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에서 우러나는 'SME(Subject Matter Expert) 인터뷰'의 정석
[HR STUDY]
인사담당자가 새로운 제도를 설계하기 위해, 또는 필자와 같은 외부 컨설턴트가 고객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이들의 일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직접 인터뷰하는 것이 대단히 유용하다. 이를 보통 ‘SME 인터뷰’라고 한다.
SME는 ‘Subject Matter Expert’이며 해당 주제의 전문가, 혹은 직무를 대표하는 업무 수행자를 의미한다. 소수의 SME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뷰이기 때문에 인터뷰이들의 주관적 요소와 일부 편견이 가미될 수는 있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들여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문헌조사, 설문조사 등에 비해 훨씬 더 가치 있는 정보를 얻어 낼 수 있다. 따라서 SME 인터뷰를 하고 해당 결과를 기본으로 좀 더 많은 표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완하면 거의 정확하게 조직 내 현상, 직무의 내용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필자는 인사담당자 신분으로 기업에서 근무했을 때도 이 인터뷰를 선호했으며, 컨설팅을 시작한 뒤로는 본격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고객사 현장을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SME 인터뷰는 여러 분야에 모두 적용 가능하나 지나치게 범위가 넓어지므로 이하 글에서는 주로 채용 관련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본다.
SME 인터뷰는 왜 필요한가?
컨설턴트 신분으로 SME 인터뷰를 제안하면 고객사들은 대개 반긴다. 한편 (아쉬운 소리를 하며) 현업 담당자들을 동원해야 하고, 별도의 장소와 시간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과업의 기간이 촉박하면 ‘기존의 자료로 생략하자’는 답변을 들을 때도 있다.
필자와 필자의 회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사를 대상으로 ‘SME 인터뷰는 반드시 하자!’고 설득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아래와 같다.
우선 기존 자료의 내용과 실제 현실은 다른 경우가 있다. A사의 경우 채용 인재상 중 본사 인사팀에서 받은 자료에 ‘대인관계’가 있었다. 그래서 ‘대인관계라 하면 발이 넓고 두루두루 여러 사람을 만나는 사람’, 예를 들자면 ‘대규모의 모임에서 총무나 회장 역할을 하는 유형의 인물’이 맞는지 물어봤다. 인사팀에서는 ‘그런 의미가 맞다’고 대답해 줬다.
그러나 현장 근무자에게 들은 대인관계는 이와 달랐다. A사에서의 대인관계는 그저 마당발에, 많은 사람을 아는 것이 아니고, ‘A사와 관련된 협력회사, 지원 부서, 동료들과 각별한 관계를 구축해 업무 협업 시 원활토록 하게 하는 능력’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 ‘평소 이들과 예의 있고 바람직한 행동을 통해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듣게 됐다.
같은 용어지만 내용에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이를 A사 본사 인사팀에 피드백 하자, ‘현장에서의 의견이 오히려 더 정확하고 맞는 것 같다’고 정정해 줬다. 이어 인터뷰 중 A사에서 ‘대인관계’를 잘 구축하기 위한 방법을 물어보자 다음의 사례를 들을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사소한 것일 수 있는데) A사에는 ‘쿠션 용어’라는 것이 있어요! 전화 통화 등으로 업무상 대화를 나눌 때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휴가 잘 다녀오셨어요?’, ‘오늘 입사 기념일이죠? 축하드립니다!’와 같은 개인적으로 친밀함을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살짝 하고 시작한다면 아무래도 각별한 관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채용을 마무리 짓는 사람은 면접관이다. 이들이 모두가 공감하는 ‘채용 인재상’에 의거해 각자의 시각차이 없이 그 회사에 맞는 인재를 선발할 때 채용은 성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A사의 경우처럼 평가항목에 ‘대인관계’가 있더라도 면접관마다 다른 기준과 이해를 가지고 접근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중구난방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전에 면접관들 대상으로 교육을 할 때 SME 인터뷰 결과를 기반으로 대인관계의 생생한 사례인 ‘쿠션 용어’까지 언급하게 된다면, 특히 A사에 재직하고 있는 인물은 직관적으로 한 번에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성공적인 SME 인터뷰를 위한 요건이 있다면?
