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알고 있다!
‘핵심인재 이탈 전조 증상’

2025-06-01     윤명훈 원티드랩 사업총괄

I. 핵심인재 이직의 위험과 센싱의 중요성

“갑작스러운 이직 통보를 받았을 때, 대부분 이미 대처하기에는 늦은 것이다.” 핵심인재의 이탈은 단순한 자원의 공백이 아니라, 조직의 전략, 운영, 문화 전반에 걸쳐 복합적인 충격을 초래한다. 채용, 교육, 온보딩 등 가시적인 비용 외에도 고객 관리의 연속성 붕괴, 남은 직원들의 피로도 증가, 리더십 신뢰도 하락 등 보이지 않는 손실이 막대하다. 미국 SHRM의 연구에 따르면 고위 임원 이직 시 대체 비용은 연봉의 최대 213%에 이르며, 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핵심인재가 지닌 전략적 통찰력과 경험의 가치를 방증한다.
무엇보다 이직은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핵심인재의 퇴사 소식은 동료 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조직에 대한 신뢰와 몰입도를 낮춘다. 이직이 연속되면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의 문제’로 전환된다. 따라서 HR은 단순한 대응이 아닌, 사전 감지와 선제 개입이 가능한 ‘센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People Analytics(PA)의 전략적 가치는 분명해진다.

Ⅱ. 피플애널리틱스와 이직 대응

People Analytics는 크게 네 가지 분석 유형으로 나뉜다. 각각의 단계는 조직의 데이터 활용 성숙도를 나타내며, HR이 조직의 미래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첫 번째는 기술적 분석(Descriptive Analytics)이다. 기술적 분석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여주는 분석이다. 최근 3년간 핵심 인재의 이직률, 부서별 평균 근속 기간, 퇴사 전 평가 점수 변화 등 기초적인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시보드를 구축하면 이직이 어디에서, 언제 집중적으로 발생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진단적 분석(Diagnostic Analytics)이다. 이 분석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깊이 파고든다. 퇴직자와 남은 사람을 비교해 직무 만족도, 리더십 평가, 보상 만족도, 성장 기회 등의 설문 데이터를 심도 있게 분석할 수 있다. 필자가 진행했던 한 퇴사자 분석에서는 퇴사자의 72%가 상사와의 관계 악화와 명확하지 않은 성장 기회를 주요 이직 이유로 꼽았다. 특히 퇴사 6개월 전부터 상사와의 관계 만족도가 급격히 낮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분석을 통해 조직 내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을 재편성하고, 피드백 문화를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세 번째 단계는 예측적 분석(Predictive Analytics)이다. 예측적 분석은 과거 데이터를 활용하여 미래의 인력 리스크를 예측한다. 근속 기간, 직무 유형, 성과 추이, 보상 수준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핵심 인재의 이직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이 분석을 통해 특정 부서의 핵심 인재들이 향후 6개월 내에 높은 이직 가능성을 보인다는 것을 미리 알게 되었으며, HRBP는 이들과 즉시 면담을 진행하고 사전적 대처를 할 수 있었다.
마지막 단계는 처방적 분석(Prescriptive Analytics)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단계는 예측된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한다. 닐슨은 내부 분석을 통해, 부서 이동이 가능한 핵심인재를 다른 부서로 수평 이동시켰을 때 자발적 이직률이 48% 감소한 효과를 확인했다. 특히 이동 제안을 받은 인재의 40%가 이를 수용했고, 6개월 후 이직자는 0%였다.
People Analytics는 사람과 관련된 문제의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Descriptive), 그 이유를 깊이 이해하며(Diagnostic),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감지하고(Predictive), 이에 대한 최적의 해결책을 제안하는(Prescriptive) 전략적 사고의 과정이다. 핵심 인재의 이탈이라는 문제를 단순한 사건으로 보는 대신, 조직 전체의 전략적 문제로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Ⅲ. 핵심인재 이직 예측 모델 구축하기

1. 데이터 수집 및 전처리
이직 예측 모델 구축을 위해서는 HR 부서의 내부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통합하여 포괄적인 데이터셋을 생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직 예측에 활용될 수 있는 데이터는 크게 정량적 데이터와 정성적 데이터로 나눌 수 있다. 이직 예측에 필요한 데이터 유형을 살펴보면, 단순히 HR 시스템에 기록된 정량적 데이터뿐만 아니라, 직원의 미묘한 행동 변화, 평가 코멘트의 톤앤매너 변화와 같은 정성적 데이터가 핵심적인 예측 신호로 작용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이직 예측 모델이 단순한 수치 분석을 넘어 직원들의 복잡한 심리적, 행동적 징후를 포착해야 함을 의미하며, 데이터 수집 시 정량/정성 데이터의 통합적 접근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이는 HR이 인재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분석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HR 데이터는 회사 내부 시스템(인사 시스템, 급여 시스템, 성과 관리 시스템), 기본 관리 지표, 설문조사 등을 통해 수집될 수 있다. 모델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입력 데이터의 품질이 낮으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Garbage In, Garbage Out’ 원칙이 HR 데이터에도 적용된다. HR 데이터가 여러 시스템에 분산되어 있을 경우, 이를 통합하고 표준화하는 과정 자체가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요구할 수 있다.
데이터 전처리 과정은 모델의 성능과 직결되는 핵심 단계이다. 결측치나 이상치가 포함된 데이터는 모델의 학습을 방해하고 예측 정확도를 떨어뜨리며, 범주형 변수의 부적절한 인코딩은 모델이 데이터를 이해하지 못하게 하여 오류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이러한 전처리 과정은 모델의 신뢰성과 유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행 조건이다.

