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배치전환)

2022-05-01     김소정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인사담당자입니다. 이번에 저희 회사에서 부서가 하나 새로 만들어지면서, 기존에 서울에서 재직하고 있던 직원 중 일부를 지방으로 발령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해서 회사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서 발령자들을 선정했는데, 아무래도 발령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아 합니다. 회사가 정당하게 배치전환을 하기 위해 더 취해야 할 절차 같은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렇게 업무 내용이나 근무 장소를 변경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전직’ 또는 ‘배치전환’이라고 합니다. 원칙적으로 인사명령인 만큼 사용자의 재량권이 인정되는 부분이나, 권리남용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당한 이유를 갖추어 전직해야 합니다. 이하에서는 부당전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Ⅰ. 전직이란?

전직이란, 같은 기업 내에서 근로자의 업무내용이나 근무장소를 변경하는 인사명령을 의미합니다. 판례에서는 ‘동일한 기업 내에서 근로자의 근로계약상의 지위를 장기간에 걸쳐 변동시키는 인사조 치’라고 정의합니다. 비슷한 단어인 ‘전적’과의 차이점은, 전직은 동일 회사 내에서의 이동인 반면 전적은 회사와 회사간의 이동이라는 점입니다. 즉 전적은 기존 회사와의 근로관계를 끝내고 새로운 회사에서 근로관계를 새로 설정하는 것이므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Ⅱ. 전직의 정당성

1. 사용자의 재량권

인력을 이동하고, 어디에 배치할지 결정하는 것은 사업 경영상 필 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판례는 업무상 필요범위 내에서는 사업주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 항에서는 ‘정당한 이유 없이 전직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강행규정인 이 규정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을 하면서까지 전직시킬 수는 없습니다.

▶ 관련 법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 당해고 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2. 전직 명령의 절차적 제한

(1) 근무내용이나 근무 장소가 특정된 경우: 근로계약서나 취업규 칙, 단체협약 등의 문서에 근로 내용이나 근무 장소 등이 규정되어 있는 경우, 사용자의 일방적인 인사명령만으로는 정당한 전직이라고 볼 수 없으며 반드시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문서에 근무내용이나 근무 장소가 명시적으로 기재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특정 지역이나 지역에 연고가 있을 것을 전제로 채용 하였거나 특정 직무를 장기간 수행하였을 것을 전제로 채용하는 등의 경우에는, 근무 내용이나 근무 장소에 대해 ‘묵시적 한정 특약’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묵시적 한정 특약이 있던 경우에도 명시적 특약과 마찬가지로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2) 근무 내용이나 근무 장소가 특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 근무 내용 이나 근무 장소가 특정되어 있는 경우 반드시 근로자의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으나, 전직을 하기 위해서는 ① 업무상 필요성, ②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하고, ③ 신의칙상 협의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1) 업무상 필요성 업무상 필요성이란, ①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② 인원 선택의 합리성이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①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란 기존 인원을 다른 근무 장소, 다른 업무로 배정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있었는지를 의미하며, ② 여러 근로자 중에서 특별히 이 근로자를 전직 대상으로 선택한 것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필요한데, 이를 인원 선택의 합리성이라고 합니다. 특정 인원을 전직 대상으로 선택하여 발령하면 직장 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화합, 능률 증진 등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 하여 전직 대상으로 선택한 경우에도 인원 선택의 합리성이 있다고 봅니다.

▶ 관련 판례 (대법원 2010다52041 판결)
전직처분 등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당해 전직 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데, 업무상의 필요에 의한 전보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전보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 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사용자가 전직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 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


판례에서는 경영이 악화된 회사여서 신규채용을 할 상황이 아니었고 지방 근무자들을 해고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지방근무자들을 일시적으로 수도권으로 전직시킨 것은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 관련 판결 (대전고등법원 2015.6.25. 선고 2015누10191 판결)
(중략)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인력 채용에 제한을 받고 있었고, 그렇다고 지방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해고하고 인력이 필요한 수도권 지역에서 인력을 보강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가 겪고 있는 인력 수급 불균형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제한 적으로 지방연고 직원들을 수도권으로 일시 전보시키는 것은 그 업무상 중대한 필요에 기인한 정책으로 보인다.


