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프레미스를 넘어 HR Cloud를 통한 지속적인 혁신의 시대

2025-08-31     김민수 EY컨설팅 People Consulting 파트너 / 류정무 매니저

새 정장을 고를 때 우리는 두 가지 전략적 선택지 앞에 선다. 검증된 디자인의 기성복을 선택하여 효율성과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몸에 완벽하게 맞춘 맞춤 정장을 제작할 것인가. 이 의사결정의 본질은 비즈니스 세계, 특히 인사담당자가 새로운 HR 시스템을 도입할 때 마주하는 고민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조직의 고유한 문화와 프로세스를 완벽하게 반영한 ‘맞춤복’ 같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까, 아니면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기성복’ 시스템을 선택해야 할까. 과거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했다. 조직 특수성을 반영한 온프레미스(On-premise)  방식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그러나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제 HR Cloud 솔루션은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선택해야 할 ‘기성복’이 됐다.

1. HR Cloud 솔루션은 ‘기성복’, 전통적 시스템은 ‘맞춤복’

HR Cloud 솔루션은 전통적인 맞춤형 시스템과 근본적으로 다른 철학을 가진다. 온프레미스 시스템이 개별 조직의 고유한 요구사항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맞춤복’이라면, 글로벌 HR Cloud 솔루션은 범용성과 유연성에 초점을 맞춘 ‘기성복’에 가깝다. 기성복은 빠른 도입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이 장점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완벽하게 맞는 옷은 아닐 수 있다.
글로벌 HR Cloud 솔루션은 주로 직무 중심의 제도와 매니저 중심의 HR 철학을 바탕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대규모 공채, 연공서열 중심의 승진, 엄격한 상대평가에 익숙한 국내 인사 제도와 종종 부딪힌다. 실제로 기존 시스템에서 당연히 구현되던 기능이 HR Cloud 솔루션에서는 ‘표준 기능’으로 제공되지 않아 의아해하는 고객의 질문을 받기도 한다. 맞춤복에 익숙한 국내 환경에서 기성복을 수용하려면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2. 불편함마저 강점이 되는 시대,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다

양복을 맞출 때 맞춤복이 좋은 이유는 오래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행이 반년마다 바뀐다면 기성복을 구매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다. 맞춤복은 제작이 완성될 즈음 이미 유행이 지나버리기 일쑤다. 인사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인사 제도와 시스템을 자주 변경할 필요가 없었고, 성과주의와 연공서열주의 간 논쟁은 있었지만, 근본적인 틀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인사 트렌드는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직급 통합, OKR, 수평적 조직문화, 스킬 기반 육성, 직무급 등 새로운 제도가 쏟아지고 있다. 어떤 조직이든 과거의 방식에 안주하는 순간, 조직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경직된 집단으로 낙인되기 마련이다. 단순한 물질적 보상을 넘어 의미와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인재 시장의 경계를 허문 리멤버나 링크드인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의 확산은 조직의 전통적인 인재 관리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제 기업은 인사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신속하게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3. 강점이 약점을 압도하는 임계점에 도달하다

HR Cloud 솔루션의 가장 큰 약점은 ‘맞춤형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약점은 빠르게 해소되고, 오히려 강점이 약점을 압도하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특히 HR 영역의 AI 기능은 과거에는 투자 대비 효과가 불확실해 자체 개발을 고려하는 기업들에게 높은 심리적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HR Cloud 솔루션은 이러한 AI 기술을 솔루션에 내재화하여 제공함으로써, 기업들이 별도의 개발비용나 시간 투자 없이 최신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이제 기업들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지 않고도 AI를 활용한 개인화된 성과 관리, 역량 개발 추천, 채용 프로세스 자동화 등을 손쉽게 도입할 수 있게 됐다.

4.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만드는 격차, 미래를 결정짓다

글로벌 HR Cloud 솔루션은 반기마다 대규모 AI 기능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마치 계절마다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이 추가되는 기성복 매장과 같다. 온프레미스는 한번 구축하면 유지보수와 업데이트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지만, HR Cloud 솔루션은 자동으로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반영한다. 시간이 갈수록 온프레미스와 HR Cloud 솔루션 간의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지속적인 업데이트는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조직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역량이 된다. 변화 속도가 빠른 시대에 인사 시스템이 정체되면, 조직은 새로운 인재를 유치하거나 기존 인재를 육성하는 데 한계를 피할 수 없다.
결국 과거의 약점은 사라지고, HR Cloud 솔루션의 장점이 단점을 압도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다가오는 변화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파도를 즐기는 서퍼가 될 것인지, 휩쓸리는 표류자가 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