실제 수년간 많은 SME 인터뷰를 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① 반드시 현장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비대면, 온라인 시대라고 하지만 필자는 가급적 현장에 직접 나가보길 원한다. 그리고 두 눈으로 근무현장을 관찰하고, 분위기 심지어는 냄새까지 종합적으로 느끼려고 노력한다. 원자력 발전소도 직접 들어가 봤고, 특히 제조업의 공장은 물론 건설회사라면 건설 현장, 모델하우스 등도 직접 방문했다. 현장에서는 책상에서 문서로 확인하는 정보와는 완전히 다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울산에 있는 B사의 플라스틱 원료 제조 공장에 SME 인터뷰를 위해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B사의 신입사원은 울산공장에서 생산관리 감독직으로 일하게 돼 있다. ‘공장근무’하면 보통 여러 작업자들이 땀 흘리면서 일하는 분위기를 연상한다.
그러나 실제로 확인해 보니 외부인들의 선입견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일단 공장은 거의 전 과정이 자동화돼 있었다. 기계만이 가득했고 사람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SME는 계기판이 가득한 작은방에서 24시간 가동되는 공장을 모니터링 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따라서 핵심 역량은 ‘외로움을 견디는 내성’, ‘오랜 시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꼼꼼함’ 같은 것이었다. 또 하나 놀란 것은 맹렬하게 가동되는 거대한 기계의 엄청난 소음이었는데, 함께 인터뷰를 한 연구원은 ‘아무리 귀마개를 하더라도 그런 환경에서 계속 근무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신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한 가지 더 예를 들자면, 보통 발전소는 냉각을 위해 해변에 인접해 있으며, 아무래도 교통이 불편한 곳에 있기 마련이다. 발전소 근무자의 역량을 막연하게 ‘오지에서 근무 가능한 능력’ 정도로 인식하기보다 직접 해당 발전소에 방문을 하게 된다면, 주요 도시에서의 교통편(접근성), 주변 편의시설 여부, 발전소의 (교대) 근무 환경 등 실제 근무자가 생활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분위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직무분석을 하고, HR 제도를 설계하고, 실제 활용할 업무 관계자들에게 ‘사례’로 설명하면 아무래도 그 깊이에 큰 차이가 생기게 된다.
② 숙련된 인터뷰어의 힘
보통 인터뷰를 위해서는 사전 질문서를 준비하며 이를 SME들이 미리 읽고 어느 정도 답변 준비를 하도록 한다. 이때 인터뷰를 하는 이의 ‘전문성’, ‘숙련도’는 대단히 중요하다. 현장의 SME는 인사나 외부 컨설턴트의 인터뷰에 어색하고 불편하기 때문에 본래 의도한 바와는 달리 피상적인 질문과 답변으로 마무리되기가 쉽기 때문이다.
직장 경험이 일절 없는, 막 대학원을 졸업한 연구원에게 SME 인터뷰를 맡겨 보았더니 ‘별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며 빈약한 결과 보고서를 가져왔다. 같은 대상 기업의 다른 부서에 산업체 경력을 가진 숙련된 인터뷰어가 갔더니 180도 다른 충실한 결과가 나왔다.
두 명의 인터뷰어를 보조했던 동일한 연구원에게 물어보니 전자의 인터뷰어는 질문지에 있는 내용을 물어보고 돌아오는 답변만 듣고 정리를 했는데, 후자의 인터뷰어는 ‘아~ 그래요? 귀사의 홍보부서도 기자들과의 유대관계가 제일 중요하지요?’라는 식으로 자신의 과거 조직에서의 근무 경험 등을 엮어 SME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추가로 답변을 끌어냈다는 차이점을 이야기해줬다.
이처럼 SME 인터뷰에서 숙련된 인터뷰어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어색하고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도 인터뷰이를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그들의 입장으로 공감하며, 비슷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본래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정확한 용어로 끌어내는 인터뷰어는 본래의 목적 달성은 기본이고, 제도를 실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현장 근로자와 HR 부서(또는 컨설팅 회사)의 신뢰도 쌓게 된다.
