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식품, 우리 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 한다

김서인 샘표식품 인사팀장 / 이사

2014-06-03     전성열

어려운 대내외 경영환경 속에서도 흑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보고는 몰라요. 들어서도 몰라요. 맛을 보고 맛을 아는 샘표간장”이라는 CM송으로 유명한 국내 대표 식품기업‘, 샘표’이야기다.
샘표식품의 인사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김서인 이사는“샘표식품이 올해로 창립한 지 68년이 됐는데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고 소개하며“이는‘내 가족이 먹지 못하는 것은 만들지도 팔지도 말자’는 경영철학을 고집스럽게 고수해 온 결과”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샘표는 규모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힘쓰는 기업으로, 부채가 없고, 적자가 없고, 노사분규가 없는 3무(無)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27년 동안 인사업무만 담당해 온 국내 대표적‘인사통’으로 통하는 김 이사를 만나 68년 샘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한국의 장맛, 세계로 전파

■ 68년 동안 한결같이 한국 음식의, 한국인 입맛의 근간인 발효식품 ‘장(醬)’을 만들어온 샘표는 최근 개발한 요리 에센스 ‘연두’를 필두로 우리 발효식품을 세계인의 식탁에 올리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발효 조미식품을 세계인이 즐겨 먹는 음식에 적용하기 위해 해외의 유명 요리연구기관들과 손잡고 연구개발에 심혈을 쏟고 있는 것이다.
우선 세계 최초의 요리과학연구소인 스페인의 알리시아 연구소와 공동으로 ‘장 프로젝트(Jang Project)’를 전개하고 있는데, 즉 우리의 발효 조미식품인 간장, 고추장, 된장 등 장류를 유럽의 음식에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장을 처음 접하는 해외 셰프들이 한국의 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장 조리 용법 지침서에 해당하는 ‘장 콘셉트 맵(Jang Concept Map)’을 제작했으며, 장류를 활용한 150여 개의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요리 레시피를 만들어 ‘마드리드 퓨전’ 등 여러 세계 미식 컨퍼런스에서 선보이며 한국 장의 독특성과 우수성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김 이사는 “간장 하면 샘표, 샘표 하면 간장을 떠올릴 정도로 여전히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 간장 시장의 규모가 3천억에 불과하고, 사람들의 입맛 또한 덜 짜게 먹고 다양한 소스를 찾는 등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간장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어 그 대체상품으로 나트륨의 함량을 30% 이상 줄인 ‘연두’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연두를 시작으로 한국의 장맛을 세계로 전파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 진행 중”이라며 “실제로 인사부서에서도 새로운 시장에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고 적절히 배치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요리 면접’통해 인성, 팀워크 엿봐

■ 샘표식품의 인재상은 겸손하고 사심이 없으며 열정이 있는 인재로 요약된다. 채용절차는 서류전형 → 인·적성 검사 → 면접 전형 순으로 진행되며, 지원자의 개별 인적사항을 면접관에게 제공하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 방식을 택하고 있다.
샘표식품은 ‘연극 면접’, ‘요리 면접’ 등 이색면접을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요리면접의 경우 한 조에 4~5명씩 구성해 주어진 재료를 활용해 2시간 동안 요리를 만드는 과정으로, 요리를 만드는 동안 면접관은 지원자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개개인의 성격과 특징을 체크한다. 요리가 끝난 후에는 면접관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및 질의응답이 이어진다.

김 이사는 “요리를 잘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만드는 과정에서 지원자의 인성과 팀워크, 리더십 등을 자연스럽게 엿볼 수 있어 다면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게 요리 면접을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 직원들 중에는 대학교 학점이 2점대의 친구도 있다”며 “학력이나 학점, 어학성적 등 소위 스펙보다는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나 관련 경험, 조직의 적합성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입사한 신입사원, 퇴사한 직원 한 명도 없어

■ 샘표식품은 신입사원들의 조기퇴사율이 낮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지난해 공채를 통해 입사한 신입사원은 현재까지 단 한 명도 퇴사하지 않았다. 이는 대기업에 입사하는 신입사원들의 1년 이내 퇴사율이 15%를 넘는다는 최근 연구조사의 내용과는 크게 차이가 있는 수치다.

김 이사는 이에 대해 “우리 샘표식품이 단순히 우수한 사람을 채용하기보다는 회사의 가치에 부합하는 사람을 뽑고, 개인의 성향에 맞게 직무를 배치시킨 결과”라고 강조했다.
웬만한 벤처기업도 울고 갈 톡톡 튀는 기업문화

■ “‘샘표’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조직문화가 어떤지를 묻는 질문에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숨도 고르지 않고 되묻는 김 이사는 “68년 동안 고집스럽게 전통 조미식품만을 개발해 온 탓인지 우리 샘표를 '보수적'인 기업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문화만큼은 여느 벤처기업 못지않게 트렌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펀데이’다. 말 그대로 3개월에 한 번씩 팀별로 하루를 정해 신나게 노는 날이다. 놀이 방식에 대한 제한이 전혀 없고 비용도 1인당 3만~12만 원까지 회사에서 지원한다. 특히 펀데이를 가장 신나게 보낸 팀에는 상품권을 선물로 주기 때문에 네일아트, 도자기 체험, 심리치료 카페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샘솟는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샘표 직원들은 동료나 선후배에게 “밥 한번 살게” 대신 “내 연차 선물할게”라고 고마움을 표현한다. ‘휴가 나누기’라는 이색적인 제도를 도입한 덕분인데, 이용방법도 간단하다. 사내ERP(전사적자원관리)에서 잔여 휴가일수를 확인한 후 선물하고 싶은 직원의 이름으로 신청하면 된다. 덕분에 아직 연차가 없는 신입사원이나 병원치료 등으로 휴가가 부족한 직원들도 동료들의 도움으로 편안한 휴가를 즐길 수 있다.

2008년 시작한 가족 워크숍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행복한 일터 만들기’를 위해 마련한 이 워크숍은 매년 50여 가족을 선발해 1박 2일 여행을 무료로 보내주는 방식이다. 부모님과 함께 유명 관광지를 찾는 ‘부모 워크숍’, 자녀들과 추억을 쌓는 ‘자녀 워크숍’으로 구성돼 있어 상황에 맞게 신청할 수 있다.
이 밖에 서울 충무로 본사와 경기 이천, 충북 영동·조치원 등의 공장, 오송 연구소 직원들이 바나나 보트, 땅콩보트, 실내 클라이밍 등을 함께 즐기며 동료애를 다지는 ‘팀빌딩’도 샘표의 젊은 기업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김 이사는 “우리 샘표는 직원의 행복이 중심이 되는 일터, 감사나눔이 가득한 일터를 추구하고 있다”며 “올해는 더 나아가 스스로를 긍정하고 존중하는 자기만족이 높은 일터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포부를 전했다.