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노동정책 방향과 기업의 대응전략

2022-05-29     김소정

1. 새 정부 노동정책 방향과 전략과제

전경련 조사에 의하면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최우선 개혁 분야는 노동 규제(25.2%)였다. 노동 개혁은 같은 설문조사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노동 개혁에 대한 경영계의 요구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경영계의 이러한 요구에 화답하듯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서 ‘노동 개혁’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적인 산업구조의 대변혁 과정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노동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들의 중대재해법 준수의 어려움도 언급했다. 중대재해법 개정,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의 첫 단추다.

그러나 정작 국정과제에서는 ‘산업안전보건 관계법령 정비’로 뭉뚱 그려졌고, 윤 대통령이 공감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도 국정과제에서 빠졌다. 이는 노동계가 임금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 취지에 어긋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올해 예정된 하투(夏鬪)에서도 중대재해법 개정과 최저임금 차등 적용 도입은 불가하다고 주장하며 윤석열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공고한 대립적 노사관계를 형성해왔다. 중대재해법만 하더라도 노동계는 경영계가 바라는 방향의 법 개정에 대해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 정부가 노사관계뿐 아니라 인구·산업 변화까지 고려해야 할 정년 연장, 노동 유연화와 같은 대형 노동 개혁 과제를 풀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사회적 대화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역대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역대 정부들은 사회적 대화를 일회성 정책 수단으로만 활용해왔다. 정부가 시행령을 고치는 식으로할 수 없는 개혁 과제는 노동계와 끊임없이 소통해 개혁 모멘텀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2. 새 정부의 노사관계 기조

이전 정권은 최저임금, 주52시간제, 중대재해법 등 친노조 정책을 펼쳐왔다. 유럽 진보성향 정권인 스웨덴 사민당의 ‘페르 알빈 한손’ 전 총리와 독일 사민당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노동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며 ‘살트셰바덴 협약’, ‘하르츠 개혁’ 같은 사회적 대타협을 이끈 것과는 반대의 길을 걸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노동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노동 개혁이 뒷전으로 밀린 탓이다. 윤석열 정부로선 대선 때 러브콜을 보낸 한국노총만이라도 정책 파트너로 삼기 위해 전략적 고민을 했을 수 있다.

노동시장의 대수술에는 노조의 집단적 반발과 저항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뚝심 있게 밀어붙이지 않으면 개혁은 언제든지 좌초될 우려가 크다. 윤석열 정부도 더 이상 노조의 일방적 선의에만 기대선 안 된다. 특히 노동단결권을 강화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발효에 맞춰 기업에도 노조 파업에 맞설 수 있는 대항권을 주는 것이 시급하다. 노조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과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한 항공관제사 노조원 1만 3000명이 불법 파업에 나서자 “법은 법”이라며 노조와 타협하지 않고 복귀 명령을 거부한 1만 1500명을 무더기 해고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또한 ‘노조의 권리와 의무의 균형’을 내세워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개혁을 추진했다. 노동 개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 활력을 높이고 성장과 번영의 길로 나가는 데 필요한 최우선 과제다. 최저임금 합리화, 연공 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 개선, 근로시간 유연화 등을 통해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벗어나야 구조적 저성장 추세에 놓인 우리 경제가 성장 동력을 회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전 정권들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고 서둘러 노동 개혁을 완성해야 한다.

3. 새 정부 노동정책 핵심 쟁점과 이슈

1) 근로시간의 유연화
이번 정부에서는 노사의 자율적인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와 함께 근로자 건강보호조치 방안을 병행 추진한다. 선택제 근로시간의 정산 기간 확대(현행 1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 등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근로시간 저축계좌 등 연장 근로시간에 대한 총량관리 등이 포함된다. 또한 스타트업, 전문직의 근로시간 규제완화에 따른 지원방안 마련과 민간의 자발적 근로시간 단축 지원 및 근로시간 규정 준수에 어려움이 없도록 기업 규모, 업종별 컨설팅 및 설명회 제공, 휴일·휴가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 확산과 장시간 근로에 대한 감독 내실화 등 법과 원칙에 맞는 현장관행 지도가 필요해 보인다.
시간선택형 정규직 시행을 통한 근로시간 선택권을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우수사례 발굴, 근무혁신 우수기업 인센티브 부여 등 사회적 분위기 조성 등을 통해 근로시간 유연화를 강화한다. 또한 육아기 근로자 재택근무 허용하고 이를 허용하는 사업주 지원 강화등 육아기 재택근무 활성화 등을 추진할 전망이다.

2) 임금체계 개편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임금 인프라 확충을 통한 직무·성과중심의 임금체계 개선 지원과 임금 인프라 구축 및 정보제공 강화 등 현장의 자율적 개편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임금직무정보시스템을 통해 기존 임금통계 또는 산업·업종별 단체에서 제공하는 직무·직 업별 임금정보 제공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또한 현장수요에 맞는 임금체계 개편 가이드라인 보급, 직무평가도구·활용 매뉴얼 개발 등 현장의 임금체계 개편 지원과 직무·직군별 임금체계 개편 시 해당 부문 근로자 대표와의 합의를 통해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직무급 임금체계 도입 필요성과 반대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저성장과 고령화에 대응하고 인건비 부담을 절감하며 임금 양극화를 해소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보장 등 필요성을 논의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명확한 직무구분의 어려움이 있고 특정직무 쏠림 현상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와 낮은 직무에 배치된 직원의 사기저하, 직무 불만족을 우려하며 특히 특정 직원에게만 높은 임금의 직무를 배정하는 등 ‘직원 길들이기’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들어 직무급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3) 공정채용 문화 정착
새 정부는 기업의 공정채용 문화 정착을 위한 관련 법규를 정비한다. 공공·민간부문에서는 최종면접자에게 탈락 사유를 자율적으로 피드백해 주도록 분야별 소관 부처에서 이행을 지원하며 공정채용 문화의 자율적 확산을 지원하고 불공정 채용조항이 단체협약으로 체결되지 않도록 지도하는 등 불공정 채용 시정 조치에 나선다.