인터뷰어 관련 한 가지 더! 인터뷰어는 반드시 2명 이상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숙련된 인터뷰어라도 혼자라면 편향된 시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후 함께 논의하거나, 이후 그 기업의 인사담당자와 인터뷰 결과를 토의하게 한다면 이러한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③ SME 이름에 걸맞게, 잘 선정해야
숙련된 인터뷰어만큼 중요한 것은 ‘SME 선정’이다. 주제 전문가, 직무 전문가 그대로의 용어처럼 반드시 그 회사를 대표할 만한 계층별 우수인재를 선발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우수 핵심인재는 평소 매우 바쁘고 시간을 내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HR 부서가 제대로 SME 인터뷰를 하려면 현업에 아쉬운 소리를 많이 해야 한다.
한 번은 대기업 C사에서 IT 직무 수행자 채용을 위한 SME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매우 시니컬하고 회사에 불만이 많은 SME를 만나 놀란 적이 있다.
“IT 담당자는 너무 직원들에게 잘 해주면 안 됩니다. 자꾸 들어주다 보면 우리 일도 못하게 되고 사람들이 되지도 않는 요청을 하기 때문에 과감하고 (불친절하게) 끊어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네거티브한 사례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결과를 정리하기에 부적절한 용어를 남발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우리 회사 왜 오려고 그러느냐?’며 재직하고 있는 C사에 대한 험담도 했다. 나중에 확인을 해 보니, 당초 인사에서 선정한 SME가 급한 일로 인터뷰에 임할 수 없자, 다른 인터뷰어를 급조해 대타를 쓴 사례로 판명됐다.
④ 채용이 목적이라면 루키(Rookie)가 유리!
다만 채용을 목적으로 하는 SME 인터뷰 시에는 반드시 입사 1~3년 차의 젊은 직원들을 인터뷰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무 전문가라는 SME에 신입사원이 맞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겠으나, 채용이 목적이기 때문에 젊은 계층들의 최근 취업시장의 경험, 아직 해당 기업 사람으로 100% 동화되지 않는 외부인의 시각 등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하다고 지나치게 높은 직급의 SME들만 채용 목적으로 인터뷰하다 보면, ‘다 필요 없고 먼저 사람이 돼야 한다’, ‘모든 채용 전형은 다 비슷비슷하다(개선 노력 의미 없다)’는 식의 선문답과 같은 의견만 들을 수도 있다.
⑤ SME들이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주제가 HR 관련이라면 SME들은 아무래도 자신의 견해나 직원들의 이야기를 100% 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같은 직무라도 직급 차이가 큰 계층을 함께 섞어서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외부 컨설턴트가 인터뷰를 하는데 내부의 인사부서 담당자나 간부가 배석을 하고 있다면 SME들은 질문에 대해 솔직한 답변을 할 수 없게 된다.
인터뷰를 하는 전문가나 SME들이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서 마련했는데 표면적인 이야기만 오고 간다면 인터뷰 의미가 퇴색되게 된다.
이런 면에서는 때로는 해당 기업의 내부 인사담당자 보다 외부 컨설턴트가 제대로 된 현장의 실태파악에는 좀 더 효과적인 인터뷰어가 될 수 있다. 아무래도 사내 인사담당자 앞에서는 하지 못할 이야기도 외부 전문가에게는 익명을 전제로 속 시원하게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인터뷰어는 SME들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자칫 인터뷰를 통해 HR과 현업 담당자들 사이 신뢰를 깨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⑥ 돌려 말하기 없기~. 현장 용어 그대로!
‘우리 부서는 눈치가 빨라야 합니다.’ → ‘우리 부서에서는 조직 적응력과 센스가 있으면 좋습니다.’
‘극한 상황에서도 야근, 주말 출근하면서 버틸 수 있는 맷집과 근성이 필수입니다.’ → ‘다소 불합리한 지시에도 순응하는 수용력과 체력이 있으면 바람직합니다.’
SME 인터뷰를 하고 정리하다 보면 인사담당자들이 SME들의 현장감 있는 발언을 적절한 문어체 어구와 표현으로 순화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정리된 결과를 그대로 윗선에 보고하다 보면 인터뷰어의 구어체 표현이 부적절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가급적 표현 그대로를 고수한다. 현장에서 쓰는 표현을 그대로 활용했을 때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현장의 생생한 용어를 통해 해당 기업 재직자의 직관적 이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경영진 또는 면접관 혹은 개선되는 HR 제도를 실행하는 관계자들이 ‘아~그거!’, ‘맞다~맞어!’ 하면서 금방 알아듣는다. 또 기업이나 부서마다 잘 쓰는 그 회사만의 용어가 있는데 그것이 그 조직의 문화를 대변할 수도 있다.
