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를 위한 리더십
[특집] HR 미션, 디지털 원주민 바로 알기
개정된 심리적 계약
신자유주의 시대는 양적 성장의 시대였다. 이때 가장 중요했던 심리적 계약은 회사의 비전과 구성원의 비전을 어떻게 정렬시키는지였다. 경기가 좋아서 항상 성장의 공간이 있었다. 어떤 기업이든 큰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고 여기에 멋진 옷을 입혀서 비전이라고 제시하고 종업원을 여기에 정렬시키기만 하면 성장과 성과의 열매를 얻을 수 있었다.
요즈음 글로벌 기업에서 이런 종류의 비전 즉 매출액을 몇 조, 순이익률을 몇 %로 만들겠다는 양적 성장을 이야기하는 회사는 없다. 경기가 장기 경기침체로 대변되는 L자 경기로 꺾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런 숫자의 비전을 주창하는 CEO가 있다면 조선 시대의 갓을 쓴 노인이 21세기에 나타나서 회사를 경영하는 모습으로 비친다. 심지어 미국의 전경련인 BRT(Business Roundtable)에서도 기업의 정의를 “기업의 존재목적을 실현함을 통해 이윤을 따라오게 하는 회사”를 기업다운 기업으로 정의했다. 목표나 비전이 아니라 목적이 심리적 계약의 핵심 드라이버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글로벌 기업들은 심리적 계약을 수정했다. 이들은 MZ세대에게 더는 회사의 비전과 자신의 비전을 정렬시키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회사의 플랫폼을 이용해서 너희가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 보여달라고 주문한다.
심리적 계약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다. 목적은 미래에 대한 같은 방향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설사 목적에 대해 다른 표현을 쓴다 해도 그것이 목표가 아닌 목적이라면 방향성에 대해 질문한다는 것은 목적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쓴 동어반복이다. MZ세대나 회사가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면 정렬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목적으로 자신의 약속을 실현해서 성공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의 변화실행이 핵심이다. 이미 회사의 명확한 존재이유와 철학으로 목적의 플랫폼을 구축한 회사에서는 회사를 이용해서 젊은이들이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라고 과감하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존재목적을 각성하지 못한 회사에서 이런 주장을 한다면 회사에 수없이 많은 사공이나 사기꾼들을 끌어들여 회사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거나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풍비박산 낼 것이다.
“당신의 전체(Whole Self)를 가지고 와서 일해라”
두 번째 심리적 계약의 개정은 “몸만 가지고 오라”에서 “당신의 전체(Whole Self)를 가지고 와서 일해라”이다. 신자유주의 시대 전략적 HR은 구성원에게 자기 생각은 회사 출근할 때 문밖에 걸어놓고 회사 퇴근할 때 찾아가고 생각을 회사 안으로 가져오지 말라고 요청했다. 회사가 전략적으로 결정한 것에 이의를 달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몸을 불사를 것을 강요하는 심리적 계약이었다.
지금 글로벌 기업에서 개정한 심리적 계약의 핵심은 온전한 자아(Whole Self)이다. 굳이 8시간 일하지 않아도 되니 30분을 일하더라도 몸과 정신이 분절된 상태로 일하지 말고 온몸과 온정신으로 질적으로 일하라는 주문이다. 재택근무로 일하는 시간을 물리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깨닫고 초우량기업 HR에서 심리적 계약을 선도적으로 개정했다. 특히 이런 기업에서는 더는 Work Life Balance(WLB)와 같은 정책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WLB는 제조업에서는 통용될 수 있어도 체험적 가치를 만드는 일을 하는 자신들의 기업에서는 오히려 일과 삶을 분절시키는 주범이라고 규정하고 폐기했다.
책임(Responsibility)이 아니라 책무성(Accountability)
마지막 심리적 계약이 책임(Responsibility)이 아니라 책무성(Accountability)이다. 맡겨진 일에 관한 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HR 정책은 변화가 미미하고 정해진 답이 있는 세상에서는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변화가 상수가 되고 정해진 답이 없는 미래를 찾아서 회사를 변화시켜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미 만들어진 과거인 결과를 가지고 책임소재만을 따지는 것이 위험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각성했다.
책무성이란 회사의 존재목적을 실현하는 일에 자신이 어떤 역할로 이바지하고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책무성이 있다는 것은 회사에서 기본적으로 맡은 소임을 넘어서 스스로 역할을 발전시키고 이 역할을 협업하는 동료들과 협상해서 수정하고 이 역할이 정말 고객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시뮬레이션해가며 언제든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을 요구당하면 설명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책무성으로 규명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 행한 일련의 실수도 중요한 과제를 수행한 것으로 정의된다.
