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극복, 기업 가치관 정립부터

2014-03-04     정진호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우리 주변에는 성공한 사람이 많다. 성공비결을 배우고 싶어 어떻게 그런 성공을 거뒀냐고 물어보면, 그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정리해서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들의 성공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개 더 큰 성장을 위해 변화를 추구하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 그 과정에서 생각한 대로 일이 되지 않아 어려워지기도 하며, 심한 경우 지금까지의 성공을 모두 덮어 버리는 실패로 혼돈과 좌절에 빠지기도 한다. 실패했을 때 꼭 필요한 것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그래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이제 다시 어떻게 살 것인가?’ 등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자기 성찰의 과정을 겪으며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큰 실패를 겪으면 갈등하고 좌절하다가 그 시간이 길어지고 길어져 실패가 그의 삶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기업의 생리도 이와 비슷하다.

창업한지 30년을 훌쩍 넘긴 5천억 매출의 의류 중견기업 얘기다.

창업주는 3년 전 더 큰 성장을 위해 전문경영인을 CEO로 앉히고 경영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났다. 새 CEO는 창업주가 30년을 경영해 온 이 기업을 바꾸기 위해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했다. 느슨해 보이는 조직에 경쟁을 통해 긴장감을 불어 넣고 사람에게 의존하는 운영방식을 시스템화 시키는데 힘을 집중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인정과 화합을 중시하던 조직문화는 경쟁과 시스템을 중시하는 차갑고 이기적인 조직문화로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창업 멤버 등 많은 사람들이 조직을 떠났다.
사업을 확장하고 경쟁을 부추겼기 때문인지 단기간에 외형은 커졌다. 하지만, 이익률은 그 이전보다 현저히 떨어져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까지 나빠졌다. 조직은 불통이 심각해졌고 직원들에게서는 좀처럼 활력 있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보다 못한 창업주는 3년 만에 전문경영인을 퇴진시키고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창업주는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긴 것은 회사의 좋은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면서 경영을 효율화해 달라고 위임한 것이지 회사를 통째로 내준 것이 아니었다”라고 회고한다.

경영일선에 복귀한 창업주가 깜짝 놀란 것은 30년을 이끌어 온 조직이 불과 3년 만에 이상한 회사가 되어 있었다는 거다. 임원들은 스스로 의사결정이나 판단을 하지 못하고 CEO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한 성격의 전문경영인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부서간의 갈등도 위험수위를 넘었다. 생산, 영업, 연구개발 등 각 부문이 협력하기 보다는 각자 자기 조직의 목표만을 고집하고 있었다. 그들은 다른 사업부를 다른 회사처럼 생각하고 대했다. 창업주는 어떻게 불과 3년 만에 직원들이 타율적이고 무책임한 직원들로 변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한편, 경영을 위임하면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고 전권을 준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고 호소했다.

이 조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입사한지 3개월 된 임원과 얘기를 나눴다. 조직문화가 어떠냐고 물으니, 그는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이라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다만, 직원들이 우리 회사는 어떤 회사이고, 앞으로 어떤 회사로 만들겠다는 공통의 의식이나 일을 하는데 공통된 생각이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어떤 회사인지, 어떤 회사가 될 것인지, 어떻게 일할 것인지에 대한 공통된 생각이 없으니 조직문화라고 말할 수 있는 무엇을 발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주요 임원 몇 명과도 추가로 얘기를 나눴다. “00 회사는 미래에 어떤 비전이 있나요?” 어느 누구도 선뜻 대답을 못했다. 누구는 “솔직히 5년 후에 생존하고 있을지도 걱정이다”라고 했고 “당장에 올해 실적이 중요해서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라고 말한다. 인사담당 임원에게 물었다. “신입이나 경력사원 뽑으면 제일 먼저 어떤 교육을 시키나요?” 그는 “일이 너무 많아서 사람 뽑으면 바로 현업에 배치한다. 그 후에도 특별히 교육을 시키는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회사의 정신이나 역사, 일하는 방법과 같은 것을 정리해 놓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다시 물어봤다. “30년이 넘는 역사, 500명이 넘는 직원, 5천억이 넘는 매출을 하며 의류산업에서 특화된 영역을 개척한 유명 브랜드인데, 이렇게 발전한 요인이 무엇인가요?”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창업주가 시장을 보는 안목이 뛰어나 특화된 시장을 잘 찾아내어 한우물을 팠고, 창업 초기부터 품질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최고의 품질이 아니면 만들지도 시장에 내 놓지도 않는다는 경영철학을 실천했다. 최근 몇 년을 빼고 우리 조직은 인화단결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우리가 잘하는 분야에서는 반드시 1등을 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높았다”라고 말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좋은 경영자, 좋은 아이템, 좋은 직원들이 있어도 이것을 잘 꿰어 놓지 않으면 안 된다. 기업정신, 기업철학, 기업비전을 제대로 정리해 놓지 않고, 공유하지 않으면, 가벼운 외부 자극에도 조직문화가 쉽게 영향을 받고 그러다 보면 직원들은 생각 없이 닥치는 대로 일하는 환경에 내몰릴 수 있다.
우리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사명), 우리 기업은 어떤 꿈을 향해 가는가?(비전), 우리 기업은 어떻게 일하는가?(핵심가치), 그리고 우리 직원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행동약속)는 반드시 정리해서 확실히 알고 일하도록 해야 한다.

창업주는 다시금 전열을 정비해 일어서려고 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 매출 1조원도 돌파하고, 우리 브랜드로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보고 싶다고 한다. 또한 직원들에게 좋은 환경에서 일하게 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한다.
그는 지금 직원들의 마음을 모아 가치관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