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몰입을 높이는 ‘지속적인 성과관리’
[특집 - Quiet Quitting을 대하는 자세]
MZ세대 50%, 일에 몰입하지 못한 상태
‘최소한만 일하겠다’
틱톡에서 400만회 가까이 재생된 짧은 영상에 등장하는 ‘Quiet Quitting(조용한 그만두기)’은 보편적이고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의 새로운 이름이다. ‘조용한 그만두기’는 다양한 미디어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그 의미 역시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정해진 범위에서 벗어난 업무에 시간을 쓰는 것’, ‘일과 삶을 동일시하는 것’ 등을 그만두겠다는 핵심 메시지는 바뀌지 않은 채 급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조직 구성원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MZ세대가 주축이 돼 ‘허슬 문화(Hustle Culture)’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허슬 문화에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에 열정을 쏟는 것을 강조한다. 아래 상황을 가정해보자.
‘업무일 기준으로 3일 동안 끝내기로 한 작업물이 있다. 하루 8시간씩 사흘간 근무시간을 보냈지만 완료하지 못했다. 이제 2~3시간 정도 야근을 하면 마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
초과근무를 하고 야근수당을 청구할 것인가, 정시에 퇴근하고 내일 오전까지 일을 마치겠다고 마감 시간을 미룰 것인가?’
‘조용히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구성원은 승진 등 인사 결정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겠다는 열망 역시 거뒀기 때문에 초과수당이 지급되더라도 야근을 하기보단 기한을 늦추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주어진 시간 동안 최소한만 일하겠다’는 소극적인 태도가 전에 없던 것은 아니나, 양적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MZ세대의 50% 이상이 이와 유사한 상태에 놓여있다는 갤럽의 조사 결과([그림 1])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6월 미국 직장인 약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업무에 몰입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32%였다. 2021년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해 34%를 기록한 데 이어 2년 연속 하락했다.
이때 ‘몰입’의 정의는 구성원이 일에 몰두하고 열정을 보이는 것이다. 또 구성원과 일, 그리고 회사와의 ‘연결’로 몰입을 확인하기도 한다.
35세 이하에서는 몰입도의 하락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갤럽의 같은 조사에서 35세 이하 응답자 중 업무에 몰입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2019년 대비 6% 포인트 하락했다.
미국에서만의 현상은 아니다. 중국 역시 불확실한 미래를 향한 극심한 경쟁에서 이탈하는 젊은 세대들이 이전과는 다른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탕핑’이란 신조어가 크게 유행했는데, 중국어로 ‘누워있기’란 뜻으로 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최소한의 벌이로만 생계를 유지하겠다는 태도다. 사회에 대한 소극적인 저항의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한국의 ‘욜로’, ‘소확행’ 등도 비슷한 맥락에서 읽힌다.
이러한 태도가 나타나는 거시적인 배경은, 물론 저성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된 동안 자산 인플레이션에서 경제적 이득을 보지 못한 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에, 엔데믹 국면에서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불확실성이 더 커지면서 즉각적인 보상에 더욱 민감해졌다.
여기에 더해 원격 및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가 널리 퍼지면서 회사와 구성원, 리더와 구성원 간 연결은 더욱 약화됐다. 한편 재택근무로 인해 일과 삶의 경계는 흐릿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상만큼만 일을 하며 일과 삶의 경계를 되찾겠다는 태도가 단기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장기화할 경우 구성원 개인의 경력과 조직의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구성원들이 성과를 내고 성장하기 위한 방식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성과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그만두기(Quitting)’보다 ‘조용한(Quiet)’ 것이 더 문제
‘조용한’과 ‘그만두기’ 중 ‘조용한’이 국면 전환엔 더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구성원들이 조직의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조직은 구성원들이 그만두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구성원 몰입(Employee Engagement)의 개념을 정립한 심리학자 윌리엄 칸 역시 대화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성원들이 실제로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꺼내놓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360도 리뷰, 크라우드 소싱,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360도 리뷰, 즉 다면평가를 구성원들이 회사와 리더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동료 리뷰를 통해서도 ‘조용한 그만두기’를 선택할 경우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개개인이 보지 못하던 것을 볼 수 있는 메타인지가 가능해진다.
모두가 정해진 범위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면 협업과 고객만족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 지점들을 동료 리뷰를 통해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생각하고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피드백을 제공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심리적 안전감이 조직에 깔려있는 것이 중요하다.
