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도 힐링이 필요하다

2013-11-12     전재권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소진(Burnout)이란 심리적, 정서적으로 에너지가 고갈되어 업무 수행을 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이는 조직의 일반 구성원들에게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수 많은 의사결정, 성과에 대한 압박 등 조직의 리더에게 가해지는 책임감과 부담감은 조직의 위계가 높아질수록 더욱 증가하게 마련이다.

지난 여름, 스위스에서는 두 명의 고위 경영진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유럽 재계에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7월에는 스위스 최대 이동통신사인 Swisscom의 CEO Carsten Schloter가 49세의 나이에, 연이어 8월에는 세계 최대 보험사 중 하나인 Zurich Insurance Group의 CFO Pierre Wauthier가 53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했겠지만, 이들의 주요 사인은 공통적으로 업무에서 받게 된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Carsten Schloter는 생전에 한 언론 기관과의 인터뷰에서 근무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기업 문화에 대해 경고하며 “가장 위험한 일은 끊임없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나 자신도 내 삶에서 여유를 갖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는 누구도 피하기 어렵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리더는 그 정도가 더 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리더로서 감당해야 하는 책임감과 부담감은 조직에서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갈수록 비례하여 증가할 것이다. 리더가 일상적으로 내리는 의사결정 하나하나가 향후에 기업의 존망을 좌우할 정도의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 의학대학원에서 수행한 연구 결과를 보면, 소진을 경험한 고위 관리자들은 96%에 달했으며 그 중 3분의 1은 그 정도가 극심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기업의 경영진이 되는 일은 ‘별을 달았다’라고 할 정도로 쉽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 그런 점에서 경영진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일반적인 수준 이상의 역량을 갖고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사람의 에너지는 끊임없이 샘솟지 않는다. 하버드 의학대학원 정신의학과 교수 Srini Pillay에 따르면, “고위 경영진에 오를 정도의 기량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어려움을 극복할 역량이 뛰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그들도 파탄에 이를 수 있다”고 하며 지나친 과신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리더가 소진되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리더의 소진, 그 원인과 대응 방안을 찾아본다.

소진이란?

소진(Burnout)은 심리적, 정서적, 육체적으로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를 말하며, 탈진, 피로, 우울 등의 증상과 함께 업무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 및 행동이 나타나 업무 수행과 효율이 저하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영국 랭카스터 대학교의 조직심리학 교수인 Cary Cooper는 소진 상태에 빠지게 되면, 일상적인 활동들을 평소와 같이 수행하기 어려워지고, 수면 장애, 섭식 장애, 우울증 등의 병리적인 증상까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즉, 작은 일에도 정서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일시적인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여 과격한 감정을 표출시킬 수도 있으며, 시간 투자에 비해 결과물의 질이나 양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일을 시작하기 위해 집중하거나 의사결정을 내릴 때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등 전반적으로 정신적인 기능이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신체적으로도 쉽게 피로해지고, 잠을 이루기가 어려워진다거나 식욕이 감퇴되는 등의 증상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소진은 일반 구성원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리더의 경우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보다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수년 전 스티브 잡스의 건강이 악화되었을 때, 애플의 주가는 ‘스티브 잡스 주가’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잡스의 건강 상태에 큰 영향을 받기도 했다. 육체적인 건강악화와의 차이는 다소 있으나, 소진의 경우에도 리더로서의 업무 수행이 어려워진다는 측면에서는 유의해야 할 것이다.

