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변동과집단적 노사관계

1999-11-30     전성열

기업들은 기업운영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으며, 주요한 생존전략 중 하나로 기업의 인수합병의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인수합병을 포함한 기업구조조정은 근로관계 당사자인 사용자와 근로자의 법적지위 변동을 초래하고 있고, 직접 근로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이에 대한 노동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행 노동관계법령에서는 기업변동시 근로자의 지위, 노동조합의 지위, 단체협약의 효력 및 취업규칙의 효력 등에 대해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으며, 이를 판례와 학설의 견해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향후 기업변동이 다양한 형태로 진행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개별적 근로관계와 집단적 노사관계에 대한 법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취지로 기업변동시 집단적 노사관계의 핵심인 노동조합의 지위 및 단체협약의 효력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기업변동의 유형
노동관계법상 의미있는 기업변동은 합병, 분할 및 영업양도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개념정의가 명확하게 이뤄져야  이후 논의될 기업변동시 개별적 근로관계 및 집단적 노사관계에 대한 논의가 가능해진다. 합병이란 둘이상의 법인격이 있는 회사 사이에서 이뤄지는 일련의 절차 내지 과정이다. 합병당사자인 회사가 전부 소멸되는 형태가 신설합병이고, 하나를 제외한 전부가 소멸되는 것이 흡수합병인바, 어느 경우이든 신설회사나 존속회사는 반드시 하나이여야 한다. 또한 합병은 청산절차없이 해산회사가 소멸한다는 특징이 있으며, 해산회사의 모든 권리의무관계를 존속회사 또는 신설회사에 포괄적으로 그리고 법률상 당연히 이전시킨다.
회사분할이란 합병에 대응하는 모형으로 하나인 회사 재산을 하나 이상의 기존 또는 신설회사에 분리시키는 것이며, 본질상 회사 재산의 부분적 포괄승계와 그 대가로서의 사원권의 부여를 본질적 요소로 하는 조직법· 단체법상의 행위내지 기업구조조정 수단의 하나이다.
영업양도는 양도대상이 되는 영업의 의미를 어떻게 파악하는 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판례는 객관적 의미에서의 영업, 즉 일정한 영업목적을 위해 유기적으로 조직화된 기능의 일체로서의 영업(재산)을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양도하는 것을 영업양도로 보고 있다.
여기서 동일성 유지의 판단은 사회통념에 의한다고 하는 바, 영업용재산의 일부를 유보한 채 양도해도 그 양도된 부분만으로 종래의 조직이 유지되어 있다고 판단된다면 동일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변동시 근로관계의 승계여부
기업변동과 관련해 개별적 근로관계의 문제는 근로관계가 승계되는지에 대해 주로 언급되어졌다. 왜냐하면 근로관계의 승계가 전제될 때, 비로소 기업변동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쟁점에 대한 노동법적인 검토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핵심적인 사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법 제235조에서는 합병 후 존속 회사 또는 신설회사는 소멸된 회사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되어 있을 뿐, 합병으로 인해 이러한 권리의무에 근로관계가 승계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고, 판례의 해석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판례는 회사합병의 경우에는 피합병회사의 권리 의무는 사법상의 관계나 공법상의 관계를 불문하고 그 성질상 이전을 허용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합병으로 인해 존손한 회사에 승계된다고 해 합병시 근로관계의 포괄적 승계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합병과정에서에서 특정 근로자를 승계대상에서 제외한다는 특약을 맺을 수 있다. 이는 합병의 성질상 무효라고 할 것이며, 권리의무의 포괄승계를 합병의 본질적 개념요소로 명시하고 있는 우리 상법의 해석상 재산의 일부를 유보하다던가 또는 특정채무를 승계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병을 인정할 수 없듯, 근로관계도 마찬가지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분할과 관련해 판례는, 기업의 일부가 분리 독립해 새로운 회사가 성립되었다 하더라도 신설회사와 구 회사사이에 기업의 동일성을 유지하고 구회사에 속했던 근로자가 그 회사에서의 퇴직이나 신설회사에 신규입사절차를 거침이 없이 신설회사에 소속되어 계속근무를 하고 있다면, 신설회사가 구 회사와는 별개의 독립된 법인체로서 그 권리의무를 포괄승계하지 않은 경우라 할지라도 구 회사에 속한 근로자에 대한 근로관계는 신설회사에 포괄승계되어 근로의 계속성이 유지된다 할 것이므로 그 근로자에 대한 계속근로연수를 계산함에 있어서는 구회사에서의 근로기간까지를 통산해야 한다고 판시(대판 1987.2.24,선고 84다캬1409)한 바 있다.
