한 후 얼마간은 적응기간이라는 것을 거쳐야 한다. 사람에 따라서 차이는 있겠지만 신입의 경우 1년, 경력의 경우 3개월 내에 적응기간을 끝내는 것이 좋다. 신입은 1년, 경력의 경우는 입사하고 최초 3개월은 회사의 성과에 공헌하지 못하고 에너지만 낭비하는 시기다. 이 시기가 지나면 본인이 투입하는 에너지에 비해 성과가 조금 더 많이 나오는 단계인 손익분기점을 넘는 단계가 온다. 이후로는 성과의 양이 계속 늘어나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조직안착모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런 구조를 만들기 위해 인사에서 지원해야 할 일이 있다. 여기서는 편의상 안착 지원을 위한 6단계 프로세스라고 이름을 붙이겠다.

① 준비 - 과거를 잊고 새로운 일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
② 학습- 무엇을 배워야 할지, 누구에게 배워야 할지를 정확히 알려준다
③ 상황 -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④ 관계 - 상사관계, 기대역할이 무엇인지를 세부적으로 알려준다
⑤ 성공 - 장기적 성공에 연계된 단기 성공체험을 하게끔 지원한다
⑥ 협력 - 사내생활에 도움을 줄 만한 사내/외 그룹을 만들어 준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Step 1: 채용자의 숫자보다는 이탈률 방지에 신경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무소개를 여러 번에 걸쳐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Step 2: 채용이 끝난 후에는 신규입사자들을 대상으로 조직이 소중히 여기고 있는 신념과 가치관에 대해 교육을 시키자. 
Step 3: 신규입사자가 자신의 퍼포먼스를 자연스럽게 발휘할 수 있도록 안착지원을 위한 현장지원 6단계를 밟아가도록 하자. 

중간에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신입은 1년, 정상적인 경력사원이라면 3개월의 시간이 지날 때 채용의 손익분기점은 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