2. 주요 예측 모델 소개 및 활용
로지스틱 회귀분석 (Logistic Regression): 로지스틱 회귀분석은 직원이 퇴사할지 여부를 예측하는 데 사용하는 이진 분류 기법이다. 이름에 ‘회귀’라는 용어가 들어가 있지만, 실제로는 두 가지 중 하나의 결과를 예측하는 분류(Classification) 모델에 속한다. HR 분야에서는 주로 퇴사 여부, 승진 여부, 채용 여부와 같은 의사결정에 널리 활용된다. 이 모델을 구축할 때는 직원의 퇴사 여부(예: 퇴사하면 1, 퇴사하지 않으면 0)를 종속 변수로 두고, 연령, 근속 기간, 급여 수준, 직무 만족도 등의 HR 데이터를 독립 변수로 활용한다. 모델은 각 변수가 이직에 미치는 영향력을 계산해, 어떤 조건의 직원들이 퇴사할 가능성이 높은지를 수치로 제시한다. 예를 들어, 낮은 급여, 싱글 상태, 업무 스트레스 등의 요인이 퇴사 가능성과 관련이 깊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로지스틱 회귀분석은 단순히 퇴사 여부를 예측하는 것을 넘어서, 퇴사의 원인을 데이터 기반으로 파악하게 해준다. 이는 HR이 이직 위험을 줄이기 위한 개입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된다.
ROC 곡선 및 AUC 활용: 예측 모델의 성능을 평가할 때는 정확도뿐 아니라 실질적 유용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핵심인재의 이직 예측에서는 ‘놓치는 경우(False Negative)’의 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에, 재현율(TPR, True Positive Rate)을 높이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ROC 곡선은 모델의 예측값 기준(threshold)을 변화시키며, 실제 퇴사자를 얼마나 잘 맞췄는지(TPR)와 퇴사하지 않을 사람을 잘못 퇴사자로 판단한 비율(FPR)을 시각화한다. 이를 통해 조직은 비즈니스 상황에 맞는 최적의 임계값을 설정할 수 있다. AUC는 ROC 곡선 아래 면적을 의미하며, 이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모델의 예측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한다. AUC가 0.5에 가까우면 무작위 추측과 같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 특히 HR 데이터는 종종 퇴사자보다 재직자가 훨씬 많기 때문에, 데이터 불균형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AUC는 안정적인 모델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생존 분석 (Survival Analysis): 생존 분석은 직원이 퇴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즉 ‘언제 퇴사할지’를 예측하는 데 적합한 방법이다. 로지스틱 회귀가 퇴사 여부만을 예측하는 반면, 생존 분석은 시점(time-to-event)을 중심으로 한 예측을 수행한다. 이 방법은 중도절단(Censoring) 데이터, 즉 아직 퇴사하지 않은 직원을 포함하여 분석할 수 있어, 현실적인 조직 데이터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한다. 생존 분석을 통해 이직 위험이 높아지는 시점이나 시기적 경향성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HR은 적절한 타이밍에 개입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로지스틱 회귀분석이나 생존 분석 외에도, 의사결정트리(Decision Tree), k-최근접 이웃(K-Nearest Neighbors, KNN) 등의 다양한 머신러닝 기법들이 이직 예측에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모델들은 패턴 인식과 변수 간 비선형 관계를 잘 포착할 수 있어, 예측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예측 모델은 단순한 통계 도구를 넘어 HR 전략의 실질적인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모델이 제시한 결과를 바탕으로 HR은 이직 가능성이 높은 인재군을 사전에 식별하고, 면담, 성장 기회 제공, 보상 조정 등 맞춤형 개입을 통해 이직을 예방할 수 있다.

3. 전략적 활용 및 개입방안
이직 예측 모델은 단순히 퇴사 가능성을 숫자로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HR 전략의 실질적 변화를 유도하는 중요한 도구다. 특히 핵심인재의 이직 가능성을 사전에 감지함으로써, 조직은 치명적인 리스크를 예방할 수 있다. 예측 결과는 HR 또는 관리자와의 솔직한 면담으로 이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이직의 진짜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대응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 주요 대응 방안은 다음과 같다:
· 성장 기회 제공: 프로젝트 참여, 역할 확대, 외부 교육 및 세미나 지원 등
· 보상 체계 재설계: 연봉 인상, 복리후생 강화, 내부 형평성 확보
· 업무 환경 개선: 유연 근무제 도입, 부서 이동, 자율성과 권한 확대

예측 모델은 개인 차원의 개입을 넘어, 조직의 인력 전략에도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체하기 어려운 인재가 이직 가능성이 높다면 내부 인재 육성 계획을 앞당기고, 외부 채용 시기를 조정하며, 핵심 역량이 한 부서에 집중되지 않도록 분산 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
모든 분석과 개입은 데이터 윤리와 인간 중심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 예측 모델은 강력하지만, 절대적 진실이 아니다. 모델을 보조적 도구로 삼고, 최종 결정은 사람의 판단으로 귀결돼야 한다. 예측은 빠르게, 개입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데이터로 방향을 찾고, HR이 결정을 내리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Ⅳ. 결론 및 제언
핵심인재의 이직은 단기적으로는 운영 차질, 장기적으로는 조직 역량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는 중요한 리스크다. 이에 대한 대응은 감에 의존하기보다, 체계적인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People Analytics는 이직 징후를 조기에 식별하고, 적절한 개입을 설계하는 데 유효한 도구다. 그러나 데이터 기반 분석이 모든 해답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예측 결과를 해석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판단과 맥락적 이해가 중요하다. 결국, 효과적인 이직 대응은 데이터와 사람 중심 접근의 균형 위에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