영업양도시 근로관계를 포괄적으로 승계한다는 명시적 합의가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없는 경우에도 영업양도로서의 성격이 인정된다면 근로관계의 포괄적인 승계에 대해 묵시적인 합의가 있다할 것이며, 영업양도자체는 근로관계 승계를 배제하기 위한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기업변동시 노동조합의 지위
기업의 합병 또는 영업의 전부양도로 소멸하는 사업장에 조직되어 있던 노동조합이 기업별 노동조합이어서 그 조직범위를 소멸하는 회사의 근로자로 한정하고 있다면, 소멸하는 회사의 근로자 신분이 없어지고 새로운 기업의 근로자신분을 취득하게 됨에 따라 기존 노동조합은 조합원이 없는 노동조합으로 바뀌게 된다. 이 경우 노동조합 지위의 존속을 인정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합병에 있어서 노동조합의 지위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판례는 찾기 힘들다. 다만, 퇴직금 지급에 관해 취업규칙의 승계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대법원(대판 1994.3.4, 선고93다1589)은 ‘회사의 합병에 의해 근로관계가 승계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계약상의 지위가 그대로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것이므로 합병 당시 취업규칙의 개정이나 단체협약의 체결 등을 통해 합병 후 근로자들의 근로관계의 내용을 단일화하기로 변경 조정하는 새로운 합의가 없는 한, 합병 후 존속회사나 신설회사는 소멸회사에 근무하던 근로자의 퇴직금관계는 종전과 같은 내용으로 승계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례를 해석할 때, 근로관계의 내용을 단일화하기로 한 새로운 합의를 전제로 포괄승계이론을 전개하는 것보다는, 기업변동의 효과로 승계되는 개별적 근로관계의 내용에 단체협약의 규범적 부분이 근로계약의 일부로 화체되어 포함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업양도와 관련해 법원(대판 2002.3.26, 선고2000다3347)은 영업양도시 이전되는 근로관계의 내용이 집단적 근로관계의 내용도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해 노동조합의 존속(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채무적 부분까지도)을 긍정했고, 영업양도 전후의 노동조합규약상 조직대상을 변경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함이 없이 노동조합의 존속을 인정하고 있다.
즉, 기업별 노동조합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합병 또는 영업의 전부양도에 있어서 노동조합은 그대로 존속한다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기업별 노동조합이라고 하더라도 형식적으로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 소속된 근로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특정한 내용의 근로관계를 공통적으로 맺고 있는 근로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합병과 영업양도와는 달리, 분할과 영업의 일부양도의 경우에는 그 접근방법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노동조합을 하나의 독자적인 법적능력을 지닌 독립된 법적주체라고 이해할 때, 노동조합 스스로 노동조합의 분할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다른 사업장에 근로관계가 이전되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이 부분적으로 신사업장으로 이전될 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기업변동시 단체협약의 효력
기업변동시 근로관계가 승계된다고 할 때에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형성되어 있던 법률관계의 내용이 그대로 승계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근로관계는 일반적인 채권관계와는 달리 계약이외의 다른 형성요인이 내포되어 있다. 즉,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협력적 노사관계에서 비롯된 노사협정 들이 그것이다. 이중에서도 기업변동시의 단체협약 효력은 노동조합의 지위로 더불어 기업변동시 집단적 노사관계를 규명하는 데 필수적이다.
