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D 2013을 다녀와서

2013-07-01     최경춘 한국능률협회(KMA) 상임교수

ASTD 2013 대회 개요

ASTD 2013은 올해로 70회를 맞는 연례 국제회의로, 전 세계 80개국의 약 9,000여 명의 WLP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며, 국내 150여 기업의 387여 명의 HR담당자들이 참가한 HR 최대의 지식축제이다. 금번 컨퍼런스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지난 5월 19일(일)부터 5월 22일(수)까지 4일간 열렸지만, Certificate Program은 5월 16일(목)에서 5월 18일(토)까지, Preconference Workshop이 5월 18일(토), Expo가 5월 20(월)부터 5월 22일(수)까지 동시에 열렸기 때문에 약 1주일 동안 전 세계 HRDer들을 위한 축제의 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STD 2013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전년도에 비해 트랙의 변화가 거의 없다는 특징이 있다. Content Track으로서 Career Development, Designing & Facilitating Learning, Global Human Resource Development, Human Capital, Leadership Development, Learning Technologies, Measurement, Evaluation, and ROI 등 7개 트랙은 전년과 동일했고, Workforce Development라는 트랙이 전년도 Trends 대신에 새로 개설된 정도로 큰 변화가 없었으며, Industry Tracks은 전년과 동일하게 Higher Education, Government, Sales Enablement 로 구성되었다. 이는 ASTD 2013년도 슬로건이 Content, Community, Global Perspectives가 암시하고 있듯이, 전년도에 비해 내용상의 변화를 주기 보다는 Content의 깊이를 심화 발전시키고, HRD가 각 지역사회(Community)의 성장에 도움이 될 만한 Learning Intervention을 개발하며, 전 세계적 베스트 프랙티스를 더 많이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 판단된다. 한국 대기업 중 GS건설의 S-OJT, SK Telecom의 변화관리, GS Caltex의 코칭 사례 등이 현지에서 큰 호평을 받은 것이 이를 반증한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금년도 한국능률협회가 주관하는 한국대표단은 삼성팀(23명), LG팀(19명), 일반팀(69명) 등 총 111명으로 구성되어 도착 첫날 호텔 만찬을 시작으로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특히, 금년도는 컨퍼런스 첫날, 한국대표단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에서 이화자 교수의 “The Role of HR in Creative Organizational Culture”라는 특강이 열려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HR이 감당해야 할 역할을 실증적 데이터를 통해 제시하였다. 이어서 한국기술교육대학교의 이진구 교수님의 ASTD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었는데, ASTD 2013의 특징을 설명하고 각 트랙별 추천 세션을 소개하여 한국대표단들이 어떤 세션을 듣는 것이 좋을지 상세하게 안내하였다. 덕분에 많은 참가자들이 캘린더에 본인이 희망하는 세션을 기입하여 좋은 세션을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능률협회의 한국대표단이 가지는 또 하나의 장점은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이 Debriefer로 참가하여 ASTD 2013의 트렌드와 베스트 프랙티스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는 점일 것이다. 정재승 KAIST 바이오 & 뇌공학 교수님은 General Session을 담당하여 전반적인 HRD의 흐름과 최근 미국 인재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강의해 주셨고, 한양대 송영수 교수님은 Leadership과 Human Capital이라는 광범위한 분야를 한눈에 읽을 수 있도록 혜안을 제공해 주셨다. 또한 한국기술교육대학교의 이진구 교수님은 교육효과측정 및 Learning Technology 등 HRD 전문가들을 위한 통찰력을 얻도록 도와 주셨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교수설계와 경력개발 분야를 맡아서 디브리핑을 진행하였다.