4) 양성평등 일자리 구현
일 가정 양립을 돕기 위한 정책으로 일하는 부모의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해 육아휴직 기간을 기존 1년에서 1년 6개월로 확대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확대 등 모성보호제도를 개편한다.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을 20일로 확대하는 한편 난임치료휴가기간도 기존 3일에서 7일로 확대하고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및 사용시기 조정, 가족돌봄 휴가·휴직 기간 일부 유급화 등을 시행한다.

5) 노동기본권 존중, 법과 원칙을 지키는 공정한 노사관계 구축
새 정부는 노사를 불문하고 불법행위에 대한 기준·원칙을 정립하며, 사용자의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노조의 불법파업, 사업장 점거 등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처리하고 공정한 쟁의 질서를 확립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공무원·교원 노사관계 특성을 반영하여 공무원·교원 노조에 대해서는 근로시간면제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6) 원하청 상생 노사협의회 확산
새 정부는 대기업 집단에서 원하청 노사가 참여하는 공동노사협의회 운영활성화를 지원하고 공동노사협의회 운영실태 파악을 거쳐 일정규모 이상 기업의 공동노사협의회를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출과정에서 근로자의 직접·비밀·무 기명 투표로 선출하도록 하고 사업장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부득이 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작업부서별로 근로자 수에 비례하여 근로자 위원을 선출할 근로자(위원선거인)를 선출하고, 위원 선거인 과반수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근로자위원을 선출하기로 했다.

7) 체계적 노사갈등 예방‧조정 기능 강화
새 정부는 장기 노사분쟁 예방을 위한 노동위원회 상임위원 중심의 조정 체계 확립 등 조정 전문성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유관기관 상시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노동 운영체계의 개선 및 적극적인 조정을 지원하며, 사회적 파급력이 큰 노사분규에 대해서는 ‘범부처 대응체계’를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복잡하고 다양한 노사갈등의 선제적 예방을 위해 근로감독관의 체계적인 대응을 지원하기로 했다.

4. 기업의 노사관계 대응전략과 추진과제

새 정부의 노동정책은 다양한 이슈와 쟁점들로 우리의 현장에 많은 혼란과 갈등이 예상된다. 노동계의 기선잡기 경쟁과 노조조직의 확대, 노사관계의 정치화 및 투쟁성 강화, 새 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반대 등은 현장 노사관계에 불안 양상을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기업 차원에서는 어떠한 대내외 노동환경 변화에도 흔들림 없는 노사 간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고 디지털 전환 시대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우선, 현장 노사관계 목표의 리셋과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다. 작금의 노사관계 수준으로는 4차 산업시대는 물론 미래도 없음을 생존 차원에서 인식하고, 노사 공동목표 실현을 위한 전략과제와 실행 어젠다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노사관계 역량과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 노사관계가 프로세스와 표준에 따라서 실행되고 문제가 바로바로 드러나 해결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해야 한다. 생산 시스템과 함께 노사관계 시스템이 조직 내 구동되는 체계를 갖추고 전 조직이 노사관계 역량과 스킬, 실행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지원이 구축되어야 한다.

셋째, 현장완결 노사문화와 전 리더가 노사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내 조직은 내가 책임진다는 사명과 노사 마인드를 가지고 현장의 문제를 진단, 실행,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리더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교육 및 평가, HR 시스템과의 연계,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각 조직의 리더들이 매년 노사관계 혁신목표를 세우고 실행하고 평가, 보상받는 시스템이 조직 내 정착되어 조직 리더들이 “내 업무의 50%는 조직관리다”라는 마인드가 뿌리내려야 한다.

넷째, 회사가 노사관계 주도권을 가지고 현장 노사문화를 리드해 나가야 한다. 회사와 노사부서, 현장 리더들이 노사관계의 리더십을 가지고 전략과 목표, 방향대로 노사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 사원들의 회사와 리더에 대한 호응, 자발적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현장 리더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의도대로 조직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조직관리 역량이야말로 리더의 기본 역량이다.

다섯째, 법과 원칙, 규율 있는 노사문화가 Set up되어야 한다. 노조와 사원들에게 노동3권이 있다면, 회사에는 인사경영권이 있다. 이 두권리는 상호 존중되어야 하며 한쪽이 Unbalancing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물량조정 및 해외사업을 둘러싼 노조의 무리한 요구, 온라인 판매 저지 및 전환배치 시 노조 동의 등의 비정상적인 노사관행과 행태는 미래 산업사회로 나아가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현장의 인사경영권 확보 없이는 노사관계의 미래도 없을 것이다.

여섯째, 디지털과 ESG, MZ 세대에 맞는 노사부서의 역할과 역량의 전환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2차 산업시대 노사관계 전략과 역량으로 버틸 것인가는 우리 노사담당자들이 가슴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우리 현장의 노사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노사부서와 노사 담당자의 혁신이 전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미래산업을 내다보고 경영자적 인사이트를 가지고 노사관계의 Big Picture를 그릴 수 있는 전략적 사고와 역량이 갖춰지고 현장의 이슈와 과제들을 Check하고 Coach, Consulting 해나가는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TOYOTA에서 노조는 경영자와 노사 담당자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노사 담당자의 전략과 Skill, 역할이 곧 그 회사의 노사관계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