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경험(EX) 그 너머, 이제는 ‘의미 있는 일터’로 전환할 시간

이유진 한동대학교 경영경제학부 교수

2025-08-31     전성열 월간 인재경영 편집장

변수가 상수가 된 시대, 지속 가능한 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그 해답은 결국 조직을 이루는 ‘사람’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특히 외적 보상보다 ‘의미 있는 일’을 중시하는 MZ세대가 조직의 과반을 차지하는 지금, 이들의 욕구와 기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유진 한동대학교 경영경제학부의 교수와 HR 테크 기업인 위크루트가 공동 연구/개발한, 구성원의 ‘의미 기반 경험’을 다차원적으로 진단하는 조직문화 도구가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교수는 “MZ세대의 71%는 의미 있는 일을 위해 연봉 삭감도 감수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이제는 단순한 외적 보상만으로는 인재를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로, 직원이 자신의 일에서 의미와 목적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인사 운영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미 있는 일터(Meaningful Workplace) 조직문화 진단’이 지속 가능한 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실천적 해법의 시작이라고 강조한 이 교수와의 인터뷰 시간을 조명해 본다.

이유진 한동대학교 경영경제학부 교수

먼저, 개인 소개를 해달라.
한동대학교 경영경제학부에서 인사·조직 분야를 가르치고 있다. 전공은 HRD이며, 학부에서는 인사조직 전공 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강의와 교육에 주력하면서 몽골과 캄보디아 대학들과 공동 교육 협력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또한 『조직개발의 이해』, 『조직행위론』을 번역하며 관련 학문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도 힘써왔다.

이번 진단지를 개발하게 된 배경과 ‘의미 있는 일터’라는 관점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오랫동안 ‘비전과 진로설계’ 과목을 통해 경영경제학부 학생들을 만나왔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단순한 보상보다 ‘의미 있는 일’을 추구한다는 점을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었고, 시간이 흘러 그 학생들이 기업 현장에서 MZ세대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
몇 년 전에는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MZ세대 직원을 위한 인사·조직 제도 개편 컨설팅도 진행했다. 현장에서 CEO들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사람들이 자꾸 그만둔다”는 것이었다. 연봉이나 복리후생에서 대기업과 경쟁이 어렵다 보니, “그렇다면 무엇으로 사람을 붙잡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제기됐다. 그 답을 ‘의미 있는 일터’에서 찾았다.
연구와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의미 있는 일을 경험하는 직원은 6개월 내 이직 의도가 69%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BetterUp Labs, 2018), MZ세대의 71%는 의미 있는 일을 위해 연봉 삭감도 감수할 수 있다는 조사도 있다(ResumeLab, 2023). 단순한 외적 보상만으로는 인재를 유지하기 어렵고, 직원이 자신의 일에서 의미와 목적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 된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이 모여, ‘의미 있는 일터’를 조직 차원에서 진단하고 개선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게 됐다.

진단지의 이론적 기반과 12개 요인 구성 기준은 무엇인가.
첫째, Meaningful Work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했다.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에 따르면, 일의 의미성은 단일한 차원이 아니라 개인적 차원(삶의 목적·가치와의 연결), 업무 차원(과업 자체의 중요성과 기여), 조직 차원(공동체·사회와의 연결)에서 다차원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의미 있는 일을 단순히 “일이 즐겁다”거나 “보람 있다”는 수준으로 좁게 보지 않고, 개인의 정체성과 성장, 업무의 성취와 사회적 기여, 조직 내 관계와 윤리성까지 포괄하는 넓은 틀로 바라봤다. Steger의 WAMI, Lips-Wiersma & Wright의 CMWS 같은 검증된 척도들이 이 다차원적 접근을 잘 뒷받침했고, 이를 토대로 이번 진단지를 설계했다.
둘째, 조직문화의 근간은 ‘가치관’이라고 본다. 특히 소명, 섬김, 정직, 청지기 정신과 같은 기독교적 가치 기반 원리는 종교적 맥락을 넘어 보편적이고 윤리적인 가치로서 누구나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조직 차원에서 구성원이 경험하는 의미를 측정할 수 있는 요인들을 체계화했다.
이러한 배경 아래, 진단지는 총 12개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의 의미와 목적 △정체성 일치와 통합성 △자기성찰과 성장 △기쁨과 활력 △사회적 기여 △관계와 공동체 △공동체 자부심 △지속성과 헌신 △리더십 명확성 △책임과 청지기 정신 △공정성 △가치 중심 업무의식. 각 요인은 구성원이 일에서 경험하는 의미의 서로 다른 차원을 다루며, 요인별 3문항씩 총 36문항으로 균형 있게 설계했다.

