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이 써 내려간 성공 스토리: 
SAP 핵심인재 관리 체계의 힘

2025-06-01     송일석 SAP HCM Value Advisor(파트너)

요즘 기업을 배경으로 한 웹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어 필자도 한 번 도전해 볼까 한다. 다음과 같이 줄거리를 구상해 봤는데 독자들 의견을 듣고 싶다.

“한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의 동네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IT회사의 본사가 있었다. 소년은 15살에 그 회사의 지하에 있는 IT실에서 대형 모니터를 나르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직원들이 새 모니터가 필요할 때면 소년에게 전화를 걸었고, 소년은 무거운 CRT 모니터를 힘겹게 들어 옮기곤 했다. 시간이 흘러 소년은 청년 대학생이 되었고, 청년은 학교에 다니면서 자신이 모니터를 나르던 그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한다. 그때 청년의 나이 19살이었다.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수많은 기회가 생겨났다. 청년은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고 그 기회들을 적극적으로 잡아나간다. 고객 서비스 부서에서 시작한 청년은 회계, 재무, 제품 개발 등 다양한 영역을 오가며 능력을 발휘한다. 그 결과 입사한 지 9년 만에, 즉 만 30살이 되기 전에 처음으로 한 사업부의 임원이 된다. 회사는 더욱 성장하여 세계를 대표하는 IT 기업 중 하나가 되었고, 청년은 계속 승승장구하여 본사 CFO, CCO, COO 등의 역할을 거쳐 마침내 이 거대 IT 기업의 CEO가 되었으니, 이때 청년의 나이 39세로, 아직 중년으로 불리기도 전이었다.”

너무 현실성 없는 신데렐라 스토리인가? 아마 독자 여러분은 이 짧은 줄거리로도 필자가 웹소설 창작에 재능이 없음을 바로 눈치채셨겠지만, 그렇다고 이 줄거리를 수정할 의향은 없다. 왜냐하면 이 내용은 허구가 아닌 실제 이야기로, 그 주인공이 바로 SAP의 현 CEO인 크리스찬 클라인(Christian Klein)이기 때문이다.
크리스찬은 클라우드와 AI 시대를 맞아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발휘하며 SAP를 이끌고 있다. 그가 CEO로 부임한 2019년 이후 SAP의 시가 총액은 2배 이상 증가했으며, 2025년 5월 현재 유럽에서 가장 높은 시가 총액을 자랑하고 있다.

SAP의 인재 철학

이미 세계적으로 자리 잡은 기업에 인턴으로 입사한 평범한 대학생이 20년 만에 글로벌 CEO가 된다는 것은, 아무리 혁신을 중시하는 IT 기업이라 할지라도 분명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전통적인 한국 대기업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픽션의 소재로나 어울릴만한 사건이라 할 것이다. SAP에서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것, 그리고 모든 직원이 이에 수긍할 수 있었던 것은 SAP가 가지고 있는 인재에 대한 철학 덕분이다.
경영 환경의 변화, 그리고 이에 따른 HR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SAP의 인재관리 프랙티스도 계속 변화해 왔지만, 그 기저에 깔린 “Everyone is Talent”, 즉 모든 직원이 인재라는 기본 철학은 SAP 인재관리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다. SAP의 모든 직원은 스스로 경력 목표를 수립하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개인의 성장을 추진할 수 있다. 가능한 모든 정보와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누구라도 특정 영역의 전문성을 높이길 원한다면 자발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SAP는 직원이 현재 직무와 다른 새로운 경력을 추구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하며, 모든 채용 공고를 내부에도 함께 게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SAP의 핵심인재 프로그램: Catalyst