리더, 소진에 취약한 이유

일반 구성원에 비해 리더는 소진에 오히려 더 취약할 수 있다. 조직의 위계가 높아질수록 성과 창출에 대한 압박의 강도가 갈수록 강해지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된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외에도 리더가 소진에 유의해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의사결정 피로
리더는 수많은 의사결정을 내린다. 사소한 것부터 기업의 향방에 영향을 끼치는 것까지 하루에도 다양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은 리더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의사결정이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자원을 상당히 소모시키는 일이다. 의사결정의 결과가 리더 본인뿐만 아니라 구성원 및 기업의 미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면 그 부담감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경제학자이자 심리학자인 George Loewenstein은 고위 경영진의 경우 매일 매일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받는 부담감으로 인해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의사결정은 심리적으로 상당한 자원을 소모하는 활동으로서 반복적인 의사결정은 의사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라는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지속적인 의사결정 이후에 한 개인이 내리는 의사결정의 질이 악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의 Jonathan Levav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법정에서 판사들이 유사한 사건에 대해 가석방 판결을 내리는 빈도는 오전에 가장 높았고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 비중이 점차 감소했다고 한다. 연구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가석방 판결을 유보함으로써 가급적 현재 상태를 유지하여 잘못된 가석방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위험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반복되는 의사결정으로 인해 피로가 누적될수록 위험을 무릅쓰는 의사결정을 내리기보다 더 이상의 부담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의미이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의 사회심리학자 Roy Baumeister가 지적하듯이, 제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좋은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사결정은 리더가 일상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업무이지만,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부담감과 피로로 인해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의사결정이 저해될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에너지까지 고갈되어 소진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의사결정을 피하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적절한 휴식을 병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외로운 리더(Lonely at the top)
조직에서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외로워진다는 말은 낯선 이야기만은 아니다. 임원이라는 자리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경쟁에서 탈락하여 곁에 있는 사람들도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잠재적인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주변 경영진과도 진솔한 고민을 나누기는 어려울 것이다. 부하들도 자신의 평가권을 가진 상사에게 쉽게 속 마음을 얘기하기는 쉽지 않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리더가 조직에서 가지게 되는 권력(Power)이 리더를 외롭게 만든다. 런던 경영대학원 M. Ena Inesi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서로 호의를 주고 받으며 신뢰하는 관계를 형성하지만, 권력이 개입되는 관계에서는 서로 주고 받는 행위 이면에 ‘무언가 달리 원하는 게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스며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신뢰할수 있는 관계 형성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리더는 외롭다(Lonely at the top)’라는 말이 관용구처럼 사용되는 것이다.

고인 물이 썩어가듯이 개인 내적으로 쌓인 고민이나 어려움은 자신의 마음을 좀 먹는 독소가 될 수 있다. 주변의 누군가에게 자신의 일상적인 고민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INSEAD 경영대학원 교수 Manfred Kets de Vries도 “고위 경영진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덜어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가슴 속에 담아 놓은 문제와 불안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배우자, 동료 등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며 위로나 지지를 받기도 하지만 그렇게 운이 좋은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코칭이 그렇게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어떠한 방법으로든 평소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가까이에 두고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자기 과신
기업의 리더는 기업 내에서 성공 가도를 걸어온 사람들이다.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사고 방식과 역량에 대한 자신감이 일반 구성원에 비해 강하기 마련이다. 역경을 극복해온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다가오는 어려운 상황도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자신감이 지나쳐 과신으로 이어지면 자신이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레 소진이 발생할 수 있다. 본인의 육체적, 정신적 역량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어떠한 인간도 무한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 않음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하버드 의학대학원 정신의학 교수 Gerald Kraines도 높은 지위에 있을수록 자신의 역량에 대한 자부심이 크기 때문에 현재 처해진 곤경에서 벗어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자신의 역량을 과신하여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혼자 힘으로 극복하려고 하다가 제때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고 소진에 빠져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심신의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집단주의적 문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동양 문화권의 리더들은 더욱 유의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으로 개인적인 어려움을 공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좋게만 평가하지 않는 경향으로 인해 자신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서든 스스로 극복하려는 태도가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미국 UCLA의 Shelley E. Taylor 교수가 수행한 비교문화 연구에 따르면,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주의적인 문화에 비해서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었을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요청하는 일을 가급적 피하려는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Gerald Kraines 교수도 미국의 경영진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며, 다시 도전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는 경향이 덜 나타난다고 한다. 반면 일본을 비롯한 동양 문화권에서는 개인적인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호소하거나 실패하는 일에 대해서 체면이 깎이거나 수치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어려움을 드러내는 일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의 리더들도 상황은 유사할 것이다. ‘극기’라는 가치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문화 속에서 자신의 어려움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공감을 통해 위로 받으며 힘을 얻는다는 일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닐 것이다.