⑦ 아주 좋은데요~. ‘사례’로 한 번 더 이야기를 해 주시겠어요?
“우리는 책임감이 있는 사람을 원합니다.”
→ “휴가를 앞두고도 본인이 담당하는 민원전화 해결을 위해서 퇴근 시간을 늦추는 직원은 인정받습니다.”
전자는 ‘개념’을 이야기 한 것이고 후자는 ‘사례’를 기술한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사람마다 다른 ‘책임감’의 정의와 개념, 그리고 경험에 따라 가지각색으로 이해하기 마련이고, 후자의 경우는 누구라도 직관적으로 뭘 말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필자의 경우는 인터뷰를 하다 답변을 듣게 되면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 생생하게 그려 달라고 꼭 요청한다. 정직하다면 정직한 사례, 무책임하다면 무책임한 사례, 재미있다면 재미있었던 사례….
최근 SME 인터뷰 중 인상적인 내용이 있다. ‘선배에게 정감 있는 행동을 하게 된다면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답변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정감 있는 행동’에 대한 사례를 요청했더니, “별거 없는데…부끄럽네요~. 한 번은 야근할 일이 있어서 밖에 나가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오는데 식사도 못하고 업무에 매진하는 선배를 위해 간식을 챙겨드렸거든요. 정말 고마워하시더라고요.”
국내 기업 SME 인터뷰를 해 보니 의외로 공통된 요소가 있었다
채용 관련 SME 인터뷰를 해 보니 생각보다 많은 기업이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알게 됐다. 아래의 내용은 어떤 이론이나 원칙에 기반했거나, 필자의 사견은 더더욱 아니다. 수많은 인터뷰 결과 실제로 도출된 공통 사례들이다.
① KS는 글쎄… A가 중요!
인사쟁이들의 익숙한 용어인 KSA. 지식(Knowledge), 기술(Skill), 태도(Attitude)를 의미한다. 직무 중심의 인사관리, 직무기반 채용에서는 KSA 파악이 매우 중요하며, 항상 인터뷰 사전 질문 리스트에 들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다 보면 대부분의 회사에서 ‘우리 회사 ○○ 직무수행에서 가장 필요한 지식과 기술은 다음과 같습니다’라는 답변이 나오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어느 정도 전공이나 자격을 보유하거나, 필기시험이 있는 회사에서는 필기를 통과한 수준이 된다면 충분하다고 한다. 오히려 교육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는 전통적인 기업은 ‘부족한 것은 우리가 다 교육해서 양성하면 된다’는 식이다.
SME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태도’다. 혹시 ‘고직급의 임원이나 간부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인가?’라고 한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 입사한지 1~2년 된 직원들조차 향후 입사하게 될 신입 직원들의 태도의 중요성을 어필한다. 어차피 지식과 기술은 입사한지 얼마 안 되면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배울 수 있으며 채용 단계에서 굳이 그것을 좀 더 안다고 가점을 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떤 태도일까? 보통 강조되는 것은 조직융화 능력, 학습의지, (선을 넘지 않는) 기본 예의 같은 것들이다.
② 가장 선호하는 인재는?
SME 인터뷰를 해 본 결과 많은 회사가 원하는 인재는 어떤 사람일까? 필자도 처음에는 회사의 업태, 기업문화, 직무에 따라 매우 다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수많은 고객사를 방문하면서 의외로 교집합이 많았으며 대개 어느 정도 비슷한 사람을 원하는 것을 알게 됐다.
놀랍게도 인터뷰 결과 가장 많이 나온 단어 중 하나는 ‘눈치’였다. 조금 격조 있는 용어로 표현하면 ‘(조직 내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센스 있는 직원’, 그리고 그것을 잘 활용해 조직과 융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 그들은 새로 입사한 직원이 스펙이 화려하거나, 실력이 출중하거나, 수많은 경력을 가지고 있기를 결코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사람은 부담스러워하며, 한마디로 ‘함께 일하고 싶은 직원’을 원하고 있었다.
