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 이야기 – PMI 컨설팅 프로젝트

[인싸이트그룹 HR Consulting]

2023-08-24     김소정

찰스 디킨스가 쓴 <두 도시 이야기>에서는 프랑스 혁명 시기 런던과 파리라는 다른 장소에서 개인들의 인생과 죽음이 동시에 펼쳐진다.

압축적으로 당시 현실을 그려내는 문단은, ‘…우리 모두는 천국을 향하고자 했으나 모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다. 

같은 시기에 수행한 두 회사 PMI 프로젝트를 비교하면 의미 있는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식품 회사 이야기

매출액 3천억, 구성원 수 300명으로 영업이익은 최근 2년간 적자였으나 당기부터 연 300억 이상 발생했고 앞으로 수 년 간 지수 함수 곡선으로 성장하리라 전망됐다. 생산직과 노조가 있으며 5년 이상 직원들의 이직률은 3% 미만이고 대부분 법적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약 3년 전 대기업의 한 사업부에서 분사해 대주주가 사모펀드로 변경됐고 안정적 영업이익 발생이 예상돼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직급은 사원에서 부장까지 5단계이고 생산직도 5단계로 구성돼 있다. 보상은 연봉직은 기본급+평가급(비누적)+수당+성과급으로 구성돼 있고 평가 차등 보상은 비누적식인 평가급에서만 이뤄진다.

생산직은 호봉제를 운영하고 있고 전사 매년 일괄 임금인상(Base Up)이 이뤄진다. 평가는 업적과 역량을 기준으로 연 2회 실시하며 SABCD 5단계를 상대평가를 통해 산출하고 있다. 피드백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성과에 따른 동기부여 강화와 대주주 변경에 따라 새로운 인사 전략 수립이 과제였다. 경영층은 성과, 즉 영업이익의 지속적 창출을 기대하고 있었고, 구성원들은 보상 수준 향상과 고용 안정을 공통적으로 요구하고 있었다. 구성원들은 본인이 팀장이냐 팀원이냐에 따라 동기부여 요소가 상이했고 팀원들의 니즈도 세대와 담당하는 기능별로 달랐다.

한 달에 걸친 의견조사와 내부 분석을 기반으로 인사방향을 결정했다. 고용 안정을 전제로 하되 성과에 따른 보상 차등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했다. 직급을 축소하고 비누적식 평가급을 기본급에 산입했다. 

비누적식 평가급은 20년 전 특수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독특한 보상 방식이다. 전체 구성원 연봉 인상액을 모아서 평가 B등급은 평균 인상액을, S등급은 2배의 인상액, D등급은 거의 올리지 않는 방식이다. 또한 비누적으로 매년 Reset 되고 해마다 금액이 달라지는 제도다. 

이 평가급을 기본급에 산입하면서 Merit Increase를 도입했다. SABC 4단계 등급으로 본부단위 절대평가를 통해 재원을 배분하고 평가등급별로 누적적 차등 인상을 하는 방식이다. 성과 창출을 강화하기 위해 팀장, 본부장 평가 재량권을 확대하고 성과급 재원 형성 기준도 공개하기로 했다.

종합하면 대기업 중심 인사관리, 장기적 고용을 전제로 내부 승진을 통해 동기부여하는 방식에서 단일 사업, 소규모 조직에 적합한 성과주의 인사관리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기존 전략은, 다단계 직급 기반, 경쟁을 통한 제한적 승진, 상당히 큰 승진 가급 규모, 평가 인상 최소화 방식으로 장기적 관점으로 인력을 관리하는 대기업 중심 인사방식이다. 대기업 인사 전략에서 가벼운 조직 운영, 빠른 의사 결정 지원, 성과에 따른 즉시 보상을 기반으로 하는, 단일 소규모 사업 조직에 맞는 사람관리 방식으로 전환했다. 

구성원 대부분이 처음 겪는 대주주 변경 상황에서 불안했으나, 최근 경영 관리 방식이 오히려 투명하고 합리적이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인사제도 개선으로 더 나아지리라는 기대가 커졌고 대주주 또한 성과주의 인사조직 관리방식 도입에 만족했다.

■ ICT 회사 이야기

매출액 2천억, 구성원 200명으로 최근 3개년 평균 영업이익률 15%인 회사다. 10년 이상 근속한 구성원이 전체 60%를 차지하고 임금피크제 대상 인력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5년 미만 구성원 이직률은 30%이고 보상 경쟁력은 낮은 수준이다.

독특하게도 최근 10년간 대주주가 세 번 바뀌는 상황을 경험해 고참 구성원들은 지배구조 변경 상황에 별로 민감해 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주주 변경 시 지급되는 보너스를 바라기까지 하는 정도였다.