앞서 합병 및 영업의 전부양도시 기업별 노동조합의 지위가 존속하는 것으로 판단했으므로 사용자와 기업별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 역시, 합병 및 영업의 전부양도 후 계속 존속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왜냐하면 기업별 노동조합과 사용자는 합병 및 영엽의 전부양도에 의해 그 법적 지위가 변하지 않으므로 그 사이에서 체결된 단체협약 역시 변함이 없기 때문에 승계된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합병이라는 제도의 취지가 별도의 청산절차없이 회사의 변동을 인정한 것이고, 단체협약은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단체교섭권의 산물이며, 단체교섭은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노동조합이 그대로 존속하고 사업주(법률적으로)도 동일한 상태에서 근로조건을 규정하는 규범적 부분과, 노동조합과 사업주를 규율하는 채무적 부분에 있어 그 적용과 해석을 달리할 이유가 없다 할 것이다.
분할과 영업의 일부양도의 경우에 있어 단체협약의 승계문제를 직접적으로 판단한 판례는 없는 것으로 보이나, 해고절차에 있어서 양도회사와 양수회사의 단체협약 중 어느 것을 따라야 하는 것인지가 문제된 사안(대판 1989.5.23, 선고88누4508)에서 ‘일반적으로 근로자를 그대로 승계하는 영업양도의 경우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의 단체협약도 잠정적으로 승계되어 존속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라고 해 간접적으로 판단한 판례만 있을 뿐이며, 단체협약 자체가 승계한다는 의미인지 근로계약 내용으로 화체되어 승계된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판단하기는 곤란하다.
영업의 일부양도시 단체협약의 승계를 부정하나 합의할 경우 승계가 가능하다는 노동부 행정해석(2001.8.31, 노조68107-1003)에서는, 영업의 일부양도의 경우 단체협약은 승계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은 명시하고 있으나, 양수인· 양도인·양도되는 근로자들이 기존 단체협약을 승계하도록 합의했다면 단체협약의 승계를 인정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다른 사례(2000.1.21,노조01254-62)에서는, 영업의 일부양도시 기존 단체협약이 양수기업에 승계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은 동일하나, 영업의 일부양도일 경우 기존 단체협약의 체결당사자인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계속 존속하기 때문에 이러한 이유로, 단체협약의 규범적 부분은 해당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어 계속 효력을 유지한다고 봄으로써 화체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할시 단체협약의 승계여부(2007.3.27,노사관계법제팀1042)에 관해는 기존회사와 신설회사의 사용자간에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기존회사와 당해 노동조합간에 체결한 단체협약이 신설회사의 사용자에게 자동승계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나, 단체협약의 내용 중 규범적 부분은 노사간 별도의 합의 등 달리 볼 사정이 없는 한 개별근로자의 근로조건으로 그 효력이 유지된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라 해, 분할시 기존회사와 당해 노동조합간에 체결한 단체협약이 신설회사의 사용자에게 자동적으로 승계되지는 않지만, 당사자간의 별도의 약정이 있다면 승계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한 당사자간의 약정이 없어 단체협약이 자동승계되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단체협약의 내용 중 규범적 부분은 개별근로자의 근로조건으로 그 효력이 유지된다고 봄으로써 화체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기업변동시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쟁점을 노동조합의 지위와 단체협약의 효력으로 구분해 검토해 보았다. 요약하면, 합병과 영업의 전부양도의 경우, 기업별 노동조합의 지위가 존속하고, 기업별 노동조합과 사용자는 합병 및 영업양도에 의해 그 법적 지위가 변하지 않았으므로 그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 역시 변함이 없기 때문에 승계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반면, 분할 및 일부양도의 경우, 기존의 사업주 및 노동조합이 존재하므로 단체협약은 기존의 당사자에게 유효하고, 변동된 근로자들은 기존 기업별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없으므로 단체협약의 승계는 인정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다만, 당사자간의 합의로 단체협약의 승계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해당부분이 특약에 의해서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인정되는 것일 뿐이지, 단체협약 승계의 효력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안원복
노무법인 유앤 공인노무사 / 경영지도사
awb@unh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