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일을 표현하는 세 가지 유형

2013-07-01     정진호 IGM 세계경영연구원 가치관경영연구소 부소장

내가 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특히 요즘 같이 불황기에 고용이나 생계에 위협을 느낀다면 그런 마음은 더 커진다. ‘공부를 더 잘 했더라면’ 아니면 ‘처음 직장을 좋은 데를 구했어야 하는데’ 라고 생각한다.

내가 일을 하는 이유는 가족의 행복, 나 자신의 성장, 꿈을 이루기 위한 것 등 여러 이유가 있다. 그런데 내가 하는 일이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일하는 게 그저 힘들기만 할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내가 세상과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을 안다면 일이 힘들더라도 힘이 날 것이다. 그러나 성직자나 전문직을 가진 사람을 빼고 대부분 직장인들은 ‘일의 사회적 가치’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우리는 보통 오랜 만에 친구나 지인을 만나면 “무슨 일해?”라고 묻는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 유형은 자기가 지금 하는 일을 얘기한다. “어떤 제품을 만든다”, “어떤 제품을 판다”, “어떤 일을 한다” 등. 중소기업에 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한다. 회사 이름을 얘기해도 잘 모르고 일을 얘기해도 구구절절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대답에는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별로 없다.

두 번째 유형으로,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회사 이름을 얘기한다. “삼성 다닌다”, “현대 다닌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좋은 회사 다니네요”라는 식으로 반응한다. 어떤 회사를 다니는 것이 가치가 된다.

끝으로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어린 아이들을 돕는다”, “질병과 가난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한다” 등. 초록우산, 굿네이버스, 그린피스 같은 NGO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세 번째 유형은 자기가 하는 일의 가치를 얘기하는 것이고 사람들은 그 얘기에 공감과 함께 그들이 하는 일을 존중한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은 세상과 사람들에게 주는 가치가 있다. 가치를 주지 못하면 그 일은 유지되지 못한다. 음식점이 문을 닫고, 상점이 문을 닫고, 기업이 문을 닫는 것은 더 이상 세상과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지 못할 때이다. 실제 우리가 물건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가치를 구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안경을 구입한 적이 없다. 세상을 맑게 보는 ‘밝음’을 구입한 것이고, 외모를 커버하기 위한 ‘스타일’이라는 가치를 구입한 것이다. 그런데 안경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자기가 세상에 주는 가치를 “안경을 만든다”, “안경을 판다”라며 자기가 하는 일을 얘기한다.

자동차를 정비하는 카센터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기름밥 먹으며 차를 고치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있을 수 있는 사고를 미리 방지해 주는 것이다. 환경미화원은 더러운 것을 치우는 지저분한 직업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상쾌한 아침을 선물하는 것이다. 공무원, 군인, 방송인, 스포츠 스타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세상과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고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자기가 하는 일의 가치를 생각하기보다는 자기가 하는 일만 보기 때문에 일이 힘들고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물론 사람이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을 부정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이왕에 하는 일이라면 내가 하는 일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면서 임해야 보람도 생기고 자부심도 가질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조직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자기 일의 가치를 알고 일을 좋아하며 강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자기가 하는 일의 가치를 기억하는 것이다. 일의 가치를 찾는 방법은 쉽다. 지금 하는 일을 부정해 보는 것이다. 제품을 생산하고, 제품을 팔고, 서비스를 하는 것을 부정하고 나서, 내가 주는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그 속에는 내가 고객에게, 회사에게, 동료에게 주는 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만약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에게 주는 가치가 없다면, 직장 생활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내가 줄 수 있는 가치를 찾아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 더불어 자기가 하는 일의 가치를 스스로 찾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에 있는 동료나 상사, 부하가 하는 일을 칭찬해 주는 것이 좋다. 그들이 하는 일을 칭찬하는 것은 상대방의 일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상대방은 당신 덕분에 보람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