General Session : 장기적 방향성

주지하다시피, General Session은 당해 연도 컨퍼런스의 방향성을 결정 짓는 Key Note Speech로서 세계적 명성을 가진 연사들이 출연한다. 금년도 첫 주자는 2006년 TED에서 이미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 시켰던 Sir Ken Robinson이 출격하였다.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까지 받을 정도로 교육 분야에 큰 공헌을 하신 분으로서 시종일관 유머로 청중들을 장악하였던 고수였다. Sir Ken Robinson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했던 만큼 강렬하게 다가왔다. “현재 우리가 하는 교육은 창의성을 살리는 교육이 아니라, 창의성을 죽이는 교육이다”고 일갈한다. “현재 우리의 교육은 산업화 시대의 낡은 토대 위에 구축된 것이기 때문에 과거에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인 ‘문해율’ 만큼이나 ‘창의성’ 교육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하였다. 또한, “실패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결코 독창성에 도달할 수 없다”고 하여 독창성을 키우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5월 21일(화)의 두 번째 연사는 과거 제록스의 수석과학자, PARC(Palo Alto Research Center)의 수장으로서 20년 가까이 명성을 떨쳤던 John Seely Brown이었다. 이 분은 “The Entrepreneurial Learner” (기업가적 학습자)라는 매력적인 제목을 들고 나와서 “20세기는 조직이 개인을 학습시켰다면, 21세기는 개인이 조직을 학습, 변화시킬 수 있는 시대이다”라고 하였다. 시종일관 잘 정리된 슬라이드와 탄탄한 논리로 청중들을 몰입 시키는 능력을 보여 주었던 명 강연이었다. 그가 제시한 키워드 중에서 가슴 찡하게 다가왔던 단어는 “Reverse Mentorship”이었다. 과거에는 조직이 개인을, 상사가 부하를, 힘 있는 사람이 아랫사람을 멘토링해 왔다면, 이제는 그 반대가 성립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할머니가 손자에게 배우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하와이 마우이 섬의 한 소년의 사례가 생생하게 다가왔으며, 변화의 시대는 스트레스를 증가시키지만 학습의 기회 또한 병존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였다.

마지막 날, 5월 22일(수)의 연사는『멀티플라이어』라는 책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Liz Wiseman이었다. 그녀는 150명의 글로벌 리더를 20년 동안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멀티플라이어’라는 개념을 통해 리더의 역할에 혁신적 변화가 와야 함을 역설하였다. 세상의 리더는 Diminisher와 Multiplier로 나눌 있다. Diminisher는 제국의 건설자로서 재능 있는 사람을 모아도 그 재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으나, Multiplier는 재능 있는 사람을 모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재능을 발휘하게 하는 리더라는 것이다. 또한, Diminisher는 사람들의 생각과 능력을 억누르는 긴장된 환경을 만들지만, Multiplier는 최고의 생각을 하고 최고의 작업을 하게 하는 열정적인 환경을 만드는 리더이다. 그러나, Liz Wiseman이 주창하는 모토는 단순히 구성원들을 즐겁게 편하게 만들어 주자는 것만은 아니다. 극단적 질문(Extreme Questions)을 통해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주고, 토론을 장려하며(Make a Debate), 실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어(Create Mistake Space) 실험정신을 키우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ASTD 2013의 General Session은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교육에 대한 ‘전면적 개편’이었다.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교육의 패러다임이 “창의성을 죽이는 데 뛰어나다”는 Sir Ken Robinson의 주장이 그렇고, 이제는 “Reverse Mentorship”의 시대가 되었다고 역설하며 “자신의 열정을 찾아가는 기업가적 학습가”를 길러내야 한다는 John Seely Brown의 논리가 그것을 보완해 주며, “실험정신”을 배양하는 Multiplier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 Liz Wiseman의 마무리가 마치 세 개의 Key Note가 하나의 플랫폼 위에 서 있는 소프트웨어처럼 견고해 보이기 때문이다.

