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서코리아] 구성원 전문성 관리의 새로운 기준, SKill

2023-09-26     전성열

A사는 국내 Top Tier EPC(Engineering-Procure- ment-Construction) 전문기업이다. 정유, 석유화학, 환경, 바이오 등 플랜트에 대한 설계, 조달, 시공, 시운전, O&M까지 이르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EPC 산업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사업이 운영되는 특성상 구성원의 전문성을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개별 프로젝트의 특성에 적합한 인력을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수주와 성공적 실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에 A사는 오래전부터 구성원의 직무 전문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직급과는 구분되는 별도의 ‘전문성 레벨’ 체계를 운영하며, 구성원의 직무 전문성을 관리했다. 구성원 개인별 직무 경험, 프로젝트 경험, 보유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문성 레벨을 측정한다. 개인별 전문성 레벨은 프로젝트 Staffing 의사결정에 활용해왔다. 동일 직무영역이라도 프로젝트 난이도, 특성 등에 따라 요구되는 인력의 수준이 다를 수 있다. 이때 단순히 직급, 경력년수보다는 실 제로 보유한 전문성 수준(레벨)에 기초해 적합한 인력을 찾고, 배치하는 식이다.

Issue Findings
: 경험 중심, 직무 단위 전문성 관리의 한계

구성원의 전문성 레벨 관리는 유의미하게 작동했다. 직급이나 연차에 얽매이지 않고 실제 직무 전문성에 따라 인력운용을 하는데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됐다. 프로젝트 유형에 따라 필요한 직무영역별 전문성 레벨, 인원수 등의 소요가 결정되면, 해당 시점에 가용한 구성원 Pool에서 전문성 레벨, 과거 프로젝트 수행 경험 등을 토대로 최적 인력을 배치할 수 있었다. 과거에도 유사한 절차로 인력 Staffing이 이루어졌지만, 구성원의 실제 경험과 데이터를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돕는다는 것 에 큰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 그리고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기에 기존의 체계는 부족함이 있다는 지적이 생겼다. 고객이 요구사항은 보다 디테일해지고, 이전에 없 던 새로운 기술이나 전문지식들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기존의 ‘직무 전문성’은 지금의 업무 환경에서는 다소 Broad 한 단위로 여겨졌다. 기존에 없던 새롭게 등장하는 업무/기술에 대해서는 기존의 전문성 레벨 혹은 이력관리를 통해 파악/관리하는 데에 어려움이 나타났다. 나날이 새로워지는 사업환경에서는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가’에 집중 한 경험 중심(직무경험, 프로젝트 경험 등)의 전문성 관리보다는, 현재, 미래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Solution
: Skill을 중심으로 보다 세분화된 전문성 관리 지향

이에 세분된 ‘스킬’을 중심으로 구성원의 전문성을 관리하는 변화를 추진했다. 경험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전문성 레벨의 틀은 유지하되,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 세부적 스킬에 대한 관리를 더했다. 기존의 전문성 레벨은 구성원 개개인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데에 여전히 유효한 기준이 된다고 보았다. 거기에 구성원이 보유한 세부적 스킬을 추가적으로 관리해 기존보다 더 세밀하고 최신화된 전문성 관리가 가능한 체계를 갖추고자 했다.

① Skill Framework 정립
스킬을 어떠한 구조로 정의할 것인지 명확히 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스킬은 ‘특정 Task 또는 Activity를 높은 수준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세부적인 기술/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역량과 유사한 개념일 수도 있으나, 스킬은 보다 구체적/세부적이며, 비즈니스와 업무에 보다 밀접하게 연계된 체계를 지향한다.
A사는 스킬 체계는 Mercer의 ‘Skill Library Frame- work’을 토대로 크게 Hard Skill과 Soft Skill로 구분했다. Hard Skill은 업무수행을 위한 능력/지식, Soft Skill은 태도/기질로 구분할 수 있다. 최근 강조되는 스킬의 개념은 주로 Hard Skill에 해당한다. 이는 연습/반복/학습을 통해 강화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판단 가능성이 높은 특성이 있다. 업무 수행 전문성은 대체로 Hard Skill의 보유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Hard Skill은 보다 세분화해 업무 수행을 위해 갖추어야 할 ‘전문지식’과 이를 기반으로 업무 적용과 성과창출을 하는 능력인 ‘업무기술’로 구분하는 구조를 잡았다.

