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선도자, AI 전환의 중심에 선 HR

2025-09-29     이피어나 Pinterest People Research Scientist

지난 일주일 동안 업무에서 AI를 활용한 적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라고 답했다면, 당신은 이미 AI를 일상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다수의 HR 전문가들 중 한 명이다. 최근 HR 리더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72%의 HR 전문가들이 업무에서 최소 주 1회 이상 AI를 활용한다고 응답했다. PwC가 지난해 발표한 HR 기술 보고서에서는 미국 내 기업의 80%가 하나 이상의 HR 업무에 AI 기반 자동화 도구를 도입했다고 답했다. 그중에서도 채용과 성과관리가 가장 빠른 도입 속도를 보였는데, AI 도입은 이제 교육, 조직문화, 구성원 경험 등 더욱 넓은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AI 도입과 함께 HR 조직 자체의 역할과 정체성이 재편되고 있으며, HR은 더 이상 변화의 수용자에 머무르지 않고 전사적인 AI 전환을 이끄는 선도자로 거듭나고 있다. 이와 동시에 AI를 활용한 HR 내부 프로그램의 구조적 쇄신이 진행되며 HR 실무자에게 요구되는 역량 또한 진화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HR이 어떻게 AI 전환을 주도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변화하고 있는지, HR 프로그램 혁신에 AI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HR 실무자가 갖추어야 할 새로운 역량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HR, AI 전환을 이끄는 Change-Agent

이제는 HR이 변화의 수용자(Reactive Agent)가 아닌, AI 트랜스포메이션의 선도자(Change Agent)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실리콘밸리와 글로벌 기업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구성원의 AI 활용 역량 강화, 지식 관리 시스템 구축, 조직 내 AI 확산을 위한 제도 및 위원회 설립, 그리고 AI 친화적 문화 조성과 커뮤니케이션이 있다. 
이 중 가장 두드러지는 영역은 구성원의 AI 활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설계이다. 구글은 사내 “AI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AI 학습 콘텐츠를 직무, 직급, 연차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HR은 교육 콘텐츠 큐레이션과 실습 가이드 설계를 주도하며 전체 학습 여정을 관리한다. Accenture 역시 AI와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내부 온보딩 프로그램, e-learning 및 멘토링 구성을 통해 신규 입자사와 비기술 직군 직원들의 AI 이해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서 더 나아가 AI와 관련된 지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HR의 몫이다. 사내 다양한 AI 도구와 템플릿, 프롬프트, 실제 활용 사례를 한곳에 모아 구성원이 쉽게 접근하고 참고할 수 있는 지식 허브를 만들어, 이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실험을 거듭하는 문화를 도모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 예로, 메타는 AI 도구 활용 확산을 위한 사내 프롬프트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갤러리는 직무별로 자주 사용되는 생성형 AI 프롬프트를 정리하여 구성원들이 쉽게 찾아보고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프롬프트 예시는 업무 초안 작성, 회의록 요약, 피드백 작성, 설문 결과 해석 등 다양하며, 사용자 피드백과 함께 공유된다. 
HR 주도로 조직 내 AI 활용 촉진을 위한 AI 위원회 혹은 AI 태스크포스(Task Force)가 운영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각 조직에서 AI 도입과 확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리더들을 선별하여 조직에 맞는 구체적인 생성형 AI 활용 사례를 개발하는 한편, 전사 차원의 AI 전략 방향과도 정렬될 수 있도록 관리한다. 자발적으로 수집한 활용 사례를 수집하여 한곳에 정리하고 한 부서의 성공 사례가 다른 부서의 실행 계획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차 학습(Cross-Learning) 구조를 설계하는 기능도 맡는다.
HR은 문화적 변화와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도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구성원이 AI를 일상적인 업무에 사용하는 것이 새로운 업무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내부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세우고, AI 사용 사례를 사내 뉴스레터, 사내 메신저 채널, 타운홀 미팅 등을 통해 적극 공유한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 결과의 신뢰성에 대한 불안과 같은 구성원의 우려를 파악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가이드라인과 안전망을 마련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화적 요소는 기술과 제도가 실제적인 업무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HR, 특히 피플 애널리틱스 팀은 AI 도입의 효과를 측정하고 구성원의 AI 사용 경험을 분석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핀터레스트에서는 최근 구성원 설문을 통해 다양한 생성형 AI 도구를 얼마나 자주 업무에 사용하고 있는지, 업무 시간 절약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AI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에 대해 피드백을 수집했다. 그 결과, 사내 기술팀 리더십과 공유되어 추후의 AI 도구 투자, 보안 정책, 교육 콘텐츠 개선 등의 의사결정에 반영되었다.