진단지를 개발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현장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가?”였다. 아무리 학문적으로 훌륭해도, 현장에서 활용이 어렵다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모든 문항은 HR 담당자와 현업 리더가 쉽게 이해하고, 결과를 구체적인 개선 행동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다만, 현재 이 도구는 시범 단계에 있다. 학술적으로는 요인분석이나 타당도 검증 등의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을 오히려 강점으로 보고 있다. 지금 단계에서 다양한 현장 피드백을 반영해 문항을 다듬고, 기업과 함께 더 현실적인 도구로 발전시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학문적 완결성과 현장 적용성의 균형을 가장 중시했다.

기독교적 가치를 포함시켰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현장 수용성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당연히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종교적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보다, ‘정직, 공정, 공동선, 청지기 정신’ 등 종교를 초월한 보편적·윤리적 가치로 재구성했다. 이처럼 정리하면 특정 종교 색채를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기업의 핵심 과제인 윤리경영, ESG, 지속가능성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연구자의 정체성 차원에서는 기독교적 가치에서 출발했지만, 현장에서는 이 가치들이 조직문화의 건강성과 신뢰를 높이는 원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본다. 오히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윤리적 토대와 맞닿아 있다고 확신한다.

MZ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일의 의미’에 대해 조직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MZ세대는 단순한 보상보다 성장, 의미, 자율성을 더 중시한다.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조직이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하면, 주저 없이 다른 선택지를 찾는다.
따라서 단순한 동기부여 프로그램이 아니라, 구성원이 자신의 정체성과 연결된 일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을 통해 직원이 자신의 강점이나 가치와 연결된 방식으로 업무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몰입도가 달라진다.
둘째, 사회적 기여 프로젝트나 ESG 활동을 통해 ‘내 일이 공동선에 기여한다’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MZ세대는 자신의 일이 더 큰 목적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매우 중요하게 본다.
셋째, 조직문화 자체가 의미 경험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이 제공해야 할 것은 단순한 제도나 복지가 아니라 ‘의미 경험’이다. 의미 요인을 정기적으로 진단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단기적 성과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가”, “무슨 가치를 추구하는가”를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
MZ세대에게 의미 있는 일터를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세대 맞춤형 대응이 아니라,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적 선택이다.

진단지를 활용할 때 조직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무엇인가.
구성원이 왜 몰입하거나 이탈하는지를 단순한 만족도나 참여도 수준을 넘어, ‘의미 경험’ 관점에서 진단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조사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깊은 동기 요인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그 결과, 보다 정밀한 맞춤형 조직개발 전략 수립이 가능해질 것이다.
결국 인재 유지, 몰입 향상, 지속가능한 문화 구축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조직이 진단 결과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어떤 방법론이 필요할까.
첫째, 점수로만 보지 말고 ‘스토리’로 읽어야 한다. 구성원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를 맥락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둘째,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꾸려 하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 작게 시작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변화를 한두 가지 만들어내는 것이 전체 변화의 기폭제가 된다.
셋째, 구성원을 변화 과정에 참여시켜야 한다.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일 때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 진단의 가치는 보고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대화와 실행으로 이어가는 데 있다.

기존 조직문화 진단 도구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조직문화 진단 도구는 많지만, ‘어떤 관점’으로 조직을 바라보느냐가 결정적이다. 이번 진단지는 “의미 있는 일”을 조직문화 차원에서 처음 다룬 도구다.
단순히 현재의 분위기나 제도를 묻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실제로 어떤 의미 경험을 하고 있는지를 측정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이직률 완화, 몰입도 향상, 지속가능한 문화 개선까지 연결할 수 있는 실천적 도구라는 점이 강점이다.
향후 HRM/HRD 분야에서 시도해 보고 싶은 연구나 개발 계획이 있다면.
이번 진단지를 토대로 산업별·세대별 ‘의미 경험’의 차이를 비교 연구하고 싶다. 제조업과 IT 기업, 혹은 MZ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가 ‘일의 의미’를 어떻게 다르게 경험하는지를 분석해, 조직 맞춤형 HR 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진단 결과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조직개발(OD) 프로그램과 리더십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의미 기반 HRM’ 모델을 확립하는 것이 목표다.

‘의미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조직 리더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리더는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일 뿐 아니라, 구성원이 그 방향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돕는 ‘해석자’가 되어야 한다. 성과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왜 이 일을 하는지, 우리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이번 진단지가 조직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으면 하는지 기대나 바람이 있다면.
이번 진단지를 통해 조직이 “우리 일터가 구성원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가”를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 성찰이 이직률 감소, 몰입도 향상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의미 중심 문화가 조직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