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과 기업의 대응 전략

2025-07-28     박현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재명 정부는 노동정책에 관하여 ‘노동존중 사회’ 구현을 목표로 ‘모든 일하는 사람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새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시장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노동조합법과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 역시 대대적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가까운 시일 내에 입법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는 노동정책들은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범위 확대, 쟁의행위 대상 확대 등 집단적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포괄임금제 금지, 연차휴가 사용 확대, 단계적 정년연장 등 개별적 근로관계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 인사담당자에게 상당한 도전임과 동시에 철저한 사전 대응 준비가 요구되는 새로운 과제가 될 것이다. 이하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 중 가까운 시일 내에 입법 및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정책들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기업의 대응전략을 검토하기로 한다.

1. 집단적 노사관계

가장 먼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정책은 소위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2조 및 제3조 개정을 통한 ‘사용자의 범위 확대’이다. 현행법상 사용자는 사업주, 경영담당자,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하여 행동하는 자’로 한정되어 있으나, 향후에는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원청 사업자도 사용자의 범주에 포함될 예정이다. 그 결과 하청 노동조합이 기존에는 교섭 권한이 불분명했던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 요구를 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될 전망이다. 그 결과 기업집단 내 하도급 구조가 복잡한 대기업은 기존 노동조합 및 다양한 하청 노동조합의 동시 교섭 요구에 직면하는 등 교섭 질서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업은 협력업체 선정, 도급계약 체결, 협력업체 운용 측면에서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원청이 협력업체의 설립 및 채용, 투입 인력 규모 확정, 임금 및 상여금 지급, 작업일정표 작성 등에 구체적으로 개입하거나, 도급계약서 상 개별 하청근로자의 인건비가 확정되어 있다면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검토에 있어 근로자파견관계 인정 관련 점검 사항을 참고할 수 있으나, 근로자파견관계의 인정 기준이 되는 ‘상당한 지휘명령’이 ‘실질적 지배력’과 동일한 개념은 아니고, 후자가 더 넓은 개념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하청 노동조합으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을 경우 신속하고 일관성 있는 대응을 위해 원·하청 사이에 단체교섭을 위한 협의 채널을 구축하고, 실무자 법률교육을 강화하는 등 전체적인 교섭 역량을 높이는 준비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쟁의행위의 대상 역시 광범위하게 확대될 전망이다.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따르면 노동쟁의의 정의를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변경함으로써 권리분쟁, 즉 단체협약에 의해 이미 확정된 권리에 관한 노사간 해석, 적용 등을 둘러싼 분쟁도 교섭 및 쟁의행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 결과 기업 현장에서는 단체교섭이 진행되는 도중 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이 체결된 이후에도 단체협약의 해석 및 이행에 관한 노사간 갈등으로 인해 쟁의행위가 발생할 수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따라서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을 사전에 검토하여 노사간 이견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사전에 점검 및 해소하고, 평상시부터 노동조합과 소통을 강화하는 등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쟁의행위가 발생할 경우 그 적법성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법률자문 체계를 강화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노동조합 활동, 특히 쟁의행위로 인한 노동조합 및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도 대폭 제한될 예정이다.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따르면 노동조합 활동이나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한 사용자의 배상청구가 폭넓게 제한될 수 있으며 법원이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그 손해에 대하여 각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범위를 정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현행법상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부진정연대책임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으로 평가되며, 기업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을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노사 분쟁 상황에 대비한 섬세한 대응전략 수립 필요성이 한층 커질 것이며, 초상권을 침해하거나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지 않는 적법한 증거수집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2. 개별적 근로관계

새 정부는 장시간 노동과 공짜 노동을 근절하고 근로자에게 실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확립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새 정부는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주 4.5일제를 도입·확산시켜 노동시간을 2030년까지 OECD 평균 이하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근로시간 단축이 산업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경영계의 입장과, 임금 감소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하는 노동계의 첨예한 입장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이어서, 새 정부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범정부 차원의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포괄임금제의 경우 이를 금지하는 내용을 근로기준법에 명문화하고, 사용자가 근로시간을 직접 측정·기록하도록 의무화하는 입법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여, 기업은 모든 근로자의 출퇴근기록 등 실근로시간 관리체계를 조속히 도입·정비할 필요가 있다. 자체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중소기업은 기록관리 인프라 구축 지원 및 컨설팅 등 정부의 지원정책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포괄임금제를 운영 중인 기업은 임금구성 및 근로시간 관리 체계를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으며, 고정OT제도를 운영하는 기업 역시 실제 발생하는 법정연장근로수당이 월 급여에 포함된 고정OT수당을 초과하는지 여부를 더욱 면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실근로시간 기록의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 등 제재가 부과될 수 있으므로, 법제화 시점에 맞추어 IT 인프라 확충 등 선제적 투자계획을 수립 및 집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한다.
연차휴가제도에도 큰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얻기 위한 계속근로기간이 1년에서 6개월로 완화되고, 사용하지 않은 연차휴가는 3년 이내 이월하거나 적치하여 사용할 수 있는 ‘연차휴가저축제도’가 도입되며, 근로자의 필요에 따라 시간단위로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제도가 추진될 예정이다. 아울러,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청구하거나 사용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것이 금지된다. 이러한 제도 변화는 근로자의 휴식권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기업의 업무계획 수립 및 인력운영을 한층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기업은 연차휴가 관리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개편하고, 시간단위 연차휴가 또는 장기간의 연차휴가 등 근로자의 다양한 휴가 신청 유형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실무지침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 개시연령과의 정합성, 고령자 노동 참여 확대 등을 목표로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할 계획이다. 정년이 연장되면 기업은 인건비 부담과 함께, 고령 근로자의 임금체계 조정 및 효율적 인력운영 계획 수립, 청년 신규채용 위축 가능성 등 복합적인 이슈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고령 근로자의 업무효율성을 담보함과 동시에 임금피크제 등 임금조정 가능성을 확보하는 인사·임금체계를 준비하고, 고령인재 활용 모델을 개발하여 기업 경쟁력을 유지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3. 마치며

위에서 언급한 정책들 외에도, 새 정부는 초기업단위 교섭활성화, 단체협약의 산업·업종별 구속력 확장, 모든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보장 입법, 근로자 추정제도 도입, 임금분포제 도입 및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법제화, 근로자대표위원회 상설 제도화 등 다수의 노동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새 정부의 노동정책들은 과거 어느 정부보다 노동시장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며, 개별 기업의 인사·노무관리 실무 전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제도의 내용, 예상 실행시점, 기업 입장에서의 현실적 리스크를 충분히 인식하고, 이에 대비하여 각종 규정과 운영체계, 사내 교육 및 법률자문 체계를 재정비하는 선제적 준비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