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인 문서, 이왕이면 간결하게

2012-09-03     이서룡 한경아카데미 연구원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첫 번째 수단은 말이 아니고 문서이다. 만일 당신이 상사에게 PC를 구입해야 한다고 요청할 때 당신은 말로 구입 품의를 하는가? 만일 당신이 여러 부서와 미팅을 해야 할 때 전화로써 전달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가? 만일 당신이 고객에게 제안을 할 때 방문하여 말만으로 소개하고 끝나는가?

자,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살펴보자.
만일 당신이 상사에게 PC구입을 요청할 때 문서로 작성하여 서면으로만 품의를 받는 것이 가능한가? 만일 당신이 여러 부서와의 미팅 소집을 사내 통신지로 보내면 미팅은 성립되는가? 만일 당신이 고객에게 제안할 때 제안서를 작성하여 메일로 송부하기만 하면 되는가?
모든 비즈니스는 말만으로는 성립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문서로 이뤄진 것은 다소 부족한 면이 있어도 비즈니스 자체는 성립한다. 이처럼 비즈니스에서 커뮤니케이션의 1차적인 수단은 문서이다. 말은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법원의 판결문 등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을 예로 들어보자. ‘제반’이나 ‘교부’ 등 쉽게 읽히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단어들이 많다. 이처럼 어려운 판결문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과 국어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쉬운 용어를 사용하고 정확히 표현해서 국민이 알기 쉽게 쓰자는 의도이다.

그럼 왜 이와 같은 변화가 있는 것일까?
예전에는 공문서의 고객은 국민이 아니라 각종 업계에 종사하는 관련자 혹은 전문가 집단이었다. 즉, 당사자에게 내용을 알려주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아니라 이렇게 처리했다고 작성해서 보관해 놓는 보관용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당사자에게 알려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문서로 바뀌고 있다.

이와 같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의 문서도 점점 변화해 오고 있다. 예전에는 방대한 분량의 대서사시 같은 문서가 자세한 설명이 가능하다고 하여 각광 받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간결한 문서가 모든 것을 말해줘야 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바로 1paper 이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문서를 자세히 써오도록 지시했다. 그에 반해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장만 요구했다. 그러면서 1장에 모든 내용이 들어가기를 원했다. 참모들은 1장에 모든 것을 담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문서작성자와 그 문서를 읽고 판단하는 의사결정자, 두 사람 중 누구의 몸값이 비싼가?
당연히 의사결정자의 몸값이 비싸다. 몸값이 싼 실무자가 시간을 더욱 투입하여 문서를 간결하게 작성하면 몸값이 비싼 상사가 시간을 적게 투입하여 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이것이 1 Paper 탄생 이유이다.

우리의 1Paper는 그 의미가 다소 다르다.
우리는 실무자가 문서 작성에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고 생각하고 간단하게 1장으로 작성하고 실행에 초점을 맞추라고 한다.
POSCO 회장이나 SK에너지의 CEO도 그런 의미로 말하였다. 그러다 보니 담당자는 편하다. 대충 1장으로 작성하면 되니까….
그런데 문제는 이 1장짜리 문서에 내용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상사는 문서의 내용만으로는 판단을 정확히 하지 못한다. 작성자를 불러 확인하고 다시 작성하라고 돌려보낸다. 1장의 문서를 작성하는 시간은 적게 들어갔으나 그 이후의 프로세스에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몸값이 싼 실무자는 시간을 적게 투입하여 1장을 작성하고, 몸값이 비싼 상사는 그것을 해석하고 판단하느라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이 얼마나 비생산적인가!

1Paper로 작성하라는 것은 기존에 작성한 것 보다 노력이나 시간을 더 들여서 제대로 정리하라는 것이다. 문서의 양은 줄이면서 중요한 내용은 모두 포함하는 것이 1Paper이다.

위에서 1Paper로 보고하라고 지시만 하지 어떻게 작성하는 것인지 방법은 알려주지도 않고 교육도 하지 않으니 실무자는 이래저래 답답하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빨리 윗사람이 되어라! 아니면 스스로 방법을 터득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