② Skill-set 정의
Hard Skill을 새롭게 규명하는 것에 집중했다. 업무 수행을 위해 갖추어야 할 ‘전문지식’과 이를 기반으로 업무 적용과 성과창출을 하는 능력인 ‘업무기술’로 세분하되, 서로 심화/연계 관계에 있는 스킬은 Level 1~3의 위계로 층위를 구분해 정의했다.
이 때 실제로 업무 현장에서 활용 가능하고 구성원들이 이해 가능한 스킬을 도출하고자 했다. MERCER Skill Library의 데이터베이스를 비롯해, 국내외 동종/유사 기업에서 활용되고 있는 스킬 Pool, A사 내부적으로 활용/ 관리 필요한 주요 업무 연계된 스킬 조사 등을 종합적으 로 고려했다. 수차례에 걸친 각 사업/직무영역별 전문가 워크숍과 인터뷰를 통해 A사의 사업에 적합한, 그리고 A 사에 맞춤화된 스킬을 정의하고자 했다.

③ Skill 보유수준 인증 체계
구성원 개인이 보유한 스킬을 인증하는 체계도 갖췄다. 구성원 개인이 본인의 직무/업무와 연계된 스킬을 확인하고, 본인이 보유한 스킬을 등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에 함께 일한 협업 동료들과 상사의 리뷰/인증을 통해 서 개인별 보유 스킬과 그 수준을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구성원 개인은 본인이 보유한 스킬을 자율적으로 어필 하고, 이에 대해 Peer Review를 통해 상호 검토/인증한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이 스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자발적으로 스킬의 등록/인증을 진행하는 운영 모습을 지향했다.

④ Skill 기반 인력 운영
기존의 전문성 레벨 기준의 운영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새롭게 정립한 스킬 체계/인증을 통해 보완한다. 구성원 들의 스킬 보유 수준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프로젝트의 최적인력 배치 가능성을 높이고, 조직 내 강점/약점 스킬을 가시적으로 파악해 전반적 인적역량을 높이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게 된다. 구성원 입장에서는 지속적으 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갖추어야 할 스킬, 현재 보유한 스킬, 부족한 스킬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본인의 성장/개발 방향을 그려볼 수 있는 기 반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구성원들의 스킬 레벨 인 증과 DB가 안정화되면, 이를 통해 보상에 연계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Skill, 체계를 넘어 Ecosystem으로
기존의 전문성 레벨을 고도화해 스킬을 중심으로 구성원과 조직의 전문성을 보다 세밀하게 관리하기 위한 체계 를 마련했다. 그러나 A사는 하나의 제도/체계에 그치지 않고, 유기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지향한다. 도입 초기에는 HR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조직 내 구성원들이 상호작용하며 스킬 중심의 조직/ 인력 운영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을 바라본다.
Skill-set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필요한 스킬을 계속해서 생성하고 기존의 스킬을 수정/보완하며 최신성을 유지한다. 내가 보유한 스킬을 자유롭게 등록하고 상호 리뷰/인증하여, 이에 기초해 적합한 업무와 보상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 계속된 Up-Skill/Re- Skill이 나의 업무 수행 기회와 경력개발, 보상에 연결되 면서, HR의 개입 없이도 자연스럽게 스킬을 중심으로 조 직/인력운영이 작동하는 모습을 지향한다. 개인의 전문성 측정/관리에 오랜 고민과 시도를 이어온 A사이기에, 스킬 중심의 생태계라는 청사진도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근 HR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스킬 중심의 인사가 대두되며, 이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러나 그럴듯한 스킬 체계를 정립하고, 이와 연계한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스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에 기반한 체계를 계속해서 고도화해온 IBM은 ‘Skills First, Skill is New Currency’라는 철학을 함께 내세웠다. 단순한 제도/체계를 넘어, 스킬이 조직 안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기준이자 언어로 자리하도록 한 것이다.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회사에서는 왜 스킬이 중요한지, 어떠한 스킬을 관리해야 하는지, 이를 통해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근본적인 목적과 지향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글_손송민 머서코리아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