리더의 소진,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는 누구도 피하기 어려우며, 특히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남다른 리더의 경우에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본인 스스로의 관심과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촌각에 쫓기는 리더들에게 있어서 현실적으로 쉽지 만은 않은 부분이 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John Davis 교수도 많은 리더들은 자신의 피로 수준을 잘 알지 못하고 있으며,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상황에서 벗어날 여유가 없다고 한다. 따라서 회사 차원에서도 리더들의 스트레스 수준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재충전 - 일상 업무와 거리 두기
소진된 사람에게는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자극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다시 채워 넣을 시간이 필요하다. 심리적으로 재충전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양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짬을 내는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일상으로부터 멀어져 긴 시간의 휴식을 취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방식 혹은 그때 그때의 유행을 따르기 보다는, 리더 스스로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을 찾는 것이 보다 효율적으로 재충전 방식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재충전 방식이든 일상적인 업무로부터 거리를 두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정을 내리지 못한 수 많은 의사결정 사항들, 당장 처리해야 하는 또 다른 이슈들, 시시각각 변해가는 경영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주시해야하는 동향들로부터 잠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어도, 정작 리더로서 보다 큰 틀과 넓은 관점에서의 ‘생각’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어쩌면 이런 큰 관점과 방향성이 다소 모호한 점이 일상적인 의사결정과 업무 수행을 어렵게 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로 재직하던 시절의 빌 게이츠가 1년에 두 차례 ‘생각 주간’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고, 워런 버핏이 자신은 1년에 50주는 생각하고 남은 2주만 일한다고 한 말의 의미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상대와의 대화
조직에서 리더는 외로울지라도 신뢰할 수 있는 상대방과의 대화는 필요하다. 물론 리더가 현재 가지고 있는 고민을 다른 사람이 해결해줄 수도 없고, 고민을 하고 있는 리더 본인만큼 해당 사안에 대하여 자세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대화가 필요한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에게 오라클의 CEO 래리 앨리슨이라는 절친한 친구가 있어서 고민을 나눌 수 있었듯이, 리더에게도 비교적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서 자신의 고민을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상대가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다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상대를 갖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승리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는 운동 선수들이 심리치료사의 도움을 받듯이, 기업의 리더들도 심리치료사의 지속적인 도움을 통해 개인 내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고민을 공유함으로써 심리적인 안정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 제약회사 Novartis의 전 CEO인 Daniel Vasella도 리더들은 심리적인 안정성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고 경고하며, 본인 스스로도 현재의 자리에 이르기까지는 심리 치료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심리 치료뿐만이 아니라 코칭도 효과적이다. 미국의 경우, 리더들도 코칭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한 인식을 하고 있으며 적지않은 수의 리더들이 현재 코칭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에서 미국 지역의 CEO,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올해 초 설문 조사를 수행한 결과, 100%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코칭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약 40%에 이르는 응답자들은 현재 코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권한 위임
리더는 보통 기업 내에서 가장 중요도가 높은 업무를 맡고 있으며 그에 따르는 책임과 부담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 부담이 과도한 수준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리더 한 사람이 지나치게 많은 책임과 권한을 갖는 일은 리더 개인에게도 부담일 뿐만 아니라 한 개인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리더의 소진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권한 위임도 효과적일 수 있다.

권한 위임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갖는 리더의 경우, 권한 위임으로 인하여 자신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일을 맡겼을 때 하위 리더 혹은 구성원들이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염려하기 쉽다. 그래서 권한 위임을 하지 않거나, “내가 챙기지 않으면 일이 안돼!”라고 하며 지나치게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려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하위 리더나 구성원들에게 의사결정 참여 기회를 늘여주고, 적절한 수준에서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는 일은 일차적으로 리더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업무 수행에 있어서의 주도성 향상, 향후 리더로 성장할 육성 기회 제공, 집단 지성의 발휘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리더는 기업에서 보다 많은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으며,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가중되게 마련이다. 다만 한계를 넘어서는 부담 속에서 리더가 소진 상태에 이르게 된다면 기업 자체적으로도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리더가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촌각을 다투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은 크게 저하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는 스스로 본인의 심리적 상태에 관심을 갖는 동시에 지나치게 과신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기업에서도 리더가 소진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