기업이란 여러 사람이 모여 목적 달성을 위해 협업하는 공간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긴 한데, 이점이 강조되는 것을 보면 ‘회사는 어디나 다 비슷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③ 가장 선발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그렇다면 현장에서 가장 함께 하고 싶지 않다는 직원은 어떤 모습일까? 최근의 MZ세대 이슈와 함께 많은 SME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한 새로 입사한 직원들에게 들을 수 있는, 가장 미움을 사는 발언을 공개한다.
“이건 제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지금은 사람 위주의 인사에서 직무 중심의 인사로 넘어가는 과도기이기 때문에 회사마다 각자 수행해야 할 직무는 명확하다. 그러나 일을 하다 보면 누가 (혹은 어떤 부서가) 담당해야 할지 모호해진 경계 부근에서 회색 영역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럴 때 조심스럽게 업무를 요청하면 종종 듣는 발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SME들은 조직 전체를 생각하기보다는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을 가장 바라지 않는다.
아무리 실력이 좋더라도 협업이 안 되는 독선적인 사람,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인물 등을 경계했다. 연구조직 같이 직무상 전문가들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이 보장되는 곳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지금은 채용 시 뛰어난 인재를 선발하기 보다는 조직에 맞지 않은 인물을 걸러내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대세다.
④ 채용할 때 좀 덜 중요한 역량이 있다던데~
SME 인터뷰를 하다 보면 재미있는 경우도 있는데, 기업 홈페이지에 명시된 인재상(혹은 채용 평가 기준) 중 일부를 실제로는 상대적으로 선호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인사담당자들을 통해 ‘인재상에 ○○○가 있는데 이는 채용 시 특별히 고려하지 않아도 됩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현장에서 만난 SME들 역시 다음의 항목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이야기 했던 기억이 난다.
한때 창의성에 관해 국내 기업에서 ‘창의 면접’이 대세일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잘나가던 창의성은 적어도 지금은 살짝 찬밥 신세로 보인다. 대부분의 SME들은 창의보다는 ‘규정과 원칙을 잘 따르며 다른 동료들과 소통하는 직원’들을 바라고 있었다.
또한 일부 사례이긴 하나 지나치게 튀는 신입 중에는 큰 문제를 일으키거나, 다른 조직 구성원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D사의 경우 회사 내의 기밀 혹은 내밀한 사안을 자꾸 외부로 유출하는 직원이 있어 역추적해 적발했는데, 창의성이 중요 평가항목이었던 프레젠테이션 면접 1등을 한 신입사원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우리 회사(부서)에서는 영어 쓸 일이 없는데요, 영어면접은 왜 보는지 모르겠어요.’ 영어 혹은 외국어 성적뿐만 아니라 원어민을 활용한 외국어 면접을 보는 회사인데도 SME 인터뷰를 하면 종종 듣는 말이다.
물론 해외 비즈니스가 간혹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 내용이 국내에 국한돼 있는 많은 기업의 인재상에 ‘글로벌 인재’, 미션 등에 ‘세계경영’ 같은 항목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CEO 및 고위 경영진은 아직도 외국어 능력을 강조하는 이들이 많다. 이렇게 회사의 전략 방향(?)과 현장에서의 미지근한 반응이 차이나는 점을 확인하게 되는 곳도 SME 인터뷰 현장이다.
필자는 여러 HR의 현안에 고민이 많은 인사담당자라면 다소 번거롭더라도 현장에서의 SME 인터뷰를 하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HR은 ‘설득하고 공감해야 할 상대방’이 있는 경영 분야다. 즉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가 제도를 기획하고 적용한다 해도 해당 조직에서 근무하는 임직원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소용없다. 인터뷰에서 얻은 생생한 사례는 그들을 감화시킬 효과적인 무기가 된다.
또한 사무실에만 있지 말고 근무하는 회사의 현장에도 자주 나가 볼 것을 권한다. 필자의 경험상 현업에서 오랜 시간 동안 근무하다 본사의 인사부서에서 근무하게 된 전문가들도 SME 인터뷰 결과를 보고 나서는 ‘그동안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며 다시 한 번 무릎을 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책상에서 골치 아픈 HR 실무만 하다가 기분전환을 하기에도 현장은 매우 좋다.
“인사담당자들이여 현장으로~ 그리고 SME들을 만나자! 그러면 길이 보일 것이다!”
글 _ 엄명섭
(주)트리피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