AI를 통한 HR 프로그램의 쇄신

AI 기술은 HR 프로그램의 주고와 실행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성과 관리와 설문 분석과 같은 핵심 프로세스에서 그 영향이 두드러진다.
핀터레스트는 올해 성가 평가 시즌 중 구성원과 매니저들의 평가서 작성을 돕는 “AI Performance Assistant”를 내부적으로 개발했다. 이 도구는 한 명의 구성원에 대해 팀원, 내부 파트너, 리더로부터 수집된 다양한 피드백을 자동으로 요약하고, 직무와 개인의 OKR을 반영해 평가서 초안을 제안한다. 단순 요약 기능을 넘어서, 평가서에 구성원의 강점과 개선점이 균형 있게 포함되었는지, 구체적인 예시가 적절히 포함되었는지 등의 여부를 자동으로 점검하여 평가서의 편향을 줄이고 내용의 완성도를 높인다. 이를 통해 매니저와 구성원 모두 평가 작성에 드는 시간이 크게 단축되었고, 평가서 내용의 퀄리티 또한 향상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성원의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반복적인 HR 프로세스를 HR이 앞서서 AI에 위임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인 사례이다.
설문 분석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기존에는 수천 건에 달하는 주관식 응답을 수작업으로 분류하고 요약해야 했지만, LLM 기반 AI 도구는 이를 실시간에 가깝게 처리한다. 예를 들어 Visier의 AI 어시스턴트인 “Vee”는 사용자가 자연어로 질문을 입력하면 구성원 설문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해 주고, 주관식 코멘트를 주제별로 분류하고 요약해 준다. 특정 키워드의 언급 비율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해당 코멘트를 리더십 스타일, 워라밸, 성과 압박과 같은 테마별로 분류해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HR은 이를 토대로 특정 문제의 심각성과 원인을 더 빠르게 진단하고 대응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실리콘밸리 전반에서 나타난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사내 Copilot 도입을 통해 성과 리뷰 작성, 팀 피드백 요약, 리더십을 위한 보고서 준비 시간을 평균 30~40% 단축했다고 밝혔다. IBM은 AI 챗봇인 “AskHR”을 도입해 직원들의 정책, 보상, 복리후생과 같은 질문에 즉각적인 답변을 제공하고 반복적인 질문 패턴을 분석해 HR 서비스 개선과 자동화에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AI가 단순 보조 도구를 넘어 HR 프로세스의 구조적 효율성을 재편하는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HR 실무자가 갖춰야 할 AI 시대의 역량

HR 실무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무엇일까? 단순히 새로운 도구를 다룰 줄 아는 기술적 능력에서 더 나아가, AI와 함께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문제 해결 파트너로서의 사고방식과 태도 전환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우선적으로 중요한 역량은 문제 정의 능력이다. AI는 본질적으로 질문을 잘 받는 도구다. 질문이 모호하거나 분석 목적이 불분명하면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난 AI 모델이라도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최근 입사자의 몰입도가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몰입도 하락이 팀 문화, 온보딩 프로세스, 업무 명확성 중 어디와 가장 관련이 있는가”, “이 데이터를 어떤 리더와 공유하고 어떤 행동 전략을 제안할 것인가”와 같이 구체적이고 구조화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데이터를 어떤 흐름으로 연결할지 기획하는 능력은 기술적 분석 능력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게 작용하는 역량이다. 
두 번째로 요구되는 것은 AI 결과에 대한 비판적 해석 능력이다. 할루시네이션 현상으로 잘 알려진 것처럼, 생성형 AI가 항상 정확하거나 맥락에 맞는 결괏값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HR 실무자는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는 단순 사용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검토하고, 오류나 왜곡을 찾아내 반복적인 피드백을 통해 퀄리티를 높이는 결과 관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가 작성한 평가 피드백 초안을 검토할 때, 문장의 정확성과 어조만 보는 것이 아니라 팀 내 협업 분위기, 과거 피드백과의 일관성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실무와 연결된 AI 활용 능력과 오너십 또한 중요한 역량이다. 단순히 프롬프트를 쓸 줄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AI가 제시한 결과를 업무와 조직 맥락에 연결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면, 설문 결과 요약이나 커뮤니케이션 문서 초안을 무비판적으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수정, 보완하고, 필요에 맞게 큐레이션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특히 생성형 AI는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이 반복될수록 퀄리티가 개선되기 때문에, HR 실무자는 마치 신입 직원을 코칭하듯이 적극적인 피드백을 통해 AI 도구를 ‘학습시킨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는 단순 사용자가 아닌, “AI와 함께 성장하는 공동 운영자이자 책임자”로서의 태도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앞서 소개한 데이터 거버넌스와 비슷한 맥락에서 강조되는 역량은 윤리적 기준과 데이터 감수성이다. HR 데이터는 특성상 민감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AI를 이용한 분석 과정에서 개인정보나 공정성 관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채용, 평가, 승진 등 중요한 의사결정에 AI 기반 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할 경우 알고리즘이 학습한 데이터 속의 편향이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 실제로 아마존의 AI 채용 알고리즘이 남성 중심의 학습 데이터로 인해 여성 지원자에게 불리한 판단을 내린 사례가 알려진 바 있다. 이러한 사례는 AI를 도입할 때 단순히 효율성을 넘어, 결과의 공정성과 윤리성을 검증하는 체계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HR 실무자는 이러한 리스크를 인지하고, AI가 도출한 결과에 대한 윤리적인 검토와 보완 조치까지 포함한 운영 체계를 수립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며 

AI가 HR 업무의 일부를 대체할 수는 있겠지만, HR의 역할을 축소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AI는 HR이 더 전략적인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은 HR이 기술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으며, AI라는 날개를 조직 구성원들에게 달아줄 수 있는 시점이다. 전략적 데이터 활용, 실행 가능한 인사이트 설계, 그리고 윤리적 기준 수립을 통해 HR은 변화의 중심에서 AI 시대를 주도하며 조직의 생산성과 혁신을 이끄는 핵심 기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