반면, 처음 근무하였을 때부터 특정 직종인 기자직으로 입사하였고 기자직으로 근무한 기간도 매우 길었으며, 업무직과 기자직은 업무상 매우 큰 차이가 있고 이 전직으로 인해 해당 근로자는 큰 수준의 임금삭감이 이루어져 생활상 불이익이 매우 큰데도 불구하고 어떠한 신의칙상 협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사안에서는 업무상 필요성을 부정하였습니다.

▶ 관련 판례 (대법원 2000.04.11. 선고 99두2963 판결)
언론사가 사전에 협의나 동의절차 없이 경영진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 였던 기자직 직원을 업무직 직원으로 전직발령하고 신규로 기자직 직원을 채용한 경우, 그 전직발령은 그 업무상 필요성이 그다지 크지 않는 데반하여 근로자에게는 큰 생활상의 불이익을 주는 데다 전직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위 전직발령이 무효라고 한 사례


2)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이란 전직을 함에 따라 근로자가 받게 되는 일체의 불이익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근무장소가 변경되면 기존 거주지와 근무지가 멀어지게 될 수 있고, 연고지가 전혀 없는 곳에서 근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업무가 변경되어 장래에 승진 기회가 더 적어지거나, 급여가 더 적어질 수 있습니다. 경제적 불이익 외에도 정신적·육체적·사회적 불이익까지 모두 인정됩니다.

3) 업무상 필요성과 생활상 불이익의 비교형량 중요한 것은 업무상 필요성과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전직은 업무상 필요성과 생활상 불이익이 모두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생활상 불이익이 통상적으로 근로자가 감수하여야 할 정도 인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또한 이 둘을 비교형량 할 때는 숙소나 차량 제공/벽지근무수당 지급 등 회사의 보상 조치가 있었는지도 고려합니다. 생활상 불이익이 존재하기는 하나 그 정도가 통상적으로 근로자가 감수해야 하는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경우에는 권리남용 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4) 근로자측과의 사전 협의 전직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 본인 또는 노동조합 등과 사전에 협의를 거쳤는지도 판단합니다. 회사의 사정을 얼마나 상세하게 설명했 는지,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설명하였고 어떤 보상을 제시하였는지 등은 모두 신의칙상 협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관련 판결 (서울행정법원 2010.04.01. 선고 2009구합25415 판결)
그리고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란 사용자의 일방적인 전보명령을 제한 하기 위한 절차적 정당성을 말하는 것으로 그 내용으로는 전보의 필요 성에 대한 설명, 고려기간의 부여, 대상조치(반대급부)에의 배려 등 사용 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기 위한 노력의 정도나 동의를 얻지 못한 경우 에도 본인의 가정생활상의 사정을 어디까지 고려하였는지의 사정 등을들 수 있다. 이상의 요소는 서로 독립되어 요건을 충족시켜야 되는 것은 아니고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다만 대법원에서는 신의칙상 요구되는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전직명령이 권리남용으로 당연무효라고 볼수는 없다고 하였으므로, 다른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면 신의칙상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부당전직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Ⅲ. 전직명령의 효과

1. 유효한 전직명령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업무상 필요성과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 형량 하였을 때 생활상 불이익이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벗어 나지 않았으며 신의칙상 협의절차를 거쳤다면 유효한 전직명령이 라고 볼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유효한 전직명령을 하였다면 근로 자는 명령을 수행해야 합니다. 근로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전직명 령에 불응한다면, 직장질서 위반 등으로 징계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사안에 따라 근로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2. 무효인 전직명령

업무상 필요성이 없거나, 인정되긴 하나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히커 통상 감수할 정도를 벗어난 경우에는 전직명령권 남용으로 부당한 전직이 되며, 부당전직은 효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부당전직을 당한 경우에는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노동위원회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Ⅳ. 결론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의하면 ‘전직 등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징계성 전직을 금지하는 것인데, 사실 회사에서는 징계성 뿐 아니라 실제 경영상 필요에 의한 전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둘을 구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므로, 경영상 필요에 의한 전직이라고 하더라도 정당한 이유를 갖춰 인사명령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사용자에게 부여된 권한이기는 하나, 근로자에게 분명히 불이익이 발생하는 만큼 인사담 당자께서는 적합한 보상 절차와 협의를 거쳐 전직 여부 및 대상을 결정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