Concurrent Session : Best Practices

General Session이 HRD가 나아가야 할 장기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면, Concurrent Session은 Global 기업과 컨설팅 회사의 Best Practices를 소개하기 때문에 HRD 담당자들에게 보다 직접적인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ASTD 2013에서 약 220여 개의 Concurrent Session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필자는 금년도 ASTD의 트렌드를 Key Word 중심으로 요약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Learning Impact : 결과 중심의 교육 훈련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특히, 3단계 평가를 보편화하고 있는 경향이 뚜렷하다. 4단계, 5단계 평가모형은 구체적 결과를 제시하지 못하더라도 고객의 기대에 대한 평가(Return on Expectation)와 교육의 무형적 수혜(Intangible Benefit)를 강조하는 등 평가에 대한 지평이 다양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HRD 전문가의 Competency Model 2004 모형이 9년 만에 업데이트되어 Learning Impact를 직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Engagement : ASTD 2013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가 Engagement일 정도로 조직몰입, 구성원 몰입, 학습몰입 등 전체적 차원에서 몰입을 강조하고 있다. Pepsico가 제시한 자사의 조직몰입 프레임워크도 인상적이었고, Y세대(영어로는 Millennials) 구성원을 위한 10가지 몰입 원칙, 학습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각 교육에서 사용하였던 iClicker의 사용 등 학습 몰입에 관한 인용 빈도수가 부쩍 늘어난 느낌이었다.

Informal Learning & Technology : Informal Learning, Mobile Learning, Social Learning 등도 금번 컨퍼런스에서 단어의 사용 빈도가 매우 높았던 용어 중에 하나였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Tin Can API라고 하는 “모든 학습내용과 학습시스템을 연계하여 모든 학습의 경험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이러닝 소프트웨어”가 한 컨설팅 업체에 의해 소개되었다.

Learning Agility : 외부환경이 급격하게 VUCA(Volatile, Uncertain, Complex, Ambiguous)화 함에 따라 학습 민첩성이 강조되었다. 미래 리더의 핵심은 Depth보다 Breadth가 중요하다고 하였고, 최근에 Neuroscience(뇌과학)의 연구 성과를 학습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많았다. 전통적 교수설계 모형인 ADDIE가 환경변화에의 대응속도가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들어서 빠른 교수설계 모형인 SAM, ASAP 등과 같은 세션이 눈에 띄었다.

Leadership Development : 각 조직의 리더십 개발은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었다. 여러 논의 중에서도 리더십 개발을 “리더 자신의 목적과 가치를 재발견하는 에너지”라고 정의하면서 자신으로부터 상대(부하), 조직 순으로 에너지를 통해 성장하는 리더십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향후 5년 이내에 리더가 갖추어야 할 필수 역량으로 창의성(Creativity)이 1순위로 올라 온 것도 중요한 변화의 흐름으로 보인다. 리더십 스킬로서는 여전히 멘토링과 코칭이 주 종목으로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맺음말

ASTD 2013은 전년에 비해 다소 적은 세션 수에도 불구하고 내용의 내실화와 다양한 Best Practice들이 소개되어 향후 전 세계 HRD가 어떤 방향을 향해가고 있는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세션 발표자로 참가하여 한국 HRD의 높은 수준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 대해 크게 축하하면서, 향후 ASTD에서 한국대표단이 보여 줄 수 있는 기회에 대해 두 가지만 제안하며 금년도 ASTD 참가 후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째, 배운 내용 중에 일부라도 끊임없이 Apply, Apply, Apply (적용, 적용, 적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배운 것을 적용해 보지 않고는 베스트 프랙티스의 유용성과 효과성을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각 조직에서 작은 것 하나라도 적용하려는 노력이 쌓이다 보면, 미국식 HRD 개념을 단순히 벤치마킹한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독창적인 노하우가 세계 무대에서 소개되는 날도 머지않을 것으로 본다.

둘째, 금년도 컨퍼런스 중에 단연 으뜸어는 ‘창의성(Creativity)’이다. Key Note Speaker들이 수많은 사례와 논리로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각 세션에서도 창의성에 대한 강조는 수도 없이 반복되었다. 그렇다면, 우리 HRD 담당자들도 우리 교육이 어떤 내용과 방법으로 ‘창의적으로 변화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개념적 수준을 넘어 실질적 차원으로 확산되고 적용되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일단 시작하면 하나의 큰 강줄기가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