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리더와 가짜 리더 감별법?

2025-09-29     백진기 한독 대표이사

회사의 높은 양반(CXOs)들은 연설할 기회가 잦은데, 때마다 ‘그럴싸한’ 단어가 꼭 들어간다. 대표적으로 ‘전략’, ‘전략적 접근’이다. 마치 이 단어를 쓰면 말하는 이가 ‘전략적인 사람’이 된 것 같다.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알고 쓰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많다.
같이 근무했던 K임원이 떠오른다. 그는 다국적기업에서 오래 근무하고 미국 본사에서도, 또 로컬기업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어 그의 말에는 힘이 실렸다. 처음에는 모두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것도 해야 한다 저것도 해야 한다”고 해서 의욕이 넘치고 로열티가 있어 보였다. 특히 그가 입버릇처럼 쏟아내는 단어가 “전략”, “전략적”이었다. 처음엔 ‘그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구나’ 생각했지만,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부담만 가중되었다. 지금 일도 허겁지겁하고 있는데, 이것저것 다 하자는 그를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그에게 보고하는 이들은 늘 모여서 그가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에 대한 ‘재해석’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가톨릭 신자다. 하루는 감기몸살로 고생하다가 내과전문의로 계시는 대부님께 처방을 받았다. 약국에서 받은 약이 ‘한 움큼’이었다. 대자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이것저것 다 넣은 것 같았다. 독한 항생제 때문인지 먹자마자 모두 토해버렸다. 겨우 몸을 추슬러 이비인후과에 갔는데, 그 의사는 내가 앞서 처방받은 약에서 “이것과 요것 2개만 드세요”라고 말하고는 끝이었다. 먹고 나니 열이 내리고 씻은 듯이 나았다. ‘약 한 움큼’을 처방하기는 어렵지 않다. 약 한두 알로 병을 낫게 하는 것이 어렵다. 
응급실에서 환자 분류를 잘못해서 증상이 덜 심각한 환자를 먼저 치료하는 것도 같은 경우다. 많은 병원에서 각 과별로 응급실에 당직을 서다가 수많은 의료사고 분쟁과 어마어마한 비용을 치렀다. 그 후 환자 상태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주된 업무인 ‘응급전문의’가 생겼다.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뭐라도 해야 하는 기업, 경쟁사보다 유리한 고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하는 리더, 성과를 올리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하는 직원 등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다 할 수 없다. 자원도 여건도 유한하다. 경쟁사가 뛰고 나는 동안,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결국 골라서 일할 수밖에 없다.
내게 전략이란,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Order of Priority)’이다. 그 우선순위를 조직 계층 모두 ‘한방향정렬(Alignment)’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원진, OL(Operation Leaders), 팀장(People Leaders), 그리고 팀원 간의 일의 우선순위가 다 다르다면 그 회사가 잘 굴러가겠는가?
경영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셀 수 없이 많다. 이중 지속성장에 상대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는 것 몇 개를 선정하고, 이들을 다시 순서를 두어 처리하는 것이 ‘전략’이다. 이것을 다시 팀원들과 공유하여 한방향정렬하는 것이 진짜 리더들의 역할이다. 전략 부재 리더와 같이 근무하는 팀원들은 ‘이것저것 일은 많이 하는데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심지어는 번아웃 팀원이 생기고 인재가 떠나는 상황이 전개된다. 리더들이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을 게을리하면서 전략 운운하는 리더는 가짜 리더다.

며칠 전 한근태 박사의 신작 『모든 일에는 다 순서가 있는 법』을 읽었다. 사전식으로 편집되어 있어서 관심 단어를 찾기 쉬었다. ‘아 그래 맞아,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어’ 그 자체였다.
우선순위를 항상 보유하고 있는 분이 진짜 리더다.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잣대는 늘 ‘나보다 회사 우선’이고 ‘생산성 향상’이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우선순위 1, 2, 3은 무엇인가? 머지않은 장래에 해야 할 일 우선순위 1, 2, 3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