책무성에 기반한 역할수행을 위해 회사는 구성원에게 자신의 역할을 회사가 설정하는 중요한 요건에 맞춰서 스스로 쓰도록 자기 조직력을 키운다. 자기 조직적 책무성을 강조하는 회사에서는 “아침에 당신을 침대에서 일어나게 하는 것은 당신의 책무이지만 일어난 당신을 회사의 계단을 뛰어넘어가며 출근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책무다”고 설명한다. 회사에 출근한 구성원이 목적에 대한 책무성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전문가의 놀이터를 설계해주겠다는 뜻이다. 대신 구성원은 자신의 목적으로 아침에 자신을 깨우는 일에 충실해달라고 주문하는 것이다. 삶에 존재목적이 없다면 피곤해서 쓰러져 있는 자신을 일으켜 세우지 못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진성리더십(Authentic Leadership)
바뀐 심리적 계약에 따라 MZ세대를 이끄는 리더십의 전형으로 진성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이 거론되고 있다. 진성리더십은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공식 리더십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진성리더(Authentic Leader)는 미래에 대한 약속인 존재목적에 대한 진정성을 생명처럼 중시한다. 목적에 대한 약속의 진정성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서 구성원들에 의해서 검증된다. 목적에 대해 약속을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저버리고 말을 바꾸는 것은 원래부터 목적에 대한 진정성이 없었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과 같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목적으로 약속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치열하고 측은함을 보인다면 지켜보고 있던 구성원들이 우리 리더는 진정성이 있다고 믿고 자신들끼리 그렇게 이야기한다. 진정성이 소구되어 구성원의 마음속에 목적이 준거적 권한으로 뿌리를 내린 것이다.
목적에 대한 진정성이 소구되어 구성원들 마음에 뿌리가 내려진 상태라면 리더는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 무한한 자유도를 누린다. 리더가 상황에 따라서 리더십 스타일을 유연하게 바꾸어도 구성원들은 리더가 리더십 스타일을 바꾸는 이유가 목적을 더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위함이라고 믿기 때문에 바뀐 스타일에 대해 저항감이 없다.
리더가 스타일에 사용하는 자유도에 제약을 받는 것은 목적에 대한 진정성이 소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리더십 스타일로 모든 일에 승부를 보았기 때문이다. 목적에 대한 진정성은 리더에 대한 신뢰의 원천이고 이 신뢰자본이 없을 경우는 리더는 모든 일을 금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돈으로 해결하지 않을 수 있는 대안이 있음에도 모든 것을 돈을 써서 해결하는 리더는 심하게 이야기하면 회사의 재무적 자원에 배임행위를 하는 것이다.
진성리더십을 통해 목적에 대한 준거적 권한과 신뢰자본을 획득하면 이것을 지렛대로 변화하는 상황적 요구에 따라서 스타일을 자유롭게 바꿔가며 변화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수평적 조직과 수평적 문화를 선호하는 MZ세대에게 많이 쓰는 리더십 스타일로 리더가 자신의 직급과 직책을 내려놓는 대신 MZ 구성원에게는 목적에 대한 서약을 받아들이게 서번트 리더십을 들 수 있다. 슈퍼 리더십도 좋은 대안이다. 슈퍼 리더들은 구성원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침을 통해 구성원을 리더로 육성하는 코칭과 맨토링을 활용한다. 애자일 리더십은 변화하는 지형을 파악해 길을 잃었을 때마다 지도를 유연하게 그려낼 수 있는 리더십이다. 적응 리더십은 문제를 답이 있는 기술적인 문제와 답이 없는 적응적 문제로 분류해서 유연하게 수평적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리더십이다. 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할 때는 민주적 방식과 현장의 답안을 중시하는 반면 디지털 혁신처럼 답이 정해진 경우는 일사불란하게 하향식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스타일이다. 공감의 리더십은 긍휼감을 기반으로 회사나 구성원이 가진 성장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내재화해서 혁신적으로 풀어가는 리더십이다. 이외에도 구성원 각각이 자신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서 구성원 모두가 리더십을 공유하는 공유 리더십도 수평적 조직을 위한 좋은 리더십 스타일이다.
진성리더가 된다면 진성 서번트 리더십, 진성 슈퍼 리더십, 진성 애자일 리더십, 진성 적응 리더십, 진성 공감 리더십, 진성 공유 리더십 등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리더십 스타일을 구사해서 MZ세대와 협업으로 존재목적을 실현해서 약속한 변화를 완성할 수 있다. 진성리더십은 리더로서의 최대한의 리더십의 자유도를 누려가며 MZ세대와 협업으로 조직의 변화를 실현할 수 있는 21세기 리더십 표준이다. 리더십 스타일이 아무리 뛰어나도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효과적인 리더는 아니다. 진성리더는 목적으로 약속한 변화로 효과성을 평가받는다.
글_윤정구 이화여대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