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전문가로 새 해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노이에서 HR 프로페셔널의 길을 재발견하다

2024-01-26     인재경영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몇 주간 꽤 색다른 연말연시를 보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모든 일상이 낯선 곳에서 오롯이 혼자만의 성탄절, ‘겨울 아저씨’의 생일, 한 해 마지막 날, 신년 첫 날을 보낸 것이다. 지나간 시간을 추억할 수 있었고, 현재를 객관적으로 진단도 해보았고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시간도 가졌다.  

몸담고 있는 대학의 해외 파트너 학교 중 하나인 베트남 하노이의 외상대학(Foreign Trade University, 이하 FTU)에 단기 교환교수로 파견, 국제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겨울 학기에 개설된 ‘인사관리’ 과정을 가르치게 되었다. 

국제경영대학에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학생들에게 매일 영어 강의를 하는 일이 나의 일상이 된 지 오래되었지만, 외국에 나가 현지학교에서 인사관리를 가르치게 된 것은 사실상 내 커리어에 있어서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HR은 내 커리어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인 동시에 학문적인 전공 과목이다. 그럼에도 늘  ‘기업현장 비즈니스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먼저다 보니 정작 지금의 대학캠퍼스에서는 진로탐색이나 취업, 창업 등에 대한 교과목을 지도하게 됐다. 이전에 국내에서 유학중인 외국 MBA학생들에게 HR을 가르쳐본 적은 있지만, 너무 오랜 전의 일이다. 그들보다도 어린 학부학생들에게 10여년만에 다시 ‘인사조직관리’과목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었다. 과거 버전을 완전히 리셋하고 다시 새롭게 과정 컨텐츠를 만드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준비와 실행 과정 속에, 대학 수업 그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낼 수 있었다. HR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인 학생들, 그렇지만 자신들이 막연히 동경하는 나라의 괜찮은 국제경영대학에서 온 교수를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바라보는 모습 속에서 뜻하지 않게 HR이라는 주제를 재정리할 수 있었고, 어떻게 차세대 리더들을 도울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되었으며 기업 구성원들께는 어떻게 응용해 볼 수 있을 지도 고민하게 되었다. 잠시 흐트러져 있었던 프로페셔널이란 커리어의 정체성을 재발견한 시간 이랄까. 그 모멘텀으로 새로운 해를 준비하면서 스스로에게 어떻게 일을 해야만 할지에 대한 화두를 던져본다. 이는 또한 동시대를 함께 호흡하는 HR동료들에게 같이 도전적으로 던져보고 싶은 담론 이기도 하다.

첫째, 온전히 관점을 전환시켜보자.
관점을 바꿀 수밖에 없는 시대로 이미 진입했다. 노동시장의 구조도, 노동력도, 일하는 방식도, 노사간의 주도권도 바뀌고 있다. 시장, 고객, 구성원을 바라보는 모든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면 무엇에 더 집중을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발견될지도 모른다. 

하노이 ‘FTU’학생들에게 인사관리 과목을 가르치기 위해 성탄절에 첫 수업인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일단 학교에서 요청한 미국 교재를 기준으로 교안을 충실히 만들어 갔지만, 내게는 그들이 어떤 친구들이고, 왜 HR과목을 선택했으며 이전에 HR에 대한 경험이나 이해가 어느 정도인지 많이 궁금했다. 주어진 시간에 정해진 진도를 마치기 전의 선결 과제였다. 그들의 이름을 암기하고 불러주면서 오가는 대화 속에서 깨달음이 왔다. ‘교재에만 충실하면 큰일 나겠다.’ 교안도 중간중간 수정했지만, 진행하는 방식과 사례를 학생들의 관점에서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변환시켜 주었다. 이런 부분이 주효했던 것일까? 종강 후에 학생들에게 과분한 감사의 인사를 받을 수 있었다. “우리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기억해주고, 불러주고, 우리들의 입장에서 내용들을 친절하게 짚어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인 것 같다.

둘째, 나의 지식과 경험의 전문성을 때로는 의심해보자.
관성의 법칙에 매몰되어 있었다면 어쩌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의 유통기한이 끝났다는 것을 인지조차 못할 수도 있다. 성장의 현재진행형을 유지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다시 습득하고, 정리하고, 전파해보고, 응용해 실행해보는 사이클을 반복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번에 ‘FTU’겨울학기 강좌를 준비하면서 나는 기존에 갖고 있는 인사관리 교안을 거의 다 폐기하다시피 했다. 최신의 두 권의 해외 원서를 가지고 공부하고 재정리를 해보면서 부끄럽게도 내가 평소에 무용담처럼 떠들고 다녔던 인사조직관리에 대한 적잖은 컨텐츠들이 이미 구(舊) 버전이 되었음을 피부로 느꼈다. 한편으로는 저명한 저자들의 최신 교재 내용도 비즈니스 현장의 모든 내용을 다 담을 수는 없다는 것 역시 뼈저리게 느꼈다. 전문가라면 실용 학문과 비즈니스 현장의 접점을 연결시키고 재생산 시키는 역량 역시 필요하다는 도전을 받았다. 비즈니스의 변화 속도를 학문연구의 속도가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알았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대한 양질의 교과서와 참고서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해내는데 우리 HR하는 사람들이 너무 수동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해보았다. 성장 마인드 세트(growth mind-set)가 되돌릴 수 없는 대세가 된 세상이다. HR프로페셔널들에게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의 전문성에 대한 건강한 의심을 시작으로 강력한 성장 마인드의 전도사가 되는 것이 숙명일 수도 있다.

셋째, 공간적으로 심리적으로 의미 있는 구별된 시간을 심도 있게 쓰자.
정기적이어도 좋고 비정기적이어도 좋다. 나를 잠시 익숙한 공간과 함께하는 무리들로부터 분리시켜 보는 것은 한 걸음 더 주도적으로 나갈 수 있는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다. 이런 시간에 무엇을 해야하면 좋을까? 자신의 스토리를 정리해보고 새로운 스토리를 만드는 작업을 해 볼 것을 권한다. 그러다 보면 조직에 속한 구성원이 아닌, 개별적 경제 주체로서 삶의 주체로서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HR 프로페셔널로서의 길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어차피 우리가 살고있는 작금의 세상은 그리고 앞으로 진입하게 될 다가 올 세상도 개인의 컨텐츠와 스토리가 주도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회사의 사업실적을 평가하고 새로운 회계연도의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데 우리들은 팀의 일원이 되어 보통 3-6개월 정도의 시간을 조직 내에서 투입을 한다. 프로페셔널에게 자신의 업(業)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시간 투자는 필수이다. 진정한 HR전문가라면, 부끄럽지 않은 전문가로서 자신을 포지셔닝 하기를 원한다면, 그냥 시간을 좇아가면서 흘러가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 공간적으로 심리적으로 의미 있는 구별된 시간을 깊이 있게 써 보는 것이 꼭 필요하다.

진짜 새 해가 왔다. 조직과 자신과 사회를 이롭게 하는 진정한 인사 전문가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와 이를 통해 제대로 된 책무를 재발견하기에 이 보다 더 좋은 시기는 없다. 더구나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걸 맞는 HR의 다음 의제가 무엇인지를 도전적으로 물어보는 이해관계자들이 많이 있다. “새해 HR전문가로 어떻게 살아갈 것 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깊이 사색하고 자신만의 답변을 한 번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