SAP에서는 모든 직원이 인재이지만, 그중에서도 회사 내의 다양한 핵심 역할들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된 강력한 인재 집단을 구성하기 위해 “Catalyst(이하 카탈리스트)”라 불리는 핵심인재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카탈리스트는 기여도와 학습 능력이 탁월한 인재 중에서도 성장 마인드셋, 건설적 협업 역량, 혁신적 사고, 애자일 역량, 자기계발과 영향력을 창출하는 데 대한 헌신 등의 역량들을 보유하고 있고, 향후 2년 내에 훨씬 더 큰 역할과 책임을 부여받을 준비를 하여야 하는 인재들로서 전체 인원의 5%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선발된다. 카탈리스트 선발은 매년 하반기 라운드테이블 논의를 통해 이루어지며, 후보로 선정된 직원은 본인이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심사숙고하고 자발적으로 동의함으로써 최종 선발된다.
카탈리스트는 여러 개의 “Catalyst Development Pools(카탈리스트 육성 풀)” 중 하나에 2년 동안 배치된다. 육성 풀들은 SAP의 전략적 방향과 연계하여 미래 비즈니스 니즈에 부합하는 인재 집단을 보다 효과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결정되며, 매년 그 유효성을 검토하여 지속 및 변경 여부를 결정한다. 
흔히 국내 기업들은 핵심인재를 미래 리더 양성 대상으로 인식해 HIPO 프로그램을 리더십 강화 중심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스킬의 유효 주기가 짧아지면서, 스킬 중심 인사 운영이 HR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핵심인재 육성도 과거 천편일률적인 리더 양성에서 벗어나 개별 스킬에 기반한 HIPO, 즉 특정 스킬에 대한 높은 잠재력을 가진 인재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SAP의 카탈리스트 육성 풀도 기존 전통적인 리더십 양성뿐만 아니라 SAP가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스킬과 비즈니스 어젠다를 반영하여 구성되고 있다.
각 풀에 배치된 카탈리스트들은 개인의 목표, 현재 수준 및 SAP의 육성 니즈에 기반하여 각 풀 별로 큐레이션된 오퍼링과 연계된 맞춤형 학습 및 성장 기회를 제공받는다. 예를 들어 전문 교육 과정과 더불어, 멘토링, 코칭, 프로젝트 수행, 직무 쉐도잉, 펠로우십 기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별 맞춤형 육성이 이루어진다.
무엇보다도 카탈리스트의 선발과 육성에서 직속 관리자의 역할과 책임이 매우 중요하게 강조된다. SAP의 모든 관리자는 SAP의 전략과 인재 수요 예측과 연계하여 본인의 팀원들에게 성장하고 이동할 기회들을 제공함으로써 인재를 육성할 책임을 부여받는다. 특히 카탈리스트의 관리자는 이 특별한 팀원들의 성장과 육성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카탈리스트는 관리자와 함께 앞으로 진행될 핵심인재 프로그램 내용을 공유하고, 기대 수준을 논의하며, 얼마나 시간을 투입할 것인지 결정한다. 논의된 목표는 HR 시스템에 개발 목표와 액티비티들로 등록되고, 정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논의하며, 시스템에 완료 여부를 입력한다. 관리자는 HR시스템을 통해 카탈리스트 팀원의 정보와 현황, 부여된 육성 풀에 대한 내용들을 언제라도 확인하고 활용함으로써 이들의 액티비티 실행과 성장을 지원한다.

SAP 핵심인재 관리 도구: SAP SuccessFactors

핵심인재 관리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HR IT 시스템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과거에는 IT시스템이 핵심인재 관리와 관련한 제도와 프로세스의 전산화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최근에는 스킬 중심 인사 운영이 강화되면서 스킬에 기반한 정교한 의사결정 실행을 위한 데이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 인재 인텔리전스를 기반으로 인사이트를 제공하여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HR IT시스템이 인재 관리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SAP가 사용하고 있는 SAP SuccessFactors(이하 석세스팩터스)는 인사 운영, 근태, 급여, 복리후생 등 기본적인 운영적 HR뿐만 아니라 채용, 온보딩, 성과관리, 보상관리, 경력개발, 승계관리, 교육 등 인재관리 전반, 그리고 직원 경험관리, 분석 및 계획에 이르는 HR 전 영역이 엔드 투 엔드(END TO END)로 통합된 클라우드 HR 솔루션이다. HR 관련 모든 데이터가 통합되어 있고, 인사 운영 및 인재 관리 프로세스들이 모두 연계되어 있어, 직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최적 인재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데이터에 기반하여 각 카탈리스트 육성 풀에 부합하는 최적의 인재들을 검색할 수 있고, 이들을 개별 풀로 나누어 차별적인 육성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인재 세션을 통해 인재 육성 과정과 결과에 대해 검토, 논의하고 핵심인재 잔류 여부 등 주요 의사결정을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특정 포지션에 대해서도 가장 적합한 인재를 추천해 주고, 이들이 승계후보자로 체계적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전통적인 핵심인재 관리 프랙티스뿐만 아니라, 석세스팩터스는 스킬 기반 인사 운영을 위해 AI 기반의 “Talent Intelligence Hub(인재 인텔리전스 허브)”라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조직은 변화하는 스킬을 빠르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인재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속성들을 관리할 수 있는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며, 이를 기반으로 개별 직원들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성장 포트폴리오”를 구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조직은 스킬에 기반하여 직원의 검색, 육성, 이동/배치를 실행할 수 있으며, 특히 AI가 제공하는 직원들에 대한 정보 요약 및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보다 효과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직원은 AI의 도움을 통해 본인의 성장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본인과 가장 부합하는 다양한 성장 및 경력 기회들을 추천받을 수 있게 된다.

한국의 크리스찬 클라인을 기다리며

무엇보다도 SAP가 수많은 핵심인재를 길러내며 크리스찬 클라인 같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도전과 성장을 장려하는 조직문화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적합한 조직 문화를 갖추지 못한다면 핵심 인재의 발굴과 성공적 육성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크리스찬 CEO는 본인의 SAP 내 성장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 바 있다.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면서 다양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고, 다양한 멘토들이 있었습니다. 누구도 저에게 제 나이나 전공을 묻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오로지 “당신은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가? 우리가 사업을 이끌어 가는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가? 더 나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를 물었고, 이러한 문화가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많은 한국 기업이 체계적인 핵심인재 관리 시스템과 프로그램, 그리고 적극적 성장 노력을 독려하는 조직문화를 구현함으로써, 숨겨진 한국의 수많은 크리스찬 클라인들을 발견하고 성장시키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