크라우드 소싱은 대중(Crowd)과 아웃소싱(Outsourcing)의 합성어로, 기업 활동 일부 과정에 구성원 대다수를 참여시키는 방식이란 의미다. 지난달 구글이 성장과 고용 둔화에 대처하기 위해 시도한 ‘심플리시티 스프린트(Simplicity Sprint)’가 크라우드 소싱의 전형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다.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 제품 개발 속도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 새로운 계획으로, 17만명이 넘는 구성원 모두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 당신이 구글의 사용자와 고객을 위해, 더 높은 명확성과 효율성을 가지고 일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 더 좋은 결과를 빠르게 얻기 위해 우리는 어디서 과속방지턱(장애물)을 제거해야 할까?
▷ 어떻게 하면 우리는 낭비를 없애고, 성장하면서도 기업가정신을 갖고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구글의 CEO 순다르 피차이는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해 답하는 과정에서 구성원 개개인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성원 개개인의 사명감을 자극하고, 그들이 조직 변화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장려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구성원들이 멘티가 아닌 멘토로서 리더와 적극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리버스 멘토링을 시도해볼 수 있다. 리버스 멘토링에선 주니어와 시니어가 멘토-멘티의 역할을 바꿔 맡게 된다.
한국에서도 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에까지 리버스 멘토링 도입이 확산되고 있으나 소위 MZ세대의 관심사, 트렌드를 공유받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리버스 멘토링이 정착되면 멘티는 기술이나 일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멘토를 통해 발견하고, 멘토는 지식을 공유하면서 멘토링을 포함한 리더십 스킬을 훈련할 수 있는 관계를 기대해볼 수 있다.
이때 멘토와 멘티 간 정기적인 대화 채널을 구축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원 탓이 아니라, 리더십 문제
리더십 전문가들은 특정 세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 글로벌 리더십 컨설팅 업체 젠거-포크먼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를 통해 “구성원이 책임감이 부족하고 게으른 탓으로 돌리기는 쉽지만 각 개인이 시간, 열정을 조직을 위해 쓰도록 하는 방법을 찾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젠거-포크먼의 조사에 따르면, 리더십의 효과성에 따라 ‘조용히 그만두기’를 선택한 구성원의 비율이 적게는 2%부터 많게는 14%까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정의된 ‘효과적인 리더’는 구성원과 공통점을 발견해 관계를 구축하고, 상호 약속을 이행해 일관성과 신뢰를 확보한다.
갤럽 역시 리더가 구성원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팀장이 팀의 구성원과 매주 15~30분씩 1대 1 면담을 나눔으로써, 개인이 성과를 내면서 팀 내에서 협업이 일어나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되는 가치를 창출할 책임을 나눠질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구성원 역시 회사와 리더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을 제공하면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과 삶의 관계 정렬(Work-Life Alignment)
일과 삶의 관계, 우선순위 역시 재정립되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일과 삶의 경계가 무너진 상태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과 삶 간의 선긋기에 나선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조용한 그만두기’의 태도는 워라블(일과 삶의 혼합)에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에 가깝다. 여기서 일이란 직업 생활(Professional Life)을, 삶이란 일 외의 사생활(Personal Life)을 의미한다.
워라밸의 사전적 의미는 일에 쓴 시간 대비 가족과 보내거나 여가 생활에 투입한 시간이다. 다시 말해, 일에 시간을 할애하면 일 외의 삶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창조적리더십센터(CCL)가 제시한 대로 간단한 산수를 해보면, 권장 수면시간인 하루 7시간 30분을 잔다고 할 때 워라밸을 지키기 위해선 일에 8시간 15분, 나머지 삶에 8시간 15분을 써야 한다. 이 때문에 다른 삶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을 줄이지 않기 위해 일에 쓰는 시간 역시 최소한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울 수 있다.
다만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지 않으려는 태도 역시 오래 견지할 경우, 일과 삶 전체의 목적을 잃게 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조용한 그만두기’를 선택한 현재의 상황을 당장 바꾸긴 어렵겠지만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경청과 대화를 통해 파악하고, 재정렬하는 것을 시작점으로 삼아야 한다.
일과 삶을 정렬하기 위해선 구성원 개개인이 일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끄는 동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큰 그림’이 필요하다.
HBR이 2019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2년 동안 5,6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2.4%의 응답자가 자신이 수행하는 일의 품질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그림’을 볼 수 있을 때, 일을 더 잘 한다고 답했다. '큰 그림'은 회사의 비전일 수도 있고, 개인의 커리어 목표일 수도 있다.
일과 삶을 통해 개인의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정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생에서 원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각자 소망하는 미래에 도달하기 위한 촉매로써 일을 활용할 때, 의미 있는 일과 삶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 _ 추가영
레몬베이스 콘텐츠 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