사원~수석으로 5단계 직급, 연봉의 20%가 상승하는 승진 가급, Base Up은 있으나 매우 낮고 위에서 언급한 식품회사의 평가급과 같은 업적급을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이 회사는 성과 차등을 강조하기 위해 평가등급을 무려 7단계로 나눠 상대 평가로 운영하고 있었다. 조직은 팀원-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라는 많은 단계로 구성돼 있다. 팀장이 25명으로 다소 과다하게 분화돼 있었다. 

기존 시장 기반 사업은 강화하면서 이익 창출을 공고히 하고 새로운 사업으로의 전환을 배경으로 임원 조직 설계와 인사제도 개선을 컨설팅 과제로 설정했다. 임원과 임원 후보자 역량 진단을 수행해 조직 설계에 반영했다. 특히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의 연계를 위한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이행을 위한 조직 구성에 노력을 기울였다.

직급은 3단계로 줄이고 업적급은 기본급에 산입해 평가차등 누적 인상 방식을 도입했다. 평가 단계는 7단계에서 3단계로, 유연한 상대 평가 등급과 최하위 등급은 절대 평가 방식을 도입했다. 임원도 다단계 직급 중심 보상에서 직책 중심 3단계 보상체계로 간소화했다.

성과급은 재원 산정을 영업이익의 5% 이내로 Target Incentive 방식을 도입해 직책 중심으로 성과목표 달성률에 따른 지급률을 결정했다. 특히 임원은 매년 말 조직문화 진단 결과에 따라 개인 성과급 지급액을 가감할 수 있도록 했다. 성과주의와 더불어 건강한 조직 운영을 기대했다.

■ 같은 지향점과 다른 도달 방법

<Orit Gadiesh & Hugh MacArthur>(Lessons from Private Equity Any Company Can Use, 2008)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S&P 상위 25%에 속하는 기업 평균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은 IRR(Internal Rates of Return, 내부투자수익률)을 작성했다고 한다.

또한, 사모펀드가 채택하는 조직 운영 방식에서 몇 가지 특징과 원칙을 발견했고 아래 [그림]의 오른쪽 내용으로 정리했다. 왼쪽의 ‘Non-PE Owned’ 영역은 한국식 대기업 인사관리 특징을 인싸이트그룹이 정리한 내용이다.

[그림] 성과 창출 방식 비교

성과 창출 기대 기간이 장기 vs 단기 인가가 차이점이고, 동기부여 기제가 고용안정이냐 객관적 성과 지표에 따른 高보상 인가가 핵심적인 차이점이다.

식품 회사와 ICT 회사 모두 대주주가 사모펀드이나 하나는 글로벌 기반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토종이다. 대주주 국적에 따른 차이는 없었다. 사모펀드들의 지향점이나 관리 방식은 매우 흡사하고 가끔씩은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국적 기대에 반대되는 의사결정과 행동을 하기도 했다.

두 회사 모두 대기업에서 분사한 회사라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으나 모기업의 산업 특성이 더 강하게 반영되고 있었다. 식품 회사는 모기업에 의존하는 사업이며 품질 안정이 중요한 사업 성공 요소로 내부 지향적이었다. ICT 회사는 시장 1위 기업과 경쟁하는 2위 기업으로 혁신과 고객 확보에 장기간 노력을 해 온 조직으로 시장 변화에 민감하고 신기술 지향인 특징이 있었다. 이러한 사업적 특성과 성과창출 방식이 제도 설계와 운영상 공통점과 차이를 만들었다.

성과급은 두 회사 모두 영업이익, EBITDA 등에 강하고 직접적으로 연계해 운영하고 있었고 철저히 원칙대로 운영하고 있어서 구성원들의 성과 창출 동기부여에 매우 긍정적이었다. ‘오너가 있는 대기업과 대비해 오히려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이다’라는 평가를 두 회사 구성원 모두 이야기하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고용 안정에 대한 관점과 조직문화에 대한 구성원들의 우려나 걱정도 별로 발견할 수 없었고, 상당수 고성과자들은 사모펀드 운영 방식이 오히려 더 동기부여가 된다고 인터뷰에서 응답하기도 했다.

직급 축소와 누적식 평가 인상은 두 조직 모두 적용한 개선 방향이고 구성원들은 다소 어색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평가권과 연봉 인상 권한이 조직의 책임자에게 많이 부여되는 것은 우려가 있었다. 평가권자와 구성원과의 친소관계에 의존한 운영이나 자의적 집행을 걱정해 정기적인 Audit과 임원 개인코칭을 하기로 했다.

성과 창출이라는 목표는 동일하지만 목표 접근 방식과 조직 특성이 다른 두 회사는 어떻게 변화해 나가는지 관찰이 필요하다. 두 회사에서 연말에 시행할 조직문화 진단 결과가 궁금해진다. 과연 조직은 더 건강해지고 몰입도는 증가했을까? 또한 사업성과는? 


글 _ 오승훈 인싸이트그룹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